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미국과 중국이 치킨게임식 ‘관세 전쟁’을 펼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한껏 고조된 지난주 였습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두 강대국의 한판 대결은 글로벌 경제를 파국으로 치닫게 만들 것이라는 공포를 낳기에 충분했는데요.
특히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효됐던 4월9일. 10년물 미국채 금리는 0.19%포인트가 상승한 4.51%까지 뛰어 올라, 시장의 공포감은 극에 달했습니다.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 비례해 미국 정부의 차입 비용이 증가합니다. 현재 미국 정부의 부채는 35조달러 (5경원)를 넘습니다. 트럼프의 공약이 적자 감소이기 때문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진정하라”면서
“매수할 타이밍”이라고 적은 뒤, 특단의 대책을 내립니다. “중국에만 104%라는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국가에 대해선 관세를 90일간 유예!” 한 발 물러선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곧 바로 84%로 맞대응했고, 10일 미국은 다시 145%, 11일 중국은 다시 125%로 맞불 관세를 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더 이상 올리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했고, 12일 트럼프 대통령 역시 반도체 컴퓨터 스마트폰에 대해선 관세를 유예했습니다. (상세 내용)
하지만 무역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동안은 평온하겠지만, 앞으로 몇개월 뒤 이벤트들이 줄줄이 몰려올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트럼프의 핵심 참모가 발행한 MAGA 정책 보고서를 파헤쳐 보고, 이에 따른 중국의 대응 카드는 무엇인지,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의장이 주주서한을 통해 밝힌 대전환 시기란 무엇인지, 한 번 ‘딥다이브’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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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미런의 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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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물 초장기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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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동맹, 안사면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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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맞을만큼 맞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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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다이먼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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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막스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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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경제 참모진: (1)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인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 (2) 무역법 전문 변호사 출신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3) UC어바인 교수 출신인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 (4)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 CEO 출신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5) 허드슨베이캐피털매니지먼트 수석전략가 출신 스티브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트럼프의 경제 참모
스티브 미런의 질문
트럼프 핵심 참모에는 스티븐 미런(Stephen Miran)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미런은 올 3월부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맡고 있는데요. (우리로 치면,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그만큼 대통령에게 큰 영향을 줍니다. 미런은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를 받은 뒤, 글로벌 투자회사 허드슨베이캐피털매니지먼트에서 수석 전략가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보고서를 냈는데요.
친절한(?) 안내서
특히 작년 11월 발간한 한편의 보고서가 세간의 주목을 끕니다. 이름하여, '글로벌 무역 체제 개편에 대한 안내서(보고서 좌표)'입니다. 41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는 크게 ① 이론적 기초 ② 관세 ③ 통화 정책 세 파트로 구성돼 있습니다. 트럼프의 정책은 상당 부분이 보고서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페이지를 한장씩 넘겨가며 훑어 드리겠습니다.
정치학에서 정의하는 패권국(패권안정론)은 자국 통화가 전 세계에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적 능력, 그리고 동맹국에 군대를 보내 지킬 수 있는 군사력을 갖고 있는 나라를 가리킵니다. 당연히 미국이고 달러는 인기가 높습니다. 달러 파워 때문에 미국인은 외국산 물건을 싼값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무역적자입니다. 하지만 수입이 많아질수록, 달러를 더 많이 찍어내야 합니다.
패권국 미국의 현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미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그 국채를 전 세계가 사들이도록 합니다. 그래서 미국은 재정적자입니다.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key currency)이 무역수지 적자(막대한 수입)와 재정 적자(국채 이자 지급)라는 ‘쌍둥이 적자’를 안고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아래 두 명제는 서로 충돌합니다.
