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역시 인생은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요. 구독자님, 2021년이 3일밖에 남지 않았어요! 😶
어디서나 연말 분위기가 물씬! 한 해 연말 결산 느낌으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어요. 저 역시 이번 호를 연말 특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아시다시피 프레시 필립은 아직 몇 호 발행되지 않은 신생 뉴스레터인데다가, 올 한 해 들은 음악을 돌이켜보니 ‘정말 좋았다’ 하는 음악이 의외로 충분치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프레시 필립은 평소대로 진행합니다! 🙂
지난주 ‘집콕을 위한 음악 영화’ 편은 어떠셨나요? 사실 지난주 함께 소개하고 싶었지만 넣지 않은 음악 다큐멘터리가 있어요. 바로 일본 록 밴드 ONE OK ROCK(원 오크 록)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플립 어 코인’(Flip A Coin). 저도 공개까지 오래 기다렸다가 본 다큐인데요, 프필이 소개할 첫 일본 아티스트로 원 오크 록이 어울릴 것 같아 이렇게 별도로 소개해드리고자 해요.
‘원 오케이 락’이 아닌 ‘원 오크 록’. 일본에서는 흔히 ‘완오크’라고 알려진 밴드. J-팝, J-록을 듣지 않는 분께도 흥미로운 주제가 될 법한 이들의 이야기, 함께 해보시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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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실패한_아이돌이_모였더니_최정상_록밴드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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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RYOTA 료타, 베이스 | TAKA 타카, 보컬 | TORU 토오루, 기타 | TOMOYA 토모야, 드럼
일본에서 몇만 명 규모의 스타디움 공연을 너끈히 소화하는 최정상급 밴드. 원 오크 록은 2007년 정식 데뷔해 이제 활동 15년 차인 4인조 록 밴드입니다. 팝 멜로디에 강렬한 록 사운드를 입히고, 대부분 영어로 된 곡을 발매하는 이들은 일본을 넘어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죠.
그런데 원 오크 록의 스토리를 모르는 분이라면, 제목에서 좀 의아하지 않았나요? 실패한 아이돌이 모인 최정상 록 밴드라니… 🙄 밴드 음악 시장이 발달한 일본에서도 이례적인 일이죠. 이들의 흔치 않은 결성 이야기로 먼저 시작해볼게요.
TAKA(타카, 보컬) TORU(토오루, 기타, 밴드 리더) RYOTA(료타, 베이스) TOMOYA(토모야, 드럼)로 구성된 원오크록의 시작은 지금과 조금 달랐습니다.
일본 오사카 출신인 토오루와 료타는 십대 초반에 힙합 댄스 아이돌 그룹 ‘Heads’(헤즈)를 결성, 어린 나이에 도쿄로 상경해 활동했지만 잘 되진 않았어요. 이후 토오루는 짧은 연기 활동도 했지만, 밴드 음악에 빠지게 되죠. 본인이 기타를 맡고 료타를 베이스 멤버로 끌어들입니다. 이렇게 원 오크 록의 시작에는 토오루와 료타가 중심에 있고, 또 다른 기타리스트 알렉스(Alex)가 있었죠. 여기에 토오루는 평소 알고 지내던 타카를 설득해 영입에 성공하는데, 이게 바로 신의 한 수가 됩니다. 💡
타카는 누구일까요? 본명 모리우치 타카히로. 그의 아버지는 일본 내 가장 높은 앨범 판매고를 자랑하는 엔카 가수 중 한 명인 ‘모리 신이치’입니다. 어머니 또한 아이돌이자 가수죠. 즉 타카는 음악적 유전자를 물려받은 연예계 집안 아들로 자랐습니다. 그리고 자신 역시 일본의 대표적인 남자 아이돌 소속사 “쟈니스”의 그룹 NEWS로 활동해요.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소속사에서 짤리고(자신도 “짤렸다”라고 표현) 집에서도 나와 방황하기 시작하죠. 당시 이미 다른 밴드를 하고 있었지만, 토오루의 끈질긴 설득에 원 오크 록에 합류합니다.
기존 드러머 탈퇴 후 토모야가 들어오며, 현재 멤버 + 알렉스까지 더해진 5인조로 2007년부터 정식 활동을 시작해요. 하지만 이들의 초창기 서너 장의 앨범에서는 이렇다 할 정체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후 알렉스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팀에서 탈퇴, 2009년 비로소 지금의 4인 멤버로 최종 정비되었어요.
