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st 담: 엄살원 주인. 기획, 음식, 편집 등등을 한다. 유리: 엄살원 직원, 손님 섭외, 식사, 편집 등등을 한다. 예인: 연출, 감독. 촬영하다 쉬는 시간에 잠깐씩 식탁에 앉는다. Guest 준짱: 국회 보좌진. 심상정 의원실의 컨텐츠 노동자. 심상정 인스타그램 스토리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접수완료’의 주인공. 유튜브 채널 큐플래닛에서 영상편집자로 활동했었다. 주말에는 성미산좋은날협동조합에서 장애인노동자들과 그림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준짱의 TO는 어디에 있지? 담: 안녕하세요. 준짱은 국회 보좌진이라고 하셨죠. 제가 보좌진이 어떤 직업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는지 잘 몰라요. 아까 듣기로는 촬영을 맡으신다고요? 준짱: 네. 원래는 큐플래닛에서 영상을 만들었어요. 담: 큐플래닛이 뭐예요? 준짱: 소수자를 향한 가짜뉴스와 혐오에 대항하는 퀴어방송국이자 유튜브 채널이에요. 유리: 재밌어요. 손희정 선생님 나오시고. 담: 한 의원실에 보좌진이 몇 명이나 있어요? 의원실마다 좀 다른가요? 보좌진마다 업무가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하고요. 준짱: 의원실마다 인턴을 포함하여 8명 내지 9명 정도 있어요. 업무로 나눠보면, 일단 수행비서가 있죠. 기본적으로 보디가드 역할이에요. 국회의원은 한 명 한 명이 걸어 다니는 입법 기관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공격받을 위험, 테러의 위협에 상시로 노출돼 있어요. 실제로 저희 의원님도 초선 의원일 때 살던 집이 반지하였는데, 반지하라 창문이 낮게 나 있어서 외부 테러에 굉장히 취약하다고 보안 직원이 이사를 권했대요. 길거리에서도 크고 작은 위협이 계속 있어서, 수행비서님이 꼭 필요해요. 그리고 운전비서님. 저희 의원 같은 경우에는 새벽 5시에 나와서 밤늦게 퇴근하세요. 당연히 운전비서님 업무 시간도 엄청나게 길어져요. 의원보다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늦게 퇴근하고. 또 장거리 운전도 때때로 있기 때문에 다른 업무는 거의 못 보죠. 빡빡한 스케줄에 맞게 효율적으로 운전해야 하니까. 벌써 두 명 티오가 없어졌죠. 그 다음에 드라마에서 자주 보이는 보좌관이 있어요. 크게 정책 보좌관과 정무 보좌관으로 나눠요. 제도를 만드는 건 주로 정책 보좌관 쪽에서 하고요, 정무 보좌관은 의원이 맺는 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아요. 의원과 가장 가까이에서 다른 당과의 견제 관계, 협력 관계 이런 문제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는. 이 보좌관님들 밑에서 협업을 하는 비서관과 비서가 또 각각 계세요. 저희 의원님같은 경우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지역사무실을 별도로 두고 있고, 그에 따라 지역비서관이 있어요. 그리고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나오는 영수증을 처리하고, 선거에 나갈 때 선관위법의 적용을 받는 여러 행정을 도맡아 하시는 행정 비서님도 계세요. 회계 및 행정 업무를 담당하시는 비서님. 그리고 의원님의 워딩을 정리하는 메시지 비서님이 계시고요. 여기까지 벌써 8명이 다 찬 거예요. 그럼 도대체 나의 티오는 어디 있냐. 유리, 담: 왜 몰입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준짱: 다들 이렇게 바쁜데, 의원실에서 나오는 그 수많은 유튜브 영상들은 누가 제작하냐. 네, 그걸 제가 만듭니다. 저는 인턴 TO로 일을 하고 있어요. 담: 어떻게 국회에서 일하게 되셨어요? 원래 정치에 관심이 있으셨어요? 정치의 여러 방식 중에서도, 의회 정치에 대한 믿음이 있으셨나요? 준짱: 네. 저는 이전에도 당 운동을 했었어요. 제가 있는 당이 당선하고, 정치 세력화를 하는, 그런 방식으로 전개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었어요. 실제 원내에 들어간 정당에 관해서는 비판적인 소수 정당의 입장, 원외 정당의 입장이었지만요. 아, 그리고 제가 보좌진 일을 시작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있어요. 사실 이전에는 건바이건으로 돈을 받는 불안정한 프리랜서여서,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제 작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미대 나왔으니까. 그래서 그 무렵에 서울문화재단에서 하는 청년예술청 기금 사업 참여를 제안받았어요. 그걸 제안한 사람은 청년예술청 예술 감독이었던 y 작가인데요. 그 사람이 나한테 성희롱을 한 거야. 업무를 제안하는 날 당일에 너랑 작업실에서 섹스하고 싶다느니 이런 얘기를 한 거예요. 그때는 돈 문제로 너무 힘들 때였는데, 어떻게, 섹스를 하자는 건가? 