- "달러가 세계의 돈(기축통화) 역할을 하려면 공급을 늘려야한다. 때문에 미국은 일부러 적자를 내야 한다"
- "하지만 적자를 계속 내면,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기축통화 지위를 상실한다. 때문에 흑자를 내야한다."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이 분석했다고 하여, 트리핀의 딜레마라고 합니다. (원래는 미국 달러와 금(1온스 = 35달러)을 고정환율로 연동하는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의 모순을 지적하는 개념이었는데, 현재도 유효합니다.)
곪아터진 미국 경제?
미런은 이런 시스템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염려합니다. "미국산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은 줄어드는데 반해, 미국인은 싼 수입품을 사들이고,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제조업은 붕괴됐고, 일자리가 함께 사라졌다." 그러면서 그는 2000~2011년 미국에서 약 10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한탄합니다.
미런 트럼프의 말을 인용, 보고서를 적어갑니다. "강철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If you don't have steel, you don't have a country.)" 제조업이 무너졌기 때문에, 자력으로 철강을 생산할 능력도 없고, 무기를 생산할 여력도 없다는 한탄입니다. (철강 생산은 미국이 연산 8천만톤 중국이 연산 10억톤 입니다.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먼저 부과한 이유입니다.)
무역과 돈에 대한 성찰
이어 미런은 근본적 질문을 던집니다. "왜 전 세계는 자동으로 균형을 맞추지 못할까" 그러면서 두 경제학 이론을 설명합니다.
- 무역 균형 모델 (Trade-based equilibrium): 무역수지가 흑자면 자연스레 통화는 강세를 보이고, 이에 무역흑자는 자연스럽게 줄어들며 균형을 찾는다.
- 금융 균형 모델 (Finance-based equilibrium): 투자자들은 국가간 자산을 비교해 위험 대비 수익률을 따져 투자를 결정한다. 적자인 미국 보다 흑자 국가로 돈이 유입돼, 환율이 균형을 이룬다.
하지만 달러는 예외입니다.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무역균형이나 수익률과 무관하게 강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미국이 적자가 나고 제조업이 무너지더라도 미국 달러는 강세이고 이에 따라 악순환을 끊지 못한다는 설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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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미국 제조업 고용의 절대 규모(짙은 파랑, 좌측 축)와 전체 고용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하늘색, 우측 축) 추이 (아래) 전 세계 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 2024년 기준 미국은 약 26.3%, 중국은 약 17%를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전 세계를 상대로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4월9일 90일간 유예를 했지만, 한국에 대한 관세율은 25%로 13번째로 높습니다. 한미 FTA가 있습니다만… “한 당사국이 협정을 종료할 의사를 통보하면...”이라는 FTA 종료 조항이 있습니다. 파기나 다름 없습니다. 중국과 갈등은 극에 달했습니다. 11일 기준, 서로 부과한 관세율은 미국이 중국에 145%, 중국이 미국에 125%입니다. 중국은 “현 세율이면 수출품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 관세를 인상하더라도 무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행이 막힌 중국산 물건은, 서서히 다른 나라를 배회하려고 합니다. EU는 “즉시 중국산 유입 감시에 나선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EU 역시 중국산에 여차하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입니다. 자본시장이 지난주에 큰 패닉에 빠졌던 이유입니다. 1차대전 직전에 일어났던 블록주의(Blocism)를 방불케하는 관세 보복전을 100년 만에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걱정마라 외국인이 낸다”
미국인 역시 관세 부과를 놓고 결국 “소비자가 세금을 내는 것 아니냐”며 여기저기 시위를 벌이는 중입니다. 제조업이 덜 발달된 미국은 어쩔 수 없이 외국산 물건을 사야합니다. 관세는 수입 업체가 내겠지만, 그만큼 소매가를 인상할테고, 결국 관세는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내게 됩니다. 이른바 ‘조세부담의 귀착(incidence of taxation)’ 문제입니다. 미런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책을 세우자고 제안합니다. 미런은 “① 먼저 관세를 부과해 세수를 충당한 다음에, ②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고, ③ 그 다음 세계 각국이 자국 통화를 절하하지 못하도록 달러를 약세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반드시 미국산 상품의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달러가치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중국은 트럼프 1기 때인 2018~2019년 위안화를 13.7% 절하하며 방어전을 펼친 바 있습니다.)
