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지난 한주 어떠셨나요? 별일 없이 무탈하셨길 바랍니다. 😊

이번 봄은 유난히 비가 잦은 것 같습니다. 저는 비가 내리면 조금 기분이 가라앉아서 경쾌한 기분이 드는 소품을 가까이 둡니다. 우산도 노란색으로 들어요. 노란 조명에서는 얼굴이 화사해져 예뻐 보이는데, 동일한 효과가 노란 우산 아래에서도 적용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굳이 노란 우산을 산 건 비밀이에요. 이제 드라마나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이 든 우산이 대부분 노란 색인 걸 눈치챌 수 있을 겁니다.
 
우리의 하늘이 흐리니 스크린 속에서는 반짝이는 태양을 만나보아요. 눈부시게 기분 좋은 햇살부터 온몸을 녹여 버릴 기세로 타오르는 광선까지 말이에요.

맘마미아 (2008)
아바(ABBA)의 노래로 구성된 동명의 주크박스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이죠. 영화를 보고 나면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면서 영화 내내 흘렀던 아바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결혼 준비를 하는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 분)는 한 가지 고민이 있습니다. 결혼식에 함께할 아빠가 없다는 것이죠. 소피의 엄마 도나(메릴 스트립 분)는 혼자서 소피를 키웠거든요. 소피는 우연히 발견한 엄마의 일기장에서 아빠로 짐작되는 세 남자의 이름을 보고 엄마 몰래 세 남자 모두를 결혼식에 초대합니다. 엄마 도나의 유쾌한 절친들과 뜻밖에 등장한 어쩌면 아빠일지도 모를 엄마 도나의 옛 남자들, 그리고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꿈꾸는 소피와 남자 친구 스카이(도미닉 쿠퍼 분)까지. 그리스의 한 섬에서 펼쳐지는 시끌벅적한 결혼식이 눈부신 햇살 아래에서 반짝거립니다.

이런 결혼식이라면 저도 초대받고 싶네요. 나도 모르게 '허니허니'와 '댄싱 퀸'을 부르게 만드는 행복 가득한 영화, 주말에 함께해 볼까요?

감독 : 필리다 로이드
러닝타임 : 1시간 48분
Stream on Watch & Netflix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2015)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사막을 여행해 보고 싶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과 작열하는 태양을 보노라면 평범한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자연에 대한 숙연함과 삶에 대한 끝없는 갈망이 일어날 것 같아요.

영화 매드맥스는 사막을 배경으로 합니다. 정확히는 환경이 파괴되어 온통 사막으로 변해버린 지구이지요. 인간은 얼마 남지 않은 자원을 독차지한 소수와 그 소수의 지배를 받을 수 밖에 없는 다수로 나뉩니다. 어느 날 폭정에 반발한 사령관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가 여인들을 데리고 탈출을 감행하고 그들을 워보이들과 이방인 맥스(톰 하디 분)가 뒤쫓으면서 영화는 숨 가쁘고 거칠게 사막을 질주합니다.

매드맥스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탔을 때 느낌이 아직도 생생해요. 버스의 진동이 몸에 전해질 때마다 영화 내내 귓가를 때렸던 자동차 엔진 소리와 하드록 사운드가 다시 재생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만큼 생생하고 강렬한 영화였어요.

감독 : 조지 밀러
러닝타임 : 2시간
Stream on Watcha
글래디에이터 (2000)
너무 유명한 영화라 따로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 망설였습니다. 그렇지만 벌써 이 영화도 개봉한 지 20년이나 흘렀더라고요. 영화가 개봉한 해에 태어났던 사람이 성인이 되었을 정도로 시간이 흘렀으니 한 번쯤 다시 말해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영화는 로마의 장군이었던 막시무스(러셀 크로 분)가 황제의 정치적 계략에 휩쓸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노예 검투사가 되고 다시 로마로 돌아오는 여정을 따라갑니다. 이탈리아의 따가운 태양과 입안에서 모래가 서걱서걱 씹힐 것만 같은 콜로세움의 공기, 피와 땀으로 얼룩진 경기장의 열기가 보는 사람을 압도하죠.

러셀 크로우는 영화 내내 막시무스의 처절한 절규를 온몸으로 뿜어 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 황제 코모두스의 냉혈한 미소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더라고요. 영화 그녀(2013)와 조커(2019)에서 상반된 매력을 보여준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황제 코모두스 역을 맡았습니다.

감독 : 리들리 스콧
러닝타임 : 2시간 34분
Stream on Watcha
함께하면 좋을 그림
갇혀버린 봄 (1911)
Imprisoned Spring
Arthur Hacker (1858 - 1919)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에 서서 물끄러미 밖을 내다보는 소녀의 모습이 어쩐지 우리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건 우연이 아닐 겁니다. 유례없는 팬데믹으로 바깥출입이 쉽지 않은 요즘을 '갇혀버린 봄'이라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요.

영국 화가 아서 해커는 서정적인 인상의 인물화를 즐겨 그렸습니다. 개인 소장품이라 실물을 보기는 어렵겠지만 이렇게 사진만으로도 봄 햇살의 따스함과 무슨 이유인지 밖에 나가지 못하는 소녀의 마음이 절절히 전해 와요. 부디 화가가 포착한 이 순간 다음에 소녀가 문을 활짝 열고 밖으로 달려 나가 봄 햇살을 만끽했길 바랍니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몇 번이나 쓰다 말다 했어요. 언젠가 무더위에 지쳐 시원한 소나기가 그리워질 때 즈음,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띄울 날을 기다려 봅니다.

돌아오는 금요일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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