내가 섹스를 거절하면 이 일을 못 하는 건가? 근데 안 하고 싶은데. 담: 그렇죠. 아무래도 안 하고 싶죠. 유리: ㅇㅇ……. 준짱: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굉장히 마음이 어려워졌어요. 막 울면서 집에 왔어요. 이 일과 섹스가 얼만큼 연관이 되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다음에 이제 공론화를 했죠. 신문에도 나고 그랬어요. 웃기는 게 나는 명예훼손죄가 무서우니까 익명으로 공론화를 했거든요. y씨라고. 근데 이 사람이 자기 페이스북에 가해자 y씨가 난데, 난 그런 적이 없다 그러면서 자기 소명을 하더라고요. 이후에 정신적으로 상태가 안 좋아졌어요. 당시 제 사건을 도와주던 친구가, 우리가 다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지 않겠냐, 반드시 작업이 아닐지라도 의원실 쪽 일을 해보면 어떨까 제안을 해줬어요. 그러고 나서 의원실에서 정식으로 채용연락을 주셔서 예, 하고 일하게 되었습니다. 담: 엄살원에서 예인이 만드는 영상을 보면서도 느끼는 건데요, 준짱: 고퀄이던데요. 예인: 감사합니다. 담: 이걸 만드는 사람이 있다, 그게 누구다, 말을 자주 해야겠다고 느껴요. 이미지를 잘 만들수록, 이미지를 연출하는 사람이 최초 기획이나 취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결과물이 매끄럽잖아요. 메시지와 이미지 간에 괴리가 적으면 연출자의 존재가 잘 안 보이더라고요. 기획을 한 사람이 있고, 연출해서 찍은 사람이 있는데, 그런 협업의 과정은 영상이 양질일수록 오히려 티가 안 나게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그 윤석열 캠프에서 “민지가 해달라는데~” 같은 카피를 쓰면, 야 저거는 누가 대신 써줬네, 하고 바로 알잖아요. 윤석열이 청년 세대를 이해하는 수준과 저런 친근해 보이려는 카피는 괴리가 너무 크니까 설계자의 존재를, 그림을 짠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되는 거죠. 반대로 그림을 잘 만들수록 만든 사람의 존재는 좀 잊히게 돼요. 아까 미대 졸업 후에 작업을 하고 싶으셨다고 하셨잖아요? 준짱: 네. 담: 자기가 전면에 나서는 일과, 내세워진 다른 사람의 이미지를 다루는 일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사전 질문지에 보니까 그림 수업도 하고 계시고 그림, 영상, 사진 등의 개인 작업도 이어가고 계시는데, 그런 작업과 보좌진 일 간의 관계가 좀 궁금해요. 둘 다 하기가 괜찮으신지. 준짱: 말을 너무 잘하시잖아. 정리가 되네.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이게 나네, 그러면서 듣고 있어요. 예인: 저도 들으면서 같이 아~ 준짱: 음, 좀 멀리 돌아서 학생일 때 이야기부터 출발해보면요. 저는 미술 작업을 하고자 했을 때 여러 시도를 해보면서 항상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나는 좀 더 사회에 다가가는 작업을 하고 싶은데, 내 작업은 어딘가에 갇혀 있는 것 같고. 정작 내가 내 작업을 봐줬으면 하는 사람들은 이 전시장에 못 올 것 같고. 올 시간이 없거나 올 수가 없거나. 그럼 결국 내가 서 있는 곳 근처에서 나만 만족하는, 또는 나조차도 만족스럽지 않은 그런 말만 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할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그런 자조에 대한 작업도 해보고 그랬는데, 그런데 지금 하는 일은 굉장히 내가 다가가고 싶어 하는 곳에 마음껏 갈 수 있는 직업이기는 하거든요. 그래서 차이가 있다기보다는...이 일을 작업의 연장 선상에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게 내가 정말 하고자 했던 작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히려 학생 때 하고 싶었던 정치적인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작업자가 된 것 같다. 그런 만족감이 있죠. 말씀하셨던 것처럼 웰메이드 작업물일수록 누가 만들었는지가 좀 안 느껴지잖아요? 저는 제가 드러나지 않는 게 오히려 좋은 것 같아요. 우리가 어떤 영상을 볼 때, 마음에 걸리는 티끌이 하나 있으면 계속 그 오점이 보이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잘 안 보이잖아요. 예를 들면 자막에 오타가 있다. 그러면 그 오타 때문에 애초에 보여주려고 했던 큰 맥락을 향한 집중이 흐트러지잖아요. 저는, 그렇게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 없이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일차적으로는 최대한 제가 개입하지 않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생각을 해요 준짱: 최근에는 의원님이 쪽방촌에 방문해서 현장 간담회를 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날 간담회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일단 쪽방촌이니까, 의원님을 실내에 초대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대안으로 놀이터에서 모이기로 했어요. 