두번째 채찍, 100년국채
미런은 ‘마라라고 합의(Mar-a-Lago Accord)’를 제안합니다. (마라라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 팜비치에 보유한 별장으로, 귀빈을 초청하는 장소입니다.) 마라라고 합의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달러값 인하? 너희가 미국채 사주면 돼”입니다. 마라라고로 외국 정상들을 불러, 국채 매입에 서명하게 만들자는 트럼프를 향한 제언입니다.
아이디어는 이렇습니다. 외국이 보유한 미국의 단기 국채나 현금성 자산(헌집)을 미국이 새롭게 발행할 100년짜리 초장기 국채(새집)로 바꾸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의 최장기 국채는 30년물입니다. 그가 구상한 정책 방향은 달러 수요 감소를 향해 있습니다. 달러 수요가 줄면 달러 가격이 하락하게 됩니다. 프로세스는 이렇습니다.
100년물 미국채 발행 → 외국 중앙은행의 초장기 미국채 매입 → 단기 달러 수요 감소 → 달러 약세 = 외국 통화 절상 → 미국 제조업 경쟁력 상승 → 쌍둥이 적자 해소
“한국 등이 사줄 거다”
하지만 섣불리 살 국가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런은 구매할 수 있는 국가를 ‘콕 콕’ 짚어냅니다. “오늘날 외환보유액의 중심은 유럽이 아닌 중동과 아시아다. 유로존 전체 외환보유액은 약 2,800억 달러, 스위스가 8,000억 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은 3조 달러, 일본은 1조2,000억 달러, 인도는 6,000억 달러, 대만은 5,600억 달러, 사우디는 4,500억 달러, 한국은 4,200억 달러, 싱가포르는 3,5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사게 만들 방책도 함께 제시합니다. (원문입니다.)
- “첫 번째 수단은 채찍, 즉 관세다.”
- “두 번째는 당근이다. 미국의 방위 우산이 핵심이다. 우방국한테 이런 우산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은 강력한 협상 카드다.” (트럼프가 한국 일본 대만에 한 것 처럼)
- “세 번째는 유동성 공급이다. 장기 국채는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유동성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스왑라인이나 재무부의 환율안정기금(ESF)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세번째 대목은 이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면 쉽습니다. 만약 어떤 국가가 100년물 미국채를 사면서 “다 좋은데 필요할 때, 돈을 못 꺼내 쓰잖아”하고 불만을 터뜨리면, 연방준비제도나 재무부가 상대국이 보유한 100년물 미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려주자는 제안입니다. “100년물 미국채를 사라! 달러가 필요하면 그 때 빌려줄게”라는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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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전쟁: 미국과 중국의 무역과 통화 패권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SORA로 제작한 상상도)
미국이 휘두를 채찍
안사면 징수하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년물 미국채가 인기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때는 사실상 세금을 부과하자고 제안합니다. 미런은 이렇게 적습니다. “대표적인 수단이 1977년 제정된 국제경제비상권법(IEEPA) 발동이다.” 외부 위협이 국가안보 또는 경제에 영향을 줄 경우, 대통령은 국제 금융 거래를 제한할 수 있는 폭넓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래도 안산다면, 세금이다!
말은 어렵게 쓰여있지만, 풀면 이렇습니다. 외국이 미국채를 살 때 마다 사용료를 받자는 아이디어입니다. (수수료로 쓰고 세금으로 읽습니다.) 그러면서 미런은 “미국이 상대국에 국채 이자를 줄 때, 세금 1~2%를 원천 징수하면 되니까, 사용료라고 할 수 있고 조세 협정 논란도 피할 수 있다”고 적습니다. (물론 일반 개인과 기관은 예외라고도 합니다만…)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런의 제언보다 더 과격하게 움직였습니다. 미런은 보고서에서 “관세를 매년 1~2%씩 올리면서, 외국을 압박하자”고 제안했지만, 트럼프는 오히려 최대치를 부과하고 협상을 통해 인하해주는 충격 요법을 사용한 것입니다. 때문에 트럼프가 마라라고 합의를 종용하기 시작한다면, 그가 즐겨 쓰는 표현대로 “베리 베리 터프”하게 나올 것 같습니다.
