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15 vol. 39

안녕하세요 반디님, 곰보금자리프로젝트 강지윤입니다.

시간은 어찌 이리도 빠르게 흘러가는지 어느덧 설 연휴도 지나서 다시 일상을 시작하는 시기가 왔는데, 반디 여러분들은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사계절이 확실한 화천에서는 그렇게 매섭던 추위가 조금은 사그라들어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킬 수 있는 날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곰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말과도 같지요.

 

이번 겨울에는 저희가 돌봄을 시작한 후 곰들이 처음으로 ‘겨울잠’에 들었습니다. 처음 재워보는 겨울잠에 많은 고민과 걱정을 안고 저희는 매일같이 CCTV를 확인하며 부지런히 곰들의 동면일지를 써나갑니다. 결국 이 동면일지의 끝에는 13마리의 나이 든 곰들이 무사히 일어나 찾아오는 따뜻한 봄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죠.


이제 저희도 슬슬 동면에서 깨어나는 곰들을 준비하며 다시 찾아오는 바쁜 하루들을 준비할 시간이 다가오네요.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조금 더 인상적일 수 있을까 글을 멈추고 생각해보았는데 역시 그저 반디 여러분들이 항상 건강하시고 무탈하시기를 바라는 것밖에 생각나는 게 없네요! 늘 평온하고 행복한 날들의 연속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p.s
   반디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한 애칭으로 반달가슴곰 + 버디(Buddy)를 합친 단어
🐻NEWS
✔ 2024년도 정기총회 개최

지난 2월 5일 월요일, 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2024년 정기총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정회원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속에 2023년 활동 보고 및 평가와 결산안, 2024년 운영 계획과 예산안, 그리고 정관 개정과 신임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이 논의 및 승인되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응원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내년 정기총회는 오프라인으로 열어 직접 한 분 한 분 인사드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보겠습니다.

✔ 돌봄을 잠시 쉬어 본다면

이번 곰들의 겨울잠은 활동가들에게도 굉장히 특별한 경험입니다. 화천에서의 본격적인 돌봄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곰들은 활동가들에게 잠시 멈추기를 허락했습니다. 올 설에는 화천의 활동가들도 처음으로 매일 1명씩만 출근을 하며 연휴를 좀더 즐겨 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활동가들은 매일 스마트폰으로 CCTV를 켜고 곰들의 작은 움직임과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말이죠.
누군가를 돌보는 일에서는 쉼을 갖겠다는 말을 꺼내는 것 만으로 왠지 직무유기를 하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듭니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세상에서는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아야 하며, 여기에는 우리가 돌보는 곰들뿐 아니라 그들을 돌보는 우리도 포함됩니다. 잠시나마 쉬어 가는 동안, 우리의 ‘돌봄’이 우리 스스로에게도 더 나은 삶을 누리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보려 합니다.

- 쉬어가는 돌봄 이야기 자세히 보기👆

✔ 조용한 화천을 찾은 겨울 손님
조용해진 곰 집에는 조용한 사냥꾼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삵입니다. 그 전에도 보호시설 뒷산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찍힌 적은 있었지만 곰 집에 들어온 것은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활동가들이 곰의 잠을 깨우지 않으려 곰 집 출입을 줄였고, 척박한 겨울산에 사냥감이 줄어든 것이 삵의 출현 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올해 1월 1일 새벽 CCTV에 모습을 드러낸 삵은 고양이만한 덩치에 어려 보이는 외모였습니다. 삵은 밤새도록 쥐를 계속 잡아먹었습니다. CCTV를 통해 생생하게 만난 삵의 움직임은 ‘역시 고양이랑 다르다’는 느낌을 줍니다. 겨울잠을 자는 곰들의 집에서 날아다니는 진짜 야생동물, 겨울 손님 삵을 관찰해보세요.

💌 월간(月間)화천 - 1월 

새해가 밝았습니다. 다들 1월이면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 계획을 세우곤 하는데요. 한 달 먼저 화천에서는 곰들의 겨울잠을 위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겨울잠을 재우려면 언제 먹이를 끊어야 좋을까, 곰들을 재우면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요. 하지만 막상 겨울이 되니…언제 계획이 계획대로 흘러가던가요.

열 세 마리 곰들은 겨울잠에 들어가는 시기가 다 달랐고, 사무실은 전기가 나가고, 화장실은 엄동설한에 얼어붙어 우리의 계획은 지금도 수정 중입니다.

다른 곰들은 내실(곰이 들어가서 쉬는 굴)에 들어가서 겨울잠에 빠져드는 동안, 무엇이 불안한지 사육장에 나와서 빙글빙글 맴도는 소요 때문에 활동가들은 걱정이 컸는데요. 호르몬의 문제로 마음이 불안해 잠을 못 드나 하여 불안을 낮춰주는 약도 먹여보고, 잠에 들 때 식욕이 떨어지는 다른 곰들에 비해 늦게까지 배고픈가 해서 먹이도 줘보고, 배정된 내실이 마음에 들지 않나 해서 자는 덕이를 깨워 방도 바꿔줬습니다. 그래도 소요는 좀처럼 내실 밖에 나와 깨어 있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저희는 큰 맘 먹고 밥을 굶기고 약도 끊어보았습니다. 그제서야 소요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내실로 들어가 아주 가끔 물을 마시러 나오는 시간을 빼면 잘 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인위적 환경에서 사람의 개입이 어디까지여야 할까 하는 고민이 더 커졌습니다. 야생이 아니라 인간의 돌봄이 계속 필요한 ‘사육곰’이기에 고민은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저 방해하지 않고 내버려둘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으니까요. 계획은 계획일 뿐입니다. 우리의 계획은 곰들이 끝없이 보내는 비언어적 신호들로 변하고 또 변합니다. 곰을 배려하는 게 어려운 이유는 우리의 마음이 동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둔탁한 인간의 감각기관으로 곰의 신호를 해석하는 것이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겨울잠을 본격적으로 재우는 것은 처음이라 곰들이 무사히 자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도 두렵습니다. 세 명의 돌봄활동가들은 하루 종일 CCTV를 들여다보며 곰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기록하고 의논합니다. 주영이나 어푸는 며칠에 한 번씩 물을 마시거나 볏짚을 모으러 내실에서 나와 생사를 확인시켜주기도 하지만, 얼마나 푹 자고 있는 건지 한 달 넘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유일이와 칠성이는 살아있기나 한지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곰이 일어서면 천장에 손이 닿는 내실의 구조 때문에 내실 안에서 당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볼 수가 없거든요.
다음에 진짜 생츄어리를 만든다면 겨울잠을 잘 때에도 곰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습니다. 곰들은 꿈에서 지금보다 그럴 듯한 공간에 있을까요? 겨울잠을 자는 곰의 꿈은 무엇으로 이루어져있을까요? 더 좋은 공간을 만들겠다는 우리의 꿈과 연결되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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