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으세요?"
이 질문을 받으면 보통 어떻게 답하시나요.
좋은 말은 금방 떠올라요.
따뜻한 아이, 현명한 아이, 자기 생각이 분명한 아이, 어디서든 제 삶을 잘 꾸려가는 아이.
다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그걸 딱 한 문장으로 줄여보려고 하면, 이게 의외로 잘 안 돼요.
떠오르는 좋은 말이 너무 많아서요.
좋은 말을 열 개쯤 품고 있는 건, 사실 아무것도 정해두지 않은 것과 비슷해요.
가고 싶은 방향이 열 군데라는 건, 정해진 방향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이걸 정해두는 게 왜 중요할까요.
마음속으로만 되뇌는 좋은 말이 아니라서 그래요.
매일 실제로 꺼내 쓰는 기준이거든요.
육아는 매일이 선택이잖아요.
이 학원을 보낼까 말까. 이 캠프는 갈까. 영어를 더 시켜야 하나.
이 책을 읽힐까. 저 친구랑 어울리게 둬도 되나.
크고 작은 갈림길 앞에 하루에도 몇 번씩 서요.
그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면 끝이 없어요.
그런데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은지가 마음에 분명하면,
거기에 한번 비춰보는 것만으로 길이 한결 또렷해져요.
결정이 빠른 엄마는 머리 회전이 남달라서가 아니에요.
흔들릴 때 돌아갈 자리가 하나 정해져 있는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좀 이상한 일이 벌어져요.
분명 마음속엔 주체적인 아이로 키우고 싶다,
행복한 아이였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있는데,
막상 손이 가는 선택은 자꾸 다른 쪽이에요.
더 빨리 정답을 맞히는 쪽, 남보다 한 걸음 앞서가는 쪽으로요.
입으로 말하는 방향과 실제로 하는 행동이 어긋나는 거예요.
왜 그럴까요.
남들이 다 그 길로 가니까요. 나만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니까요.
그러다 보면 내가 정한 방향이 아니라, 다들 가는 방향으로 떠밀려가요.
그렇게 떠밀려 가다가, 아이가 조금 힘들어하기라도 하면 또 마음이 흔들려요.
나는 이렇게 키우고 싶었던 게 아닌데.
그 생각이 뒤늦게 들어요.
오해는 마세요.
좋은 대학, 안정된 직장을 목표로 두는 게 잘못이라는 말이 아니에요.
그게 진짜 내 중심이라면, 거기에 맞춰 흔들림 없이 가면 돼요.
문제는 목표가 무엇이냐가 아니라, 말하는 목표와 실제 행동이 다르다는 거예요.
주체적인 아이를 바란다면서 정작 주체성을 길러주는 것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면,
그건 한번 멈춰서 들여다볼 일이에요.
저는 이걸 오래전에 정해뒀어요.
생각하는 아이.
저한테는 이게 전부예요.
그래서 뭔가를 결정할 때 길게 붙들고 고민하지 않아요.
딱 하나만 물어봐요.
이게 이 아이를 생각하게 하는가.
이 질문에 비추면 답이 거의 알아서 따라 나와요.
복잡한 걸 잘 정리하는 사람들을 보면, 질문을 여러 개 던지지 않더라고요.
다른 모든 걸 정리해주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줄여둬요.
저한테는 그 하나가 바로 이거예요.
이 질문 하나로 갈린 결정들이 있어요.
저는 혜린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아요.
사교육이 나빠서가 아니에요.
학원이라는 곳이 아이를 생각하게 만드는 자리는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에요.
누가 떠먹여 주는 자리에서는 스스로 생각할 틈이 잘 안 생겨요.
그 질문에 비춰보면 답이 분명하니까, 남들이 다 보낸다고 해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요.
요즘은 혜린이를 데리고 여기저기 경험하러 많이 다녀요.
이유는 하나예요.
무언가를 직접 겪을 때, 이 아이의 머릿속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걸 많이 느꼈거든요.
낯선 어른들 틈에 섞여 촬영을 하고, 할머니들 사이에서 200인분 점심을 같이 준비하고, 자기가 기획한 영상이 사람들한테 가닿는지 직접 지켜보고, 친구들 앞에 서서 글쓰기를 가르쳐보고,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 회의 자리에 끼어 자기 의견을 말해보고.
이런 자리마다 이 아이는 쉴 새 없이 뭔가를 판단해야 해요.
지금 뭘 해야 하지, 이게 맞나, 어떻게 말해야 통하지.
가만히 앉아 정리된 걸 받아 적을 때는 좀처럼 안 돌아가던 머리가,
직접 부딪히는 순간엔 끊임없이 돌아가요.
독서도, AI도, 글쓰기도 마찬가지예요.
읽기든 영상이든 새로운 기술이든, 결국 다 같은 곳을 향해요.
생각하는 아이.
도구는 시대 따라 바뀌어도, 그 자리는 안 바뀌어요.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은지가 분명하면 좋은 점이 있어요.
엄마들 사이에 있다 보면 별의별 말이 다 들려와요.
누구는 벌써 뭘 시작했다더라, 지금 안 잡으면 나중에 후회한다더라.
이런 말은 늘 크게 들려요. 안 들으려 해도 들려와요.
그래서 자꾸 마음이 그쪽으로 쏠려요.
그럴 때 내 중심이 분명하면, 그 말에 바로 끌려가지 않아요.
한번 비춰보면 되거든요.
이게 정말 우리 아이를 생각하게 하나.
아니다 싶으면 흘려보내면 돼요.
그러면 누가 무슨 말을 하든, 매번 처음부터 다시 휩쓸릴 일이 없어요.
그래서 오늘은 이걸 한번 정해보시면 좋겠어요.
나는 아이를 어떤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가.
좋은 말 여러 개 말고, 마음에 새겨둘 한 가지로요.
그리고 하나만 더요.
지금 하고 있는 선택들은, 정말 그쪽을 향해 가고 있나요.
늘 응원하겠습니다.
쿨한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