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성.. "스타트업병" "백종원님의 말처럼" "런웨이는 얼마나 남았나" 💠 스마트폰에서 레터 볼 때 아래 '웹보기'를 누르시면 조금 더 편합니다. |
|
|
Season 7 | 샌드박스 | 이필성 | 27 Nov |
|
|
[샌드박스 네트워크] 이필성 대표가 말하는 샌드박스의 구조조정과 반성 |
|
|
지난 11월 24일에 아래 뉴스가 나왔습니다.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던 샌드박스네크워크가 결국 권고사직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잔류하는 직원들도 향후 재택근무 없는 집합근무 체제로 근무하게 되고 경영성과 정상화 이전까진 연봉협상이 없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중략]...24일 샌드박스네트워크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어제 이필성 대표와 경영진이 전사 타운홀 미팅을 통해 사업조직 재편과 인력 감축, 향후 운영방침 등을 공개했다"며 "퇴사 대상자로 선정된 이들에게 메일로 개별통보가 이뤄지게 되고, 통보를 받은 이들이 '동의'하면 2개월간 유급휴가를 제공하고 휴가 기간 종료 후 퇴사하는 권고사직 프로그램도 공개됐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퇴직 대상자 규모가 얼마인지를 사측이 공개하지 않아 얼마나 많은 이들이 회사를 떠나게 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나, 인력감축과 재택근무 폐지, 연봉협상 중단 등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임원들의 승진 인사가 이뤄지는 등 직원들 정서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MTN뉴스, 11월 24일 '샌드박스네트워크 구조조정 돌입.. 빛잃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기사가 나간지 하루 지난, 25일 저녁 늦게 이필성 샌드박스 대표를 만났습니다. 창업가로선 가장 인터뷰를 하기 싫은때였을테지만, 이 대표는 쫌아는기자들과 만났습니다. 구조조정, 권고사직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구조조정, 권고사직이란 말은 무거운 단어입니다. 유튜브, 트위치 등 콘텐츠 플랫폼에서 영향력이 큰 크리에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스타트업 샌드박스가 흔들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샌드박스는 직원이 600명 가까이 되는데다 매출도 1000억원이 넘는, 국내 MCN(멀티채널네트워크) 빅3입니다. 불편한 인터뷰는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
|
|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 /샌드박스네트워크 제공 |
|
|
작년 적자 121억원 "관리 가능한 수준인 줄 알았다" |
|
|
-유명 유튜버인 도티와 함께 샌드박스를 창업했습니다.
“도티가 제 친구였고, 그 친구가 처음에 “나 유튜버를 해보려고 해”라고 했을 때, 저는 구글에 다니고 있었어요. 유튜브가 얼마나 빠르게 크고 있는지 보고 있었고요. 당시 유튜브는 강남스타일이 나왔을 때였고, 예능짤이나 영화리뷰가 주로 소비되고 있었어요. 그런데 대도서관 같은 아프리카 BJ분들이 유튜브로 넘어오기 시작했고, 트래픽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었죠.
블루오션이니 ‘한번 도전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도티에게 이야기하고 제가 옆에서 도우면서 일을 시작한 것이 샌드박스의 시작이었습니다.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가능성 있는 비즈니스가 되겠다”고 첫 번째 생각했고, 둘째는 크리에이터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도 알았죠.
도티 친구 중에서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느라 수입 정산, 세무, 광고 협의 같은 사업적인 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들도 많았어요. 이런 친구들에게 도움이 필요하겠구나, 사업적인 도움을 주고 이것이 사업이 될 수 있겠구나. 또 집에서 혼자 방송하다 보니 굉장히 외로운 직업이더군요. 이 친구들과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어요.
‘샌드박스 네트워크’라는 회사의 이름에는 두 개의 철학이 담겨 있어요. 샌드박스는 말 그대로 ‘모래 상자’. 어린아이들이 모래로 뭔가를 만들고, 부수고 마음껏 할 수 있듯이 크리에이터들이 마음껏 실패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을 만들어주겠다. 그래서 그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해주고 싶었어요. 또 다른 하나는 크리에이터들이 서로 힘을 합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름이 ‘샌드박스 네트워크’가 됐죠."
