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할 거리 #145 | 안녕하세요 $%name%$님, 오늘은 새로운 책을 소개드리려 합니다. 과거 휴튼 레터에서 종종 언급했던 책인데요, 바로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입니다. 이 책은 900페이지나 돼서 아무리 공유해도 끝이 없네요.
로버트 그린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그가 쓴 책들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1) 어마무시한 벽돌책이라는 것과 (2)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탁월한 통찰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있는데 서둘러 읽어야겠습니다.
<인간 본성의 법칙>에서는 우리 인간이 가진 18가지의 본성을 소개합니다. 오늘은 그중 '근시안의 법칙'을 소개드리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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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트 인사이트>라는 매체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개인적인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조금 민망하지만, 휴튼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꼭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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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L-E/Prompt: "사우스시(SouthSea Company) 사태의 주인공 존 블런트가 부둣가에 서있는 모습, 인상주의 스타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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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이 1억을 뚫고..
얼마 전 비트코인이 1억 원을 뚫었습니다. 이 레터를 쓰는 지금은 잠시 주춤하는 것 같지만, 어쨌든 코인 시장에 불이 붙고 있습니다. 또 제 주변에서 일찍이 엔비디아 주식을 사둔 사람은 귀에 입꼬리가 걸려있습니다.
아마 지금 대다수 사람들은 (1)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거나 (2) 배 아파 죽겠거나 둘 중 하나겠죠? 저도 둘 중 하나입니다.
로버트 그린이 말하는 '근시안의 법칙'은 지금 이런 상황에 딱 적절한 통찰을 보여줍니다.
1719년 여름, 영국 회사 사우스시컴퍼니(South Sea Company)의 존 블런트는 초조함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이웃 나라이자 숙적인 프랑스는 지금 엄청난 경제 붐을 일으키며 유럽의 금융 중심지가 되어가고 있었던 반면, 영국은 지난 30년간 전쟁을 치르느라 끌어다 쓴 막대한 빚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기 때문이죠.
존 블런트는 야망이 큰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어떻게 해야 프랑스를 이길 수 있을지, 또 개인적인 야망도 채울 수 있을지 고민이었죠. 존 블런트는 영국이 현재 처한 상황을 노렸습니다.
그는 어떤어떤 방법을 동원하여—내용이 복잡해서 구체적인 내용은 스킵하겠습니다—사우스시컴퍼니를 영국 정부의 빚을 대신 갚아주는 형태의 사업으로 탈바꿈 시킵니다. 당시 영국의 국왕이었던 조지 국왕은 블런트의 빚을 대신 갚아준다는 이상적인 제안을 미심쩍어 했지만, 그는 워낙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지도자였기 때문에 에라 모르겠다 블런트를 한번 믿어보기로 합니다.
그래서 조지 국왕은 블런트의 계획을 전폭적으로 지지합니다. 블런트의 계획은 결국 국회를 통과하고, 1주당 100달러로 시작한 사우스시컴퍼니의 주식 가격은 마구 오르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거액을 들고 찾아와 주식을 샀습니다. 그 중에는 고등학생 때 우리를 괴롭힌 아이작 뉴턴 경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사우스시컴퍼니에 7,000파운드를 투자합니다. (하지만 그는 찜찜한 기분을 떨쳐내지 못하고 두 배의 수익을 낸 상태에서 주식을 처분합니다. 역시 현명한 사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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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L-E/Prompt: "사과 나무 아래에 앉아있다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마치 야구 선수처럼 다이빙 캐치를 하는 아이작 뉴턴, 인상주의 스타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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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에 달하는 광기
그렇게 주식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이제는 상류층, 하류층 할 것 없이 몰려와 주식을 사겠다고 난리였습니다. 전 재산을 바치는 사람들도 허다했고, 그렇게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 300파운드를 넘어 400파운드까지 치솟았습니다.
블런트는 금세 슈퍼스타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어주었기 때문이죠. 그는 다양한 방법으로 주식을 팔았습니다. 예를 들어 선금으로 20%만 내도 주식을 살 수 있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주식의 수요를 높일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로 하여금 마치 부자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고 느끼도록 만들었죠.
세 달도 지나지 않아 주식 가격은 1,000파운드(!)까지 올랐습니다. 그마저도 계약금으로 10%만 내면 됐고, 나머지는 4년에 걸쳐서 분할 납부를 하면 되는 조건이었습니다. 이런 이상적인 조건에 혹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고, 블런트는 영국의 영웅이 되어 기사 작위까지 수여받습니다.
"이제 준남작이 된 존 블런트 경은 영국 사교계의 정점에 서 있었다. 그리 매력적인 외모는 아니었고 꽤 거만할 때도 있었지만 그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어주었기에 이제 영국 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유명인이 됐다."
하지만 블런트가 내세운 사우스시컴퍼니의 사업 모델은 사실상 사기에 가까웠습니다. 결국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느낀 사람들이 주식을 내다 팔기 시작했습니다. 주식 시장은 광기에 휩싸여있었기 때문에 그 수는 점점 더 많아졌습니다.