그런데 의원님이 오시기 전부터, 누가 부르지 않았는데도 주민분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놀이터에 나와서 이야기를 하고 계셨어요. 자기 집 거실인 것처럼. 자기 집이 좁다 보니까 밖에 나오는 게 너무 익숙하신 거죠. 거기다 우리가 마이크도 놓고, 간담회에 맞게 그럴싸한 자리를 마련했는데, 그분들이 굉장히 편안하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우리한테는 일부러 만들어낸 간담회장이 그분들한테는 늘 있던 자리니까. 그때 현장 발언자는 남성분들이, 할아버지들이 훨씬 많았어요. 쪽방촌에서는 여러 사람이 복도를 끼고 벽 하나만 세워져 있는 방 한 칸에 살기 때문에 보안에도 취약하고, 어떤 면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더 살기 힘든 구조라고 볼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실제 현장에서는 남성 당사자의 발언이 훨씬 많고, 여성 당사자의 발언은 한 두 개 정도에요. 이 현장을 영상에 담으려고 하면 당연히 발화자 수가 많은 남성 쪽에서 소스가 많이 나오는데, 그럴 때 성비를 조율해서 여성 발화자를 일부러 집어넣거나 그런 정도의 개입을 제가 해요. 그리고 보통 인터뷰이가 청소년이나 어린이일 경우에 호칭으로 “무슨 군”, “무슨 양”을 쓰잖아요. 그 자리에 “무슨 님”, “무슨 씨” 와 같이 보다 평등한 호칭을 넣거나. 이런 건 분명 개입이면서도, 못하면 보이지만 잘하면 안 보이는 개입인 거죠. 물론 요즘에는 그런 부분까지 눈여겨보는 지지자분들도 많기 때문에, 이 의원실은 호칭도 신경 썼네, 하는 반응을 접하면 뿌듯하죠. 이런 변화를 소중하게 생각해 주시는구나, 하고요. 어린이를 님이나 씨로 호명하는 걸 어색하게 느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노력을 어색한 언어가 아니라 기다렸던 언어로 발견해 주시는 분들에게 굉장히 감사하죠. 담: 저는 준짱 말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하는 모든 일이 협업이라는 것을 알게됐거든요? 준짱: 그렇죠. 의원의 일은 의원실이 한다. 담: 그러니까 크루가 있는 거잖아요. 이걸 알아채기 힘든 거 같아요. 공도 과도 결국에는 국회의원에게 수렴하니까. 대표가 되고 상징이 되는 게 국회의원의 역할이기는 하지만... 좀 다른 얘긴데, 사회구조적으로 자기 브랜드를 자기가 만들도록 내몰리는 시대이다 보니까, 모두가 자기 몫의 공이 노출되지 않는 문제, 크레딧의 문제에 굉장히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느끼거든요. 근데 준짱의 얘기는 좀 반대 방향이라고 느껴져서 재미있어요. 일주일에 1,000명 담: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지금은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게 되셨잖아요. 전보다는 좀 안정감을 느끼시나요? 준짱: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왜냐면 보좌진의 경우에는 국회의원의 임기 종료와 함께 직업이 상실되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아니면 국회의원이 일하는 상임위원회가 바뀌어도 일이 없어질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원래 국토교통위원회에 있던 의원이 환경노동위원회로 이동을 한 경우다. 국토위 정책을 만들던 사람이 환노위 정책을 또 잘 만들기란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러면 정책담당자를 바꾸기도 하고. 그러니까 효율적으로 일을 잘하기 위해서... 담: 갈아 끼워지는? 준짱: 그렇죠. 일주일에 해고되는, 혹은 직위가 바뀌거나 사임하거나 하는 보좌진의 수가 굉장히 많다고 들었어요. 거의 1천 명 가까이 된다고 했거든요. 유리: 일주일에요? 준짱: 응. 생각해 보면 의원실이 300개이기 때문에 그 수가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어요. 300개 의원실에 보좌진이 9명씩만 있다고 생각해도... 유리: 저는 그것도 인상 깊었어요. 고위직은 남성 보좌진이 많고, 인턴은 여성이 많은 거. 준짱만 봐도 그래. 준짱이 좋은 거 많이 알거든요? 저한테는 그런 이미지인데. 저 사람 좋은 거 많이 안다. 담: 미감이 좋다, 미학이 있다. 유리: 응. 의원실도 그런 능력에 더 가치를 매겨주면 좋을 텐데, 이런 여성들을 인턴으로만 쓴다는 것이...유유다. 준짱: 물론 홍보담당자이면서 비서로 채용이 된 분들도 있어요. 그건 의원실의 재량에 따라서 또 달라지기도 해요. 아까 촬영 전에 유리랑 얘기했던 건데. 