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 상쾌한 이웃, 탈출구, 파는 방법

제자리에 있다는 감각을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똑같은 나인데 더 환영받고, 인정받는 곳이요. 내가 나인 게 별로 이상하지 않을 때, 내 본연의 색이 표현되는 것 같아요. 그럼 훨씬 밝고 사랑스럽고 자유롭게 되고요.


독서모임에서 제자리를 키워드로 도시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집, 바로 곁에 있는 사람, 커뮤니티로 주제가 확장되었어요. 뉴욕 거리에서 디자인이 잘 된다는 이야기, 글을 라이프치히의 공기 속에서 마무리하기 위해 독일에 가기로 했다는 말이 기억나요. 감정과 생각이 훨씬 자유롭게 흘러나오는 환경이 분명 있어요.


엉뚱 상쾌한 이웃이 되고 싶다고, 사회의 나와 주거 공동체 안의 내가 꼭 섞이지 않아도 좋겠다던 이야기, 그리고 물리적 집, 아파트 브랜드 같은 것이 아니라 마음이 쉴 수 있는지 같은 심리적 공간감각이 더 중요해지면 좋겠다는 말도 메모해 둬요.


광명집은 나를 닮은 곳이고, 창작자로서 저의 정체성이 가득한 곳이에요. 페브릭, 물감, 노트북, 카메라, 아트북, 진과 시 등 창작물과 창작 재료들이 여기저기서 영감을 줘요. 이런 집을 가졌다는 게 새삼 감사해지기도 했어요. (그리고 사진을 많이 찍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궁금해하시는 분들께 딱 보여줄 수 있도록이요.)


그럼에도 아직 한국 사회에서 집은, 여전히 부동산이라는 말로 치환되는구나 싶기도 했어요. 어디에 산다는 말이, 어느 곳에서 자랐다는 소개가 얼마만큼의 부를 누려왔고, 가지고 있는지 바로 알려줬어요. (이런 현실의 문제가 실감될 때는, 집을 사는 경험을 빨리 해본 게 다행이다 싶어 마음을 쓸어내리기도 해요. 아니라면 기준을 잡지 못하고 수많은 선택지에 짙눌리고, 말 한마디에 온통 흔들렸을 것 같아요.)


일련의 대화 속에서 머리가 팽팽 돌아가고, 하나의 주제를 다각도로 바라보며 질문과 관심사가 뻗어나가는 게 느껴졌어요. 삶이 쌓이는 공간으로서 집과 도시에 대해 더 배워보고 싶다는 다짐도 조금 더 단단해졌고요.


나에게 꼭 맞는 자리에 나를 두고 싶어요. 제멋대로 천방지축 뛰어다녀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마음 따라 내달리고 싶을 때 같은 방향으로 세게 부는 바람처럼 등을 밀어주는 환경이요. 나아가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효능감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제자리감각, 다음으로 이번 주 제 맘을 흔들었던 건 탈출구라는 단어예요. 싫은 상황을 만났을 때 적극적인 도망을 계획하고 있어요. 굳이 직면하고 노려보며 내 안의 좋은 마음을 소진시켜 버리는 것보다, 때로는 멀리 훌훌 털고 떠나버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글은 저의 탈출구고, 내 마음이 어떤 맥락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는지 보여주는 도구예요. 과거의 나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인데, 그때 쓴 글을 지금의 내가 도저히 똑같이 써낼 수 없다는 점에서 같은 존재지만 다른 사람, 클론이랑 대화하는 느낌도 들어요.


부모님의 시안은 다른 삶의 모습을 상상하게 해 줘요. 지금 삶이 싫다면 이런 모습도 있다고, 그곳에 충분히 머물다 지치면 넘어오라고 하는 듯해요. (물론 제 삶은 아직 서울에 있지만요. 서울만큼 재밌는 도시는 아직 만나지 못했어요.)


탈출구를 좀 더 알차게 단단하게 가꾸는 게 요즘 목표예요. 단단한 뒷배 같은 거예요. 나를 잃을 정도로 굽신거리거나 무언가를 지키지 못해 내려놓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위기 상황에 지금 놓여 있다는 말은 전혀 아니에요. 오히려 반대죠. 진짜 위기 상황에는 무언가를 대비할 수 없다는 거 아시죠?)


미술관 실무를 익힐 수 있는 교육을 신청해 뒀고, 사진이나 글같이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에요. 사방으로 궁금한 걸 향해 튀어가는 마음을 붙잡아 앉혀 놓고 우선순위를 생각하게 하는 중이에요.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질문 앞에 섰어요. 내 서비스를 어떻게 팔 것인가, 지금까지는 도무지 돈에 관심 없는 사람처럼 글을 쓰고 sns를 운영하고 그랬는데요. 이제 분발할 때예요.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에요.


8월이 가기 전 어떻게든 돈을 벌어 보려고요. 뭐 하나라도 팔아서, 고객을 만나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법을 고민해 올게요.

귤껍질 드림
essayhee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