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님💬

큰 사회 앞에서, 저는 너무나도 미약한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좋은 어른이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좋은 어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모르는 사람부터 제 주변 사람까지, 가능하다면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지식적인 측면이 됐든, 아니면 한 인간으로서든 어떠한 형태로라도요. 제가 만났던 좋은 어른들처럼 받은 것을 돌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서영님💬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회적인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 하는 말에는 힘이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제가 언론인을 꿈꾸는 이유도, 제가 생각하는 것들은 저에 대한 신뢰가 쌓였을 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서 저희가 배우고 생각했던 것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퍼뜨리는 ‘민들레 홀씨’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수지님💬

제 옆에 있는 한 사람을 살리는 일에 힘쓰고 싶어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그런 일이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인 것 같고요. 그래서 한 사람에게 필요한 말들을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친구들과 인생에 있어서 목표를 얘기할 때 항상 하는 말이 있는데요. ‘지혜롭고 깨어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예요. 나이가 들면 치열하게 살고 있을 어린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하나씩 쌓은 경험들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주미님💬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 종종 부모님이 가볍게 술을 한 잔 하실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언니와 저는 알로에 음료나 레모네이드를 마셨었는데요. 언니가 스무 살이 되어서 저 혼자만 음료수를 마실 때 너무 서운하더라고요. 집에 맥주 한 박스가 쌓여 있는데, 함께 즐길 수 없는 서운함에 울었어요. 그 뒤로는 아빠가 알로에를 한 박스로 사 오셨어요.

서영님💬

새벽 산책을 해보고 싶어요. 통금이 있어서 아직 못 해봤거든요. 그런 작은 일탈 같은 걸 즐겨보고 싶고요. 그리고 아빠를 태우고 직접 운전하고 싶어요. 학교에서 집까지 거리가 멀지는 않은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돌아가서, 아빠가 항상 등하굣길을 태워다 주시는데요. 아빠는 언제나 운전석에만 계셨던 것 같아서 제가 한번 모시고 어디든 다녀와보고 싶어요.

수지님💬

1박 이상의 여행을 가고 싶어요. 친구들과 여행을 자주 가곤 하는데 청소년이라 당일치기로 다녀왔었거든요. 거의 새벽에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놀다가 오는 여행을 해요. 그래서 성인이 되면 1박 2일이나, 2박 3일 동안 여행을 다녀와 보고 싶어요. 또 제가 춤을 추는 걸 좋아해서, 건전한 클럽에 가서 딱 30분 동안만 자유롭게 춤만 춰보고 싶어요.

서영님💬

친구가 영화 <소울>을 보여준 적이 있어요. 주인공이 간절하게 원했던 재즈 밴드로 데뷔하게 되는 장면에서, 그렇게도 꿈꿔왔던 일인데 그만큼의 기분이 들지 않는다고 얘기하거든요. 저도 그런 느낌이 들 것 같아요. 너무 꿈꿔오던 거라 오히려 감흥이 없을 것 같아요. 영화를 보고 친구가 '우리는 살아있는데도 살아있는 걸 원하면서 사는 느낌'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저도 사회에 첫 발을 내딛게 되면, 사회에 속해 있음에도 소속되길 원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주미님💬

구체적인 직업을 꿈꾸고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어떤 형태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게 될지 모르겠어요. 여행을 다닐 수도 있고, 창업을 할 수도 있고요.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서 사회에 나왔다는 느낌이 어느 시점에서 들 지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생각해 본다면, 느낌이 묘할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돈을 못 벌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할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사회를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무모함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는 것과 경험하는 건 다르니까, 사회의 냉정함을 느끼게 되면 무너지게 되겠죠? 그렇지만 무너지고 헤매도, 언제나 그랬듯  길을 찾아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수지님💬

솔직히 말해서 조금 무서울 것 같아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이우 학교를 다녀서 지금 5년째 대안학교에 머무르고 있는데요. 내년까지 포함하면 6년인데, 제 인생에서 정말 많은 비중을 차지한 공동체잖아요. 그래서 일반 중학교, 일반 고등학교, 사회의 분위기를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무섭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잘 해낼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들어요. 또 제가 인복이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듣거든요. 사회에 나와 좋은 분들을 만나다 보면, 이겨내고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미님💬

수지랑은 천천히 친해졌고, 서영이랑은 세월호 참사 준비위원회를 할 때 만났어요. 저는 눈물이 많은 편인데, 처음 서영이를 만난 날에도 세월호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 눈물이 났어요. 울면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서영이가 저를 안아주는 거예요. 그러면서 이런저런 말들을 많이 해줬는데, 그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집에 가서도 엄마께 “여기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라고 신나게 얘기했어요.

