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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일용할 영감 미리보기 👀

1️⃣ 상상인들의 ‘공부’에 관한 이야기
엄마, 나한테 공부하란 말 안 한 거 고마워요 🦁 
표현 수집 🌳

스승의 은혜는... 없습니다🤵🏻‍♂️

말랑말랑 🦫


2️⃣ 영감님들의 영감 한 조각
작은별 | 파스파 | 지훈 | 난영 영감

3️⃣ 상상인들의 영감 한 조각
📺 피식대학 | ✏️  마그네틱 종이질감필름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 나의 키팅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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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봄학기가 시작되었어요.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일지라도 늘 배우고 성찰하며 새로운 자아로의 여정을 멈추지 않는 한 우리는 언제나 청신한 학생일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반가운 스승이 되겠지요. 새 학용품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다섯 번째 일용할 영감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엄마, 나한테 공부하란 말 안 한 거 고마워요
by. 🦁후이롱

영감님은 공부를 좋아하시나요? 수줍게 고백하자면 저는 사실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공부를 좋아할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은 저희 엄마인데, 어릴 때 엄마께서 책상 정리하라는 말씀은 많이 하셨지만 공부하라고는 잘 안 하셨거든요. 그래서 저에게 공부는 ‘자기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었어요. 공부를 잘하지는 않았다는 게 함정이지만, 공부를 좋아하는 어른이 된 건 참 마음에 들어요.

처음으로 공부 그 자체가 하고 싶었던 것은 신학대학원에 입학할 때였어요. 하나님과 말씀에 대해 알고 싶었거든요. 한 번뿐인 인생인데 신학을 하고 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고, 모르고 지낸 날을 안타까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과제에 지친 3학년 땐 앞으론 과제나 시험 스트레스 없이 내가 읽고 싶은 책 읽으면서 공부할 거라고 다짐했었어요. 이후 7년은 정말 그렇게 지냈습니다.

상담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한편에 있었지만, 또다시 학자금 대출 받아 공부하고 학위를 받을 필요가 있나 싶어 그냥 책을 사서 읽는 데 그쳤어요. 그러다가 지난 10월 백신 2차를 맞고 집에 오던 길에 심장이 조이는 느낌이 들어서 갑자기 죽으면 뭐가 아쉬울까 생각해 보았어요. 다른 것보다 돈 아깝다고 학교 안 간 게 제일 마음에 걸렸습니다. 후회 없는 끝날을 위해 학교를 가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입학 원서를 준비하며 ‘연구계획서’와 ‘졸업 후 계획’을 적는데 저의 지난 삶의 경험과 관심사, 사람들과의 만남, 고민의 시간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듯했습니다.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은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었어요.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싶구나, 그리고 이 공부가 정말 나에게 필요하구나 깨닫게 되었고 그렇게 저는 22학번이 되었습니다. 

공부를 좋아한다는 것은 제가 가진 잠재력인 동시에 한계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적당히 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자기만족에 그치는 지적 유희는 남도 돕지 못하고 나 자신도 도울 힘이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그래서 이번엔 600만원의 학비가 주는 부담감과 30대 중반의 허약한 체력을 안고 제 앞에 놓인 과정을 책임감 있게 수행해 보고 싶어요. 공부를 좋아하는 마음을 잃어버릴지도 모르지만, 마지막 퍼즐 조각이 보여줄 그림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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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학교를 다니게 되었어요. ‘목회상담학’을 공부하는 22학번입니다. 

표현 수집

by. 창창🌳

디자이너로 살 때는 다양한 이미지를 자주 찾아봤어요. 강한 표현은 레이아웃을 이렇게 했구나, 이런 색을 쓰니 친절하게 느껴지네, 하며 시각 언어를 익혔지요. 글이 없어도 맥락을 전달할 수 있는 훈련을 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반대로 글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서점에 가서 아무 책이나 집어 들어 펼쳐 봐요. 평소에 쓰지 않는 낯선 표현이 눈에 걸리면 주머니에 넣듯 메모장에 적어 둡니다. 어떤 표현들을 모았는지 꺼내 볼게요. ‘무구한’, ‘덧없음’, ‘농밀한’…‘우연과 필연의 황금분할’, ‘비범한 평범’… 


문자를 수집하며 언어도 분자 단위까지 세밀할 수 있음을 느낍니다. 흔히 쓰는 말로는 포착되지 않는 디테일한 세계가 있다는 것을요. 눈물을 흘리는 이모티콘만으로는 서러움, 애처로움, 사무침 같은 감정을 다 잡아낼 수 없습니다. 남에게 표현할 수 없기도 하지만 자신에게도 설명할 수 없지요. 


