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장사가 잘 되는 건데?!” 인터뷰를 진행하며 영화 속 대사가 떠올랐어요. 고장 난 장난감만 수리하고 다시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돌아가려 했을 뿐인데, 자꾸 의도치 않게 사업이 커져서 못 돌아간 대표님. 오늘은 고장 난 장난감들이 다시 필요한 아이에게 가도록 장난감을 수리하고 자원 순환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를 소개할게요. 어쩌다 보니 장난감 순환을 통해 취약계층 아동의 장난감 빈부격차 문제, 노인 일자리 문제, 환경 문제를 해결하게 된 코끼리공장 이채진 대표님의 이야기입니다.

대학원생 시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헤크먼 박사의 논문을 접했다. 5세 미만 시기에 개입해 빈곤의 대를 끊을 기초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는 연령별 장난감 보유 개수가 발달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도 있었다. 졸업 후 아동복지 분야에서 근무하며 취약계층 아동들의 가정환경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취약 아동은 영유아 시기부터 큰 자극의 차이가 벌어지며, 일반 아동 대비 인지, 신체 역량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바빠서 아이에게 피드백을 잘 못해준다면, 이 역할을 대신해줄 적절한 장난감이 필요하다.

(클릭) 코끼리공장 공식 홈페이지 / 울산 매장 전경 및 이채진 대표 모습 © 코끼리공장

각 지역단위로 장난감 순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판단해 장난감 수리단을 만들었다. 사실 장난감 수리단의 1번 목표는 수리보다도 ‘아버지들의 양육 참여’와 ‘시니어-아동 간 세대 교류’였다. 지역 내 아버지들을 모았다. 장난감 수리단에 참여한 아버지의 자녀는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100만 원 상당의 발달 검사를 무료로 받고, 이곳의 장난감도 다 이용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었다. 본인의 참여로 자녀에게 도움이 되니 양육 효능감이 생겼다. 시니어 분들은 장난감 수리단을 하며 체험 교육 진행 등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시간을 만들어 공동체 회복을 도왔다. 사회에서의 자신의 역할이 생기니 자존감이 높아졌다.

코끼리공장 시니어 장난감 수리단 모습 © 코끼리공장

퇴직한 중장년층 직원들의 반응이 특히 좋다. 고장 난 장난감이 본인과 참 닮았다고 하신다. 퇴직 후 ‘난 여전히 멀쩡한데 이렇게 버려지는구나’ 싶어 세상과 단절되는 기분이었다고 하셨다. 장난감을 수리해 다시 세상에 내보내면서 ‘나도 아직 이 세상에서 쓸모가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하신다. 다들 아이들과 미래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보람을 느끼신다.

(클릭) (Youtube) 국내 최대 장난감 쓰레기통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 © 하이머스타드

매년 국내에서 120톤가량의 장난감이 버려진다. 장난감은 수거 체계를 갖추기 어려워 환경부 포기 품목에 있다. 여러 소재가 섞여있고 스티커도 붙어있어 선별이 어렵다. 코끼리공장은 1차 수거 거점에서 수작업 소재 선별 후, 최종 재생 소재 공장에서 500여 명의 시니어 분들과 초분광선별 기술로 더 정확히 선별한다. 보통 70%는 멀쩡해 수리 후 내보내고, 나머지 30%를 분해해 다른 장난감을 다시 살려내는 부품에 쓴다. ABS, PP 등의 소재는 재생 소재로 만들어 업사이클링 제품(가구, LED 조명 등)이나 환경교육 교구(브릭, 화분, 키링 등) 제작에 쓰이고 있다. 생각보다 소재가 많이 모인다. 한 거점당 한 달에 5톤씩, 지금은 6개 거점이라 한 달에 30톤씩 모인다.

새활용연구소 선별 모습 / 재생소재 모습 / 업사이클링 가구 모습 / 업사이클링 장난감 '코봇' 모습 © 코끼리공장

장난감을 직접 기부하며 나눔을 실천한다. 환경 동화 영상을 감상하며 교육받고, 기부한 장난감이 어떻게 순환되는지 알도록 간단한 장난감 분해와 선별을 직접 해본다. 분해된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관람하고, 재생 소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브릭/화분/키링 만들기 등의 체험을 한다. 보통 교육에 관심이 높은 부모들이 얼리어답터처럼 프로그램을 신청하신다. 참여 연령도 다양하고 특히 교육청, 재단, 은행권, 기업 관계자들이 만족도가 높다. 현재 거점당 연간 1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교육받는다.