“베리 베리 터프”
시장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미런의 의도대로 외국이 초장기물 미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한다면, 미국 채권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하락하는게 정상일텐데요. 하지만 수수료 부과같은 “베리 베리 터프”한 정책을 펼치면 시장은 미국채 패닉 셀을 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아래는 주관적 시나리오입니다.)
⬆️미국 의도대로 흘러가면
- 채권: 상승 (금리 하락)
- 주식: 상승 (특히 수출주, 제조업)
- 금값: 상승 (달러 약세 + 낮은 금리)
- 달러: 하락
- 제조업: 경쟁력 향상
⬇️의도 반대로 흘러가면
- 채권: 하락 (금리 급등 패닉셀)
- 주식: 흔들림 (특히 기술주 타격)
- 금값: 상승 (안전자산으로 도망)
- 달러: 초반 상승 후반 하락 (달러 신뢰 상실)
- 제조업: 경쟁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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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존재만으로 영향이 컸습니다. 10년물 미국채 수익률은 3월 말 4.3~4.4% 선에서 4월 초에는 4.0% 이하로 하락 (채권값 상승) 했는데요. 트럼프가 관세 유예를 천명했음에도, 4월 11일 현재 4.495%까지 급등 (채권값 하락)한 상태입니다. 그만큼 미국채가 시장에서 인기가 없다는 뜻입니다. 중국이 미국채를 팔고 금을 산다는 소문도 있지만, (실제로 금을 5개월째 매입하고 있습니다.)
헤지펀드들이 선제적으로 미국채를 매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을 전후해 이미 달러값과 미국 채권값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마라라고 합의가 나오면 충격은 더 클테니, 미리 움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개인적 생각입니다.) (채권 원리를 이해하고 싶다면, 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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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10년물 미국채 수익률: 4월 초 단기 하락(채권값 상승) 이후 미국의 관세 유예 발표에도 다시 급등(채권값 하락)했다. (아래) 달러당 위안화값: 2016년 1달러당 6.2위안에서 현재 7.2위안으로 위안화값이 하락했다. 중국 정부의 고의적 위안화 절하.
미국과 중국간 관세 전쟁을 놓고, 제 주변에서는 “중국이 트럼프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매우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 행보에 대해 어느정도 대응 시나리오를 구상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미국의 공격에 적정 카드를 매번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러한 힘은 중국 GDP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중국 정부의 자신감 GDP
경제학자 리처드 볼드윈은 지난주 일본 도쿄에서 열린 IMF 주최 회의에서 이런 발표를 했습니다. (관세 유예 발표 직전 행사였습니다.) “전 세계 경제가 구조적으로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막아줄 구원의 실마리는, 미국이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15%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나머지 85%의 국가들, 특히 중국과 유럽연합이 중심이 된 세계의 다수는 현행 글로벌 무역 시스템을 유지하길 바라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 GDP는 2005년 2조2900억 달러에서 2024년 18조2734억 달러로 8배 가까이 커졌습니다. 같은기간 GDP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은 35.4%에서 21.4%로 줄었습니다. 또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1.4%에서 18.9%로 줄었습니다. 미국이 관세를 때리더라도, 맞고만 있을 덩치는 아닌 셈입니다. 인민일보는 "미국의 무차별적 관세는 중국에 충격을 주겠지만, 하늘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다"고 평가했습니다.
