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감독 이태겸)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47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2월 24일 오늘의 큐 💡
Q. 직장인 필수템... 퇴사짤이라면서요? 🤬

안녕하세요, 님! 즐...거운 수요일입니다...!😅 혹시 회사에서 메일함을 열어보셨다면,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시작할게요. 아침부터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나 싶지만, 요새 직장인들 필수템이 퇴사짤이라면서요😂(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님도 요런 퇴사짤들, 한번쯤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니면 혹시 핸드폰 속에 품고 다니는......

여기까지만 하고, 우리 영화 이야기를 해볼까요!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나날이 이어지지만, 아무리 누군가 나를 밀어내도 꼭 스스로 버텨내고 싶은 순간이 있잖아요. 내가 내 일을 놓기 전까지는 누구도 놓게 하지 않겠다는 굳고 곧은 마음을 가진 여성캐릭터를 소개해드릴게요. 오늘 소개할 영화, 김태겸 감독의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에 등장하는 '정은'(유다인)의 이야기입니다.
7년간 성실히 일해온 회사에서 갑자기 떨어진 권고사직 통보. 모두의 눈초리가 따가운 순간, 정은은 자신이 잘못한 일이 없는 이상 이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날 마음이 없습니다. 한순간에 사무직에서 송전탑 보수를 담당하는 현장직으로 파견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정은은 이곳에서 일 년을 버텨낼 생각이에요. 
누군가는 정은에게 왜 그렇게까지 무리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글쎄요. 이 영화를 보고나면, 어쩌면 이 마음이야말로 가장 투명한 마음이란 생각이 들어요. 내 선택은 내가, 내 일을 내가 결정한다는 아주 단순한 권리 말이에요.

<나.나.해>와 더불어, 인천 동일방직 여공들의 시간을 담아낸 한은지 감독의 단편영화 <푸르른 날에>를 소개해드릴게요. 오늘의 인디즈 큐를 읽고 난 뒤에 꼭꼭 잊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것! 회사와 일터가 정한 가치가 나를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 맘대로 할 수 없는 순간들이 많고 많지만, 우리는 우리의 오늘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중이라는 걸 잊지 말아요. 님의 오늘도 인디즈 큐가 응원할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정은(유다인)’은 7년간 근무했던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요구받는다. 그는 우수사원 표창을 받을 만큼 업무 능력이 좋았고 회사에 대한 애사심도 강하다. 잘못이 있다면 회사의 처우를 납득할 수 있을 테지만 정은은 잘못한 것이 없다. 정은은 사측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무실 구석의 책상에서 업무를 이어 나간다. 정은의 저항에 회사는 하청 업체로 파견을 가서 1년간 근무를 마치면 다시 원청으로 복귀시켜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1년간의 파견을 마쳐야만 사무실 복귀가 가능하다는 제안이 억울하고 굴욕적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선택권이 없던 정은은 결국 회사의 일방적인 명령에 순응해 하청업체에서의 근무를 시작한다. 여기까지가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의 출발점이다.

시작은 단순 파견근무보다는 좌천에 가까운 부당한 발령이었지만정은은 1년을 잘 버텨내고 싶다회사의 부당한 해고 명령에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정은이 마주한 새로운 근무 환경은 7년간 일해 왔던 사무실과 전혀 다르다관리소장은 정은을 그저 골칫거리로 여기며 직원으로도 인정해주지 않는다정은의 새 일터에는 그가 어떤 사연을 겪고 여기에 왔는지 아는 사람도,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다. (...) 정은은 결국 현장직 노동자들과 함께 작업복을 입고 송전탑 수리 보수 일을 시작한다.
(...) 
자신은 죽는 것보다 해고당하는 것이 더 무섭다는 막내에게 정은은 이렇게 말한다. 죽음이나 해고나 뭐가 다르냐고. 이 영화는 각자 다른 결의 삶을 살지만 결과적으로는 해고당하지 않겠다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들을 묵묵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고용불안, 원청의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직장 내 성차별, 직장 갑질, 부당해고 등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병폐를 지적하는 이 작품은 사회고발영화사에 한 획을 긋는다. 한국의 켄 로치라는 평을 듣고 있는 이태겸 감독의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힘겹고 외로운 싸움에서 나 스스로의 존엄을 끝까지 지키고자 노력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에서 묵직한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디즈 15기 박유진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시대극을 보면 꼭 이런 생각이 들곤 하죠?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구나!" 이 영화를 보면서도 어쩌면 그런 마음이 들지도 몰라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보고 인디즈가 떠올린 단편영화, 한은지 감독의 <푸르른 날에>입니다. 
이 영화는 1978년,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싸우던 인천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똥물 테러' 및 방해 공작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예나 지금이나, 권리보단 이익을 따지고 노동자의 일상을 빼앗는 일은 어디서나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동시에 깨닫게 되는데요. 어느 때에나 나의 노동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요! 
그래도 변하는 건 있어요. 2010년에는 전 동일방직노동조합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그에 따라 국가는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답니다. 변화를 직접 느낄 수 없는 시간에도 자신의 삶을 지켜온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이 봄빛을 빼앗지 마오"
〈푸르른 날에
  
