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나는 집에서 붙어있지 않는 밖순이였어. 요즘은 스마트폰이랑 넷플 등 OTT 덕분에 굳이 찾아 나가지 않아도 집 안에서 충분히 여가생활이 가능하지만, 라떼는 그런 것이 없었으니 부지런히 돌아댕기면서 쇼핑하고(주로 아이쇼핑), 사진으로만 구경한 놀이기구도 타보고, 개봉한 영화도 봐야 하고, 기차 혹은 고속버스 타고 여행도 가고, 밖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본 것 같아.
음악이 고프면 다방 가서 커피 주문 후 신청곡을 써서 DJ에게 전달하면 바로 재생시켜주니, 다들 커피값만 들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음악 감상을 빙자한 수다를 떨었지. 요즘 말로 클럽이 라떼는 고고장이라고 했고, 나이 드신 분들은 카바레(요즘도 있더라), 돈 좀 있는 분들은 호텔 안의 나이트 클럽 가서 티비에서만 본 가수의 노래를 직접 듣고 춤도 추고 온다지.
난 나이트 클럽은 생일 때나 가봤어. 내 생일은 알다시피 성탄절, 새해, 망년회, 송년회에 끼여 있어서 내 생일을 빙자한 호텔 나들이를 친구들과 한 셈이야.
동대문, 남대문 시장 쇼핑도 재미있었고, 산 것도 없이 시장의 먹거리인 호떡, 만두만 잔뜩 흡입하고 만족해 하던 그 때가 그립다. 동대문 헌책방도 섭렵해서 학교 과제 레포트에 온갖 진귀한 자료를 첨부해서 내면 조교 언니들이 안 돌려주고 자료로 쓴다고 달라고 했어.
시험기간에는 서울 시내 도서관은 다 가봤는데, 나름 일찍 간다고 갔지만 항상 대기표를 받았어. 막상 들어가보면 자는 애 반, 공부하는 애 반이긴 하지만.
결혼 후 너희들이 자랐을 즈음에는 주말마다 바깥 나들이가 시작되었어. 집 근처 산을 등반하고 개천 물놀이도 하고, 고궁 나들이도 하고... 참 부지런히 밖순이로 산거 같은데 북경으로 이사가면서 이 생활도 끝났다. 북경에 안갔으면 아마도 땅끝마을 해남까지 갔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으로 귀국해보니 다들 얼마나 바쁘게 사는지, 나도 덩달아 바쁘게 일하고 주말에는 쉬다보니 저절로 집순이가 되었네.
지금은 체력이 딸려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집순이 당첨이야. 대신 티비로나마 맛난 음식 대리 식사 대리 여행. 보고 싶은 영화조차 앉아서 골라보고 있으니 편하긴 한데, 인간관계가 좁아지고 운동 부족으로 인해 몸이 굳어가는 느낌이야.
나의 원대한 계획은 60 전에 해외여행 마치고 그 이후에는 국내 여행 다니려고 했는데, 이제는 소박하게 가까운 곳 등산하고 탄천 내 자전거 타고 국민체조라도 열심히 하면 다행인 것 같아.
너도 시간을 쪼개서라도 자주 움직여 보는게 어떨까. 저절로 운동이 되지 않겠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