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의날 #아시아여성
 Season 6  vol 42. 💡2026.3.6.~3.12.

부부 성이 다르면 가정이 무너지나
36주 임신중지, '살인죄 유죄'
뉴스 속 여성 취재원은 10명 중 3명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플랫레터로 돌아온 플랫팀 남지원 기자입니다☺️ 뭔가 새로 시작하기 좋은 3월, 입주자님들께서도 모두 잘 맞이하셨나요? 저는 날씨가 이제 더 이상은 추워지지 않을 것에 베팅하고 이번 주말 롱패딩을 모두 세탁소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설마 다시 롱패딩 입을 일은 없겠죠?)

전쟁 소식으로 어수선한 하루하루입니다. 이란 남부의 한 여자 초등학교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져 165명이 숨졌다는 뉴스에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피해자의 대부분이 7세에서 12세 사이의 여학생들이라는 점, 그리고 이 아이들의 죽음이 그저 이 전쟁의 부차적 피해 가운데 하나로 취급된다는 점이 정말 슬픈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사후세계를 믿지 않지만 이런 뉴스를 볼 때는 꼭 ‘좋은 곳’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희생된 아이들의 명복을 빌면서 오늘의 플랫레터 시작할게요.


일본에서는 결혼하면 부부가 같은 성을 써야 합니다. 혼인신고서에 ‘결혼 후 누구의 성씨를 따를 것인지’를 체크하는 항목이 존재합니다. 남편과 아내 둘 중 하나를 고르도록 되어 있고, 고르지 않고 각자의 성을 유지하는 선택지는 없습니다.

법에는 부부 중 하나의 성을 따른다고 되어 있지만, 동아시아 가부장제 문화권을 공유하는 우리로서는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아내의 성을 따르는 경우는 극소수입니다. 결혼으로 이름을 바꾸는 건 대부분 여성이라는 얘기죠. 사회생활을 하다가 타의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면 얼마나 불편할까요.

그래서 상당수의 일본 여성들은 서류상의 성만 바꾸고 사회생활을 할 때는 결혼 전 사용하던 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류상의 성명’과 ‘사회생활에서 사용하는 성명’이 일치하지 않으면서 생기는 불편을 일본 여성들은 겪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플랫팀이 만난 일본의 기자 출신 작가 나리카와 아야는 남편의 성 ‘이나이’가 아니라 자신의 본래 성 ‘나리카와’를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외출장을 갈 때 취재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기자로서 쓰는 이름(바이라인)과 여권상의 이름이 달라 매우 번거로웠다고 해요. 그 밖에 자신을 증명하지 못하는 어려움도 겪었고요. 

나리카와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름은 정체성이잖아요.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것 자체가 ‘결혼이냐 이름 지키기냐’의 문제가 됩니다. 또 성을 여성이 바꿔야 한다는 관행은 여성의 낮은 지위를 여성도 사회도 무의식적으로 공유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요.”

그 밖에도 나리카와 씨에게서 일본 가족제도와 호칭의 가부장성에 대해 듣다 보면 한국의 현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한국에는 자녀의 성과 본을 정할 때 아버지의 성을 기본으로 따르고, 어머니의 성을 물려주려면 혼인신고 시 따로 협의서를 제출해야 하는 '부성우선주의'가 존재하지요. 부성우선주의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2021년 헌법재판소에 제출됐지만 아직도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플랫 입주자님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엄마 성 빛내기' 프로젝트처럼 부성우선주의를 일부 깨보려는 시도도 있었어요. '성평등 실현'을 사유로 청구한 성본변경을 법원이 받아들인 성공 사례도 나왔고요! 엄마 성 빛내기 프로젝트의 기획자이신 김준영 작가님이 최근에 플랫에 전해주신 바에 따르면 2024년 3월 8일부터 지금까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성본변경을 청구하신 분 중 19분이 실제 변경에 성공하신 것으로 집계되었다고 합니다. 레터 지면을 빌어 축하 인사를 전합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아시아 여성들이 겪는 문제는 그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의 여성들이 유사한 문제를 공유하고 있기에, 여성의 날이 ‘세계 여성의 날’인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플랫팀이 준비한 기획 시리즈 '#아시아여성' 은 앞으로도 쭉 이어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2024년, 당시 25세였던 여성 권모씨는 유튜브 채널에 '여러 병원을 전전한 끝에 임신중지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습니다. 이 여성은 그때 임신 36주였다고 해요.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수년째 대체입법이 되지 않아 낙태죄는 사라진 상황입니다. 하지만 임신 36주 태아는 자궁 밖으로 나와도 보통 특별한 조치 없이도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는 시기라, 이 일은 임신중지 이슈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죠. 결국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경찰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수사 결과 권씨가 방문한 산부인과 병원장 윤모씨, 집도의 심모씨는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해 태아를 출산하게 한 뒤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따라 권씨와 의사들은 살인죄로 기소됐습니다. 반면 권씨는 태아를 배 안에서 사산시켜 나오게 하는 방식으로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4일 이 사건에 대한 첫 판결이 나왔어요. 1심 재판부는 지난 4일 권씨에게 살인죄를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수술 당시 태아가 모체 밖으로 나와 살아있는 사람이 된 이상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이 여성에게만 죄를 묻는 것이 맞을까요?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지 벌써 7년이 지났습니다. 임신중지를 허용하지도, 금지하지도 않는 입법 공백이 오랜 시간 이어지도록 정부와 국회가 손을 놓고 있는 상태에서 임신 후기에 임신중지를 하는 극단적 상황까지 벌어진 셈이지요. 입법공백에 대해서는 미적거리던 복지부가 발빠르게 유튜브 영상 수사의뢰를 했다는 점도 저는 개인적으로 착잡했어요.

