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여덟 번째 절기, 상강입니다.
‘상강’ 레터가 나간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겨울 절기의 시작인 ‘입동(立冬)’이 왔습니다. 절기를 잘 알지 못해도 입춘, 입하, 입추, 입동은 다들 잘 아시죠? 왠지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를 잘 보내야 그 계절을 잘 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입니다. 다들 입동 준비 단단히 하시길 바랍니다! 🧣
입동에는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를 하며 날씨점을 치기도 하는데요. 입동 때의 날씨를 보아 그해 겨울 추위를 가늠한다고 해요. 대개 전국적으로 입동에 날씨가 추우면 그해 겨울이 크게 추울 것이라고 믿는다고 하네요. 겨울은 추위와 함께 오기에 자주 시련을 뜻하지만 저는 겨울이 좋아요. 누군가에겐 더위가 시련이 되듯이 각자의 세상이 있으니까요. 물론 추위를 사랑할 수는 없으니까 적당히 추운 겨울이었으면 합니다. (그게 되나 적당히 추운 게) 2022년 입동 날씨는 어떤가요? 거기 지금 괜찮나요? 이상 오늘의 이었습니다.
여름👻입니다. 가을 마무리 잘하셨나요? 사실 저는 29년 살면서(나이 공개^.^) 단풍의 아름다움을 처음 느꼈어요. 단풍 구경, 단풍놀이 같은 단어는 살짝 나이 든...사람과...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요. 정신 차려보니 제가 단풍 구경에 환장해 있더라고요. 단풍으로 유명한 산이나 명소에 가진 못했지만, 서울 도심에서 단풍을 잘 즐겼습니다. 가을과 함께 종묘에 다녀왔어요. 다들 궁으로 떠날 때 종묘 가서 한적하게 걷다 왔습니다. 아쉽게도 공사 중이라 온전한 정전을 보지 못했지만, 종묘의 운치를 느낄 수 있었어요. 아니 여러분 ‘신로(神路)’ 아시나요? 가을과 종묘를 한 바퀴를 다 걷고 출구 앞에서 ‘이곳의 가운데 길은 신로입니다. 보행을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쓰여 있는 안내 문구를 봤어요. 알고 보니 ‘신로(神路)’는 조상신이 다니는 길이기 때문에 가운데는 비워두고 서쪽에는 세자, 동쪽에는 임금이 걸었다고 하네요. 이런 소소한 배움이 너무... 너무 즐겁지 않나요...? 교과서로 배우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며 배우는 것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고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이 들수록 더 재밌어요ㅠ

아아… 가을은 갔습니다. 사랑하는 가을은 갔어요. 너무 추워요. 그래도 입동이 오기 전에 단풍놀이 했네요. 전 사실 단풍놀이에도 흥미를 처음 느껴봤어요. 뭔 맨날 처음 흥미롭다는 것도 웃기네요. 진짜 흥미 없는 건 따로 있는데. 가을😑이 영어 시험을 봤는데요. 20년이 넘도록 저를 괴롭힌 영어라는 친구랑 또 싸웠어요. 모든 시험을 당일에 공부하는 저의 지독한 습관은 영어에서 절대 통하지 않아서 시험 내내 “에바”라는 친구에게 신세 한탄을 늘어놓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에바가 저한테 음악에 관해 물으면 “어 에바, 내 첫 번째 가수는 보이그룹인데 그들은 이제 방송에 나오지 않아. 그들은 죄를 지었단다.” 에바가 롤-플레이 하자고 하면 “어 에바, 나 커튼콜 때 사진 찍어도 되니? 어 에바, 나 맥썸 노이즈!! 해도 되니? (함성이라는 단어보다 먼저 떠오르는 맥썸 노이즈) 어 에바 나 입장해서 친구랑 자리 바꿔도 되니?” 아마 에바가 저를 고소할 것 같아요. 제니를 하염없이 부르던 어떤 친구가 생각나네요. 아무튼 이렇게 에바랑 안면을 텄으니 다음은 더 낫겠죠 뭐.. 아무래도 낯을 가려서요. 대충 굴려보는 인생이지만 어디로든 천천히 가봅니다. 하하하. 마젤토브 웃어봐(요).