-최고 속도로 성장한 스타트업이지 않나요? 작년 매출이 1137억 원이었습니다. “사업을 하다 보니 ‘제작 역량을 강화해서 규모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찬성 님의 ‘좀비트립’ 같은 대형 콘텐츠(동네에서 싸움을 제일 잘한다는 일반인을 찾아가 프로 격투기 선수와 겨루는 콘텐츠)가 나왔고요. 크리에이터들이 광고를 유치하고, 굿즈를 제작하고, 커머스를 하고,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요. 디즈니는 애니메이션만 만드는게 아니라, 상품도 만들고 커머스도 하고, 테마파크도 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잖아요. 콘텐츠 소스로서 유튜브 뿐 아니라 트위티 등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개인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콘텐츠 소스로 활용해 다양한 비즈니스에 도전했습니다."
-갑작스런 구조조정은 왜? 애초에 비즈니스모델에 문제가? “사실 크리에이터들이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화장품, 패션 업체를 찾아가, 크리에이터와 브랜드 협업하자는 제안을 하면, 대개 ‘우리가 왜 유튜버와?"라는 반응이었어요. 벽에 부딪쳤고 대안으로 샌드박스가 직접 했습니다.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인하우스에서 해결하려고 인력과 조직을 갖췄어요. 그런 와중에 크리에이터 확보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대기업 계열 MCN(멀티채널 네트워크)에서 큰 돈을 주고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영입하는 겁니다. 샌드박스도 대응했습니다. 무리했습니다."
-작년 121억 원 적자, 2020년에도 73억 원 적자. 현재 직원은 560명 정도인데 비용 관리가 안 된 것 아닌가요? “적자는 예전에는 매니저블(관리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브랜드 광고를 유치해 영상을 통해 내보내는 광고 사업만 했으면 적자가 날 이유가 없었는데…. 시장에선 샌드박스도 더 빠르게 성장하길 요구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상반기 100명 정도 채용했습니다. 공격적으로 사업 규모를 확장했어요. 상반기만 해도 투자유치가 잘 될 것 같았고 투자자들도 호의적이었어요. 회사 밸류에이션도 좋았고요. 2020년 말에 기업가치 2800억 원을 인정받고 450억 원 정도 투자받았습니다.
올해는 적자가 200억 원대 수준이 날 전망입니다. 상반기만 해도, '올해도 작년 같은 투자 환경'이란 생각했고, 현재의 경영 수치 정도는 투자 유치하면 충분히 운영가능하다고만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 일부가 투자를 철회했습니다. 회사 가치도 낮추길 원했습니다. 악조건 속에서 투자받지 않더라도 생존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구조조정은 경영 기조의 변화에서 시작한 것이고요.”
|
|
|
반성..."스타트업병 있었습니다. 그게 뭐냐면" "백종원님의 말처럼 했어야했는데..." |
|
|
-3개월 전 비상경영 선언했는데도, 결국 구조조정입니다. 해법을 못찾은건가요? “일단 다른(인건비를 제외한) 비용부터 절감하려고 했고요, 시간을 벌려고 했었죠. 어떻게든 투자유치를 3개월 동안 받아보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자본 시장의 분위기가 인력이 많은 상태, 인력비용에 따른 적자가 예상되는 상태에선 선뜻 투자를 안 하겠다고 하더군요.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약속으로도 안 됐습니다. 결국 행동을 해야만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왔어요. 결국 인력 비용을 줄여 적자 폭을 줄이고, 조직개편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투자자들로부터) 들어왔고요. ‘데이터사이언스팀, 해외진출 지원팀처럼 당장 돈이 되지 않는 팀에 돈이 들어가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 자본의 입장이고요. 받아들여야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돈도 잘 벌면서 일자리 많은 회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샌드박스는 고용노동부상을 두 번이나 받은 회사입니다. 콘텐츠 회사 중에서도 500명 넘게, 고용 규모가 정말 큰 회사고요. 회사 팀원들 대부분 정규직입니다. 제가 구글 다닐 때 비정규직으로 다녀서 설움을 많이 겪었거든요. ‘이럴 거면 왜 진작 (권고사직) 안 했냐?’라고 하는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3개월 동안 시간을 벌었던 것은 개인적인 망설임도 있었어요. 정말 뼈를 깎는 느낌이었습니다. 제 감정적인 부분입니다.”
