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팰리스> (감독 가성문)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63 〈드림팰리스〉
6월 21일 오늘의 큐 💡   
Q. 어디서 살고 싶어요?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이 일생일대의 목표가 되어버린 요즘입니다. 님도 이 불꽃 튀는 내 집 마련 전쟁에 참전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 3대 요소 중 하나인 '주(住)'에 관한 문제는 이미 더 많은 돈을 위한 투자의 한 갈래가 되어버린 지 오래죠. 오르락내리락 하는 집값에 나의 기분도 오르고 내린다면, 더구나 내가 비싸게 사서 들어온 아파트에 누군가 싸게 들어와 사는 것에 약간의 짜증이 났었다면? 〈드림팰리스〉를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요.

모종의 사건 이후 거리도 관계도 멀어진 '혜정(김선영)'과 '수인(이윤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드림팰리스〉는 사실 아파트를 차지하기 위해 악다구니를 펼치는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국민의 대다수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 사회가 만들어낸 '표준'이라는 삶의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고 있지요. 여기에 더해, 지난 2010년대에 실제로 일어난 '아파트 미분양 할인 사태'를 엮어 '아파트에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게 합니다. 

아무리 높고 큰 아파트라고 할지라도 내 마음이 불편한 이상, 살아도 사는 게 아니겠죠! 중요한 건 '어디서' 살기보다 '어디서 어떻게!' 사는 걸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인디즈가 〈드림팰리스〉를 보고 써 내려간 생각과 함께, 가성문 감독의 전작 단편을 함께 소개합니다. 

위를 바라볼 수 없음, 이웃이 될 수 없음.

〈드림팰리스〉


자동차 뒷 유리창에 붙어 있던 단결투쟁 스티커를 홀로 떼어 낸 혜정은 드림팰리스로 향한다. 혜정은 탁 트인 푸른 하늘과 건물의 꼭대기를 올려다보고, 드림팰리스 또한 그를 내려다본다. 우리는 건물의 시선에서 찍혀있는 하이앵글로부터 무엇을 떠올릴 수 있을까.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란 어떤 의미인가 생각해 볼 수 있고, 단결투쟁 스티커를 떼던 모습을 떠올리며 감히 배신자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혜정은 아파트로부터 무엇을 욕망하고 있을까. 갓 이사 온 집을 정리하는 혜정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는 그저 작은 고요함을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집 안에서 나오는 녹물이 고요를 깨고 그를 사람들 사이로 불러낸다. (중략)


영화 속에서 아파트는 주거 공간이 아닌 지위와 성취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그래서 이웃이 되는 일은 터전을 가까이하는 일이 아니라, 이익집단에 속하는 일이 된다. 하지만 투쟁에 나선 사람들이 대항해야 할 책임자들의 모습은 어떤 순간에도 비춰지지 않는다. 산재사고의 진실을 밝히는데 협조해야 할 길성하이텍의 고위직은 어떤 방식으로든 등장하지 않고, 드림팰리스의 건설사 또한 그렇다. 모델하우스의 분양상담사는 잠시 책임자처럼 보이지만, 높은 층이 아닌 1층의 구석 탕비실에서 추레하게 나오는 그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그 또한 작은 톱니바퀴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상황의 답답함을 품고 길성하이텍의 화장실 창문으로 던져진 불씨는 위로 향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바닥만을 태운다. 투쟁의 열기는 위를 향하지 못하고 1층에 놓인 서로를 향한다. (후략)


인디즈 김태현

〈드림팰리스〉

감독 가성문|112분|극영화|12세이상관람가


산업재해로 남편을 잃은 ‘혜정’과 ‘수인’은 진상규명을 위해 함께 싸운 사이다. ‘혜정’은 합의금을 받고 싸움을 멈췄지만, ‘수인’은 다른 유가족들과 아직도 농성 중이다. 남편 목숨 값으로 분양받은 아파트 ‘드림팰리스’에서 새 삶을 시작한 ‘혜정’은 ‘수인’에게 새 집을 꿈꾸라고 부추긴다. 처음엔 단칼에 거절하던 ‘수인’도 어느새 ‘드림팰리스’를 꿈꾸게 되는데… 

옆이 아닌 위를 향해

〈드림팰리스〉와 〈그녀〉

  

