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세요.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제14대 회장을 맡았던 김경숙, 그리고 신임 회장이 된 제15대 회장 임진숙입니다. 길었던 겨울을 지나 우리 아이들처럼 보드랍고 따스한 봄이 오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저희의 편지에 놀라셨을 수 있겠습니다. 오늘 저희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회원이자 이 단체와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지키기 위해 함께 걸어온 동지로서 편지를 드립니다. 2분만 시간을 내어 읽어 주시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함께 만드는 후원회원으로 동참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정책 현장에서 힘을 합쳐 일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단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기준으로 아이들의 편에 서는지를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저희를 비단 연대단체가 아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회원으로 만들었습니다.

 

2022년, 별안간 발표되었던 ‘만5세 조기취학’ 정책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현장은 충격과 혼란에 빠졌습니다. 그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거리에서 현장 교사와 부모의 반대 여론을 총결집해 장외투쟁을 선두에서 이끌었습니다. 교육부 장관 주재로 개최된 졸속 간담회 자리에서는 ‘장관님 위로 받으려고 여기에 온 게 아니’라며 정부의 회유책을 단호히 뿌리치는 결기를 보이며, 아이들을 지키겠다는 원칙을 견지했습니다. 짧지만 치열했던 10일, 괴기스럽던 정책을 철회시키고서 함께 승리의 기자회견을 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수십 년간 난망했던 유보통합 논의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 속에서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오직 영유아 중심의 원칙을 붙들었습니다. 한 번은 교육부가 유보통합 계획안에 ‘놀이식 언어·수·예체능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유-초등 교육과정 연계를 강화해 초기 문해력을 지원’하겠다는 문구를 담은 적이 있었습니다. 얼핏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표현이었습니다. 그러나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취학 전 한글과 수 익힘을 끝내야 한다는 풍조 속에 해당 정책이 자칫 현장에서 놀이를 가장한 인지 선행학습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습니다. 그 목소리는 현장이 불필요한 선행 경쟁에 휩쓸리지 않도록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날로 거세지는 조기 선행 교육 분위기 속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특유의 충실한 연구에 근거해 정책의 개선점을 예리하게 짚어내면서도, 영유아 교육기관이 교육적 관점을 지키며 운영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는 든든한 현장의 동반자였습니다.

 

4, 7세 고시로 상징되는 과속 교육의 파고 속에서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행보는 일관되었습니다. ‘세 살을 지켜줘’ 대국민 캠페인을 통해 영유아 영어학원의 확산세와 어린이집·유치원의 폐원 증가 추이를 비교 분석하고, 실제 유아 영어학원 현장을 탐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알렸습니다. 또한 어린이집·유치원 원장, 교사를 대상으로 한 사교육 인식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영유아 영어학원 방지법’ 제정운동을 펼쳐갔습니다. 저희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이 단체는 비단 구호에만 머무르지 않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고, 데이터를 연구하고, 이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실사구시적 운동을 한다고 새삼 느꼈습니다. 물론 그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때로 사교육 관계자들의 매서운 조직적 공격에 맞서야 할 때에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아이들의 발달권을 지키고, 영유아 교육기관에서 올바른 교육적 신념을 지키며 분투하는 현장 교사들을 보호하겠다는 원칙을 이어왔습니다. 그 의연함이 저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들의 노력은 영유아 교육에 구체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작년 국가교육위원회는 ‘4,7세고시’로 불리는 유아 대상의 레벨테스트가 인권침해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했습니다. 또한 학원 업계를 대표하는 학원총연합회 측의 유아 레벨테스트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이례적인 자정 조치도 견인해냈습니다. 결국 지난 3/12(목)에는 국회의원 다수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유아 레벨테스트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주도적이고 끈질긴 저력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그동안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영유아 사교육 실태 데이터를 꾸준히 생산해오며, 국가 차원의 조사 필요성을 제기해왔습니다. 그 결과 올해 국가 차원의 영유아 사교육비 실태조사 예산이 무려 55.4% (24’ 5.6억→26’ 8.7억) 증액되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보아온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특정 정파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철저히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무엇이 가장 이로운지를 고민하는 단체였습니다. 잘못된 정책을 펼치려는 정부의 회유에도, 각계의 이해관계에 따라 무고한 비판을 들을 때에도 흔들림 없이, 기개 있게 시민운동을 펼쳐갔습니다. 이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뚝심 있게 버티지 않았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성과였습니다. 저희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으로서, 이 단체가 유아 사교육 문제에서만큼은 가히 ‘민간 교육부’로서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지키는 맨 앞에 선 곳이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 오늘 저희는 이런 귀한 단체를 위해 선생님께서 월정 후원회원으로 동참해주십사 부탁을 드립니다. 한 단체의 전·현직 회장이 다른 단체의 후원을 요청하는 일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지난 몇 년간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함께 일하며 분명히 보았습니다. 이 단체의 문제 제기 하나, 논평 한 줄이 실제 영유아 교육 현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유아 영어학원이 커지는 사이 기관들의 폐원이 날로 증가하며 교사들의 교육적 소신이 무너지는 순간들이 저희에게는 매일 체감되는 현실입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그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데이터로 밝히고, 정책적 대안으로 바로잡으려 애써왔습니다. 그 결과가 예산 증액으로, 제도 개선으로, 사회적 인식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저희는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저희는 확신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활동은 멀리 있는 시민운동이 아니라, 영유아 교육 현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입니다. 현장을 대신해 말해주고, 현장이 말하기 어려운 부분을 연구로 증명하며,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과 기준을 세워주는 존재입니다. 유아 사교육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저희는 이 단체를 ‘민간 교육부’라 부르는 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영유아 교육의 정상화는 어느 한 기관이나 단체의 힘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저희와, 정책의 방향을 바로 세우는 시민의 힘이 함께 가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선생님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후원회원으로 초대하는 부탁을 드리는 것이 자연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저희와 오랜 협력을 해왔던 단체가 단단해지는 일은 곧 저희가 돌보는 아이들의 시간을 지키는 일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영유아 교육 현장은 녹록지 않습니다. 영어학원으로 이동하는 아이들, 줄어드는 기관 수, 조기 선행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많은 영유아교육 기관들이 참으로 버티기 힘든 세월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 분명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또래와 마음껏 놀고, 충분히 몸을 움직이며, 서두르지 않고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기준 말입니다. ‘남들보다 더 빨리’가 아니라 ‘아이에게 맞게’가 우선이어야 한다는 상식 말입니다. 그 상식을 우리 사회에서 지켜내는 힘이, 지금 절실합니다.

 

선생님께서 오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후원회원으로 함께해 주신다면, 그것은 단순한 재정적 후원이 아니라 영유아 적기 교육을 지지하고 영유아 교육 기관을 함께 지키고 세워가는 분명한 의사 표현이 될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의 교육 철학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될 것입니다.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우리 아이들을 대신해, 어른인 우리가 한 걸음 더 내디딜 때입니다. 아이들의 시간이 경쟁의 시간표가 아니라, 놀이와 성장의 시간표로 다시 채워질 수 있도록 저희도 현장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생님의 동참을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긴 편지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6. 3. 18.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제14대 회장 김경숙, 제15대 회장 임진숙 올림

※문의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나눔국 02-797-4044 (내선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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