국회 보좌진을 채용하는 법도 다 과거에 만들어진 거고, 조금씩 바뀌어 온 거잖아요. 예전에는 홍보 담당자라는 직업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을 거예요. 개인 미디어가 없었던 시절에 중요한 건 공보였겠죠. 기자들과 협력해서 어떤 기사를 내보낼지, 어떻게 뉴스에 한 번 더 나올지. 그런데 요즘은 의원실마다 자체 콘텐츠를 만들잖아요. 인스타그램, 트위터 같은 SNS도 하고, 유튜브 영상도 만들고. 점점 더 홍보 담당자의 역할이 커지는 추세에요. 그런데 이게 새로 생긴 변화란 말이죠. 그러니까 의원실 입장에서는 이미 정책도 중요해, 정무도 중요해, 수행비서도 당연히 있어야 돼. 행정 없을 수 없지. 당연히 있어야 돼. 그러고 나서 보니 홍보 담당자에게 자리를 줄 수가 없는 상황인 거거든요. 저도 처음엔 보좌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요. 의원실을 작은 소기업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많지 않은 거였어요. 저는 이제 보좌진의 수가 더 많아져야 한 명 한 명이 자기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시민 입장에서는 다를 수 있겠죠. 보좌진 수가 늘어나면 세금도 더 많이 들고. 또 내가 신뢰하는 국회의원뿐 아니라 내가 싫어하는 국회의원도 그만큼 많은 인원을 쓸 수 있게 되니까요. 그런 차원에서 보좌진 수를 줄이라거나 보좌진 급여나 국회의원 급여를 삭감하라거나 하는 식의 주장을 많이들 하시죠. 저도 당연히 그 마음을 알지만, 동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혼자 다 해야 하니까. 촬영도 내가 하고 편집도 내가 하고... 예인: 이게 너무 눈물이 나. 같은 업계에 있는 입장에서... 너무 가혹하다. 유리: 근데 홍보 콘텐츠를 만들려면 반드시 크로스체크할 동료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이게 웃기는지, 정말 먹힐 만 한 건지 누구한테 물어보고 싶잖아. 준짱: 영상만 만드는 게 아니라 마케팅도 같이하는 거죠. 예인: 다른 회사에는 영상팀, sns 담당자, 마케팅 담당자가 다 따로 있어요. 기획도 따로 있고 실무자가 따로 있는데! 준짱: ㅋㅋㅋㅋ 예인님 오늘 제 동료로 오신 건가요? 든든해. 예인: 이런 여성 노동자가 대부분인 거죠? 준짱: 보여드릴게요. 이게 국회 보좌진의 성별과 직급별 인원수에요. 여성 보좌진은 아래 직급일수록 되게 많은데 남성 보좌진들은 위에 급수가 굉장히 많죠. 담: 그러네요. 완전히 피라미드에요. 준짱: 정의당 여성 의원들은 여성 보좌진이 많은 편이에요. 그런데 다른 의원실에는 여성 의원도, 여성 보좌진도 정말 적어요. 젊은 보좌진은 보통 여성 보좌진이고. 보좌진 업무만도 양이 많고 힘든데, 만약 가정에서 돌봄을 함께 해야 하는 여성 노동자의 경우라면 배로 힘들죠. 이은주 의원실의 정책보좌관님이 여성 보좌관님이세요. 민주노동당 때부터 계속 보좌관으로 일을 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그분은 자녀도 3명인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굉장히 힘들게 이 일을 계속해오고 계신 거죠. 이렇게 여성이 정책보좌관이 되는 경우는 드물고, 보통 여성 보좌진들은 아래 직급에 많이 있어요. 근속을 오래 했는데도 직급이 오르지 않아서 답답함을 느끼고 그만두는 여성들도 많아요. 제 친구인 보좌진들도 보면, 5년을 넘게 국회에서 일했는데 계속 8급인 거예요. 좌절할 수밖에 없죠. 왜냐하면 직급이 높아져야지 다뤄볼 수 있는 정책도 다양해지는데, 계속 아래에서만 일해야 되니까. 예인: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당에 후원하면 준짱이 월급을 더 많이 받나요? 준짱: 일단은 그렇다고 해야지 후원이 많아질 것 같은데… (유리: 아닌가 봐) 참 어려운 문제예요. 담: 그것도 궁금했어요. 보좌진이 되려면 한 국회의원이 대표하는 가치나 정책에 깊게 동의 해야 하나요? 가치 지향적인 성향을 좀 강하게 가지고 있어야 보좌진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인지? 준짱: 그건 완전 케이스 바이 케이스. 정말로 그 국회의원이 속한 당이나 그 국회의원이 말하는 가치에 동의해서 일하는 보좌진도 많고요. 보좌진이라는 직업 자체를 지향하는 보좌진도 있어요. 자신이 소속한 당이나 의원이 가진 개별 가치에 일일이 동의하진 않아도요. 아까 말했듯이 국회의원 임기가 4년이다 보니까, 보좌진도 4년 후의 채용 상황이 불투명해요. 국회의원의 업무 성격이나 속한 상임위원회가 바뀐다면, 주력 부문이 뭐였냐에 따라 4년이 채 지나지 않아서 교체될 수도 있고. 이렇게 짧은 수명을 알고 있는 보좌진들은 만능 보좌진이 되려고 노력하기도 해요. 그리고 당이나 국회의원의 성격과 상관없이, 채용해 주기만 하면, 바라던 직급이기만 하면 최선을 다해서 적절하게 일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분들이 가치 지향적인 사람보다 이 직업에 덜 진심이거나 한 것은 아니에요. 유리: 오히려 되게 이해돼요. 