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르윈 #아임낫데어 #앙코르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지난주만 해도 창문을 열고 바깥바람을 쏘이며 편지를 썼는데 이번 주는 창문을 꼭꼭 닫은 채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여름 내 열어두던 창문을 닫았더니 방이 고요해졌어요. 기분 좋은 적막감입니다.

어둠은 길어지고 공기는 차가워지는 계절. 음악이 주인공인 영화를 보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때가 있을까요. 조명을 낮추고 볼륨을 조금 올려 봅니다. 엔딩 크레디트가 끝난 후 음악을 찾아 듣게 되는 영화 세 편을 소개합니다.
인사이드 르윈 (2013) 
"날 매달아 주오
난 죽고 사라지겠지
미련 없는 인생이지만
무덤에서 지낼 긴 세월이 서러워라
이 세상 잘 살다 가오"

어둑한 실내 공연장. 한 남자가 기타를 연주하며 홀로 노래합니다. 화려한 조명도 그의 연주를 풍성하게 해 줄 밴드도 없지만 조용히 무대를 장악하는 매력이 있네요. 노래가 끝나자 그는 어디선가 들어봤을 거라고, 원래 포크송이 다 거기서 거기라며 조금 냉소적인 멘트를 남기며 무대에서 내려옵니다. 남자의 이름은 르윈 데이비스(오스카 아이작). 원래 으로 활동하다 최근 홀로서기에 나섰습니다.

가수로 성공할 거라고 호기롭게 집을 나왔지만 그는 인기도 돈도 없습니다. 재능도 애매하죠. 추위를 막아줄 코트도 없이 계절에 맞지 않는 낡은 재킷만을 당랑 걸치고 한 손에는 고양이, 다른 한 손에는 기타 케이스를 들고는 겨울의 뉴욕에서 남의 집을 전전하는데, 그 와중에 음악들이 처연하게 아름답네요.

지난 금요일 아침 불현듯 『인사이드 르윈』이 떠올랐어요. 개봉 당시 극장에서 봤을 때는 그냥 그랬는데 다시 보고 싶더라고요. 다시 본 영화는 예전에 별점을 세 개 밖에 주지 않는 스스로가 도무지 이해가지 않을 만큼 좋았습니다. 일주일 내내 영화의 OST를 무한 반복하고 있어요.

감독 : 에단 코엔, 조엘 코엔
러닝타임 : 1시간 45분
Stream on Watcha
아임 낫 데어 (2007)
"하지만 가슴 깊이
도망칠 수 없음을 알지
오, 마마. 이게 정말 끝일까요
모빌 안에 틀어박혀
또 멤피스 블루스를 부르며"

영화 『아임 낫 데어』는 가수 밥 딜런의 전기 영화입니다. 보통의 전기 영화가 한 인물의 성장 과정을 시간 순으로 따라간다면 토드 헤인즈 감독은 독특한 방식을 취했습니다. 밥 딜런을 나타내는 키워드 7개로 캐릭터를 만들고 각각을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거죠. 시인, 예언자, 외부인, 무법자, 사기꾼, 록스타, 회심한 기독인. 모두 다른 사람이지만 사실은 단 한 사람, 밥 딜런의 이야기입니다.

낯선 형식이 혼란스럽다가도 서로 다른 인물들이 결국은 모두 밥 딜런이라는 걸 깨닫고 나면 묘하게 영화게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주드(케이트 블란쳇), 우디 거스리(마커스 칼 프랭클린), 아르튀르 랭보(벤 휘쇼), 잭/존(크리스천 베일), 로비(히스 레저), 빌리(리차드 기어). 평소 관심 있던 배우가 이 중 있다면 주저 말고 보시길.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영화 『인사이드 르윈』 마지막 장면에도 살짝 밥 딜런 같은 사람이 나옵니다. 

저는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쥬드 역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통기타 대신 일렉트릭 기타를 들었던 60년대 중반의 밥 딜런의 모습을 그렸다고 합니다. 

감독 : 토드 헤인즈
러닝타임 : 2시간 15분
Stream on Watcha, Netflix, Tiving & Wave
앙코르 (2022)
"이 마음 간직하겠소
언제나 눈 크게 뜨고
우리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겠소
당신을 사랑하기에
바른 길을 가겠소 (I walk the line)"

조니 캐시를 아시나요?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지명도가 높지 않은 것 같지만 그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가수입니다.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건 아마도 컨트리 뮤직의 특성 때문인 것 같아요.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조니 캐시의 일대기를 정공법으로 담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무명 시절, 마침내 성공한 가수가 되었지만 가정을 잃고 약물 중독에 빠져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다시 재기하기까지, 드라마틱했던 조니 캐시의 인생을 조명합니다.

조니 캐시는 호아킨 피닉스가, 조니 캐시의 구원자이자 사랑이었던 준 카터를 리즈 위더스푼이 연기했습니다. 두 배우 모두 영화에 나온 노래를 직접 불렀어요. 마치 라이브 무대를 보는 것 같은 에너지가 영화에서 느껴집니다. 호아킨 피닉스는 워낙 연기력으로 유명한 배우라 이번 영화에서도 열연하는구나 했는데 리즈 위더스푼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지, 그렇게 훌륭한 가수인지 미처 몰랐거든요. 둘이 함께 부른 노래 "잭슨(Jackson)"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감독 : 제임스 맨골드
러닝타임: 2시간 18분
Stream on Disney+
덧붙이는 이야기 
Hurt (2002)
- Johnny Cash

마지막으로 노래 한 곡을 붙입니다. 원곡은 Nine Inch Nails (NIN)의 노래인데 조니 캐시가 2002년 리메이크했어요. 뮤직비디오에는 준 카터도 잠깐 출연합니다. 이 뮤직 비디오를 촬영하고 석 달 뒤 준 카터가 세상을 떠나고 그로부터 넉 달 후 조니 캐시도 별이 되었습니다.

NIN의 원곡도 좋지만 조니 캐시가 부른 버전은 무언가 깊은 아우라가 있습니다. 초로의 예술가가 인생의 모든 굴곡을 온몸으로 겪은 후 읊조리듯 지난 생을 돌아보는 느낌이에요. 이 노래가 영화 로건』의 예고편에서 흘러나왔을 때, 이보다 더 탁월한 선택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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