결국 이 네 명의 조합이 운명이었던걸 까요? 4인조로 선보인 2010년 앨범 Niche Syndrome부터 이들의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됩니다. 이들의 대표곡이라 꼽히는 패기 충만한 록 넘버 ‘完全感覚Dreamer’(완전감각 Dreamer)와 발라드곡 ‘Wherever You Are’가 히트를 기록하며 급부상하죠. 그리고 현재까지 약 10년간 연이은 성장세로 일본 내 톱 밴드의 자리에 올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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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드러머 외 멤버 모두가 아이돌 출신인 원 오크 록. 이들이 최정상 록 밴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요?
📌 신의 한 수, 괴물 보컬 TAKA다이나믹하고 강렬한 록 음악을 추구하는 이들이지만, 감성적인 록 발라드의 인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그리고 이 비결에는 프론트맨 타카의 천부적인 보컬 재능이 크게 뒷받침됩니다. 타카는 폭발적이고 파워풀한 창법을 구사함과 동시에 섬세한 가성이 돋보이는 팝 R&B 보컬도 겸비했어요. 기본적으로 타고난 보컬리스트인 데다 감정 표현 또한 풍부해 모든 장르를 소화하죠. 큰 화제가 된 이 곡을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 아델의 ‘Hello'를 커버한 보컬 타카 이처럼 록 밴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보컬 색과 테크닉을 지닌 그가 팀에 합류한 것은 운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 맵/단/짠의 조화원 오크 록의 음악은 얼터너티브 록, 팝 펑크, 포스트 하드코어 등 ‘쎈 음악’이지만, 멜로디가 살아있어 록 장르에 익숙지 않은 이에게도 듣기에 부담 없는 편이죠.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거나, ’떼창’에 최적화된 곡들이 많은 것도 특징이에요.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타카의 보컬 실력이 발휘되는 록 발라드가 앨범마다 수록되는 것도 인기의 비결이죠. 이렇게 🎬 어쿠스틱 편곡으로 감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곤 하는데,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모습과 함께 밴드의 다양한 매력을 선보입니다.
📌 라이브 공연의 묘미와 유쾌함 음악에 걸맞은 무대 매너를 빼놓을 수 없어요. 무대 전면에 베이스 - 보컬 - 기타가 나란히 서게 되는데 이들은… 모두 왕년에 춤 좀 췄던 3인이죠. 정신없이 무대를 누비는 이들이지만, 임팩트있는 모습을 위해 주요 곡들에 포인트 동작을 맞춥니다. 기타와 베이스 두 멤버가 박자에 맞춰 제자리에서 돌거나, 앞뒤로 스텝을 맞추며 마치 댄스 그룹의 군무를 보는 느낌을 줄 때가 있답니다. 관객들과 하나가 되어 뛰는 순간, 떼창 포인트를 만들어 능숙하게 호응을 유도하며 그야말로 보는 재미를 선사하죠.
💡무대 위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유쾌하고 재밌는 모습을 많이 선보여요. 작년 크리스마스, 이들은 무려 🎬 BTS의 Dynamite를 록 버전으로 편곡하고 댄스까지 커버해 큰 호응을 얻었죠. 짧은 길이가 아쉬운 팬들의 완곡 요청이 쇄도했다는. 역시 왕년의 댄스 그룹 짬바… 춤도 춤이지만 타카의 쨍쨍한 보컬에 일렉 기타가 더해진 다이너마이트 록 버전 - 정말 완곡 소취하게 만듭니다. 🕺🕺🕺🕺
📌 거침없는 도전 정신과 열린 마인드 자국의 음악 시장이 큰 일본이기에, 전략적으로 해외 진출을 꾀하는 일본 아티스트는 많지 않아요. 언어도 그렇고 일본 대중음악의 특성이 뚜렷한 편이라 해외에서도 소수의 매니아 층만 겨냥할 수 있죠. 이에 반해 원 오크 록은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의지가 대단한 밴드입니다.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음악 역시 서양의 록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일본의 보편적인 의식에도 반대되는 일화가 있으니… 2014년 여름, 이들은 미국의 VANS Warped Tour에 참가합니다. 주로 신인 밴드 등용문으로 알려진 장기 투어 프로젝트로, 2014년에는 북미 19개 도시를 투어 버스로 도는 일정이었어요. 당시 일본 내 팬들의 의견이 분분했죠. 이미 관객 몇만 명을 동원하는 정상급 위치의 이들이 좁은 버스에서 생활하며 소수의 관객 앞에서 서다니! 아무런 제약 없이 공연장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일일이 사진을 찍어주는 이들의 모습은 수많은 자국 팬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죠.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스스로 초심으로 돌아가는 열정, 의외지 않나요? 그리고 같은 해 9월, 이들은 일본에서 6만 명 관객을 동원한 요코하마 스타디움 공연을 성사시키죠. 🤘
📌 전 세계를 목표로! Warped Tour 외에도 아시아, 미국, 유럽 등 다양한 나라에서 공연하며 글로벌 팬과 활발히 만나는 원 오크 록. 🌏 본격적으로 해외 유명 프로듀서, 믹싱 엔지니어와 함께 작업한 2013년 앨범 人生×僕=(JINSEI X BOKU=)를 시작으로 영어 가사의 비중이 높아졌고, 2015년 35xxxv 앨범부터 전곡 영어 가사로 발매하고 있어요. 펑크 록에서 얼터너티브 록 쪽으로 비중을 높인 이들의 음악은 해외 음악 시장을 겨냥해 더욱 진화하고 있습니다. 2016년 워너 뮤직 산하 레이블인 Fueled by Ramen과 계약하며 더욱 더 박차를 가하죠. 에이브릴 라빈, 5SOS 등의 해외 아티스트와 협업하고, 2018년에는 북미 투어는 물론, 에드 시런의 아시아 투어 서포트 액트로도 활약하는 등 팬데믹 시기가 도래하기 이전까지 전 세계를 누비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갔습니다.
