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접속장애, 소상히 다뤄봅니다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오늘의 에디터 찬비입니다.

계속해서 페이스북 이슈가 뜨겁죠. 이번에는 지난 월요일에 있었던 '페이스북 접속 장애'의 기술적인 원인과 그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참고로, 뜨거운 반응이 있었던 장희수 에디터의 ⟨페북은 어쩌다 악의 축이 됐을까⟩ 후속 레터에 대한 공지가 조만간 있을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오늘의 에디터 : 찬비
세상 공부하는 게 즐거운 데이터 분석가
오늘의 이야기
1. 페이스북의 접속 장애, 복구에 왜 6시간이나 걸렸을까
2. 알고 보니 우린 페이스북 없이 살 수 없었다
3. 페이스북이 없는 하루는 어떨까요?

🛠 페이스북의 접속 장애, 복구에 왜 6시간이나 걸렸을까

우리나라 시간으로 10월 5일에서 6일로 넘어가는 0시 40분경부터 6시간 동안 페이스북의 서비스들이 모두 불통이 되었어요. 인스타그램,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등을 포함한 모든 서비스에 접속할 수 없었습니다. 페이스북과 페이스북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35억 명에 달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매우 심각한 일입니다. 일상에서 SNS를 사용하려는 사람들과 업무로 활용하던 중소상공인은 물론, 페이스북 본사 직원들까지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내부 툴까지 접속이 불가능해서 오전에는 구글닥스와 줌으로 겨우 업무를 할 수 있었고, 오후에는 어쩔 수 없이 업무를 멈추고 퇴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우리나라 시간으론 새벽이었기 때문에 큰 불편을 겪으신 분들이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이번 접속 장애는 페이스북 역대 있었던 장애 중 가장 많은 사용자가 영향을 받았고, 하필 WSJ의 페이스북 기획 시리즈와 내부 고발자의 등장으로 수세에 몰려있던 상황에서 엎친 데에 덮친 격이 되었습니다.

접속 장애가 복구된 이후, 페이스북의 인프라 부문 부사장인 산토시 야나르단은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데이터센터 간 네트워크 트래픽을 조정하는 백본 라우터의 설정 변경으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어요. 페이스북의 엔지니어가 일상적인 유지보수 작업을 위해 실행한 명령이 의도와 달리 백본 네트워크의 모든 연결을 끊었고, 전 세계의 페이스북 데이터센터와의 연결 역시 끊어지도록 했어요. 이러한 실수를 방지하고자 만든 감사 툴도 버그로 인해 작동하지 않아서 데이터센터와 인터넷 간의 서버 연결이 완전히 끊어지는 대참사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는데요, 안정적인 작동을 위해서 설정해둔 DNS 서버의 한 기능으로 인해 페이스북이 인터넷 세계에서 사라져버리는 일이 발생했다고 해요.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볼게요.

우리가 페이스북을 이용할 때 facebook.com 이라는 URL을 주소창에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잖아요. 사실 URL은 편리하게 사용하려고 붙인 도로명주소와 같아요. 실제로 페이스북에 접속하려면 이 도로명주소로 인터넷의 경위도 역할을 하는 IP를 알아내야 하는데요, URL을 IP 주소로 번역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DNS(Domain Name Service)입니다. DNS는 BGP(경계 경로 프로토콜)라는 프로토콜에 따라서 번역을 하게 되고요.

페이스북은 자체적으로 DNS 서버를 운영하는데, 데이터센터와의 비정상적인 연결을 감지한 DNS 서버가 BGP에 페이스북의 IP로 번역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을 중단한 거예요. DNS 서버 자체는 멀쩡했어도 인터넷에서 페이스북에 접속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불가능해진 거죠.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의 서비스뿐 아니라 내부 툴과 시스템에도 같은 DNS 서버를 사용했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이 시스템을 고치기 위해 서버에 접속하는 것도 불가능했어요. 결국, 엔지니어들은 데이터센터로 직접 찾아가서 하나하나 리셋을 시도하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엄격한 보안 시스템 때문에 건물 내부로 들어가서 작업하는 것부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해요.

이번 사고는 페이스북의 현 아키텍처가 굉장히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줬어요. 비록 이번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겹쳐서 일어난 일이지만, DNS 서버만 장애를 일으켰더라도 전체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죠. 인터넷 트래픽과 충돌을 모니터링 및 분석하는 시스코 싸우전드아이즈의 안젤릭 메디나는 아마존과 같이 DNS 서비스를 이중화하는 등의 견고한 아키텍처를 도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어요.

그리고 이틀 전 9일 새벽 4시 경(현지시간 8일)에 다시 한 번 접속 장애발생했어요. 이번에는 전세계적인 영향은 아니었고 일부 사용자들만 접속이 불가했다고 합니다. 페이스북은 2시간만에 복구했다고 알렸고, 이전 접속 장애와는 관련이 없으며 기술 인프라 조정을 의미하는 '설정(configuration)' 변경으로 인해 발생했다고만 알렸다고 하네요.

🤷  알고 보니 우린 페이스북 없이 살 수 없었다

페이스북의 장애로 접속할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은 트위터에 접속해서 각종 밈으로 소통했어요. 트위터 공식 계정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hello literally everyone"이라고 트윗하며 반응했고, 4시간 만에 240만 명의 '좋아요'를 받았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페이스북 역시 자사 서비스의 장애 상황을 트위터를 통해서 알렸고요.