준짱의 전시장 유리: 지금은 다가가고 싶었던 사람들한테 다가갈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것 같다고 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어요? 담: 맞아. 구체적으로 누가 준짱의 전시장에 올 수 없다고 생각하셨는지? 준짱: 우선은 접근성과 관련한 고민이 있었어요. 내 작업에 글이 많은데, 그러면 이 작업이 글을 읽을 수 없는 사람을 배제하고 있는 건 아닐까? 관객이 글을 읽을 수 없다면 이걸 받아들이게 할 다른 방법이 없나? 작업의 의도와 충돌하지 않으면서 덜 배제적인 방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반영한 고민도 있고 제외한 고민도 있는 상태에서 전시를 열었어요. 이 전시가, 제가 만든 구조물에 랜턴 불빛을 비추면서 거기에 지는 그림자를 관찰하는 작업이었거든요? 말하자면 현대미술이고, 그래서 나랑 배움의 맥락을 같이 한 동료들이 아니고서야 누가 이걸 즐겁게 봐줄까 하는 자조가 쭉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제 전시회에 설비 관리하시는 분들이랑 청소 노동자분들이 오셨어요. 제 전시장이 구석에 있었는데도 찾아와주신 거죠. 그분들은 일단 랜턴을 비추는 행위를 되게 재미있어하셨던 것 같아요.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학생이 만들었네, 하면서 그냥 보셨을 수도 있고. 어쨌거나 그때 제 작업을 관람하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고 문득 생각했어요. 내가 원하던 관객이다. 이분들이 보셨으면 됐다. 왜냐하면 그 전시가 넓은 의미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담고 있었거든요. 냉소하지 말자는, 냉소를 냉소하는, 그런 의도와 잘 어울리는 관객을 만나서 기뻤죠. 그렇지만 그 이후에는 작가 지망생으로서 전시 공간을 구하는 것도 마땅치 않았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막연하게 고민했어요. 벌어 먹고사느라 여가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미술 전시 보러 올 시간이 없지. 그럴 시간에 집에 가서 자겠지.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오지 않는 전시는 내가 지향하는 가치와 멀지 않을까. 내 작업은 그들과 가까웠으면 좋겠는데... 그럼 얼마만큼 더 다가가야 하지? 관객과 너무 가까우면 더 이상 작업이 아닌가? 아니면 촌스러운 작업이 되나? 담: 민중 예술을 해야 하나? 벽화 그리러 가야 하나? 준짱: 그러니까요. 이런 고민을 하면 많은 교수님이나 선배들이 바로 민중 미술로 연결을 하는 거예요. 너 좌파 미술 하고 싶니? 근데 저는 바로 그런 형태를 떠올리지는 않았거든요. 나의 미감을 고수하면서 다른 관객을 많이 만나는 방법이 충분히 있을 것 같은데. 요즘에는 <제로의 예술> 프로젝트처럼 전시 공간의 접근성도 낮추면서, 비거니즘과 예술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작업도 늘어났거든요. 저도 접근성이 낮으면서도 동시에 위험하고 전위적인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욕심이 많았죠. 새벽을 달린다 담: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실제로 연결된 경험도 듣고 싶어요. 준짱: 보좌진으로서 제일 처음 맡은 프로젝트가 <새벽을 달린다>인데요. 그때 만난 사람들이 기억에 남아요. 심상정 의원님이 새벽에 일하는 노동자를 만나러 가는 컨텐츠예요. 유리: 어떤 노동자들을 만났어요? 준짱: 일단 이동 노동자분들이요. 택시기사분들, 대리운전 하시는 분들. 야간에 운전하면 빛이 없으니까 졸릴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곳곳에 이동 노동자 쉼터가 있어요. 잠깐 들러서 한숨 잘 수 있는 공간이에요. 그다음에 트럭 타고 쓰레기 수거하시는 청소 노동자분들도 있고. 또 일용직 노동자분들도 새벽부터 인력 시장에 나오세요. 인력 시장에 가면 한쪽에는 한국인 노동자들, 한쪽에는 타지에서 오신 이주 노동자들이 쭉 있어요. 실제로 의원님과 현장에 가보면 험한 얘기를 많이 들어요. 언어가 거칠고, 다가오는 속도도 달라요. 다른 장소에서는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거리를 두고 어려워하잖아요. 그분들은 그러지 않죠. 어떤 분은 이미 내일이 없는 경우도 있어요. 당장 먹을 게 없기 때문에, 코로나 걸리더라도 나와서 일하는 게 나은 거예요. 의원님한테 이렇게 말하죠. “다른 건 필요 없고, 담뱃값이나 내려주쇼.” 그러면 다른 분이 와서 똑같은 얘기를 계속해요. “담뱃값 내려. 담뱃값.” 담, 유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준짱: 그러면 의원님이 설명해요. 어느 당이 예전에 담뱃값을 올려놨다. 그래서 내가 2017년에 토론회 나가서 담뱃값 내리라고 얘기했는데… 이런 식으로. 의원님은 또 의원님의 언어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분들은 이미 안 듣고 싶어. 