문자 언어로 뭐든 그려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인스타그램의 언어로는 설명할 없는 누군가의 마음을 민감하게 읽어내고 싶어요. 카카오톡에 쓰일 없는 복잡미묘한 저의 삶도 촘촘히 해석하고 싶고요. 저의 표현 수집이 글에 좋은 영향을 주는지 일용할 영감에서 계속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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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창🌳
콘텐츠 에디터, 북디자이너. 재미와 의미를 찾아 일합니다.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사랑하는 지체들과 예배하고 공부하며 생활합니다.
스승의 은혜는... 없습니다.
by. 제이제이🤵🏻‍♂️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전 이 노래가 참 싫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선생님들과 친밀한 관계를 나누었던 적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좋아하고 동경하는 선생님들은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담임 선생님을 따랐고, 5학년 때는 음악 선생님을 참 좋아했지요. 중학교 때는 국사 선생님과 한문 선생님 때문에 그 과목만 공부하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선생님들을 멀리서 좋아할 때는 괜찮았는데 선생님들과 조금씩 가까워질 때 전 이상하게 홀로 남겨지는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들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정할 것을 약속했지만, 편애는 쉽게 발견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람이라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때 전 생애 처음으로 외면당하는 느낌을 묵직하게 받았습니다. 원망까지는 아니어도 자연스럽게 저는 어른들의 공허한 약속과 칭찬을 믿지 않게 되었고, 선생님들과 친밀한 관계를 나누지 못하고 학교 주변을 서성이는 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학교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만나게 된 때부터 거의 도서관에 사는 사람처럼 들락거리며 책 사이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선생님들이나 어른들에게 기대했다가 지친 마음은 책들 사이에서 쉬며 위로를 받았습니다. 성장하면서 여러 사람과의 관계에서 애정이 생겼다가 사그라지는 감정의 변화를 겪었고 그런 시간은 저를 그냥 그 자리에 놓인 책에서 더 안전함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지금 전 그때 만난 책과 관련한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문득 그 시간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저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고 지금의 절 만들어 준 것에 고마움이 있습니다. 스승의 은혜는 없었지만, 이렇게 그때를 추억해 보며 그때 배운 습관으로 책들 사이로 산책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혹시 주변에 스승이 없어서 힘들었던 사람이 있다면 말해 주고 싶습니다. 

“그래도 괜찮다”라고 꼭 말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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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제이🤵🏻‍♂️
책과 책으로 연결된 이야기를 애정합니다. 북튜브 제이픽을 소소하게 운영하며 책, 공간, 사람을 연결하는 상상으로 살아가고 있는 N잡러입니다. 최근 유부남과 신입사원이 되었습니다(!)
말랑말랑
by. 쿼카🦫

저는 과거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걸 좋아해요. 텍스트가 전혀 달리 읽히거든요. 얼마 전에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읽었어요. 이 책을 스물한 살 때 처음 읽었으니, 거의 10년 만에 다시 읽은 셈이죠. 한동안 이 책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위대한 교부의 사상을 샅샅이 살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눈에 들어온 건 나, 자신이었어요. 첫 번째 독서와 두 번째 독서는 전혀 다른 사건이었습니다. 과거에 멈추지 않았던 문장에 멈추어 서게 되고, 과거에 흘려보내던 단어를 손에 꼭 쥐는 나를 보았기 때문이죠. 


해석학이라는 공부가 있어요. 이 공부는 모든 학문을 가장 밑에서 받치고 있는 주춧돌과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해석학 없는 학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죠. 철학자 존 카푸토는 해석학을 가리켜 “더 깊고 선행하는 자기 해석에 다가가는 것”이라고 말해요. 그러니까 무언가를 읽어 내는 행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단지 해석의 대상만이 아니라, 해석자이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글이 달라진 게 아니라, 10년 동안, 해석자인 내가 달라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석자가 변화한다는 전제에서의 모든 독서 행위는 진부할 수 없는 새로운 사건인 것이죠.


