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쿠팡, 대만에서 자체 배송 시작 2. 불꽃야구와 콘텐츠 산업
 2025.05.07 25-023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쿠팡, 대만에서도 로켓 성장할 수 있을까요?
  02 최강야구와 불꽃야구, 그리고 오버타임
  03 뉴스 TOP5 - '쿠팡 패치된, 파페치의 현주소'

   

 쿠팡, 대만에서도 로켓 성장할 수 있을까요?

     
design by 슝슝 (w/ChatGPT)
  
이제 진짜 시작입니다

쿠팡이 대만에서 자체 배송 기사를 모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보다 앞선 올해 1분기에는 월회비 NT$59(약 2,700원)로 무료 배송과 30일 내 무료 반품을 제공하는 유료 멤버십 ‘쿠팡 와우’도 출시했죠. 이제는 본격적으로 대만 사업에 시동을 거는 모습입니다.

쿠팡이 한국에서 압도적인 입지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세 가지 핵심 무기 덕분이었습니다. 직매입 기반의 상품 구조, 자체 배송 인프라, 그리고 유료 멤버십. 이 모든 퍼즐이 이제 대만에서도 하나씩 맞춰지고 있는 셈입니다.

쿠팡의 전략은 단순하지만 강력합니다. 직매입으로 확보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자체 배송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구현합니다. 그리고 이 사용자 경험을 유료 멤버십과 연결해 고객을 락인(lock-in)시키고, 반복 구매를 유도하죠.

이 과정에서 쿠팡은 적자를 감수한 공격적인 운영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더 싸게, 더 빠르게, 더 편리하게’를 실현하기 위해 때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가격과 배송 품질 경쟁력을 유지해 온 거죠. 하지만 고객당 매출이 올라가고 와우 멤버십 회원이 늘어나면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시작했고, 이 구조 속에서 쿠팡은 이익을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상품과 물류를 모두 직접 운영하기에 가능한 모델이기도 했고요. 쿠팡은 이를 통해 경쟁들이 따라 할 수 없는 깊은 '경제적 해자'를 만들어 낸 거죠.

더욱이 최근 쿠팡은 한국에서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내고 있고, 인수했던 파페치의 재무 리스크도 일정 부분 정리된 상태입니다. 이제 투자 여력도 생겼고, 그 자원을 대만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는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만약 이론대로만 흘러간다면, 쿠팡은 한국에 이어 대만 전자상거래 시장까지도 장악할지도 모릅니다.

쇼피와 모모를 넘어야 합니다

물론 모든 일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겁니다. 대만에는 이미 강력한 경쟁자들이 자리를 굳히고 있으니까요. 로컬 1위 쇼피(Shopee), 그리고 탄탄한 물류 인프라를 갖춘 2위 사업자 모모(Momo)가 대표적이죠.

우선 쇼피는 대만에서 ‘온라인 쇼핑 = 쇼피’라는 등식이 자연스러울 만큼 소비자 인지도가 높습니다. 다양한 상품 구색과 풍부한 혜택 덕분에, 한국의 네이버가 떠오를 정도죠. 물류 측면에선 다소 약점이 있지만, 대만 특유의 편의점 픽업 문화를 통해 이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조금 느릴지언정, 언제든 가까운 편의점에서 상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고객 만족도를 유지하게 해 줍니다.


반면 모모는 점유율만 보면 쇼피보다 작지만, 쿠팡 입장에선 훨씬 더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고, 자체 배송망도 빠르게 확장하고 있거든요. 여기에 2024년 9월에는 유료 멤버십 'moPlus'까지 론칭했습니다.

‘moPlus’는 NT$2,399(약 11만 원)의 연회비로 가입할 수 있으며, 무료배송보다는 적립과 할인 중심의 혜택을 제공합니다. 구성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유사하지만, 중요한 건 이미 고객 락인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시작됐다는 점입니다. 올해 2월 기준 가입자는 2만 명을 넘겼다고 하니, 쿠팡에겐 꽤 견고한 진입장벽이 될 수 있겠죠.