너무 말이 길어. 유리: ㅋㅋㅋ 그래서 내린다는 거야, 안 내린다는 거야. 그것만 딱 말해. 준짱: 그날은 촬영 내내 “담뱃값 내려.”만 엄청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만 내보낼 수는 없으니까 우리도 인터뷰를 했죠. 인력시장의 사람들은 몇 시에 일어나서 몇 시까지 일을 구하고 몇 시에 흩어지는지 여쭤보고. 일용직 노동자들이 흩어지고 난 다음에는 도로에 수북해진 담배꽁초를 주우러 청소 노동자분들이 오세요. 그분들에게는 몇 시가 청소 피크 타임인지 여쭤보고, 같이 청소도 하고. 편의점에서 야간 노동하시는 분들, 야식 배달하시는 분들도 만나고. <새벽을 달린다> 찍을 때는 저도 의원님이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서 3시, 4시에 일어났어요. 새벽부터 찍고, 보고, 이야기 나누고, 편집하고... 그때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국회의원은 일단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구나. 이때 만난 사람들이 전시장에서라면 못 만났을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죠. 야간에 일하고 나면 전시를 여는 시간대에는 아마 주무셔야 할 테니까요. 그리고 올해는 장애인 지원 주택에도 방문했어요. 담: 장애인 지원 주택이 뭐예요? 준짱: 심상정 의원이 국토교통위원회에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주택 문제나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많이 개입해요. 부동산 문제라고 하면 일반적으로는 아파트 가격, 이런 문제를 생각하잖아요. 담: 우리 세대라면, 언제까지 월세 내야 하지? 유리: 원룸에는 더 안 살고 싶다, 이런 고민도 있겠고. 준짱: 응. 그런 것 말고도 이번에 의원님이 장애인 지원 주택이라는 제도를 만들고 발의를 하셨거든. 탈시설을 한 장애인이 혼자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집. 그런 집은 구조가 좀 다르겠죠.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문턱이 없어야 할 거고, 화장실에도 여닫이문이 아니라 미닫이문을 달아야 하고, 문의 크기도 다를 거고. 한 손만 쓸 수 있다든지, 손에 힘이 안 들어가시는 분이 쉽게 문을 열 수 있어야 하니까. 그리고 턱이 없는 집의 화장실은 건식에 가까워야겠죠? 턱이 없으면 물이 줄줄줄 밖으로 흐를 테니까. 이런 식으로 장애인의 삶을 반영한 주택을 지원주택이라고 해요. 그날은 지원주택에 살고 계신 발달장애인 당사자분들을 만나러 갔어요. 그분들은 주로 혼자 생활하세요. 하루에 몇 시간 정도는 활동 지원사 분들이 오시지만 기본적으로는 자립해서 살아가는 거죠. 이분들의 집에서 시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걸 보게 됐어요. 예를 들면 인테리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죠. 자기가 마음에 드는 그림을 벽에 붙인다든가.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그려준 초상화... 그런 것들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어요. 공주방처럼 취향을 담아 꾸며두었어요.. 이런 방을 구경하는 것도 이 일을 하게 돼서 얻은 기회가 아닌가, 내가 보좌하는 의원이 지원 주택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닌가. 이런 풍경을 많이 만들려면 발의된 법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하잖아요. 그럼 홍보 담당자로서 사회에 이 모습을 보여주고 설득해야겠죠. 이 법은 힘을 받을만한 제도입니다. 사람들이 지지해줄 만한 제도입니다. 이게 당연한 모습입니다. 이렇게 바깥을 향해서 어필하고 여론을 만들어야 입법부 내부에서도 그걸 의식하고 반영을 하니까. 유리: 쪽방촌에도 국토교통위 의원으로서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간 거죠? 준짱: 네. 쪽방촌은 최저주거기준 이하의 생활 공간이기 때문에 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요. 그래서 쪽방촌도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바뀌어야 하고요. 그리고 쪽방촌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됐을 때 많은 경우 세입자가 혜택을 못 받잖아요. 그래서 세입자가 안전하게 이주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재개발 사업이 필요하다. 또 그런 낡은 집에는 쥐가 엄청 많거든요. 쪽방촌에는 가난한 사람이 많고,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많은데, 대부분 몸에 장애나 질병이 있기 때문이에요. 