블런트는 다급해졌고, 이전보다 훨씬 후한 조건으로 주식을 살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엄청 유리한 조건이었고 여기에 혹한 몇몇 사람들이 주식을 또 사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는 앞서 현명한 선택을 한 아이작 뉴턴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의 탁월한 지성마저도 FOMO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미 환상에서 깨어난 상태였고, 이 사업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눈치챘습니다. 결국 주가는 폭락했고 많은 사람들이 평생 모은 돈을 날렸습니다.
뉴턴은 이 투자로 2만 파운드를 잃었다고 하네요. 재미삼아 챗GPT한테 물어보니 지금의 한화 기준으로 30~60억 원 정도라고 합니다. 물론 너무 옛날이기 때문에 매우 러프한 계산입니다. 또 블런트를 믿고 투자했던 그의 조카는 자신의 손실 금액을 보고 결국 자살합니다.
이 이야기는 세계 최초의 주식 버블 사태로 유명한 사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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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L-E/Prompt: "사우스시 주식회사에 투자했다가 큰 돈을 날리고 절망에 빠진 채 눈물을 흘리는 아이작 뉴턴, 인상주의 스타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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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적으로 좁아지는 시야
여기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은 무엇일까요.
로버트 그린은 그 답이 (부정적인 의미에서) 인간의 "현재에 집중하는 경향"이라고 말합니다. 즉 미래를 충분히 이성적으로 내다보지 못하고, 지금 벌어지는 일에만 사고가 매몰되어 근시안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눈앞에 닥친 것, 감각에 들어오는 것에만 사고의 범위를 한정한다면 우리는 단순한 동물의 수준으로 전락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퍼즐의 아주 작은 조각만 보고 즉각적으로 반응할 뿐이죠. 한 유명한 투자자가 인간은 누구나 주식 투자를 시작하는 순간 원숭이가 된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이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은 주위 사람들 때문입니다. 일부러 사기를 치려는 악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든, 그저 갑자기 돈을 벌어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든, 주위 사람들로 인해 우리는 불안해집니다. FOMO가 극에 달하게 되죠. 이러다가 나만 벼락거지가 되는 거 아니야? 하는 두려움에 빠집니다. FOMO는 정말 생각할수록 무서운 정신병입니다.
로버트 그린은 이에 대해 "우리의 유일한 대책은 코앞에 쏟아지는 사건들로부터 눈을 떼고 시선을 계속 더 멀리 보도록 스스로를 훈련하는 방법 뿐"이라고 얘기합니다. 아무 생각 하지 않고 단순히 '반응'을 하는 게 아니라,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해보고 더 큰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말이죠.
실제로 투자, 인간관계, 진로 등에 있어서 우리가 간혹 저지르는 큰 실수들은 순간의 반응에 의해, 즉 극단적으로 좁아진 시야에 의해 범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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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적 관점 갖기
이렇게 단기적으로 반응하는 우리의 경향성은 비단 투자 뿐 아니라 삶의 다양한 부분에서도 나타납니다.
그저 남들이 다 하니까 불안해서 따라했던 경험, $%name%$님도 있지 않나요? 또 누구나 시간이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닌 것에 괜히 과민반응을 했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또는 상대방의 반응을 섣불리 해석해서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요.
사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얻고 그에 따라 더 객관적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이, 시간이지나면서 비로소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흐름 속에 있을 때는 흐름을 보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인간이 이렇게 프로그래밍 되어있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로버트 그린은 장기적인 관점을 강조하며 이렇게 조언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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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단계가 필요하다.
첫째, 문제나 마찰 혹은 어떤 흥분되는 기회를 발견했을 때 그 순간의 열기로부터 한 발 떨어지는 훈련을 해야 한다. 흥분이나 두려움을 진정시키는 연습이 필요하다. 거리를 둘 줄 알아야 한다.
둘째, 시야를 넓히고 또 깊게 만들어야 한다. 당면한 문제의 성격을 고민할 때 손쉬운 설명에 만족하지 않고 더 깊이 파고들며 다른 가능성들을 고려해봐야 한다. 코앞에 관심을 사로잡는 내용만 살필 것이 아니라 사건의 전체 맥락을 보도록 스스로를 다잡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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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를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갑자기 흥분시키는 것이 있다고 해도 결코 즉각적으로 반응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 때마다 자신을 다독이며 잠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특히 그 대상이 나에게 중요한 것—사람, 돈, 커리어 등—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할 겁니다.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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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튼에 생각을 정리해 보세요.
$%name%$님이 장기적인 관점을 지니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나요?
시야를 넓히기 위해, 사고의 폭을 깊게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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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접한 책/글/영상 중 좋았던 것들을 가볍게 공유드립니다. 휴튼을 만드는 저 인간은 평소에 어떤 글을 읽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면 지금 참여해 보세요!
(참여코드 : heuto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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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레터 어땠나요?
모르셨겠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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