님께 보내는 서른여덟 번째 흄세레터

님께


안녕하세요. 흄세의 편집자 ‘랑’입니다. 지난겨울을 함께 보냈던 시즌 4를 독자분들에게 안겨드릴 수 있어 기뻐요. 이번 레터에는 시즌 4를 편집하면서 떠올랐던 단상들을 함께 나눌까 해요.

 

저는 오래전 어느 독서 모임에서 ‘꼭 읽어야 하지만 읽고 있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책’에 대해 털어놓은 적이 있어요. 숨어서 읽는 책이죠. 헤르만 헤세, 어니스트 헤밍웨이, 버지니아 울프 등 교육기관에서 선정한 권장 도서 목록이었는데, 당시에는 '어렸을 때' 다 읽지 못하고 '뒤늦게' 이런 책들을 읽는 게 부끄러웠던 것 같아요. 가끔은 읽었다고 거짓말을 한 적도 있어요. 지적 허영과 고전을 읽어야 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뒤섞여 만들어낸 촌극인데, 놀랍게도 모임에 있던 모두가 사실 자신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 있다고 털어놓더라고요.   


“재독, 삼독의 과정에서 나는 비로소 깊은 떨림을 느낀다.”

《매거진 흄세》 중에서 


염승숙 작가님은 《노인과 바다》의 리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다른 고전도 마찬가지겠지요. 이승우 작가님은 오랜만에 읽어보고 싶어졌다면서 《데미안》 리뷰를 허락해주셨거든요.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책들은, 해치우듯 읽는 게 아니니까요. 저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었을 거예요. 거짓말은 추했고요. 《노인과 바다》와 《데미안》을 이미 읽은 분들, 이제는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신 분들, 이번 레터로 알게 된 분들까지 흄세 시즌 4를 통해 읽어보시길 권해요.

 

《악의 길》, 《여행자와 달빛》, 《위대한 앰버슨가》는 모두 초역입니다.

《악의 길》은 흡입력이 있어요. 저는 ‘어? 어?!’ 하며 빨리 뒷장을 넘기곤 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등장인물 앞에 ‘악의 길’로 향하는 갈림길이 떡하니 펼쳐져 있고, 그들도 그 길은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왜 이럴 때는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는지……

《여행자와 달빛》의 주인공은 타야 할 기차를 놓치고, 우연을 가장한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해소되지 못한 과거를 되짚어갑니다. 마음에 박힌 장면이 많아 따로 필사해둔 문장이 많아요.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문장을 여기 소개할게요.


“너는 어때? 도대체 너는 어떻게 참고 있는 거야?

너는 고통스럽지 않아? 너는 그립지 않아? 너는 어떻게 한 거야?”

《여행자와 달빛》 중에서

 

《여행자와 달빛》이 현재에서 과거로 나아간다면, 《위대한 앰버슨가》는 과거를 "죽어 없어진 시절"이라 칭해요. "새 시절 말고 다른 시절은 없어!"라고 외치면서요. 새롭게 밀려오는 시대의 물결에 올라탄 사람들과 휩쓸린 사람들이 뒤엉켜 만들어낸 초상을 보는 게 섬뜩했어요. 오늘날에는 혹시 제가 휩쓸려버리는 쪽에 서 있는 게 아닐까 하고요. 급히 정치, 경제, 사회 분야를 다루는 수많은 레터를 구독하는 동안, 알 수 없는 곳에서부터 덮쳐오는 민망함……


소년의 성장과 가문의 몰락, 트라우마와 진실 앞에서 물러설 곳 없는 사람들, 그리고 한 생애를 걸고 벌이는 노인의 사투까지. 시즌 4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모두 각자의 ‘결정적 한순간’을 통과하며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갑니다. 님이 흄세와 함께 봄을 통과하시길 바라며, 당분간 금요일마다 만나요.


- 편집자 '랑' 드림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 황유원 옮김
데미안 헤르만 헤세 | 이노은 옮김
여행자와 달빛 세르브 언털 | 김보국 옮김
악의 길 그라치아 델레다 | 이현경 옮김
위대한 앰버슨가 부스 타킹턴 | 최민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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