-누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회사를 떠나야 합니까. “구조조정은 사업부에 대한 축소, 매각, 사업 중단 등 3가지 형태로 있을 예정입니다. 매각 사업부는 권고사직 대상이지만, 사업부를 매수하겠다는 대상자가 있으면 협의에 따라 고용 승계로 이어지면서 다른 회사에서 일하게 될 수도 있고요. 축소와 중단 같은 경우에는 어느 정도 (권고사직) 숫자가 정해져 있고요. 정확한 숫자는 구조조정을 하면서 지켜봐야합니다. 아직 말을 하긴 어렵습니다.
내년 초까지 월 적자 폭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매출도 계속 늘어나도록 할 것이고요. 그동안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도 수익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콘텐츠 시도를 지원하고 퀄리티를 높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내년부턴 콘텐츠 자체에 대한 광고 유치도 활발하게 하면서 수익화에 집중할 겁니다.”
-무리했던 사업을 정리한다는건데요. “대표적으로 자체 브랜드를 지나치게 많이 만들고, 커머스 상품이 너무 많았다. 간식 대장(다양한 과자를 큐레이팅한 제품)도 있었고, 강아지 장난감도 만들어서 팔았고요. 생각해보면 평생 과자만 전문적으로 만들고 유통하는 사업자, 반려견 용품만 만드는 사업자들이 있었는데 우리가 잘하지 못하는 일들을 손댄 것들이죠.
양적으로 크리에이터 영입과 광고주 수와 같은 숫자에 집중한 것도 있었습니다. 예컨대 크리에이터 영입의 경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입에 필요한 비용, 수익배분이 불리해진 것도 있었고요. 광고주의 수 같은 경우도 계속 늘려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어요. ‘샌드박스? 유니콘 언제 돼? 데카콘 언제 돼? 같은 자본시장의 기대감, 같은 것들이 밀려왔죠. “광고주 하나로 되겠어? 이 채널에 광고주 10명은 되어야 해” 같은 압박이요.
어느 순간부터 조급해졌어요. 양적으로, 규모로 1등을 계속해야 한다는. 한동안 MCN을 평가하는 기준은 ‘얼마나 많은 크리에이터를 데리고 있는가, 전체 영상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가’ 였으니까요.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기업가치 극대화를 요구했어요. ‘세상에 좋은 가치를 주는 일을 해라’가 아니라 ‘기업 가치 올려라, IPO 해야 한다.’ 같은 요구도 많았고요.
일종의 스타트업 병, 그런 문화도 있었습니다. 이런 거죠. '어차피 유동성은 풍부해 돈을 아낄 필요는 없어’ 뭔가 약간 진짜 내재 가치를 만드는 것보다는 보이는 것 자체가 중요해져요. 인재 영입 경쟁도, 샌드박스는 개발자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덜했지만 다른 스타트업이나 기업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런 것도 경쟁했고요. 진짜 중요한 프로덕트와 서비스는 만드는데 합리적인 인건비 지출이나 비용적인 것들. 그 지점을 못 찾았어요. 조심스럽지만... 아마 지금 모든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공감하고 있는 문제일 것 같습니다.