이런 배경 속에서, 쿠팡이 갑자기 속도를 내는 이유도 분명해집니다. 경쟁자들이 빠르게 포지션을 굳혀가는 상황에서 조금만 늦어도 기회 자체를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쿠팡의 대만 매출은 아직 모모의 5% 수준에 불과하다고 하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지금, 쿠팡은 공격적인 투자로 한국에서의 성공 모델을 최대한 빠르게 이식하려는 겁니다.

대만은 또 다른 시작일 뿐입니다

이처럼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대만에서 성과를 낸다면 쿠팡은 또 한 번 새로운 페이즈에 진입하게 될 겁니다. 소셜커머스 기업에서 로켓배송 기반의 커머스 기업으로 탈바꿈했던 것처럼, 이번엔 글로벌 시장을 향한 본격적인 전환점이 되는 셈이죠.

사실 대만은 쿠팡이 진출한 해외 시장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긴 합니다. 한국과 유사한 소비자 특성을 가졌지만, 아직 전체 소매매출에서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거든요. 이곳에서 쿠팡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다면, 더 넓은 시장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직매입, 자체 배송, 유료 멤버십 3박자가 동시에 갖춰진 선도 기업이 없는 시장은 여전히 많기 때문이죠.

특히 대만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성장 잠재력까지 높은 동남아는 다음 타깃으로 유력합니다. 여기에선 쇼피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대만에서의 경쟁 경험은 그에 대한 ‘전초전’이 될 수도 있을 거고요.

쿠팡이 과연 이 흐름을 이어가며 글로벌 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대만에서의 자체 배송과 와우 멤버십 성과를 앞으로 계속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최강야구와 불꽃야구, 그리고 오버타임

   
design by 슝슝 (w/ChatGPT)
  
유튜브로 자리했습니다

프로야구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JTBC 예능 <최강야구>의 인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은퇴한 선수들이 승률 7할을 목표로 경기에 도전하며 프로그램의 존속을 걸고 싸운다는 콘셉트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죠.

더욱이 은퇴선수 만으로 채우기 어려운 포지션에는 프로 입단을 노리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합류했고요. 이들과 맞붙는 고교·대학 팀의 유망주들도 덩달아 새롭게 조명되면서 KBO 리그 전체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최강야구>의 제작을 맡았던 장시원 PD의 스튜디오 C1과 방송사 JTBC 사이에 제작비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고, 결국 시즌 4 계약은 결렬되고 맙니다. JTBC는 자체 제작으로 시즌 4 방영을 강행했고, 이에 맞서 스튜디오 C1은 기존 출연진을 이어가는 <불꽃야구>를 유튜브로 론칭하며 맞불을 놓은 상태죠.

그리고 지난 5월 5일, <불꽃야구>는 유튜브 단독 스트리밍으로 첫 방송을 공개합니다. 동시 시청자 수는 무려 13만 명에 달했고, 공개 이후 24시간도 안되어 영상 조회 수는 150만 회를 넘기며 기대 이상의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다만 이런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애초 <최강야구> 자체가 제작비가 상당한 예능이었고, 현재 법적 분쟁 중이라 새로운 방송사나 OTT 플랫폼과의 계약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죠.

물론 <불꽃야구>와 <최강야구>의 향방은 아직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일단은 법적 공방의 결과가 가장 큰 변수겠죠. 하지만 만약 <불꽃야구>가 이 모든 악조건을 이겨내고 자생력을 증명해 낸다면, 한국 콘텐츠 산업, 더 나아가 전체 스포츠 시장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낼지도 모릅니다.

스타트업이 리그를 만듭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미디어 스타트업이 직접 스포츠 리그를 만들고, 그 리그가 흥행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오버타임(Overtime)이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오버타임은 원래 미국 전역의 고등학교 농구 경기 장면을 클립 콘텐츠로 만들어 유통하던 스타트업이었습니다. 경기 하이라이트를 다루는 것에서 시작해, 유망 선수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오리지널 시리즈도 제작하고, 굿즈 판매를 병행하며 커머스까지 확장했죠.

그러던 중 2021년, 오버타임은 아예 농구 리그를 직접 만들기로 합니다. 이미 NBA가 있는 나라에서 왜 새로운 리그가 필요했을까요? 이유는 ‘선수 수급 구조’에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후 1년이 지나야 NBA에 진출할 수 있는데요, 그 사이 대부분 대학 농구 리그에 참여하게 됩니다. 하지만 학업 부담이 크고, 급여도 거의 없는 환경이 문제였던 겁니다.