통화조작 경기부양 콤보
트럼프는 “통화 절하를 하면 안된다”고 경고를 했지만, 중국은 이 보다 빨리 위안화를 절하하고 경기부양책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인민은행은 지난 10일 달러당 위안화를 전 거래일 대비 0.0026위안 내린 7.2092위안으로 고시했습니다. (중국은 관리 변동 환율제입니다. 고시 후 ±2% 안팎에서만 환율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합니다. 그 범위를 넘어서면 중앙은행이 개입합니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한 2015년 부터 꾸준히 위안화를 절하했는데, 미국이 관세 폭탄을 던지면 던질수록 절하 속도를 높이며 대응 중입니다. (한국 원화는 외환 시장에서 위안화와 연동되는 경향이 종종 있기 때문에, 변동성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또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이 곧 내수 촉진 및 자본시장 지원 정책들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베센트의 섬뜩한 발언
중국 정부는 올들어 경기 부양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3조 위안(595조원)의 특별 국채를 발행하고 소비자 보조금 지원에 나선바 있는데요. 그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위안화 하락은 외국인 입장에서 곧 중국 자산 가치 하락이므로, 자본 유출 위험을 높일 수 있고,
인플레이션 압력과 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중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FTA 협의체인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강화입니다. 한중일, 아세안 10개국,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하고 있는데요. 얼마전 한중일 3개국 장관이 회동한 것도 이 것 때문입니다. 미국은 곧장 전 세계에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한국에 던질 메시지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은행협회 연설에서 ‘스페인이 미국 관세 정책에 대응해 EU가 중국과 가까워지려는 것을 지지하는 모습’을 지적하면서 “자기 목을 베는 것”이라는 과격한 발언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문장은 따로 있었습니다.
베센트는 90일간 협상 과정을 묻는 질문에 “결국에는 동맹국들과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그들은 훌륭한 군사 동맹이었지만, 완벽한 경제적 동맹은 아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묘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중국에 집단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항하는 ‘통화 블록’을 만들려는 의도로도 해석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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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다이먼: 미국 최대 금융기관인 JP모건 체이스의 회장겸 최고경영자(CEO)이다. 2005년부터 CEO를 맡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회사를 월가 최강의 투자은행으로 이끌었다. 주주서한으로도 유명하다.
제이미 다이먼의 진단
“2차대전 이후 가장 위험"
매년 설레게 만드는 뉴스레터를 발송하는 CEO가 두명 있는데요. 한명은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고, 다른 한명은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입니다. JP모건의 다이먼 CEO가 지난주 주주총회를 앞두고 발송한 주주서한을 발송했습니다. 그 역시 현재 무역전쟁을 매우 우려한 인물인데요. 진단과 대응 방안만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주주서한 좌표)
JP모건은 올 1분기에 매출 460억 달러(65조5,000억원), 순이익 146억 달러(20조8,050억원)를 달성했다고 보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JP모건은 회사가 부실 대출에 대비해 추가로 쌓아둔 돈을 가리키는 대손충당금을 9억7,300만 달러 추가해 총 276억 달러(39조3,300억원)까지 쌓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위기에 대비해 방파제를 높인 대목입니다.
경제는 곧 안보다
다이먼 CEO는 “오늘날은 2차대전 이후 가장 위험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테러, 이란의 핵 개발 가능성, 중국의 부상 등 다양한 위기가 동시다발로 터지고 있고, 이런 모든 이슈가 곧 경제와 안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그는 “이번 무역 전쟁이 실제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염려했습니다.
미국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경제를 보유하고 있지만,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정치 환경, 비효율적인 정부, 불공정한 무역, 규제 정책에 직면해 있어,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쇠퇴할 것이라는 경고인데요. 앞으로 10년이 미국과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향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국가의 핵심 파트너
특히 그는 에둘러 트럼프를 비판했습니다. “미국이 단독으로 나설 경우 '아메리카 퍼스트'가 '아메리카 얼론'이 될 수 있다며, 미국이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선 경제, 외교, 군사, 도덕적 리더십을 모두 갖춰야한다”고 했습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동맹국과 함께 안보는 물론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이 단결하지 못할 경우, 유럽은 러시아나 중국과 개별 협상을 택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자유민주주의 진영은 더 큰 위기에 빠질 것이다”라는 메시지입니다.