"높고 커다란 벽, 깊고 오래된 그늘, 하늘 귀퉁이 볼 수도 없는 좁고 낮은 곳의 사람들".
이 가사를 처음 듣고는 막연히 7080 노동 현장을 담은 노래일 거라 생각했다. 곡을 쓴 가수가 무엇을 보고 쓴 곡인지 직접 밝히는 말을 들었으나, 그럼에도 자꾸 역사의 어떤 풍경이 읽혔다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도 그런 영화였다. 분명 오늘을 비췄는데 자꾸 과거가 보이는 영화. 달리 말하면 과거와 현재가 별반 다르지 않은 면이란 소리일 거다.

어떤 선택권을 박탈당한 사람들이 있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의 막내와 정은처럼, 〈푸르른 날에의 주인공들처럼. 영화 〈푸르른 날에 주인공은 방직회사 여공들이다. 수출 목표를 크게 쓴 종이가 신주단지처럼 붙어있고 재봉틀이 멈추지 않는 공장에서, 잠을 깨려고 약을 먹어가며 손을 재게 놀린다. 직업 하나로 편견에 찬 언어에 맞아가며, 멍처럼 푸른 옷을 입고도, 사진은 시간을 붙들어 매놓는 것만 같다고 말하며 웃는다. 괴로운 시간 속에서도 의미를 찾아가며.

반면 이들의 순수하고 단순한 열심에조차 의미를 부여해 약탈하려 들던 사람들도 있다. 그 약탈 앞에서 내가 나를 해고하지 않는 마음이란 1970년대에도 2000년대에도 주효한 것이다. 그 마음으로 카메라를 든 영화들은, <푸르른 날에>의 마지막을 장식한 사진들은, 그렇게 소리 없이도 외친다. “자비 없는 세상 위로 공평하게 쏟아지는 이 봄빛을 빼앗지 마오라고.

*제목과 본문에 큰따옴표로 인용한 가사는 정밀아 님의 노래 '봄빛'입니다.
인디즈 15기 정유선
1978년 여름. 방직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설란은 공장 맞은편 사진관 주인인 석윤에게 다른 여공들과 함께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폐쇄적이던 석윤도 여공들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지만, 그들이 도모하는 노동 운동에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푸르른 날에>는 1978년 인천 동일방직의 ‘똥물사건’을 배경으로 흘러간다. 그 당시 사건을 증명하는 건 단 한 장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사진은 기자도, 경찰도 아닌 공장 맞은편 사진관 주인이 남긴 것이었다. 영화는 경찰의 폭력, 똥물을 투척하는 장면, 공장에서 내쫒기는 노동자 등 그 당시 벌어졌던 야만의 풍경을 직접 재현하지 않는다. 설란과 사진관 주인, 그리고 설란 친구들의 일상을 통해 그 시절 그 시간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한다. 이들이 놓인 상황을 서서히 풀어갈 뿐이다.
"마침내 불을 밝히는 순간" 💡
수많은 안전장비와 높디 높은 송전탑.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보고 나면 "와, 이 영화 찍느라 힘들었겠다😦" 리스펙을 보내게 되는데요. 역시나 쉽지만은 않았던 촬영현장 이야기! 유다인 배우와 이태겸 감독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까요? 이 영화의 매력, 굽히지 않는 태도와 곧은 시선을 다루는 두 사람의 마음도 만날 수 있답니다.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가 함께한 인디토크 현장을 만나보세요!
"저희 영화를 보고 힘을 받으셔서 자기 자신을 해고하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그리고 저 역시도 그렇게 잘 살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이태겸 감독
이건... '정은'이의 브이로그?!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 오가는 유다인 배우! 최근 유튜브 개인 채널을 개설하여 또 하나의 힐링 채널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개봉 후 열일!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는 사실🥰 <나.나.해> GV 현장을 담아낸 유다인 배우의 브이로그! 보러갈까요? 이미지를 누르면 유튜브 영상으로 이동합니다 
안전한 관람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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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착용, 전자출입 등의 출입자 기록은 국가 방역수칙의 필수사항입니다! 마스크 미착용시 벌금 또한 부과되니 모두 조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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