아이를 낳는 선택지가 없었던 이 여성을 비난해야 할까요. 재판부는 판결에서 이런 요인도 있다고 했습니다. “여성들은 여전히 임신과 출산으로 많은 불이익을 겪고 있고, 육아에서 남성보다 큰 부담을 안는다. 이는 성차별적 관습과 가부장적 문화, 열악한 교육 환경에 의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피고인이 전문가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받고 정신적 지지를 얻으며, 국가가 임신 등 과정에서 장애가 되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개선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타났을 것이다. 피고인의 결정이 비록 살해로 이어졌으나 제반 사정을 보면 무작정 비난하기는 어렵다.” 입주자님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한국 언론 보도에 실명으로 인용되는 인물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10명 중 3명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전국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가 발표한 ‘젠더보도 가이드라인 및 성소수자 인권보도 준칙 준수 실태 조사’ 결과인데요. 

김수아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일간지와 지상파·종합편성채널·연합뉴스TV 등 언론사 18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 13일부터 9월 30일까지 보도된 기사 가운데 취재원 및 인용자가 많은 기사 520건을 선정해 분석했더니, 기사 본문에 인용된 여성 취재원 비중은 27.2%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남성 취재원 비중은 이보다 두 배 이상 높은 62.5%에 달했습니다.

이 문제는 사실 우리 사회 전체의 여성 대표성 문제이기도 합니다. 여성 취재원 비중은 사회면과 문화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았고 정치·경제면에서는 낮았는데요. 주로 공직자나 정부 관계자, 국회의원 등의 주요 인사들이 기사에 실명으로 인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의 참여가 여전히 특정 영역에서는 부족하다는 뜻이겠지요.
물론 언론 보도가 여성의 목소리를 특정 영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재현하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여전히 우리 언론에 더 많은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조사였습니다. 의도적으로 발굴하지 않으면 관행적으로 남성 취재원이 더 많이 채택되는 상황에서, 언론 종사자로서 플랫팀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지난해 4월 시작된 '플랫 레터 시즌6'의 캐치프레이즈, 입주자님은 혹시 기억하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런게 있었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플랫레터 시즌 6의 캐치프레이즈는 '신선 50%, 행복 30%, 다정 20%' 입니다. 도합 100%의 꽉 찬 정보를 직접 배송하는 콘셉트인데요. 2026년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플랫팀이 교보문고와 함께 또 다른 100%의 마음을 모았습니다. 

  • 이해하고 싶은 마음 32% , 잊혀진 삶을 다시 보는 시선 28%, 복잡한 감정 22%, 존중과 재평가 18%


숫자만 보면 '도대체 뭘 모았다는 거지' 싶으실 거예요. 사실, 이 마음들은 모두 한 가지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바로 '지워졌던 엄마들의 역사'입니다.  

'지워졌던 엄마들의 역사' 패키지는 엄마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쓴 책, 노년 여성의 잊혀진 삶을 다시 보는 시선의 책, '양공주' 였던 엄마의 삶을 복원하는 복잡한 감정의 책, 명함은 없지만 자부심으로 살아온 여성들에 대한 존중과 재평가를 담은 책으로 구성됐어요. 여기에 '여성들은 왜 분노하는가', '지금, 한국 여성의 얼굴' 주제를 더해 플랫은 3개의 패키지, 총 12권의 책을 추천했습니다. 

‘딸이니까 너한테만 말하지’라고 하는 엄마의 마음을 알 것 같으면서도 답답하고 속이 터지는 마음은 모든 딸이 공유하지 않을까. ‘엄마는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품고 사는 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 '니는 딸이니까 너한테만 말하지' , 김소영  -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디디에 에리봉이 쇠약해진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고, 그의 죽음을 겪은 뒤 쓴 어머니에 대한 ‘사회적 전기’. 노동계급 가족을 떠나 지식인이 된 아들은 어머니의 삶과 죽음을 통해 계급과 젠더, 나이듦과 몸의 취약성에 대해 성찰한다.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 디디에 에리봉 -


교보문고 이벤트 페이지에 담긴 100자 평도 살짝 공유합니다. 플랫팀이 모은 300%의 '여성서사' 자신있게 추천해 드려요. '여성의 관심을 주변이 아닌 중심에 두고 세상에 바라보는 것', 플랫이 가장 잘 하는 일이니까요. 


👤군대 내 성소수자, 여성인권이 보장받길 원합니다. 변희수 하사의 용기가 조금씩 사회를 바꾸고 있어요.

👤당연히 사람이라면, 타인을 존중한다면 하면 안 되는 짓을 서약서까지 써야 하는 세상이 왔네요.

👤김연서 인턴기자님 그동안 좋은 책, 영화 많이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영감을 얻었어요. 떠나신다니 아쉽지만 앞으로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 From.Flat 

📣 3월 8일 일요일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저희 팀의 연중 최대 ‘명절’인 여성의 날을 앞두고, 기획 기사와 온·오프라인 이벤트 등을 준비하느라 플랫팀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 결과물을 순차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쁩니다. 이런 일들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다 저희를 지켜봐주신 입주자님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눈여겨봐주세요!

📣3월 11일(수) 열릴 예정인 <이처럼 친밀한 살인자> 허민숙 작가님의 북토크에 오시는 분들께는 문자메시지로 안내사항을 보내드렸습니다. 그날 뵙겠습니다😉

📣3월 8일은 플랫 탄생 6주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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