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가을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뉴스레터 18호를 발행합니다.

이번호 뉴스레터 <재단과 함께하는 사람들>에는 유시춘 선생의 글을 싣습니다. 근엄진지할거라 예상했던 리영희와의 만남은 여성후배들의 도발적인 장난과 리영희의 날것대로의 성품으로 유쾌한 경험을 만들어 냅니다. 리영희는 그들과의 학예회 말미에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병석에 누워 오랫동안 여러 번 묻고 또 물었어요. 내가 정말 바르게 살아왔나. 게으르거나 잘못한 일은 없었나. 그런데 좀체 해답이 잘 나오지 않았어요. 오늘 여러분을 보고 비로소 생각합니다. 그다지 잘못 산 것은 아니구나하고 말이오.“

송두율 선생은 지난 14호 뉴스레터에서 리영희가 40년 전에 쓰고 독일에서 번역된 글, <한반도는 핵전쟁의 볼모가 되려는가>를 다시 읽었다고 하면서 “지금 한반도는 무서운 격랑에 흽쓸리고 있다. 만약 이 상황을 리 선생이 접한다면 어떤 판단을 내릴지 하는 관심에서 처음 언급된 논문을 다시 읽었다. 물론 40년이라는 시간이 그 사이에 흘렀다. 하지만 이 시간이 마치 정지했던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을 곳곳에서 느꼈다....한편에서는 자유라는 가치를 지키는 공동체가 승리해서 한반도도 이의 중요한 부분으로서 밝은 미래를 함께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는 것 같고, 다른 편에서는 민족공멸을 앞당기는 도박판에 뛰어드는 엄청난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어려운 갈림길 앞에 서있다고 썼습니다. 뉴스레터는 리영희가 관심갖고 주목했던 사안들에 대한 지금의 연구자의 글을 싣고자 합니다. 이번호에는 최근 저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를 펴낸 재단의 정욱식 이사의 글을 싣습니다. 

올해로 리영희상 11회를 맞이합니다. 잘 칭찬하는 것은 이 사회의 새로운 흐름을 하나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리영희상 추천을 기다립니다.

재단은 현 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서 싸우는 뉴스타파에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방문을 했습니다. 압수수색, 세무조사 등 전방위로 닥쳐오는 압박에 대응하느라 계속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뉴스타파 대표이자 리영희재단 이사인 김용진 선생을 잠시 뵙고 왔습니다. 재단의 전직 이사이신 정연주, 권태선 두 분께도 지지와 응원을 보냅니다.
 "언론자유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뉴스타파의 모든 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리영희재단"
재단 소식

제11회 리영희상 후보자 공모


리영희재단은 우리 사회의 은폐된 진실을 밝히고 우상을 타파하는 데 한평생을 바친 리영희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재단에서는 그 일환으로 2013리영희상을 제정해 수여해 왔습니다. 선생의 정신을 오늘의 험난한 현장에서 이뤄내고자 애쓴 개인이나 단체를 격려하고, 지지하기 위함입니다. 리영희 정신의 알맹이는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용기 있게 진실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리영희 정신 실천에 앞장선 인물 또는 단체를 적극 추천해주시기 바랍니다. 분야와 국적에 대한 제한은 없습니다.


시상 대상: 분야와 국적에 관계없이 거짓을 드러내고 진실을 밝히는 데 뛰어난 공로를 세운 개인이나 단체

시상 내역: 상패, 상금 1,000만원

시상 일자: 2023127일 목요일

추천 방법: 이메일 통한 추천서 제출

추천서 양식: 하단 후보자 추천버튼

이메일 주소: rheeyeunghui@gmail.com

추천 마감: 1031()

문의: 리영희재단 (02) 710-0286

재단과 함께하는 사람들

진지한 스승과의 달콤한 동행

 
유시춘 / EBS 이사장, 작가 

짧았으되 승리의 첫경험을 이룬, 벅찬 희망이 솟구치던 나날이었다. 군사독재의 종식과, 전두환이 폐간시킨 계간 <실천문학>도 무크지의 기형을 벗고 다시 출판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충만했다. 숙소의 뜰, 넓은 테이블 주변으로 낙엽들이 함부로 내려앉고 때로는 참석자들의 어깨 위로 후두둑 떨어지는 가을 정취 물씬한 저녁이었다.

분단시대의 소설가, 이호철을 비롯해 리영희, 고은, 송기원, 이시영 등 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술잔이 몇 차례 돌자 모두 얼굴이 붉어졌다. 시, 소설, 정치의 담론들이 거침없이 자유롭게 오갔다. 밤이 깊어질 즈음에 리영희가 신박한 제안을 했다.

나이 거꾸로 뒤집기 놀이.

30대의 유시춘은 50대 이호철에게 “호철아,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가 뭐니?”라고 물으면 이호철은 “네, 유선생님. 저는 소피아 로렌 주연 <해바라기>가 그래요. 동서고금의 멜로물 중에서 단연 압권이지요”라고 답해야 한다. 만약 이 규칙을 어기면 현장에서 바로 만원 벌금을 테이블에 내놓아야 했다. 도저히 그리 할 수 없는 젊은 편집자들은 슬그머니 자리를 벗어나기도 했다. 엄청 재미난 게임이었다.