다이먼 CEO의 주주서한은 마치 대선 출마 선언문 같을 정도로, 매년 광범위한 주제를 다뤘는데요. 특히 올해는 기업의 역할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대목이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윤 추구를 넘어 국가 안보와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데까지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입니다. 그는 “이제 기업은 '정부와의 협력적 파트너십'을 갖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세가지입니다.
- 국가적 산업의 동참: 반도체, 금속, 국방 물자 생산 등 국가 공급망 자립에 기여
- 교육·재훈련 투자: 저소득층과 이민자들의 경제 참여를 위한 교육 제공
- 에너지 전환 지원: 청정에너지 개발과 전력망 인프라 구축에 민간 자본 적극 투입
다이먼의 올해 경영 방향
다이먼 CEO는 허리띠를 졸라메고 지속적으로 혁신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는 “연준은 단기금리는 통제할 수 있어도 10년물 금리는 결국 물가 성장률 수요 공급 에 결정된다”며 “향후 높은 변동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JP모건은 최대 600억 달러의 잉여 자본을 갖고 있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하겠다”고 했습니다. (필요한 곳만 투자하겠다는 메시지)
또 다이먼 CEO는 “전 임원들에게 10% 효율성 제고 목표를 부여했고, 불필요한 프로젝트와 회의를 없애겠다”고 말했습니다. “각 부서가 자기 사업 단위 별로 실적, 고객 데이터, ROI 등을 명확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제대로 된 손익 분석’을 해야 한다는 강조”입니다. 이를 위해 더 큰 혁신을 주문했습니다. 그 핵심은 문화입니다. “리더는 손에 흙을 묻혀야 한다. 좋은 조직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문화에서 시작된다”고 하기도 했고,
"여러분이, 오늘 CEO라면?"
“중국 알리바바, 텐센트의 혁신사례를 직접 보고 온 직원들이 눈을 떴다”면서 “현장 학습, 해외 사례 분석, 고객 피드백을 통해 배우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직원들을 향해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러분이 오늘 하루만이라도 CEO라면, 무엇을 바꾸겠냐?” ‘나는 지금 무슨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지’, ‘그 문제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무엇을 먼저 하겠는지’를 스스로 물어보라는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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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막스: 대표적인 가치 투자자이자 오크트리 캐피털공동창립자다. 시장 사이클에 대한 통찰과 리스크 관리 철학으로 유명하다.
또 지난주에는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하워드 막스 회장이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했는데요. 그는 22억달러의 자산으로도 유명하지만, 종종 발간하는 ‘메모’라는 메시지(좌표)와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과 같은 인사이트 있는 책을 통해 큰 명성을 얻은 인물입니다. 워런 버핏이 “내 이메일함에서 하워드 막스의 메모를 가장 먼저 열어서 읽는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막스는 오늘날을 어떻게 진단할까요.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할까요. 인터뷰 내용을 짧게 재구성 했습니다.
❓관세가 경제 패러다임을 바꿀까요
- 🅰️ 오늘날 가장 큰 요인은 환경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2차 대전 이후 80년간 자유무역과 세계화 덕분에 인류는 역사상 가장 큰 경제적인 번영을 누렸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흐름이 꺾이고, 미국이 고립으로 가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플레이션은 계속갈까요
- 🅰️ 그렇게 생각합니다. 세계화 덕분에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었던 것이고, 만약 그 혜택이 사라진다면 비용은 늘어나게 됩니다. 관세는 결국 누군가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소비자가 그 부담을 지게 되죠. 관세 수익은 정부로 들어가지만, 그게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느냐는 별개 문제입니다.