만약, 과거에 읽었던 글이 현재에도 동일하게 읽힌다면 어떨까요. 흔들리지 않는 진리를 통달한 것이거나, 그동안 해석자가 흔들린 적이 없었던 것이겠죠. 요즘 저는 사람이 지점토를 닮았구나, 하는 생각을 자꾸만 해요. 주무르면 주무를수록 말랑해지고 원하는 대로 모양이 변하죠. 하지만 방치해 두면 금방 딱딱하게 굳어 버려요. 굳은 지점토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힘이 많이 듭니다. 사람의 생각도 이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어요. 부드럽지 않고 유연하지 않은 생각을 지킬 수 있는 건 고집뿐이에요. 고집 부리며 세상을 살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부가 필요한 것 같아요. 공부는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잖아요. 하지만 사실 역설적으로 가장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가져다주죠. 삶의 태도.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는 상태에 놓인 말랑한 사람은 참 매력적이에요. 


대학원에 입학하여 수업을 듣고 있어요. 학부 12학번, 대학원 22학번. 동대학원이라서 교수님들이 거의 같아요. 사람들은 저에게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게 지루하지 않느냐고 물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너무 흥미로운 요즘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그동안 교수님들의 고민도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공부하며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서로에게 이로운 영감을 주면서요. 우리 함께 말랑한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 공부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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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카🦫
지속가능한 교회 공동체를 꿈꾸며 신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뜰힘’이라는 작은 출판사를 빚어 가고 있습니다.
매달 영감님(구독자)의 영감
나누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만남과 나눔 속에 더욱 풍성해질 
일용할 영감을 기대합니다. 
그림책 <흔해 빠진 이야기는 싫어!> | 항상 기분 좋은 도전을 주는 다비드 칼리의 그림책입니다. 이번 이야기도 역시 방심할 틈이 없네요. 아빠와 아이는 이야기를 만들어 나갑니다. 기사의 이야기라고 하니까, 아이는 공주를 구하러 가는 기사 이야기는 너무 뻔하다고, 공주들은 스스로 자기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사악한 용을 죽이러 가는 기사 이야기로 하자니까, 용은 왜 언제나 사악해야 하냐고 따집니다. 카우보이 이야기는 어떠냐니까, 왜 남자만 영웅이냐고 여자로 해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이야기의 결론은 어떻게 될까요? 다비드 칼리 특유의 유쾌함으로 끝이 나지만, 여기선 비밀로 해야 할 것 같네요.
이 책에서 나눌 주제는 많습니다. 남녀 차별의 고정 관념 깨뜨리기, 주체적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 익숙한 것에 질문 던지기 등. 하지만 저는 ‘관계’가 더 눈에 들어오더군요. 아이가 마음껏 딴지 걸고, 말대꾸하고, 싫다고 표현해도 모두 포용해 주는 안전한 관계. 그 속에서 아이는 안전하게 실패하는 법을 배우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겠지요. 우리도 서로에게 안전한 관계가 되어 주었으면, 그 속에서 맘껏 실패하고 맘껏 일어섰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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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별 영감님💌
아이들에게 어린이책을 사주는데, 제가 더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 | 희도(김태리 분)를 보며 ‘꿈’을 곱씹어 봅니다. ‘꿈’이 희망고문이 될 수 있는 요즘이기에 곰곰이 생각을 굴립니다. 18살, 그 누구보다 패배를 많이 경험한 펜싱 선수 희도. 희도의 꿈 이야기가 역하지 않은 것은 “네 꿈을 빼앗은 건 세상이야”라고 말하는 어른들의 말을 뚫어 내는 희도의 눈빛이 있기 때문입니다. 희도의 꿈은 강요된 꿈이 아니라, 오히려 그 강요를 거스르는 꿈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니 ‘꿈’은 꿈꾸는 사람을 괴롭게 합니다. 필연적으로 자신의 현실을 직면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꿈은 아름답고 빛나는 동시에 비참이고 좌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희도의 꿈은 현실의 비참함과 좌절을 넘어서는 ‘용기’를 보여줍니다. 희도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이유이지요. ‘꿈’이 주는 부담감 때문에, 어른이 되어 간다는 이유로 애써 외면한 꿈들이 많이 떠오릅니다. 희도를 보며 꿈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꿈은 모양이 바뀔지언정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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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파 영감님💌
말하고 읽고 쓰기를 좋아하는 초보 전도사.
Instagram: @pa_spa 
여행용 캐리어 | 해외 입국자들의 자가격리 면제를 검토중이란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작년 말 잠깐의 희망을 품고 이탈리아 출장을 다녀온 이래 여행 일을 쉬었던 저도, 방 한 구석 애물단지 같던 여행용 캐리어도 슬슬 바빠질 준비를 해야겠어요. 조심성이 없고 물건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저로서는 언제든 집어 던져도 깨지거나 찌그러질 염려가 없고, 더러운 것이 묻어도 슥- 닦아 내면 그만인 어두운 색의 천 캐리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건도 계획 없이 마구 집어넣기 때문에 각잡힌 가방은 곤란해요. 크기, 재질, 색깔, 바퀴의 개수와 손잡이의 모양까지 수많은 의사 결정을 통과해 여행 친구가 되었던 당신의 캐리어는 잘 지내고 있나요? 오늘은 녀석의 바퀴가 멀쩡한지, 지퍼는 잘 여닫히는지 한 번 살펴봐 주세요. 그것만으로도 분명 두근거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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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영감님💌
여행이 삶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 믿는,
여행을 만들고 예술을 말하는 여행 도슨트
Instagram: @jihoon_bb, 성경 명화묵상 : @jihoon_docent
오아시스 | 막말로라도 종두는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다. 종두의 주변 사람들이 좋은 사람인 척 행동을 하는 게 역겨울 뿐, 종두는 역시 아무렇지 않게 나쁜 짓을 저지른다. 공주와 종두는 왜 사랑을 하게 되었을까. 그건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섹슈얼의 대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공주는 섹슈얼의 대상이 아님을 넘어 한 명의 사람으로도 취급받지 못했다. 그런 공주에게 종두는 앞에서 얼굴을 바라보고 말을 걸어 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런 종두를 공주가 사랑하지 않을 재간이 있었을까. 한 번도 사랑을 받아 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를 바라봐 주는 단 한 명의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좋은 사람이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공주는 종두를 사랑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종두에게 공주도 마찬가지다. 나를 비난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주는 유일한 사람이 공주였다. 
 두 사람이 사랑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할지라도 둘의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지는 않다. 사랑의 계기와 근거가 희박하고 일종의 사회적, 관계적 강압이 작용했다고 할지라도 두 사람의 사랑은 사랑이다. 만일 둘의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 한다면 공주를 사람으로 보지 않으면서 위해 주는 척, 이 영화에서 가장 역겨운 공주의 오빠와 아내와 다를 바 없다.
 오아시스는 타는 목마름을 가실 수 있는 곳이다. 이미 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오아시스를 찾을 필요가 없다. 절박한 사람들만이 오아시스를 찾고, 물을 마신다. 오아시스를 찾아 물을 마시는 건 틀린 행동이 아니다. 그리고 타자의 오아시스를 보며 서글퍼하거나 슬퍼해서는 안 된다. 오아시스를 평가하거나, 안쓰럽게 바라보거나, 비난해서도 안 된다. 그건 나의 오아시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보이는 그대로 옆에서 바라볼 뿐이다. 그들도 그걸 원할 테니까. 그러다 조금 더 가까워지면 말을 한마디쯤 건네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시간이 더 지나 서로 웃을 수 있을 정도로 친해지면 같이 밥도 먹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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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영 영감님💌 
정적인 취미를 동적으로 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책, 영화,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instagram: @symbalz28
📺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 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피식대학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시작했습니다. 오글거리는 연애 흑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지금, 우리 통화 할래?>인데요. 남녀의 미묘한 관계가 영감을 주는 건 물론 아니고요(ㅋㅋㅋ). 가상으로 설정한 네 주인공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더라고요. 영상 콘텐츠에서 통화를 나누는 주인공들이 마치 실존하는 것처럼 현실의 맥락을 만들어 놓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지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플랫폼을 넘어서는 상상력이요. 매스 미디어에서는 접근하지 못하는 유연함과 재기발랄함이 참 좋습니다. 시청자들은 어느새 친구가 된 것처럼 주인공들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달고 놀기 시작하네요. 유튜브 시청법에 관해선 할 말이 너무 많지만 오늘은 콘텐츠 창작자의 관점에서 영상을 소비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창창🌳