오버타임이 만든 ‘오버타임 엘리트(Overtime Elite)’는 이 과도기 단계에 있는 선수들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프로에 준하는 훈련과 급여를 제공하고, 오버타임의 7천만 팔로워에게 노출될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까지 함께 제공했죠. 이 리그는 인기를 끌었고, 아마존에 중계권을 판매하며 아디다스 등 대형 스폰서를 유치하는 데도 성공합니다. 콘텐츠 스타트업이 만든 리그가 스포츠 생태계를 새롭게 열어간 사례인 셈인 셈이죠.

<불꽃야구>도 어쩌면 이런 가능성을 품고 있는 프로젝트일지도 모릅니다. 기존 프로야구 중계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콘텐츠 실험을 통해 팬층을 넓히고 있고, 그동안 노출 기회조차 없던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도 스타가 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고 있으니까요. 물론 단일팀이라는 구조적 한계는 있지만, 콘텐츠 기반 팬덤과 스폰서십을 결합해 방송사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 가능성은 분명 존재합니다.

화면 밖으로 나가야 됩니다

<불꽃야구>가 기존 스포츠 콘텐츠와 가장 달랐던 점은 ‘현장 경험’의 확장에 있습니다. <최강야구> 시절부터 고척돔, 잠실야구장 등 대형 구장을 연달아 매진시키며 단순한 방송을 넘어 ‘직관 콘텐츠’로서 확실한 팬덤을 증명해 냈죠. 실제로 전 시즌을 통틀어 17회 연속 매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 현장 매출만으로도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렸고, 여기에 유니폼과 캐릭터 굿즈 등 커머스 영역까지 확대되며 수익 모델도 빠르게 다각화됐습니다. <최강야구> 굿즈를 맡았던 형지엘리트는 해당 프로젝트 덕분에 실적이 크게 개선됐고,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11일간의 팝업스토어에선 4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고 하죠. 콘텐츠 제작비가 갈수록 높아지는 지금, 커머스 확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강야구>는 콘텐츠 수익 구조 측면에서도 모범 사례로 꼽힐 만했던 거죠.

만약 시청률에만 의존했다면 독자 생존 가능성은 훨씬 낮았을 겁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경험으로 고객 접점을 확장하고, 이를 커머스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한 구조 덕분에 <불꽃야구>는 법적 리스크만 해소된다면 여전히 주목할 만한 새로운 모델로 남을 수 있습니다.

최근 콘텐츠 시장의 흐름도 이와 맞닿아 있습니다. 국내 영화 산업은 아직 코로나 이전 관객 수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프로야구를 비롯한 프로 스포츠는 역대급 흥행을 이어가고 있죠. 이에 발맞춰 티빙은 KBO 중계권을, 쿠팡플레이는 K리그와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을 확보했으며, 넷플릭스와 아마존프라임도 글로벌 스포츠 콘텐츠에 공격적으로 투자 중입니다. 현장성과 라이브성이 결합된 콘텐츠가 얼마나 강력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지, 그 흐름이 다시 한번 입증되고 있는 셈입니다.

<불꽃야구>는 지금 그 흐름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미디어 스타트업이 콘텐츠를 넘어 현장을 설계하고, 커머스로까지 확장해 나가는 이 실험. 이제는 우리가 그 가능성을 조금 더 진지하게 지켜볼 때가 아닐까요?


📣 알려드립니다!
       
      • 뉴스레터에 대해 의견 주실 것이 있으시거나, 광고/기고/기타 협업 관련해서는 trendlite@kakao.com으로 메일 주시면 됩니다📧

      오늘의 <트렌드라이트> 어떠셨나요?

      오늘의 인사이트가 도움이 되셨다면,
      주변에도 널리 소개해주세요😃

      럭셔리의 역학을 이해하지 못한 듯합니다

      아마존과 네이버도 주목하고 있다는데요

      상권을 옮기는 '리로케이션' 전략이 통했습니다

      가전 소비가 소유에서 경험으로 변화했거든요

      오히려 역으로 배그의 현지화에 집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