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하고 있는 푸드 스튜디오는 채식 기반의 음식을 선보이는 곳인데요, 이곳에서 저는 채식이 아니라 함께 먹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같이 일하는 한 친구는 비건인데 언제나 그 친구도 함께할 수 있는 요리로 점심을 만들어 먹습니다. 만약 요리가 비건이 아니라면 항상 비건 옵션을 더해서 만들고는 하죠. 그게 너무나 당연해서 배려라는 인식이 오히려 구닥다리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런 경험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로는, 아직 우리나라에는 비건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비건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도 아직 손에 꼽는 데다가 비건 옵션이 있는 식당 또한 찾기 어렵죠.
지난번에는 비건 친구가 캐슈넛으로 치즈를 만들어 포카치아 샌드위치를 만들었었는데, 모르고 먹었다면 진한 치즈 소스라고 착각할 정도로 풍미가 깊었어요. 비건 음식이라는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무엇을 먹느냐’보다 ‘누구와 어떻게 먹느냐’가 먼저인 순간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스탭밀로 캐슈 크림 파스타를 먹었는데, 웬만한 우유보다 꾸덕한 질감에 금방 한 그릇을 싹싹 비웠답니다. 최근 가장 맛있게 먹은 파스타라, 님한테도 소개해 주고 싶었어요. 캐슈 크림이 처음도 아닌데 잘 볶인 양송이와 어우러졌을 때의 풍미가 또 남다르더라구요.
채식이 무조건 옳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다만 비건을 당연하게 한 식구로 챙기고 함께 어우러지는 테이블을 공유하는 경험이 전에 느끼지 못한 따뜻함이라 글로 전하고 싶었습니다. 비건 뿐 아니라, 다양한 식습관이 다 각자의 이유로 존중받는 식탁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런 식탁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마음도 넓어질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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