드디어 내가 리영희에게 질문할 차례가 왔다.

나는 리영희의 자전적 고백인 저서 <역정>의 한 대목을 물었다. 어떻게 감히 영희라고 부를 수 있을지. 마른 침을 두어번 삼킨 후에 나는 리영희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면서 또박또박 음절도 정확히 끊어서 말했다. 가난한 내가 벌금을 물 수야 없잖은가 하고.

“영희야. 나는 <역정>에 나오는, 잠시 젊은 영희의 마음을 뺏어간 그 진주기생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책에서는 변죽만 울리던데. 어디가 그리 좋았는지 말해줘.”

나를 응원하는 박수가 그치고 시선이 모두 리영희에게로 화살처럼 꽂혔다.

“대답해. 대답해.”

모두 손나팔로 고함을 지르며 리영희를 다그쳤다. 그의 옴찔거리는 입술을 주시했다. 그때였다. 리영희는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살콰 줘. 살콰 줘.”

급하면 태생지의 사투리가 부지불식간 튀어나오는 법. 평안도 사투리를 내뱉은 리영희는 의자를 넘어뜨리고 도망가는 게 아닌가. 그의 등을 향해 이호철이 선언했다.

“벌금 십마넌!”

그 가을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몇몇은 새벽안개가 일어나는 가을을 보면서 시를 읊조렸다. 리영희가 낸 벌금 십만원으로 테이블에는 금준미주가 넘쳐났다. 실천문학이 발간한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이 백만부 팔리던 문학의 시대였기에.

나는 그날, 근엄진지한 지식인이 아닌, 호쾌한 ‘호모루덴스 영희’를 보았다. ‘즐거운 영희!’

재단에서 주목하는 이슈

북러 정상회담과 만만치 않은 북한의 등장


정욱식 /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겸 평화네트워크 대표 

9월 중순에 있었던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일단 구체적인 결과는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두 정상이 회담 후 기자회견도 갖지 않았고 성명이나 합의문 발표도 없었으며 그 이후에도 추측만 난무하지 확인된 바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위험한 거래”로 일컬어진 내용이 그렇다. 이는 북한은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고 러시아는 북한에 식량과 에너지는 물론이고 전략무기 개발을 지원하는 거래를 일컫는데 그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지금까지도 상당수 국가들과 언론의 관심은 북러 간 무기거래 가능성에 맞춰져 있지만,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은 이것 말고도 많다. 특히 ‘익숙한 북한’과 ‘달라진 북한’의 차이가 거듭 확인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익숙한 북한은 주로 ‘가난하고 굶주리며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을 의미한다. 반면 달라진 북한은 ‘먹고사는 문제가 점차 개선되고 국제적 입지도 강해질 가능성이 높은 북한’을 의미한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졸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 참고).

 

북한이 식량 지원을 거절했다고?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여러 나라의 정부·언론·전문가들은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을 완화하기 위해 러시아에 식량 지원을 요청하고 러시아도 이에 응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이러한 전망은 윤석열 정부가 북한에서 아사자가 속출할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하다고 주장하면서 더욱 증폭되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식량 지원 제의를 거절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와 관련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 북한 러시아대사는 9월 17일 러시아의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식량 지원 제의에 대해 “이제 모든 것이 괜찮다”며 정중히 거절했다며, “올해 정말로 그들은 매우 풍작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은 필자가 5월 중순에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의 소식통이 밝힌 내용과도 대체로 일치한다. 당시 이 소식통은 ‘북한에서 아사자가 나오고 있다는 정보는 없으며, 오히려 식량 사정이 개선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이 사례는 주목할 가치가 있다. 외부에 ‘익숙한 북한’은 주민들은 굶주리고 경제는 매우 어려운데 김정은 정권은 핵 고도화에만 매달린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핵무장을 고집하는 한 국제적 고립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위의 사례는 ‘달라진 북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식량과 경제 사정이 좋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3년 병진노선 선포 이후, 특히 2021년 8차 당대회를 거치면서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에 박차를 가해왔다.