작년에는 제가 총학생회장을 나가려고 당을 꾸린 적이 있어요. 그때도 서영이와 수지에게 어렵게 부탁을 했는데, 흔쾌히 함께해 줬어요. 거의 모든 방과 후에 모여서 학교에 대한 얘기와 공약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요. 이 친구들은 언제나 든든하고 단단하게 제 곁에 남아있어 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쉽게 무너지고 일어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에요. 그럴 때마다 수지, 서영이랑 얘기를 많이 해요. 그래서 저의 고민이나 생각을 이 친구들과는 모두 나눠요. 그때마다 다시 사랑을 결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서영님💬

인연을 이어간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든다는 걸 최근에 깨달았어요. 저는 일반 중학교에서 이우 학교로 진학하게 됐는데, 중학교 친구들과는 거의 연락을 안 해요. 그래서 인연을 오래 이어간다는 게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거든요. 주미, 수지와는 계속 인연을 이어가면서 함께 사랑을 꿈꾸고 싶어요. 온전한 저의 모습을 봐주는 친구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껴요. 

수지님💬

서영이와 주미는 가장 정직하게 사랑을 말하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저는 되게 무덤덤한 성격이거든요. 이전에는 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친구들을 만나면서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친구들이 “함께 사랑하자”라고 말해주었고, 영향을 받아 저도 함께 같은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주미님💬

이번 인턴십 활동을 통해 사회에 연결되는 경험을 하면서, 제 방향성을 이룰 수 있는 많은 방법과 도움을 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그러면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어요. 나는 힘들어도 어떻게든 이겨낼 거고, 끝없이 무너지고 좌절하겠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라고요. 저처럼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에 대해 알아내고 나만의 회복 방법,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을 찾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서영님💬

어제 수지가 했던 말을 인용하려 해요. "인턴십 계획서를 냈던 순간을 떠올려 보자. 우리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해 왔어. 그 고민의 끝이 확신일지, 혼란일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결국 우리는 각자의 옳은 답을 찾을 거야. 그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회초년생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계속 고민하고, 확인을 얻었다가도 혼란스럽고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되겠죠. 그렇지만 결국엔 모두 옳은 답을 찾을 거라고 믿어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길 바라고, 그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스트레터가 끝나도, 독자분들끼리의 유대감이 끝나는 건 아니었으면 해요. 소중한 인연이 생긴 만큼, 여전히 고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집합체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수지님💬

서영이가 언급한 문장을 생각하기까지 긴 시간을 고민했던 것 같아요. 인턴십을 함께한 친구들에게 위원장으로서 어떤 울림이 되는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글을 썼는데요. 사실 인턴십을 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깨지고 불확실한 상황에 불안해하면서, ‘내가 과연 사회에 나가게 된다면 잘 적응해 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저는 서영이와 주미, 또 이우학교 친구들이라는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요. 사회에 벽에 부딪쳐 힘들 때, 내가 돌아갈 곳을 떠올리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스트레터는 더 다정하게 세상의 좌절을 어루만져주세요. 저희는 또 다른 공간에서 더 무모하게 세상의 희망을 외쳐보겠습니다."

새알과의 인터뷰 대장정이 끝났어요. 마지막으로 저희가 받은 문자 메시지에는 위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요. 저희가 과연 뽁뽁님의 좌절을 어루만져 줄 수 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었어요.

12월은 참 묘한 달이에요. 한 해가 갔다는 것 만으로도 어딘가 모르게 뭉클하고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가, 새로 다가오는 1월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하니 말이죠. 스트레터는 비록 2024년을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지만, 계속해서 세상에 질문을 던지며 멋지게 성장할 새알 친구들의 2025년을 응원하며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참여해 준 새알 친구들과, 읽어주신 뽁뽁님께 무한한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