✏️ 마그네틱 종이질감필름 | 애플펜슬의 필기감을 위해 종이질감 필름을 사용했는데, 영상을 볼 땐 화질이 떨어져 너무 아쉽더라구요. 그러던 중 친구가 쓰는 마그네틱 종이질감필름을 보고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필름이 탈부착이 된다니... 이 필름을 구입한 날,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보여주니 “욕심쟁이 전도사님 같은 아이템이네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욕심쟁이’라는 말이 왠지 좋았습니다. 필기감과 화질, 둘 중 하나도 포기하지 못하겠는데 어떡해요. 이 필름도 포기하지 않은 어떤 ‘욕심쟁이’에 의해 만들어졌을테니, 당연하게 하나를 포기하는 사람이 되기보단 짬짜면 그릇을 만들어내는 욕심쟁이가 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후이롱🦁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말을 읽기까지 이 책의 장르를 뭐라고 설명할 수 없었기에 혼란스러웠습니다. 이 책이 과학자에 대한 평전으로 쓰여졌는지 아니면 에세이로 작가의 삶을 담아낸 것인지 분간조차 할 수 없을 때, 이 책은 큰 경이로움으로 독자를 전복시키고 무너뜨립니다.
 올해의 책 정도가 아니라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이렇게 저를 무장해제시키고 해석하지 못하게 만든 책은 없었습니다. 그만큼 이 책은 아름답습니다. 이 책에 담긴 삶의 의미, 허무에 맞서는 이야기들은 너무나도 우리의 이야기여서 떨면서 책을 읽게 됩니다.
 마침내 이 책은 혼란 가운데 삶을 공포이자 아름다운 경이로 맞이하게 해줍니다. 이 책은 한 추천사의 표현처럼 “책의 모양을 한 작은 경이”입니다. 이렇게 내용에 대한 설명을 최대한 하지 않으면서 극찬한 책은 또 처음이네요. 여러분에게도 이런 혼란경이를 추천해 봅니다. 
+ 이 책을 읽게 되신다면 그 어떤 정보도 먼저 찾지 마시고 바로 책을 읽기 시작하셔서 빨리 끝내셔야 합니다. 책의 아름다움에 맞으려면 어떤 사전 정보 없이 무작정 읽으면서 혼란스러워하셔야 합니다(!) 제이제이🤵🏻‍♂️

