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하고 있는 일은 잘 되가? 나는 사실 요새 브랜드 운영 방향성에 고민이 많아. 그러다보니 무리하게 자책도 하게 되고 쉽게 우울에 빠지는 것 같아. 다들 힘들 땐 어떻게 극복하는 편이야? 여러가지 방식이 있겠지만 나는 힘이 되는 영화를 보는 편이야. 오늘은 나처럼 지친 사람들을 위해서 스승으로 삼고 싶은 따뜻한 누군가를 소개해주고 싶어.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2016년 개봉했었던 에단 호크 감독의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라는 다큐멘터리와의 인연을 먼저 설명해볼게. 2015년 전주국제영화제 출장을 갔는데 시간이 남아 스크리닝룸에서 이 작품을 보게 되었어. 일단 에단 호크의 연출이 궁금했고, 1927년생의 피아니스트에 대한 짧은 시놉시스가 꽂히더라고. 자막은 없는 상태라 100% 이해하지는 못했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고 말았어. 그렇게 당시 내가 다니던 영화사에서 수입하게 되었고, 내가 퇴사한 후 개봉했어. 그래서 애틋한 마음이 가는 작품이야. 그러다 최근 뒤늦게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이라는 인터뷰집을 발견해서 읽게 되었는데, 일주일간의 심도 깊은 대화를 기록한 이 책에는 왜 사람들이 그토록 이 할아버지 피아니스트에게 열광했는지를 짚어주고 있어.


가장 큰 이유는 주변에 본받고 싶은 좋은 어른의 부재인 것 같아. 그런데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인상 좋은 할아버지 피아니스트는 여든 여덟의 나이에도 정갈한 삶을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실력을 계속해서 늘려갔고, 무엇보다 타인을 향한 따뜻함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거지. 에단 호크는 그에 대해 시모어는 항상 세미콜런과 콜론을 써가며 문장 전체를 말합니다라고 표현했다고 해.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지 않아? 그리고 우리는 막연히 노년의 삶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잖아. 그런 점에서 가능성을 열어준 시모어 번스타인의 모습에 용기를 얻었다고도 생각해. 그래서 일과 비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영감과 위로를 얻어갔으면 좋겠어.

내가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쉰 살이 되었을 때에서야, 무대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연주할 수 있었다"는 그의 말이었어. 그렇게나 아름다운 연주를 하면서도, 만족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놀라웠거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도 결국 이 고민으로부터 피할수는 없구나 싶어 저 말이 정말 위로가 되었어. 또 한편으로 놀라웠던 건 연주와 완전히 닮아있는 그의 모습이었어. 한때는 글이나 음악, 미술, 영화 등 모든 창작물들과 그걸 만든 사람을 동일시했었어. 이렇게나 대단한 작품을 탄생시킨 사람은 얼마나 훌륭할 것인가, 이렇게. 하지만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많더라고. 오히려 어떤 광기가 있어야 남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고 당연히 생각하게 되었지. 그런데 시모어 번스타인은 그것이 틀렸다는걸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던 거야.


실제로 인터뷰집에서 시모어 번스타인은 피아니스트의 경우 연주를 통해 자신의 삶 역시 영적, 정서적, 지적, 신체적 세계가 통합되어야 한다고 깊이 있게 말하고 있어. 즉 내가 하는 일의 성취 과정이 나의 삶과 분리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이야. 삶에서 깨달은 것들이 일에도 당연히 영향을 주고, 일에서 깨달은 것이 삶으로 흘러 들어가야 한다는 뜻인데 다시말해 일에서 얻은 성취는 일상에서 나눌 수 있어야하고, 바른 일상에서의 행동은 예술의 성취에 도움을 주는거지. 예술과 예술가를 분리해서 바라보는 요즘 세상에서 생각해 볼만한 주제라고 생각했어.

이번 인터뷰집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위로받았던 사람들 중 시모어 번스타인이라는 사람의 인생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 음악과 삶에 대해 굉장히 깊이 파고들거든.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음악에 관한 것이지만 모두의 일로도 치환될 수 있을 것 같아. 그 밖에도 인간이라는 본연의 모습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말들이 많아. 내 옆에 없는 훌륭한 어른을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고 나의 깊이로는 나눌 수 없는 심도의 대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어.


마지막으로 15살부터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던 시모어 번스타인은 자신이 가진 능력과 사랑을 타인에게 베풀고 나누는 삶에 굉장히 의미를 두고 있는데, 그런 그가 모든 교사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을 가져와봤어. “여러분은 제자를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소소한 관람포인트1. 피아니스트의 인터뷰 화답송은?

책의 마지막장에 이르면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시모어 번스타인이 인터뷰어에게 바흐를 연주해주는 것으로 끝이 나. 그 순간의 연주를 함께 들을 수 있도록 유튜브에 올려주었어. 같이 들어보자! 너무 아름답거든.

소소한 관람포인트2. OST

시모어 번스타인의 연주를 듣고 싶다면 오래 전부터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있으니 들어가보는걸 추천해. 혹은 다큐멘터리의 마지막에 나오는 연주회의 전체곡을 들을 수 있는 OST(링크클릭)로 입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소소한 관람포인트3. 93세의 시모어 번스타인

EBS다큐프라임에서 2020년 제작된 다큐멘터리(링크클릭)도 있어.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이후의 삶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해. 당시 93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제자들을 가르치는 모습이 뭉클해. EBS 구독권을 구매해야 볼 수 있는 점이 아쉬워. 1건은 4,900원, 1개월은 8,900원이야.

레이지 카우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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