❓주식을 고를때 어떤 종목이 과연 매력적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 🅰️ 많은 분들이, 지난 100년 동안 주식이 연평균 10%의 수익을 냈다고 하는데, 그건 PER(주가수익비율)가 평균 16일 때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PER는 약 19 정도 됩니다. 결국 ‘얼마에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거죠. 주식은 지금 비싼 편입니다. (막스는 채권 예찬론자니, 고려해 들어 주세요.)
❓이번 혼란기를 투자 기회로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 🅰️ 각자가 판단해야 합니다. 어떤 분석을 해도 ‘지금 가격이 적절한가?’를 완벽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보통은 ‘앞으로도 과거와 비슷할 거야’라는 전제 하에 미래를 예측하지만, 지금은 그 전제가 통하지 않습니다. 세계 경제뿐 아니라 지정학, 국제 관계까지 모두 마치 ‘스노우볼’을 흔든 것처럼 뒤 흔들리고 있으니까요. 6개월 뒤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현재는 ‘두려워할 시기’입니까, ‘욕심낼 시기’입니까?
- 🅰️ 이렇게 보시면 어떨까요? 백화점에서 모든 물건이 세일 중입니다. 지난 이틀 동안 S&P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세일 중인 상황이니만큼, 사람들은 사야겠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보통은 가격이 떨어지면 도망가죠. 하락이 위험은 아닙니다. 단지 싸졌을 뿐이죠. 문제는 진짜 싸냐는 겁니다. 다만 "100일 때는 샀는데, 지금 90이니 안 사겠다"는 생각은 말이 안 됩니다. 오히려 지금이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전히 미국이 가장 투자하기 좋은 시장이라고 보십니까?
- 🅰️ 가장 나은 시장이지만 예전만큼 ‘압도적’이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강점이었던 법의 지배, 결과의 예측 가능성 등은 예전보다 약해졌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재정 상황입니다. 미국은 마치 ‘한도가 없는 카드’를 가진 것처럼 행동해 왔고, 아직 청구서가 날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청구서가 날아올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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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미런이 작성한 보고서를 파헤쳐 보고, 중국의 대응 방안, 그리고 제이미 다이먼의 연례서한과 하워드 막스 인터뷰까지 하나씩 살펴봤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미런의 조언대로 마라라고 합의를 종용할 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생일이 각각 6월14일과 15일이어서 ‘생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지만, 자존심을 건 대결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GDP는 미국의 60% 수준으로, 2030년이면 80%가 될 전망입니다. 패권 대결이 불가피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문명사를 연구한 아놀드 토인비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토인비는 문명이 창조적 소수의 ‘도전과 응전’을 통해 만들어지지만, 이들이 예전 성공에 집착하고 스스로의 경험을 절대적 진리로 착각해 몰락한다고 진단했습니다. 토인비는 이를 '신의 질서를 무시한 인간의 교만함'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착안해 ‘휴브리스(Hubris)'라고 명명했습니다. 끝없는 무역 전쟁을 보고 있노라면,
한 시대가 저물고 또 다른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전환기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전환기에는 옛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미래 방식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나’ 뿐 아니라 국가나 기업이나 다른 사람이나 모두 힘든 이유입니다.
스스로 생각해 봅니다. "나는 지금 변화에 응전하는 창조적 소수인가. 아니면 과거에 머물러 있는 또 다른 휴브리스인가" 오늘 하루를 새롭게 도전하는 모든 독자님을 응원하겠습니다.
진심을 다합니다
이상덕 드림
주요 참고자료
- 스티브 미런, 글로벌 무역 개편에 대한 안내
- 리처드 볼드윈, 관세와 세계 무역 체제
-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주주서한
- 하워드 막스, 블룸버그 인터뷰 전문
- 캐피탈이코노믹스,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것인가?
트럼프 2025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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