집, 산재보상, 회복할 수 없는 피해자의 흔적. 그럼에도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들. 〈드림팰리스〉는 거주의 문제를 통해 발산되는 인간 존엄성 차원의 고민을 그린다. 누가 이곳에서 살 권리를 얻느냐는 질문은 애초부터 적절치 않다. 우리는 왜 다르게 살아가야 하는가. 거주의 형태를 줄 세우기로 해야 한다는 생각의 근원을 찾는 물음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거시적 구조 내 피해자들이 서로의 이권 다툼에만 매몰되는 상황을 그리며, 영화는 사회적 모순이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환원하는 순간을 조명한다.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그녀’ 또한 비슷한 고민을 겪고 있다. 대신 영화 〈그녀〉는 순환의 고리보다 순간의 욕망에 철저한 개인을 그려낸다. ‘그녀’는 가사도우미지만 파워블로거다. 포토샵을 통해 옆구리살을 깎아내고, 고용주의 옷을 훔쳐 입으며 본인인 척 사진을 올린다. 보정 프로그램을 통해 지워지는 본래의 삶과 현실을 외면하는 사진의 캡션들. 남을 위해서만 사용되던 고급 식재료가 본인을 위한 만족으로 둔갑하는 블로그 속에서 ‘그녀’는 왜 자신의 삶은 고용주의 일상 같을 수 없는지 질문하지 않는다. 대신 누군가의 자리를 상상 속에서라도 뺏을 수 있도록, 현실을 환상으로 모면하고 기워내려는 노력만이 남아있다.

 

원래부터라는 욕망의 뿌리는 ‘그녀'와 혜정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드림팰리스〉 속 혜정은 아들을 위해 자기 뜻을 굽히고 회사와 합의한다. 정의를 포기하면 해결될 것만 같던 갈등은, 이사를 막는 기존 입주민들과 건물마저 자신을 거부하는 듯한 녹물의 발생으로 원점으로 돌아온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다. 가상 세계 속 자신에게 환호하고 부러움의 눈길을 건네는 사람들을 통해 ‘그녀’는 힘을 얻는다. 언론사 기자와의 인터뷰까지 약속한 그지만 이 모든 영광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두려워하는 죄책감은 마음 한편 여전하다.

 

〈드림팰리스〉 개봉에 앞서 2012년, 〈그녀〉가 발표됐다. 둘 사이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녀’와 혜정은 얼마나 다른 문제를 안고 있을까. 정의와 현실이 선택의 문제처럼 그려지는 지금, 우리는 선택지를 쥐고 있는 자들을 바라봐야 한다.


인디즈 이수영

〈그녀〉 

감독 문성혁|17분|극영화


부잣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중년의 여자. 행복한 주인집 여자가 부러운 그녀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에 비밀스런 행동을 하는데…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영화로 사회를 완전히 바꾼다거나 하는 목표까진 없다. 내가 정치인은 아니니까. 우리 사회의 그늘을 포착해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까지다.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처럼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교조적인 태도로 특정 메시지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현실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냐 마냐의 영역은 영화를 본 관객에게 달린 것 같다."
〈드림팰리스〉를 연출한 가성문 감독은 영화에서 '을'과 '을'의 복잡한 싸움을 보여줍니다. '갑'에 맞서 싸워야 하는 이들이 '우리'가 되지 못하고 흩어지게 되는 풍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지요. 그런 가성문 감독의 전작 단편 〈누렁이들〉을 소개합니다. 동물권에 대해서 얘기하는 〈누렁이들〉은 어찌 보면 가성문 감독의 평소 생각이 고스란히 들어간 작품이기도 하지요. 꾸준히 세상의 문을 두드리는 영화들의 시작이 될지도 모를 〈누렁이들〉을 아래에서 만나보세요. 
〈누렁이들〉
감독 가성문│29분│극영화│2016

동물보호단체에서 일하는 ‘나운’, 어느 날 신고를 받고 폐가에 갇힌 개들을 구조하러 간다. 하지만 사유지라는 이유로 들어가지 못한다. 결국 몰래 들어가 개를 구출하는 도중, 폐가 안에서 맹견에 물려 죽어가는 독거노인을 발견한다. 모두가 머뭇거리는 사이 ‘나운’이 노인을 구해낸다. 
오늘의 이야기가 재밌었다면, 구독페이지를 친구에게도 소개해주세요!
우리를 만나는 영화관, 인디스페이스
indie@indiespace.kr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76, 와이즈파크 8층 02-738-0366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