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하는마음 #신간소개 #주말에뭐읽지 #시사인
💌   2022년 1월20일 88호
✏️   책, 책방, 사람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Photo by Jo Hilton on Unsplash
'할 수 있다'와
'할 수 있을까' 사이를 
헤매고 있는 당신에게
서라미 지음, 제철소 펴냄

최근 K드라마가 해외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떠오른 궁금증이 있다. 〈오징어 게임〉 속 ‘깐부’, 〈지옥〉 속 ‘화살촉’은 해외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전달되었을까? 호평보단 어색하다는 평이 많다. 그 지역의 문화를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속어와 은어, 말장난을 알파벳 40자 안에 꼭 들어맞게 바꾸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영화 〈기생충〉 번역가로 알려진 달시 파켓은 이 과정을 “고통스럽다”라고 표현했다. 그가 꼽은 ‘번역가에겐 악몽 같은 한국 영화 6편’의 목록과 그 명대사들을 떠올려보면 그 고통을 조금 알 만하다. 〈타짜〉 〈친구〉 〈황산벌〉….


저자가 언어 너머에 깃든 마음을 옮기는 통번역사 열 명을 만나 기록한 이야기다. 번역은 달시 파켓의 말처럼 완벽하지 않음을 감내해야 하는 일, 타협하고 절충해야 하는 일, 때로 청자의 편에 서야 하는 일(수어 통역사), 때로는 개입하지 않는 직역이 지상과제가 되는 일(법률 통역사)이다. 통번역의 세계가 이토록 심오하고 다양하다는 사실에 몇 번이나 놀랐다. 저자 역시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번역에 관한 거의 모든 지식과 비유를 인용해 이들의 삶을 ‘번역’해낸다. “번역은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일이지만, 언어만 옮기는 일은 아니다.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에 존재했을 생각의 덩어리를 가늠하는 일이 번역의 진짜 출발점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언어는 언제나 힘이 있다.


저마다 다른 삶 속에서 저자가 발견한 건 ‘완벽한 번역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말이 왠지 모를 울림을 준다. 끊임없는 고민과 아쉬움, 후회도 어쩌면 일의 자연스러움이라 말하는 것 같았다. 돌이켜보면 세상의 많은 일이 ‘눈앞에 놓인 계단을 올라야 하는’ 일이 아닐까. ‘할 수 있다’와 ‘할 수 있을까’ 사이를 정처 없이 헤매고 있는 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번역가 열 명이 자신의 일을 “마법 같은 순간”이라고 표현한 순간들이 있었다. ✍🏼 김영화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주목한 책
중독에 빠진 뇌 과학자
주디스 그리셀 지음, 이한나 옮김, 심심 펴냄
향정신성 물질을 즐기는 이들에게 정말 끔찍한 사실은 뇌가 적응한다는 점이다.

중독은 15세 이상 인구 중 20%가 겪는 보편적이고 심각한 건강 문제다. 미국은 중독을 예방·진단·치료하기 위해 에이즈의 다섯 배에 달하는 보건비용을 쓴다. “중독에 빠지게 되는 경로는 중독자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경로가 무엇이든 모든 중독의 기저에는 뇌의 ‘신경적응’ 원리가 있다. 만성 약물중독자였던 저자가 뇌 과학자가 된 이유다. 책은 대마, 아편, 각성제 등 익숙하거나 낯선 각종 약물을 들여다본다. 결론은 ‘착한’ 약물은 없다는 것이다. 뇌의 적응력은 무한하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약물을 주입하더라도 결핍과 갈망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약물중독만큼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려주는 것은 없다. 책 자세히 보기 >>
금주 다이어리
클레어 풀리 지음, 허진 옮김, 복복서가 펴냄
나 자신이 싫다. 무언가는 바뀌어야 한다.

새해 결심을 생각하고 책을 펼쳤다가 저자를 응원하게 됐다. 직장에 있을 때는 아이들을, 아이들과 있을 때는 일 생각으로 가득하던 그는 어느 날 무의미한 경주를 끝내고 전업주부가 되었다. 몇 년이 지나자 자신을 잃은 기분이 들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알코올에 깊이 의존하고 있었다. 매일 와인 한 병 이상을 마셨다. 삶이 쪼그라들었고 무엇보다 처음의 결심이었던 ‘좋은 엄마’와 멀어졌다. 신경을 무디게 만들 알코올이 필요했던 근본적인 이유다. 그가 블로그 ‘엄마는 남몰래 술을 마셨다’에 금주 일기를 남겼다. 저자가 소개하는 금주의 장점은 셀 수 없이 많지만 머리카락마저 풍성해진다는 부분이 유독 끌린다. 책 자세히 보기 >>

코즈믹
세이료인 류스이 지음, 이미나 옮김, 비고 펴냄
오늘 밤도 사냥터에 먹잇감들이 찾아온다. 사냥감이 되는 줄도 모르고 반드시 찾아온다.

‘오타쿠’라는 현상을 통해 현대를 분석해온 일본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의 책을 읽다 보면 작가 ‘세이료인 류스이’와 그의 소설인 〈코즈믹〉이 가끔 등장한다. 〈코즈믹〉은 1990년대 중반 일본에서 출간될 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추리(?)소설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일본 장르소설 팬들 사이에서도 지난 20여 년 동안 무수한 입소문만으로 돌아다니다가 이번에 드디어 번역되었다. 웬만한 벽돌 두께인 이 소설의 내용은 단순하지만 복잡하다. 일본에서도 1990년대 중반이란 시대의 징후를 담은 ‘괴작’으로 평가되었던 만큼 ‘가깝지만 먼 이웃나라’를 진지하게 분석하기 위한 텍스트로 읽힐 수도 있겠다. 책 자세히 보기 >> 
벤저민 레이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갈무리 펴냄
"벤저민 레이는 역사에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영웅은 아닙니다."

