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영웅의 특징에 대해 설명할 때 우리는 그들이 지닌 ‘슈퍼 파워’에 대해 이야기하죠. 엄청난 힘이나 신체조건과 신기한 초능력은 많은 이야기 속 영웅들이 지닌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인데요. 그렇다면 타고난 특별한 능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은 태생부터 영웅이 될 수 없는 걸까요? 이런 사소한 질문에 대해 따스한 상상력을 풀어나가는 책이 하나 있습니다.

구독자 여러분들은 영웅에 대해 생각할 때 어떤 이야기를 주로 떠올리시나요? 지금은 영웅을 다룬 수많은 영화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사실 인류의 역사에서 오랜 시간 영웅의 이야기로 사랑받아 왔던 것은 다름 아닌 신화인데요. 한국의 단군 신화부터 서양의 그리스 로마 신화까지 신화들은 수없이 많은 세대를 거쳐 전해지면서 우리에게 영웅의 본보기를 제시해왔죠. 

많은 영웅들에게는 자신만의 강한 신념과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데요. 그들은 자신들의 신념과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싸우며, 심지어는 현실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죽음을 선택하기도 하죠. 자신의 이상을 위해 현실적인 문제들에 저항하는 영웅들의 모습은 그렇지 못하는 많은 이들에게 큰 인상을 남기기도 합니다. 어쩌면 굳은 신념을 가지고 그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영웅의 본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장 아누이의 안티고네〉는 고전 신화 속 크레온과 안티고네의 대립 구도를 그대로 차용하면서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이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통치자로서 국가의 안위를 중시하며 자신만의 가치를 포기하고 현실과의 타협을 선택하는 크레온은 완벽한 자유와 절대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안티고네와 대립하게 되는데요. 흔히 신화나 고전 작품에서 크레온은 악인, 안티고네는 선인으로 그려지는 것과 달리 장 아누이는 이들의 대립이 서로 다른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을 드러내죠. 다시 말해 두 사람의 갈등은 선과 악에 대한 이분법적인 경계가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삶에서 최고의 가치를 정하는지, 그리고 그 가치를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장 아누이의 희곡은 영웅의 본질에 관한 가장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