드디어 겨울🤓입니다! 이 계절만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코끝을 스치는 차가운 공기가 얼마나 반가운지 외부에서도 마스크를 잘 벗지 않던 제가 찬 공기와 초겨울 냄새를 맡으려 마스크를 벗고 산책을 했습니다. 겨울을 좋아하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사실 전 해가 짧아지는 제일 좋아요. 밤이 길어지는 게 정말 좋아요. "야 니들 어둠의 자식들이냐 불 좀 켜"라고 말하는 과학선생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사람들이 열심히 움직이고 부지런히 무언갈 생산해내는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가끔 숨이 막히거든요. 나도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 같은 느낌, 나만 멈춰있는 것 같은 불안감,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그래서 해가 지고 모두가 생산을 멈춘 시간에 홀로 깨 생각하는 걸 좋아해요. 동이 트는 시간, 지하철, 버스가 움직이는 시간이 한때는 두렵기도 했는데요. 요새는 낮의 활기, 생명력에 쵸금 애정이 생기는 중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기는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입니다. 여러분 저!! 퇴사 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돈버는 걸 멈춰본 적이 없어서 사실 이 공백이 불안하고 두려운데요. 멘탈을 다 잡는 게 쉽진 않지만 저의 다음 움직임과 생산을 위한 이번 쉼을 좀 즐겨보려고 합니다. 이 시간을 잘 보내고 나면 해가 떠 있는 시간도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 The Good life
Tony Bennett|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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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입니다. 재즈... 좋아하시나요...? 예전에 겨울한테 쳇 베이커 안 알려줬다가 왜 자기만 안 알려줬냐고 이상하게 혼난 적이 있는데요...;;; 어릴 때 할머니가 유명한 재즈 가수들(프랭크 시나트라 같은)에 대해 알려주시곤 했어요. 그땐 이름도 어렵고 잘 모르는 가수들 이야기가 재미없다고 느꼈어요. 재즈에 대한 매력은 나이가 들면서(아놔;) 알게 된 것 같아요. 독서 하거나 명상 할 때 자주 듣곤 하는데요. 우연히 재즈기자라는 유튜버가 올린 ‘토니 베넷의 음악과 삶’ 이라는 영상 보고 감동을 받아서 여러분과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재즈가수로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했던 90대의 토니 베넷의 삶에 대한 영상이에요. 영상 말미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96세 토니 베넷이 은퇴 공연에서 오케스트라 반주가 시작되자 마법처럼 노래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쏟아냈다는 자막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어요. 우리는 살면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이라는 표현을 할 수 있는 순간이 올까요? 어쩌면 그 순간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건 아닌가 싶으면서도 그러려면 지금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악 또 일일일. 자아 찾기로 이어지는 글이 되었네요. 그럼 조용히 토니 베넷 대표곡 모음 플레이리스트 놓고 갑니다.
🎵 Caprice No. 24
 Nicolo Paganini|David Garr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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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요새 마음만큼 생각이 안 따라줘. 의욕은 넘치는데 소재가 다 떨어졌네요. 오오 오오 오! 내 이야기의 소재가 되어 줄 곡 없나요~ 네. 바로 AKMU-소재의 가사입니다. 이번 제철소는 파가니니다. 어 미안해 흔해 다음 기회에 도전해~ 아니 이 사람들이 다 음악을 소개하겠다고 그럼 난 뭐해. 뭐하긴 나도 통일성을 위해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으로 갑니다. 입동에 이만큼 잘 어울리는 곡이 있을까요?
도입부부터 갑자기 몰아치는 바람은 날 한 치 앞도 못 보게 해~~~ 쏟아지는 빗물은 단 한 걸음도 못 가게 해~!~!~! 워어~! (순서 바뀐 거 시적 허용임) 다 가사로 때우냐고 물어보시면 네 정확합니다. 음악은 스스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듣는 사람마다 다를 테니 더 드릴 말씀이 없네요. (절대 귀찮아서 아님) 일단 전 데이빗 가렛의 링크 (👉노래 듣기👈)를 드립니다. 악마 같은 곡일수록 골라 듣는 재미가 있으니 여러 연주자를 느껴보시면서 겨울로 함께 떠나 봅시다! (맨날 가긴 어딜 가)
🎵 We Raise Our Cups
HADESTOWN|Amber G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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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잔뜩 빠져 겨울🤓의 통장을 갖다 바쳤던 뮤지컬이 있는데요. '하데스타운'입니다.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를 대공황 시기 미국을 배경으로 풀어냈는데요.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극이지만 오늘 소개하려는 제철소에 맞춰 내용 일부를 공유합니다. 오르페우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처럼 뒤를 돌아보고 에우리디케는 하데스타운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모두가 탄식하지만, 이 극은 절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르페우스가 그럼에도 다시 노래를 부르거든요. 이번에는 달라지지 않을까,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고 믿으면서 말이죠. 

“중요한 것은 결말이 어떤지 알면서도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것.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른다고 믿으면서” 노래를 다시 시작합니다. 끊임없이 슬픔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 같지만 변화가 조금씩 쌓여 분명 달라질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 페르세포네가 오르페우스와 우릴 위해 부르는 위로의 노래 ‘we raise our cups’ 입니다. 브로드웨이 페르세포네역 엠버그레이 버전입니다. 🌹(👉노래 듣기👈)


햇살 속 노래하는 새 그들이 아니라

어두운 밤 노래하는 새 너흴 위해 건배

이 땅 위 그가 어딘가 홀로 방황해도

우리노래 그를 따라가 위안을 주리

푸른들판 피어난 꽃들 그들이 아니라

흰 눈속에서 피어난 꽃들 너흴 위해 건배

good night, 형제여. good night. 

절기 節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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