아까 놀이터에 모였다던 분들은 어느 정도 거동이 가능하니까 나올 수 있었던 거고요. 간담회에서 한 어르신이 마이크를 잡고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여기 오늘 못 나온 사람 중에, 저 방에 누워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 사람들이 말을 못 하니까 내가 합니다. 여기 쥐가 많은데, 그 사람은 쥐를 내쫓지도 못합니다. 쥐가 집에 돌아다니는데 같이 삽니다. 그래도 좀 위생적인 환경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분은 자기 얘기가 아니라 자기 옆집 사람, 옆 방 사람 얘기를 하러 나오신 거예요. 그걸 보면서 이 얘기가 도달하지 못했을 공간, 제 전시장은 물론이고 또 다른 수많은 공간을 생각 했고요. 그 때 느낀 걸, 만족감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들릴 것 같은데... 뭐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그게 저의 직업이어서, 그런 이야기를 다루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담: 아마 어떤 단어를 굳이 안 쓰셔도 보는 사람들은 저것은 보람이구나, 맛이구나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해당 컨텐츠로 이동합니다 "시설말고 내 집에서", 애미씨의 편지 "우리 집은 공공주택사업 환영해요", 여성 당사자의 발언 "우리 집은 공공주택사업 환영해요", 내가 대신 말합니다 준짱의 코멘트: “쪽방촌을 돌아다니는 이 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었는데 못한 게 아쉬워요.” 가치의 연예인을 기획하는 사람들 담: 근데 정치 컨텐츠를 만든다는 게, 내용만 좋다고 해서 전달이 잘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예를 들면 어디에 관심과 연대가 필요한지도 알겠고, 정책이 좋은 것도 알겠는데, 시간 들여 지켜보자니 역시 좀 하품 나온다, 이럴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이 가치를 매력적으로 떠먹일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리에 계신 것 같은데... 준짱: 저는 보좌진으로 일하기 전에는 정치인 가지고 만든 밈을 안 좋아했거든요. 모에화라고 할지, 귀여움 어필 그만하고 정치나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이게 내 일이 돼보니까 달라요. 정치인들이 계속 싸우고, 비판하고, 날 서 있는 모습만 보여주면 지지자조차 피로감이 쌓이더라고요. 지지하는 정치인 게시물에 좋아요 눌러주고 응원의 댓글을 달아도 얻어지는 게 없고, 남탓하는 정치로만 보이고. 담: 화내는 사람 피곤하잖아요. 준짱: 삶이 팍팍해질수록 싸우는 건 좀 그만 보고 싶죠. 그래서 어느 정도는 지지자분들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드릴 필요가 있더라고요. 이 정치인을 지지해서 얻는 장점, 이 정치인이 안겨줄 수 있는 어떤 따뜻한 경험이 있다. 위로나,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순간… 이런 걸 드리는 것도 일이더라고요. 알고 보니까. 유리: 우리 의원이 이렇게 귀엽습니다. 담: 사실상 가치의 연예인… 국회의원은 가치가 상품인 연예인이라고 봐야겠네요. 준짱: 맞아, 맞아. 아무리 의원실에서 정책을 잘 만들고 기획을 잘해도 플레이어가 그걸 잘 받아내지 못하면 안 돼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고 우리 머릿속에 각인이 된 정치인들은 어찌 됐든지 간에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욕을 좀 먹더라도. 홍준표도 그런 케이스에요. 무야홍 이런 거 얼마나 인기가 많아요. 그런 아이디어가 누구 머리에서 나왔든 간에 그 플레이어와 잘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먹히지 않거든요. 담: 스며들어야 하는구나. 준짱: 보좌진이 떠먹여 준다고 다 잘 먹는 건 아니에요. 잘하는, 잘 먹고 잘 받아들이는 정치인이 있죠. 심상정 의원님은 아주 잘하시는 경우에요. 암기력도 좋아야 하고 임기응변도 뛰어나야 하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의원님이 홍진경 님의 <공부왕 찐천재>라는 채널에 출연해서 수학강의를 하셨거든요? 촬영 전날 같이 예습을 했어요. 둘 다 쩔쩔매면서. 그런데 촬영장에 가서는 거의 원래 선생님이셨던 것처럼 능수능란하게 강의하시더라고요. 어이가 없을 정도였어요. 어제 그렇게 헤맸으면서... 우리 그냥 수포자 하자 이러면서 헤어졌으면서... 오늘은 갑자기 수학 선생님이네... 유리: 말로만 포기한다고 하고 밤샘 공부하신 거지ㅋㅋㅋㅋㅋ 담: 컨텐츠 기획을 할 때 의원실 내부에서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는 없나요? 