👨🏻‍🎓 나의 키팅 선생님 | 2012년, 예수에 관한 공부를 하기 위해 신학교에 들어갔어요. 한 선생님을 만난 뒤 나의 지평은 완전히 달라졌죠. 그분은 나의 기대와는 달리 간디와 정약용을 건넸고, 소포클레스와 셰익스피어를 가르쳤습니다. 처음엔 많이 당황했어요. 신학이란 오직 신을 위한 공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하루는 선생님을 찾아가 왜 이런 책들을 가르치시는 거냐고, 도대체 성경은 언제 배울 수 있는 거냐고 물었어요. 선생님은 예수는 인간이었다고, 그러니 인간 공부를 해야 한다고 무심하게 대답했어요. 정성국 교수님은 저에게 있어서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님과 같은 존재예요. 학생에게 평범한 길을 제시하지 않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때로는 아무도 들어서지 않은 것만 같은 어두운 길을 힘차게 가보라고 권유하셨죠. 요즘은 선생님을 더 가까이에서 보게 되었어요. 올해부터 같은 공동체에 몸담게 되었거든요. 가까이에서 보니, 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걸 느낀답니다. 학문과 삶의 일치를 추구하는 선생님의 삶의 모습이 저에게 묵직한 영감을 주어요. 선생님의 첫 책이 나왔을 때, 이런 글을 담아 제게 주셨죠. 해석 공동체가 되어 보자고. 비로소 함께하게 되었네요. CaptainMy Captain!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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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호 ‘비움’ 피드백

두란테 | 이사를 앞두고 비움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언젠가는 필요할 것이라며 고이 모셔둔 잡지, 책, 팜플렛 등과 서서히 작별을 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버려도 다음번 이사갈때 또 그만큼 채워져있겠지요?

니주 | 비움에 대해서 각자 나눠주신 이야기들 너무 감사합니다.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한 비움과 더 집중하기 위한 비움이 결국은 무엇을 남길 것인지를 정한다는 것이 마음에 큰 인사이트가 됩니다. 감사해요!

| ‘영감’이란 걸 생각하다보니 그 범위가 점차 넓어져서 아주 단순한 것부터 아주 사소한 것, 사람이라든지 어떤 말과 이야기까지 나와 내 주변에서 ‘영감’이라고 이름 붙여주길 바라고 있는 게 생각보다 많았어요. 흩뿌려진 영감들을 ‘일용한 영감’ 덕분에 ‘지금의 나에게 주는 영감’으로 이름 붙일 수 있었어요!

오진구 | 비움과 채움에 대해 찬찬히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였어요!

시낙덕후 | 비움이라고 하니, 저희 아이가 세상에 올 때 아이 물건 놓을 장소를 위해 책을 치워 버렸던 것이 생각났어요. 이 책은 언제 샀고, 왜 샀고... 한권 골라 들 때마다 그 기억이 나서 힘들었지만, 더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라면 버릴 수 있더라구요. 비우고 버리는 것도 사랑의 한 표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어요! (영감을 기고해서 재밌었어요 ㅋㅋㅋ 역시 요새 미디어는 빠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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