예전에 백종원 대표님의 골목식당의 솔루션이 떠오르더군요. 잘 되는 식당은 고객을 버려야 한다고요. 진짜 고객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만족시킬 수 없는 고객까지 무리하게 만족시키는 걸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샌드박스에 약 450명 크리에이터가 있는데, 이제는 확장과 영입보다는 지금 크리에이터들이 압도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경영 기조를 바꿀 생각입니다. 크리에이터들이 고객이니, 소수의 고객이 감동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경영을 하려고요.”
|
|
|
떠나는 직원들의 "왜 이렇게 사업했냐"는 물음에... 3가지를 말했습니다. |
|
|
-구성원들에게는 구조조정 사실을 언제, 어떻게 알렸습니까. “이번 주 수요일(23일)에 전체 메일로 보냈습니다. 화가 난 구성원도 있었고, 본인에게 (권고사직이) 적용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구성원도 있었습니다. ‘이럴 거면 사업을 왜 이렇게 했느냐’고 묻는 분도 있었고요.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더 잘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님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마자 거시경제 쇼크가 올 것이라고 하면서 곧바로 경영 기조를 수정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어본 분이셨죠. 생각해보니 전, 단 한 번도 대표를 하면서 거시적인 위기를 겪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30살에 창업해 CEO가 처음이었으니까요. 외부 상황 영향이 있었지만 제가 오판했던 부분이고, 오판으로 구성원이 희생된 셈이고요. 퇴사는 칼 같은 해고가 아니라, 퇴사프로그램을 만들어 구직활동도 지원하는 등 점차 이뤄질 것입니다. 구조조정을 시작하고 재택근무도 없앴습니다. 콘텐츠 제작업이다 보니 모여서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내년 1월부터는 전면 사무실 출근 체제로 바꿀 계획입니다.”
-블라인드에선 일부 임원들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구조조정 중인데 누구는 승진이라니요?
“아뇨. 승진은 오해입니다. 사업부 정리와 함께 조직개편을 하면서 직함이 바뀐 것 뿐입니다. 기존 샌드박스의 전체적인 조직구조는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조직’과 ‘광고를 영업하고 콘텐츠에 녹이는 조직’으로 구분됐습니다. 그 조직 안에서 기능별로 담당하는 C 레벨과 임원이 있었고요. 이번 구조조정을 하면서 수익 극대화를 위해 조직 구조를 아예 바꿨습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팀원과 광고를 영업하는 팀원이 다른 조직에 있다 보니 서로 협업이 잘 안됐습니다. 돈을 버는 조직은 돈을 벌어야 하는데, 콘텐츠를 만드는 조직은 돈보다 콘텐츠 자체의 퀄리티에 집중했으니까요. 충돌할 수밖에 없어요.
아예 먹방 중심의 푸드 사업부가 있으면 이 사업부 안에 ‘식음료 기업을 상대로 광고 영업을 하는 팀원’과 ‘먹방 콘텐츠를 만드는 팀원’이 함께 일하도록 했어요. 이런 식으로 푸드, 게임 등 분야별로 사업부를 나누고 각 사업부과 돈 버는 일과 콘텐츠 만드는 일을 같이 고민하도록. 이렇게 하다 보니 각 기능조직의 C레벨이 사업본부장이 됐고, 그걸 국문으로 바꾸다 보니 부사장이 된 것입니다. 그들이 승진한 것은 아닙니다.”
-창업가인 본인, 그러니까 대표님는 무슨 책임을 집니까. “그동안 이야기 안 했었는데, 제 급여의 50%를 삭감한 상태입니다. 구조조정은 있지만 구성원들에게 급여 삭감을 요구할 수는 없고요. 제가 50% 삭감된 급여를 받은 지 3개월 정도 됐습니다. 오늘이 월급날이네요.”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이 다들 물을 겁니다. ‘왜 그동안 사업을 이렇게 했냐’고.