북한은 지난 10년간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국방비 규모는 동결한 반면에 농업과 경제 관련 예산 비중은 꾸준히 높여왔다. 특히 식량 증산과 더불어 먹거리 다변화도 꾸준히 추구해왔다. 이로 인해 곡물 위주의 식생활에서 육류·수산물·채소 및 과일·기호식품 등 먹거리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 국경봉쇄 해제 이후 북·중, 북·러 교역과 경제협력도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발전에 필요한 내적 역량과 외적 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한미일과는 ‘손절’, 중러와는 ‘전략적 협력’

북한이 처해 있다는 ‘국제적 고립’도 시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초반 이후 북한이 국제적으로 고립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2017년 북한의 잇따른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 동의하면서 북한의 국제적 고립은 가속화되는 듯 했다. 그러나 2018년을 거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지만, 이 시기를 거치면서 북중, 북러 관계도 빠르게 회복되었다. 김정은 정권은 대담판에 앞서 북중, 북러 관계 회복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고, 중국과 러시아 역시 급변할 것으로 보였던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서 발언권을 강화하려면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9년을 거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좌초되자, 북한은 30년 가까이 품어왔던 한미일과의 관계개선에 대한 미련을 거의 확실히 접었다. 그리고 이는 외부에서 강요한 것이라기보다는 김정은 정권의 자발적인 선택이다. 한·미·일이 대화를 하자고 해도 무시나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반면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는 1990년대 초반 이래 최상이다. 과거엔 북한이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면 중국과 러시아도 제재에 동참했던 것과는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해졌을까? 공교롭게도 북한이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내딛은 “새로운 길”이 미중 전략경쟁의 격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한미일의 결속과 맞물렸다. 미국과 치열한 경쟁에 나선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문제를 ‘핵비확산’보다는 ‘세력균형’의 관점으로 바라보곤 북핵을 묵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방국인 북한의 핵무장이 미국 및 그 동맹국을 견제하는 데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북한도 강대국들 사이의 적대적 경쟁을 파고들었다. 미중 전략경쟁의 최전선인 대만문제, 대리전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러-우전쟁과 관련해 중국 및 러시아의 입장을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히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여 북한이 국제적 고립에 처해 있다기보다는 ‘한미일과의 관계단절과 중·러와의 관계강화’를 선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처럼 납득하기도, 인정하기도 힘들겠지만, 북한은 국제무대에서 만만치 않은 행위자로 등장했다. 국제사회의 시선을 모은 북러 정상회담은 이를 알리는 장이었다.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추측’만 불러일으켰는데도 그 파장은 상당하다는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이는 러-우전쟁이 장기화되고 미중 전략경쟁이 치열해지며 한미일이 사실상의 군사동맹으로 향할수록 북한의 전략적 입지가 강해질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중국의 선택은?

북러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이 한미일처럼 북중러 결속을 추구할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나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은 러시아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과의 소통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중국에 대한 비난·비판의 수위를 낮추면서 한중일 정상회담 성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역시 북러 정상회담은 “두 나라 사이의 일”이라며 아직까진 거리를 두고 있다. 북한 및 러시아와의 양자관계는 중시하겠지만, 3자 결속에는 아직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일단 중국의 외교정책 기조 가운데 하나는 ‘신냉전 반대’에 있다. 이를 근거로 한미일의 군사적 결속 움직임이 신냉전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력히 반발해온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북중러 결속을 추구하면 ‘반대한다’는 신냉전을 고착화시킬 위험이 커진다. 또 중국은 북중러 결속이 한미일의 결속 강화 등 반작용을 야기해 한반도의 안정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내심 경계하는 일은 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러간의 무기거래가 가시화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때가 바로 그것이다. 북러 무기거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어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보리 차원의 대응은 불가피해진다. 러시아가 거부권을 갖고 있기에 제재 결의가 나올 가능성은 없지만, 미국 등 다른 이사국들이 중국의 입장을 강하게 추궁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중국으로선 무기거래를 규탄하자니 북한 및 러시아와의 관계가 걸리고, 묵인하자니 국제적 이미지 및 서방과의 관계악화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북한 및 러시아에 무기거래를 반대한다는 뜻을 비공개적으로 전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이 지금까진 3자연대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핵심 가운데 핵심 이익”이라고 공언해온 대만문제가 중대 변수가 될 수는 있다. 최근 한미일 등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며 ‘힘에 의한 대만해협의 현상유지’를 위해 결속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 1월 대만 총통선거에서 민진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중국의 셈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만이 독립을 선언하고 미국 등이 이를 인정할 가능성은 없더라도 대만이 사실상의 독립을 향한 행보를 계속하고 미국 등이 이를 지원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이는 중국의 눈에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 뿌리째 흔들리고 평화통일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동아시아의 화약고’로 불리는 대만해협의 뇌관은 이 지점에서 폭발할 수 있다. 그런데 대만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가장 강력히 지지하는 나라들이 바로 북한과 러시아이다. 특히 북한의 담화나 성명을 보면 중국의 입장과 완전히 일치한다. 이는 미국이 군사강국에 속하는 한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들을 규합해 중국을 압박하고 봉쇄할수록 중국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중국도 북중러 군사협력을 통해 미국 주도의 동맹체제에 맞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행여 대만해협에서 일촉즉발의 위기가 조성되거나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북한의 전략적 입지는 훨씬 강해질 것이다. 핵무기와 다양한 탄도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은 대만 위기시나 유사시에 한미일을 군사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추측만으로도 서방세계를 긴장시킨 것처럼 말이다. (이 글은 9월 25일자 <한겨레>에 게재된 글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발행인: 김효순(리영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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