복구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영향은 당연히 엄청났습니다. 일단, 일상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정보를 확인하는 서비스를 사용할 수도 없었고,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한 소셜 로그인 역시 불가능했습니다. 더 나아가서 광고를 포함해서 페이스북 서비스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적어도 하루 어치의 수익을 손해 봤을 것이고,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게 된 만큼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더 커졌을 거예요.

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의 영향은 더 컸다고 합니다.

지난 6월, 페이스북이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왓츠앱의 경우 하루에 1천억 건에 달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해요. 이중 미국은 일부이고 대부분이 해외에서 사용되는데요, 인도와 남미, 아프리에서는 페이스북이 인터넷과 동의어로 쓰일 정도로 중요하다고 합니다. 왓츠앱의 경우 인도와 남미에서는 2014년 이후 다운로드 횟수의 25%에 해당할 정도로 삶의 일부에 자리 잡았어요. 프리 베이직스(free basics)라는 프로그램 덕분인데요, 통신사와의 제휴를 통해서 페이스북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예요.

브라질에서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왓츠앱이 설치되어 있고, 한 시간에 한 번씩은 체크한다고 합니다. 식당에서 주문을 받을 때, 마트에서 배달할 때, 의사와 미용사 등이 서비스를 예약받을 때도 왓츠앱을 사용하고, 팬데믹 상황에서는 원격 교육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요. 멕시코에서도 왓츠앱은 수많은 소상공인 이 왓츠앱만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고, 작은 신문사가 뉴스를 배포하고, 전기와 같은 필수 서비스에 대한 CS를 접수하는 데에까지 쓰인다고 해요. SNS라기보다는 사회의 기본 인프라에 가까운 수준인 거죠. 아프리카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왓츠앱이 가장 많이 쓰이는 메신저 앱이고 짐바브웨에서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이 왓츠앱인 적이 있을 정도로 널리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페이스북 서비스가 중요한 만큼 이 국가들에서의 피해가 더 컸을 텐데요. 다행히 인도는 접속 장애가 일어났던 시간이 밤이었기 때문에 피해가 많지 않다고 알려졌지만,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는 페이스북 서비스가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만큼 개인들과 소상공인에게 있었을 충격과 피해는 더 컸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일부 사람들은 페이스북이 다운되어서 그만큼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독일 코미디언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이 이대로 계속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트윗을 올려 '좋아요'를 3만 개 이상 받기도 했고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사람들은 우리 삶에 페이스북이 차지하는 것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깨닫게 될 수 있었을 거예요. 이렇게 초연결적인 사회를 살고 있는데도 결국 소수의 서비스에 의존해서 살고 있기 때문에 한 회사의 접속 장애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놀라운 사실을요.

🔪 페이스북이 없는 하루는 어떨까요?

우리도 한 번 생각해봐요. 만약 평상시의 어떤 날, 6시간 동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사용할 수 없었다면 우리는 어땠을까요? 우리의 삶에 페이스북은 얼마나 들어와 있나요?

페이스북이 다운되었을 때 사람들의 트래픽 데이터를 조사한 자료가 흥미로웠어요. 차트비트의 데이터에 따르면 사람들은 일단 뉴스를 보러 언론사 페이지에 접속했다고 합니다. 특히 피크 시간대에는 그 전주 대비 38%나 상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트위터로 가서 트래픽이 평소보다 72% 상승했다고 해요. 페이스북을 통해서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페이스북이 다운되고 난 뒤에 퍼블리셔로 직접 접속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Direct는 URL을 바로 입력해서 접속하는 것을, Dark Social은 메신저를 통해 링크를 전달받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페이스북 내부고발자의 논의를 모두 차치해두고라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어떤 한 서비스에 이렇게까지 의존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요?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나 많은 인구의 삶이 달린 서비스라면 조금 더 제재가 가해져야 되는 것이 아닐까요?

현재는 페이스북 파일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 어렵겠지만, 아마 그게 없었다면 우리는 언제 페이스북이 다운되었었냐는 듯이 똑같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올리고 '좋아요'를 눌렀을 거예요. 저부터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자꾸 머릿속 한구석에서 생각이 맴돌아요. 어떤 서비스가 대체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해지는 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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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찬비›의 코멘트
갑자기 SNS에 #FREEBRITNEY 라는 해시태그로 등장했던 브리트니 스피어스. 전세계가 사랑했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이혼과 양육권 소송으로 잠시 불안정할 때, 아버지 제이미 스피어스가 갑자기 나타나 브리트니의 성인후견인을 맡게 돼요. 그리고 13년 동안 브리트니의 이야기를 묵살한 채, 그가 벌어들이는 수익을 누리면서 브리트니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앗아갔다고 해요.
지난달 29일, 드디어 제이미의 성인후견인 지위가 박탈되었고, 이 다큐멘터리는 이 전체 과정을 담고 있어요. "American Sweetheart"였던 브리트니가 아버지에게 착취당하는 것을 보는 과정이 너무 무력감이 느껴지고 마음이 아팠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더 봐야 하는 다큐멘터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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