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수법으로 사람을 살인하여 제주도 전체를 들썩이게 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은 오랫동안 범인을 잡지 못한 제주의 대표적인 장기미제 사건이었는데요. 오랜 기간 끝에 범인을 잡아 법정에 세웠지만 1심에서 살인죄 무죄, 협박은 유죄로 나왔어요. 그러나 얼마 전 열린 항소심에서는 살인죄가 무죄에서 유죄로 바뀌며 징역 12년을 선고했어요. 어떻게 무죄에서 유죄로 뒤집혔는지 오늘 제미에서 알아보도록 할게요.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99년 12월 5일 아침 제주도에서 검사 출신의 이승용 변호사가 자신의 승용차 운전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는데요. 신체 여러 군데가 흉기에 의해 손상된 상처들로 피를 흘린 채 발견됐다고 해요. 보통 사람이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살인 수법이 정말 잔인하여 흉기 사용 경험이 많은 조직폭력배의 범행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오랫동안 범인을 잡지 못했어요.
그러다 지난 2020년 한 시사프로그램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살인을 교사하였다고 주장한 김모씨가 나타났고, 경찰은 재수사를 통해, 살인교사를 주장한 김모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를 했어요.
돈을 목적으로 방송사 측에 접근했다고 해요. 김씨는 방송을 통해 유족과 접촉하여 범인을 잡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타거나, 장기미제였던 사건이었던 만큼 언론의 주목도가 높은걸 이용해 출연료를 타기 위해 방송에 출연했다고 2심 판결문에 나와있다고 해요. 그렇다면 왜 위험을 무릅쓰고 출연했을까요?
공소시효가 지난줄 알 았던 김씨는 공소시효 완료 전 해외에 도피했는데요. 당시 규정에 따르면 형사처분을 피하기 위해 해외 도피를 하게되면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됐고, 공소시효 완성일이 2015년 12월로 미뤄졌어요. 그러나 2015년 7월부터 태완이법이 적용되어 살인사건에 대해 공소시효가 폐지돼 원래 예정됐던 공소시효 만료는 무효 처리가 됐지만, 이 규정을 모르고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줄 알았던 김씨는 방송에 출연했다 덜미를 잡히게 됐어요.
*태완이법: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으로 1999년 5월 대구에서 발생한 김태완(당시 6세) 군 황산 테러 사건을 계기로 발의돼 시행된 법안
검찰은 김씨가 직접 범행을 실행에 옮기진 않았지만 사전에 공범과 범행을 공모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고 판단, '공동 정범'으로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구형했어요. 그렇지만 1심에서는 김씨가 정황상 살인을 한 것은 맞지만 실질적인 증거가 없어 협박죄는 인정되나 살인죄는 무죄로 판단했는데요. 이번 2심에서는 김씨가 범행을 공모한 사실을 인정하였고, 범행 당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특별 제작된 흉기가 사용된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는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였다는 것으로 보아 유죄를 선고하였어요.
이승용 변호사 사건 방송을 담당한 이동원 PD는 취재를 하는 동안 이승용 변호사가 꿈에 많이 나왔다며 피해자의 한을 이번 판결로 조금이나마 풀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공동정범: 2명 이상이 범죄를 공모한 뒤 그 공모자 중 일부만 실행에 나아간 경우 실행을 담당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동으로 범죄 책임이 있다는 법리
by.묵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