💡참고로 원 오크 록은 한국도 여러 번 왔었다는 사실, 아셨나요? 2번의 국내 록 페스티벌, 4번의 단독 내한 공연도 모두 성공적으로 마쳤어요. 저 역시 이들 공연을 몇 번 보았는데, 매번 이들의 내공과 체력에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
📌 팬데믹에 맞서는 자세세계 시장을 목표로 하는 아티스트에게 팬데믹은 치명적이 아닐 수 없죠. 원 오크 록 역시 예정된 해외 투어가 모두 취소되고 한순간에 고립됩니다. 그런 심경이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플립 어 코인’에 고스란히 담겨있어요. 그리고 작년 10월, 첫 대규모 온라인 콘서트에 도전했습니다. 조조 마린 스타디움의 규모에 걸맞은 초대형 무대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을 펼쳤죠. 관객들과 늘 같은 공간에서 호흡해 온 이들이, 온라인상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음악을 제대로 전할까하는 고민의 흔적이 보입니다. 특히 공연의 모든 요소를 꼼꼼히 체크하고 판단을 내리는 타카의 모습은 역시 이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보통의 의지가 아니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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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몇 가지 포인트로 원 오크 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는데요, 어떠셨나요? 물론 좋은 음악이 1순위겠지만, 이들의 성장 과정을 보면 멤버들의 진취적인 자세 또한 중요한 성공 비결인 것 같아요. 대부분의 멤버들이 어린 나이에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고 잘 되지 않은 경험도 있기에, 이 세계의 냉혹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죠. 그렇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것인지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매너리즘에 빠질 법한데도 말이죠. 🤔
문득 ‘플립 어 코인’에서 타카가 화상 회의를 하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는 직접 영어로 미국 워너 뮤직과 해외 아티스트 계약에 관한 대화를 이어가죠. 그리고 옆에 앉은 사람에게 그 상황을 이렇게 설명해요.
타카: 워너 뮤직 회장 등을 만나기로 했어. 회사에서 가장 높은 5명에게 나의 열정을 보여주는 거지. 👤: 누가? 타카: “내가”.
원 오크 록은 올해 초 일본 아뮤즈(Amuse)와 계약 종료 후 자신들만의 독립 레이블 10969 Inc.를 설립했습니다. 데뷔 15년 차에도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는 이들의 열정.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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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공유해 드린 몇 개의 영상을 보셨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즐길 차례! 🤘 주로 라이브에서 매력을 발휘하는 밴드라 공연 영상 위주로 구성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곡이 있으시다면 음원사이트에서 앨범 전체를 즐기시는 것도 추천 드려요.
독특하게 이번 목록의 첫 곡은 이들의 히트곡이 아닌, 공연에서 선보인 Vanessa Carlton의 A Thousand Miles 커버 영상입니다. 엄청난 규모의 관객 속에서 이런 세트 연출도 색다르고, 왠지 연말 느낌과 어울릴 법해서 선택했어요. 그리고 마지막 영상은 대표곡 ‘완전 감각 Dreamer’의 자가격리 버전인 ‘완전 재택 Dreamer’. 팬데믹 시기를 함께 이겨내자는 취지로 멤버들이 각자 집에서 촬영한 영상으로 만들었대요. 모두 즐겁게 관람해주시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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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구독자님께 보내는 마지막 레터, 여기까지입니다! 아무쪼록 이번 뉴스레터도 구독자님께 신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었길. 짧은 시간이었지만 올 한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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