환경 체험 교육 진행 모습 © 코끼리공장

소독수 세트 모습 / 기부 장난감 수거 모습 © 코끼리공장

처음에는 그냥 ‘이 문제만 해결하면 다시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돌아가야지’ 생각했다. 일단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길래 만든 서비스였다. 홍보도 일부러 열심히 안 했는데 울산에 있는 거의 모든 직장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다들 이런 서비스가 필요했다. 게다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터지면서 갑자기 검사 기준에 부합했던 우리 소독약 인기가 많아졌다. 그때 울산 어린이집 600여 곳이 다 이 제품으로 바꿨다. 끝나갈 때쯤에는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또 주문이 빗발쳤다. 아동계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매번 수익으로 장난감 나눔을 했는데, 자꾸 사업이 커졌다. 이제는 다시 못 돌아가는 지경이 되었다. 이 정도면 이게 내 운명인가 싶다.

자원봉사 단체부터 시작해 11년간 장난감 수리 및 순환 사업을 무상으로 진행했다. 사회적으로 자원순환 인식이 확대되었고, 긴 시간이 주는 신뢰감을 바탕으로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다들 코끼리공장이 걸어온 길을 응원하고 고마워한다. 기관 입장에서는 장난감 수리를 통해 장난감 구매 및 폐기 비용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수거된 장난감이 제대로 재사용된다는 수치적 증빙도 받을 수 있고 취약 아동에게 도움도 줄 수 있다. 그들에게 적합한 흐름으로 접근한 것이 협력 관계를 이끈 이유라 생각한다.

기부된 장난감 모습 © 코끼리공장

작년 29억 정도 매출을 냈다. 그중 15억 정도가 500건 이상의 아동기관 관리서비스 유상계약에서 나온다. 나머지 14억 정도는 재생 소재 및 업사이클링 제품 판매, 교육사업 관련 수익이다. 수익 측면에서 고민은 항상 많다. 울산 지역만 놓고 보면 이미 손익분기점을 훨씬 넘었다. 최근 전국 단위로 장난감을 순환하고자 공장을 만들면서 수익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술 개발 및 기업/지자체 협력 사업으로 재생소재 수익화를 확대하려 한다.

더 효율적인 장난감 수거 방법을 고민한다.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저감시키고, 그 지역의 장난감이 그 지역에서 순환되게끔 해야 효율적이다. 장난감을 수거해 1차 분류할 중간 작업장이 전국적으로 생겨야 한다. 지역거점 및 재생 소재 생산 설비 확산 전략을 구상 중이다. 울산, 부산 지역 중심으로 거점들이 있는 상황이다. 현재 서울, 인천, 제주도 등 지역들 그리고 빈부 차가 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들과 거점 추가 확산 논의 중이다.

아동으로 시작했는데 문제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취약계층 아동 장난감 빈부격차,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자원 순환, 육아 문화 개선, 세대 교류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이 전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시켜 해외로 나아가고 싶다. 지금 목표는 거점을 100개 정도 만들어 전국 모든 장난감을 순환시키는 것이다. 5만 명 이상의 취약아동에게 안정적으로 질 좋은 장난감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연간 1만 톤 정도의 재생 소재를 생산하는 설비를 구축하고 싶다. 전체 순환 모델이 보이는 거대한 공간을 만들어 세계적인 환경 관광지를 만들고도 싶다. 나중에는 전문가들과 함께 재활용이 용이한 연령별 맞춤 장난감도 직접 설계하고, 장난감 보증금제 방식으로 운영하고 싶다. 장난감 시장의 변화를 리딩하려 한다.

글ㅣ김세은

👉인스타그램: 코끼리공장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영상: [하이머스타드] 국내 최대 장난감 쓰레기통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기사: [인터뷰] 그린무브공작소 이채진 대표 "연 700톤 폐장난감에 새 삶 찾아줘"

👉영상: [코끼리공장] 동화책 영상 더빙판

👉도서: <지구는 내 친구 : 어린이를 위한 환경 그림책 | 조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