“실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첫째, 이제는 완전히 유튜브 중심으로 콘텐츠 소비 시장이 재편됐다고 생각했다. 저는 유튜브의 성장을 계속 지켜봐 온 사람이니까요. 정말 유튜브 중심이 됐으니까요. 그래서 더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둘째, 웹 3.0과 NFT 같은 새로운 것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시장이 좋았고, 저희가 했던 사업들이 반응을 꽤 얻기도 했고요. 그래서 여기엔 공격적인 투자를 해서 미래 콘텐츠 시장을 준비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했고요. 셋째, 자본시장에서 ‘너희 잘하는 것 같아, 너희가 확실히 1등이야’라고 인정해줬으니까요. 보통 자본시장은 1등 사업자를 좋아하잖아요. 1등이니까 더 많이 투자해줄게. 이런 러브콜이 많이 왔고 이 세 가지가 모두 저를 낙관하게 했다고요.
그 와중에도 세 가지 모두 위험성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고요. 첫째, 아무리 시장이 좋아도 사업과 조직이 성장하는 속도는 달라서 사업이 성장하는 속도 대비 조직이 너무 빨리 나간 것이고요. 조직 문화라든가 이런 것들을 너무 간과했던 것도 저의 실수. 두 번째는 웹3가 아무리 좋아 보여도 변동성이 너무 컸던 것. 그것도 저의 실수. 셋째 글로벌 경기 변동이 있을 수 있어 자본시장 위축이 있을 수도 있다. 이 신호들이 분명히 있었는데 그걸 낙관했던 것도 저의 실수. 제가 이렇게 세 가지 실수했다고 말합니다” |
|
|
-Nft와 웹3.0은 안 접나요. 가상화폐 시장이 이렇게 안 좋은데. “제가 가상화폐에는 엄청 보수적이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비트코인 시즌1(2017년)에 업비트 ID도 없었어요. 같이 하자는 회사도 많았는데 모두 거절했어요. 시즌2(작년)의 오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는데, 시즌1 버블이 꺼지고 살아남은 프로젝트들이 있었죠. 이더리움처럼요. 이런 기술들을 통해 크리에이터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기술적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봤어요.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같은 게임을 성장하도록 크리에이터들이 도왔는데, 그 게임을 성장하게 도운 제작자와 시청자들은 보상이 돌아가지 않아요. 예컨대 크리에이터가 NFT를 자신의 팬덤에게 주고, 그 크리에이터가 100만 구독자가 넘을 정도로 성장하면 예전에 NFT를 받았던 팬들은 초기에 투자한 대가를 받을 수도 있어요. 그냥 별풍선 쏘고 끝이 아니라요. 콘텐츠 다오(DAO)를 만들어서 크리에이터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의견을 낼 수도 있고요. 내년 상반기에 그래서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게임이 나와요. 파트너 개발사에서 만들었고, 샌드박스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기반으로 합니다.
게임 제작 사업은 축소해요. 게임을 만든 이유는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샌드박스가 만든 게임은 그 자체로는 돈을 벌지 못했죠. 예컨대 크리에이터 장삐쭈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은 대화형 추리 게임입니다. 누가 대화형 추리 게임에 돈을 쓰나요. 돈을 벌려면 장삐쭈 캐릭터가 등장하는 방치형 RPG를 만들어야죠. 하지만 지금 같은 게임으로는 쉽지 않아 축소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이 장기적으로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게이머와 콘텐츠 소비자들을 새로운 경험을 원하고 있어요. 다만 샌드박스가 이 비전을 실행할 능력과 전문성이 부족했고요. 너무 롱샷(멀리 본 꿈)이었던 것이죠.”
-샌드박스가 주춤하면 대기업이 치고 올텐데요? “대기업들도 다 어렵고, 섣불리 들어오기 어려운 사업이라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단순 PPL이 아니라, 콘텐츠와 결을 맞춰 복합적으로 광고 캠페인을 설계하는 노하우도 필요하고요."
-구조조정과 비상경영을 겪은 창업가는 무엇이 바뀌었나요. “눈치를 덜 보게 됐습니다. 그동안엔 ‘이렇게 하면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볼까, 크리에이터가 어떻게 생각할까, 주주들이 뭐라고 할까?’ 이 모든 것을 만족시키려고 했었습니다. 회사가 매출 대비 너무 유명한 회사라서 그런 것일까요. 사회적 시선도 신경 써야 했고요. 사실 사업을 못 하면 전부 의미가 없는 것이더라고요.
