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 간단 소개
인터뷰에서 밝혀지겠지만 이번 인터뷰이인 신희님과 클럽장인 저는 고등학교 같은 반 학생이었습니다. 몇 년 만에 글목일로 만난 신희님과 유년시절 추억에 대해, 유년시절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무엇이 달라졌는지 인터뷰를 나눴습니다. 대화에 가까운 인터뷰가 되고 말았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글목일 6기를 진행하며 ‘지인과 같이 참여했거나 이전 기수에서 만났더라도 친분을 과시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조항을 엄격하게 지켰습니다. 😊)
#6. 행복한 사람을 통해 행복한, 박신희님과 인터뷰
박예림: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박신희: 안녕하세요! 소소하게 행복한 사람, 박신희입니다.

박예림: 이전 인터뷰이셨던 수현님의 질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 혹은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박신희: 답변이 제 소개와 이어질 것 같아요.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이자 원동력은 저로 인해 행복함을 느끼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에요. 제 주변 사람들이 저의 곁에 머무르면서 저로 인해 행복을 느끼는 모습을 볼 때면 제 존재 가치가 빛나는 기분이거든요!

박예림: 저는 무조건 제가 행복해야 하는데 ... (웃음) 타인의 행복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거죠?

박신희: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과해지면 자신을 돌보는 일에 소홀하게 될 때가 있더라구요. 제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것에 소홀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려 노력하고 있어요. 행복을 전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저 행복을 느껴주는 모습만으로 참 뿌듯해요.

박예림: 글목일 클럽원의 유년시절을 궁금해하셨는데, 혹시 돌아가고 싶은 유년시절이 있나요?

박신희: 제가 돌아가고 싶은 유년시절은 초등학교 2-3학년 때의 시절이에요. 학교 다니면서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놀고, 집에 오면 동네 친구랑 놀이터에서 소꿉장난 하면서 또 놀고, 주말에는 가족들이랑 계곡에 놀러 가서 삼겹살 구워 먹던 시절이에요. 아무것도 모른 채 ‘언제 어른이 되나’ 싶었던 시절입니다. 

박예림: 사실 신희님과 저는 고등학교 동창이잖아요. 졸업 이후에 처음으로 나누는 카톡이 지금 이 대화이기도 하구요! 정말 신기하고 기뻐요.

앞에서 나눴던 대화를 토대로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신희님은 타인을 배려하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어요. 신희님은 고등학생 시절에도 야무지고 또래보다 성숙했고 이성과 감성의 밸런스를 잘 맞추던 사람이었어요. 그렇다면 그 당시 (고등학교 시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박신희: 고등학교 3학년 4월 즈음, 토요일에 담임 선생님과 반 친구들이랑 같이 벚꽃 구경 간 날이 생각나요. 요즘에 피어나기 시작한 꽃들을 보니 그날의 기억이 선명해지더라고요. 그때 찍었던 사진 아직도 간직하고 있어요. 그때가 담임 선생님께서 저희 반 친구들한테 정들기 시작했던 시기였잖아요. (웃음) 서로 망가지는 모습 보면서 깔깔거리며 웃기도 하고 잠시나마 아무 생각 없이 순간을 즐겼던 때가 기억에 남아요.

박예림: 저는 졸업사진 찍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윤종신의 <오르막길> 가사를 한 글자씩 들고 사진 찍었잖아요. 제가 그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했는데, 가수 윤종신님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유해주시기도 했고, 반 친구들 모두 소리 지르고 박수쳤던 기억이 선명해요.

박신희: 예림님의 번쩍이는 아이디어였죠. 두 눈 비비고 계속 봤잖아요. 그런데 3년이 지난 후에 다시 한번 올려주셨죠. 너무나 좋은 아이디어를 내주신 예림님, 그 아이디어를 빛나게 표현해준 우리 반 친구들.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네요. 기억은 미화되는 거라고, 너무 좋은 기억들만 남아있었네요. 그 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건 같이 힘들었던 친구들 덕분이죠. 끈끈하면서도 먹먹한 동지애랄까요?

박예림: 그렇죠. 타인에게서 행복을 느끼는 신희님은 더욱 그렇게 느꼈을 것 같아요. 고등학생 시절 박신희와 지금 박신희의 차이점이 있나요?

박신희: 고등학생 때는 갈등을 피하고자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배려를 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에 대한 통찰력이 생기더라구요. 선뜻 배려해줄 수 있는 사람과 굳이 배려해야 하나 싶은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어요. 그래서 배려에 쓰이는 에너지를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조금 더 많이 나누어주게 되었답니다.

박예림: 저도 최근에 다짐했던 것 중 하나가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쓸 에너지를 모아 나를 좋아하는 사람 혹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 에너지를 쓰자.'였는데 비슷한 생각을 하며 서로의 공백기동안 단단해 졌네요.

박신희: 멋진 다짐이에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박예림: 글목일 5주차에 쓰셨던 글 <안주>를 보면 인생 최초의 기억이 세 살 때, 늦은 밤 가족과 함께 앉아있던 술상 앞에서의 모습이라고 했어요. 가족과의 술자리가 불편하지는 않나요?

박신희: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 것 같으면서도, 알고 보면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은 관계가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대화하다 보면 내가 알고 있는 모습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지만, 그렇게 대화를 하면서 서로를 더 알아갈 수 있어서 가족과의 술자리는 늘 기분이 좋아요. 누구나 가족에게는 밝히지 못하는 비밀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서로가 가지고 있는 비밀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조건 없이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죠. 신기해요. 가족이라는 존재.

박예림: 가족과 꼭 해보고 싶은 건 있나요?

박신희: 저의 온전한 경제력으로 가족과 일주일 동안 국내여행을 가는 거요. 각자의 생업에서 벗어나 편안한 마음으로 주변을 음미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눈물이 고일 정도의 행복일 것 같아요. 생각만 해도 미소 지어지네요.

박예림: 추억 이야기에 신이 나서 시간이 이렇게 흐른 지 몰랐네요. 다음 인터뷰이에게 하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으로 인터뷰를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박신희: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와 원동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으니, 죽음에 대해 질문을 해볼까 해요. '자신에게 죽음이 다가오기 전에, 어떠한 준비를 하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전하고 싶습니다. 학교 근처에도 꽃이 피기 시작하겠네요. 예림님의 하루가 피어나는 꽃처럼 조금 더 풍성하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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