1682년 영국에서 태어난 벤저민 레이는 키가 1.2m에 불과한 장애인이었다. 교육은 거의 받지 않았으며 12년 동안 런던 템스강에서 선원으로 일했다. 그는 도토리와 복숭아를 주로 먹는 채식주의자였고 동물을 착취하지 않기 위해 말을 타지 않았다. 노예제 반대 운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앞장서서 노예제를 비난했고,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다고 말하는 페미니스트이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여성 신도 자리에 앉아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서로 다른 퀘이커교 회의는 그를 네 번이나 파문했다. 하지만 결국 퀘이커교는 노예제를 폐지한 최초의 집단이 됐다. 벤저민 레이의 삶은 그 자체로 흥미롭고 인상 깊다. 책 자세히 보기 >>
이 모든 일의 무의미함에 관해 이야기한 후 빌에게 도대체 왜 내가 이런 일을 시도라도 해야 하는지 물었다. 내 말이 끝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던 빌은 언제나처럼 짧은 격려의 말을 해주었다. 

"그게 바로 너의 일이니까. 닥치고 가서 할 일을 해."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김영사 펴냄)

앞에 놓인 일을 한 번씩 가늠할 때마다 막막해서 차라리 사라지고 싶을 때, $%name%$님도 있으신가요? 일을 잘하고 싶다는 바람과 잘할 수 없을 거라는 낙담은 단짝이라 내가 나인 게 정말 싫어지는 시간을 마주하곤 합니다. 몇 년 전에는 그런 시간이 그저 막막했다면 요즘은 압니다. '성실하게' 견디면 지나간다는 걸요. 지나가면 나아진다는 것도요. 꼭 좋아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역시 알게 됩니다. 

13년 전 저는 가난한 대학생이었습니다. 신문도 재밌지만 주간지는 더 재밌어서 어떤 월요일에는 밥을 사 먹는 대신 가판에서 주간지를 산 적도 있었습니다. 한정된 지면 안에서 ‘놀아야' 하는 글은 품위 뿐만 아니라 밀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간지는 저에게 꽤 자주 ‘사치품'이었습니다. 덜컥 <시사IN> 정기구독을 신청해두곤 구독료가 하염없이 밀리던 어느 날, <시사IN> 지면에서 인턴기자 모집 광고를 봤습니다. 자기소개서 첫 줄을 이렇게 썼습니다. “인턴 활동비 받으면 밀린 구독료 내겠습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입니다만, 당시 미납금을 독촉한 적 없었던 회사는(알고보니 그럴 인력과 정신이 없더라고요 ㅎㅎ) '돈을 내겠다'는 자기소개서에도 큰 흥미를 느끼지 않고 탈락 서류로 분류해 옮겨뒀다고 합니다. 이런 걸 운명의 장난이라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뒤늦게 사무실로 돌아와 인턴 서류를 검토하던 한 선배가 “아니 구독료 낸다는데 일단 오라 그래봐”라고 해서 저는 그해 여름 <시사IN> 인턴기자로 회사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오래 전 이야기를 꺼낸 건, 오늘의 누군가도 저와 비슷한 시기를 보내고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시사IN> 구독료는 예전의 제가 그랬듯 부담스러운 몫돈일 것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시사IN> 독자들 중 어떤 사람들은 그런 '동료 시민'을 위해 대신 구독료를 내기도 합니다. 양질의 뉴스가 일부만이 누리는 ‘사치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많은 분들이 매체 나눔 캠페인 나눔IN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1년 나눔IN으로 모인 돈은 모두 1566만원. 덕분에 87명에게 1년간 ⟨시사IN⟩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어렵지만 꿋꿋하게 버텨주고 있는 동네카페, 동네책방처럼 ⟨시사IN⟩이 놓여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은 공간이 있습니다. 구직과 진학을 준비하는 청소년 및 청년들에게 ⟨시사IN⟩이 보여주고 싶은 세상도 있습니다. ⟨시사IN⟩을 구독하고 싶어도 형편이 닿지 않아 망설이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매체 나눔 신청하기). 2월28일까지 신청 받은 후, 3월 중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요즘 저는 하루 중 일부를 트위터에 "20대 여자"라는 키워드를 검색해 나오는 각종 스팸 계정(주로 '조건 만남')을 차단하고 신고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책 제목을 잘못 지은 것 아니냐고 했지만 저는 아무래도 세상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20대 여자> 텀블벅 펀딩도 이번 주면 끝나네요. 인쇄 사고가 나는 악몽을 꾸곤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책이 잘 되려나 봅니다. 함께 작업하는 신용진 디자이너와 김영은 편집자에게는 "늦는 것보다 틀리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당부 했습니다만, 내심은 빨리 여러분께 보내드리고 싶답니다. 잘 마무리 해 곧 찾아뵙겠습니다. 
✍🏼 장일호 드림 
펀딩 마감 D-3
<20대 여자>는 텀블벅에서
가장 먼저 만나실 수 있습니다

18~29세 여성은 2020년 총선 기준 약 330만표, 전체 유권자의 8.5%에 해당합니다. 2022년 대선에서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부동층을 확실히 잡는 후보는 최대 165만표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향한 유력 대선주자들의 전략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가올 3월9일 대통령 선거에서 20대 여성의 표를 가져갈 후보는 누가 될까요. 

🎁 정켈x시사IN북 "우리는 홀로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때로는 거기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동료이기도 합니다. <20대 여자>가 보여주고 있는 '제 동료'들의 모습에서 20대 여성인 저 역시 힘을 얻습니다. 살아갈 만한 세상은 우리가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이 각자 따로, 그래서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그렸습니다." >>>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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