결국 핵심은 크리에이터들이 압도적 성공을 거두고 있느냐. 그 하나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것을 알았고요. 그래서 샌드박스 매출이 10배 늘었대, 그런 소리 듣는데에만 집중할 겁니다. 예전엔 팀원들의 변명을 들었는데, 이제는 변명을 안 듣게 됐습니다. ‘그냥 되게 하세요’라고 합니다. 목적 지향적으로 사람이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요. 원래 굉장히 우유부단한 성격이었고, 단호하지 못했던 리더였습니다. 아, 그리고 옷도 굉장히 신경 쓰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옷도 쿠팡에서 사 입었고요. 스타트업 대표에게 옷이 뭐가 중요한가. 그런 입장이었습니다. 근데 옷을 잘 입고 다니는 것도 중요하더군요. 마음가짐도 바로 하고, 좋은 인상도 남기고. 그래서 살도 빼고 머리카락도 잘랐고요. 목표로 하는 것이 명확해지니, 바뀌더군요.” |
|
|
-런웨이, 얼마 남았습니까? 크리에이터들의 불안과 동요는요. “내년 상반기까지 적자를 견딜 정도는 됩니다. 그리고 내년 상반기 중에 월 BEP(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이고요. 유동화 가능한 자산들도 아직 있고요. 내년 상반기 중 기존 주주들의 도움도 좀 받고 그러면 런웨이 자체가 문제는 안 됩니다. 실질적으로 수익이 나는 비즈니스 구조와 효율을 만들어야 합니다.
12월 5 일부로 조직개편이 실행되면 그동안 실행되지 않았던 수익들이 나올 거예요. 예컨대 그동안은 한 크리에이터를 통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광고 수익을 내지 못했거든요. 1명의 크리에이터에게 광고 구좌가 10개이면 과연 10개 다 팔렸을까요. 아뇨. 안 팔리는 것이 더 많았어요. 좀비트립 같은 히트 예능을 만들었는데, 돈 많이 못 벌었어요. 광고가 안 붙어서요. 히트작이 나오면 바로 광고가 붙어야 하는데 콘텐츠 만드는 일 따로, 광고 따로 가니까요. 대기업처럼 콘텐츠 만들기 전부터 ‘어떤 광고 붙일까’를 고민해야 했었는데 그게 없었죠.
크리에이터들에게도 사업 조직이 바뀌고, 몇몇 사업은 접는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큰 동요는 없고요, 취지에 공감하는 분도 있었고요. 이제 크리에이터에게 더 많은 수익을 안겨다 드릴 고민과 노력을 더 할 겁니다.”
-원망이 대표님에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대표님도 누군가를 원망합니까? “저도 살면서 (해고를 통보하는) 이런 일이 처음이고요. 구조조정을 디데이를 결정하고, 2주 정도 시간을 보내면서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의사결정에서 통보까지 2주 정도는 마치 헤어지기로 결심했는데 연인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그런 고민을 계속했고, 문장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고통스럽지만 결국 이렇게 됐고요. 남 탓을 하기로 하면 끝이 없고요. ‘왜 이랬어’라고 물으면 ‘어쩔 수 없었어.’, ‘어쩔 수 없었는데 그런데도 더 잘할 수 있었잖아’라고 다시 물으면 더 잘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한 번도 원망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고요. 하지만 CEO는 서운함과 별개로 생각해야죠. 주주들, 금융은 자신의 상황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고 그 정도 수준의 기대를 하고 CEO는 일해야 하는 것이고요. 투자를 받은 것은 저, 지분을 준 것도 접니다. 제가 책임 져야 하는 일이고, 감정적으로 대한다고 변하는 것도 없고요. 저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저에게 손가락질하면서 ‘왜 그렇게 했어!’라고 묻지만 잘 살아남고 증명해서 ‘우리 그렇게 허술한 놈들 아니었다’고 보여줄 거예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