그러니까 우리 의원이 대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또는 그 가치를 얼마나 급진적으로 추구할 건지 이런 문제에 관한 입장이 다를 텐데. 유리: 준짱은 또 비건지향인이잖아. 동물권을 바라보는 의원실 입장도 궁금해. 준짱: 의원님이 예전에 돼지탈을 이렇게 쓰고... 우리 돼지를 많이 먹어라... 그런 한돈 홍보 행사에 가신 적이 있어요. 아마 돼지의 해였을 거예요. 유리: 기억나요. 분홍색 돼지탈… 준짱: 심상정뿐만 아니라 각 당의 대표들이 다 나와서 그 탈을 썼어요. 비건들이 그 행사를 많이 비판했어요. 돼지 열병으로 돼지들이 떼죽음을 당했는데, 어떻게 돼지를 더 먹으라는 행사를 할 수가 있냐. 저도 분노했고요. 일하면서 알게됐지만 당시 보좌진들도 해당 퍼포먼스가 문제적이라는 지적을 했다고 해요. 의원님도 과거의 행보를 다시 생각해보고 변화하는 측면이 있어요. 비건이라고 얘기하고 나서는 의원님이랑 같이 비건 식당도 갔었고요. 의원님은 퇴근하면 늦은 시간이기 때문에 배가 고파도 제대로 된 요리는 못 해 드신대요. 그러면 주로 해 먹는 게 김에 밥 싸 먹기래요. 이전에는 이게 비건이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알고 보니까 본인도 점차 육식 소비를 덜 하고 있더라, 그러더라고요. 지금은 생태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는 시대잖아요. 국토교통위는 그런 부분에서 멀지 않고요. 유리: 공항이나 골프장 만들려고 산림을 벤다던가, 이런 문제. 준짱: 그렇죠. 요즘 심상정 의원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신공항 건설 반대도 완전히 생태 문제고. 그래서 심상정 의원 본인이 동물권이나 생태문제에 굉장히 가까울 수밖에 없고요. 의원실 전체 보좌진들한테도 이런 논의는 원하지 않아도 받아들여야만 하는 관점이 된 거예요. 저는 의원실 내부에서는 강경한 젊은 사람 정도의 역할이에요. 본인이 지지하는 입장과 관계없이, 현재의 한국 사회를 읽을 때 다양한 입장을 상상하는 건 보좌진들에게 중요해요. 어떤 이견이 있을 수 있나, 시민들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높은 잣대를 세운 것은 아니냐, 그런 고민을 많이 하죠. 시민을 이끌어가야 하는 의원이 너무 급진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면 오히려 그 가치를 포기하고 싶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 의원실 내부에서 잘 조정이 돼야 바깥으로도 나와요. 담: 페미니즘을 설득시키는 것과 비거니즘을 설득시키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어 보여요. 가령 성차별주의적 시각을 지적받은 데에 대한 반발은 나는 성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항변의 형태로 돌아오잖아요. 그러니까 성차별을 근절해야 한다는 데까지는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도 있죠. 그런데 종차별의 경우에는 종차별을 근절하자고 말하는 일이 곧바로 어떤 이들의 생업, 산업 전체를 공격하는 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아요. 유리: 돼지 열병이 창궐했을 때도 타격받는 집단 간의 이해관계가 여러 층위로 얽혔잖아요. 우선 착취적인 축산업 환경에서 떼죽음 당한 돼지들이 있고, 그럼에도 축산업을 생계로 하는 노동자들의 존재가 있고, 크게 타격받은 농가들의 관점에서 보면 이참에 돼지고기 먹지 말자고 이야기하는 건 억장 무너지는 일일 것이고... 준짱: 맞아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결과적으로 어떤 국민은 대표하지 않는다는 표명을 하는 것처럼 보이면 곤란하잖아요. 그래서 생태, 환경, 동물… 이런 가치를 어떻게 내가 대표하고 있는 국민 전체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 고민이에요. 그리고 이번에 저희 의원 출마 선언문에는 비인간 동물에 대한 부분도 언급이 있어요. 법적으로 이 국가의 국민이란 투표권이 있는 사람들에 한정돼 있지만, 이제 우리는 비인간 동물, 이민자를 비롯해 지금 현행법이 포함하지 않는…(유리: 존재들?) 존재들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 거죠. 그런 변화와 관련된 저항감이 아직 있으니까 지금 당장은 어려움이 많겠지만. 이 고민을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갈지 찾아내는 게 저희의 역할이겠죠? 담: (출마선언문 보는 중) 기후위기가 굉장히 여러 번에 걸쳐서 다른 각도로 조명이 되어 있네요. 유리: 지난 대선에서도 심상정 의원이 동물권 관련된 정책을 내지 않았나요? 준짱: 원래도 동물권 자체에 관해서는 관심이 있으세요. 지난 대선에서는 유기견 문제 등으로 한정해서 얘기했다면, 지금은 의원실 전체가 비거니즘을 보는 입장이 많이 넓어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