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윤리적인 가치로 차별화하기
 
Newsletter Issue 88

10 Sep, 2021  1333 Subscribers
 
 
 

주사위 세 개를 동시에 던져서 셋 다 1이 나올 확률, 매우 희박하다. 그러나 반드시 한 번은 나온다. 인생도 그렇다. 일상의 나날은 대체로 별일 없다. 그러나 반드시 위기는 온다. 게다가 삶의 주사위는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삶이 지속될수록 위기를 맞이할 확률과 빈도는 높아지는 것이다.

작년, 주사위 세 개 모두 1이 나왔다. 위기가 온 것이다. 위기는 삶의 뿌리를 움켜쥐고 흔든다. 이때 비로소 지나온 내 삶의 뿌리가 어떻게 구성됐고 강성은 또 어떤지 드러난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파악되는 것이다. 위기의 순기능이라 할 수 있겠다. 위기가 오고 나면 삶의 초점이 또렷해진다. 무엇이 귀중하고 소중한지 구별된다.

애석하게도 위기가 오기 전까지는 내가 어떤 뿌리를 다져가며 살아가고 있는지 선명히 알 수 없다. 가늠할 뿐이다. 지금도 나는 언젠가 올 큰 위기를 대비하며 뿌리를 뻗어보지만 무슨 행동이 뿌리인지 줄기인지 구분 못 한다.

영동대교 위를 뛰고 왔다. 우측으로 가슴 높이도 안되는 난간이 있고 그 너머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짙푸른 한강이 흘렀다. 좌측엔 차들이 시속 70 이상으로 쌩쌩 내달리고 있었다. 한강과 찻길 사이로 두 사람이 겨우 걸을 수 있는 폭넓이의 인도가 위태롭게 뻗어 있었다. 그 위로 달리고 있는 형국이 올해의 내 모습인 것 같아 씁쓸한 미소가 새어 나왔다. 그래도 달리기는 뿌리일 것이다. 그냥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다. 다음 위기 때 알게 되겠지.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도큐 season & work
 
 
 

1. Food by ClubComb
윤리적인 가치로 차별화하기 [Australia/Sydney]
2.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Mornin' by Al Jarreau
3. Movie by 단편극장
내가 어때섷ㅎㅎ
4. Novel by 단편서점
다음 연재할 단편 소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5. Event by season & work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윤리적인 가치로 차별화하기 [Australia/Sydney]
바로 comber
낙농대국 호주. 이곳에도 동물애호를 외치는 비건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유제품만은 그만둘 수 없다고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동물복지를 배려한 우유 '카인드 밀크(Kind Milk)'를 생산하는 빅토리아주 <하우나우 목장(HowNow Dairy>에서는 2021년 4월부터 페타치즈와 블루치즈도 판매하기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 캐시 팔머(Cathy Palmer) 씨는 원래 음악 관련 일을 했지만 동물애호활동가로도 활약하던 5년 전, 낙농인 배우자와 <하우나우 목장>을 시작했다.

일반적인 방목과 외양간을 겸해서 기르는 낙농목장에서는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어미소로부터 분리되어 대용유(분유)가 주어지거나 수컷의 경우는 곧바로 도축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완전 방목인 <하우나우 목장>에서 송아지는 어미와 살며 풀을 먹을 수 있는 생후 4개월까지 어미소 젖을 먹으며 자란다. 인공수정을 통해 앞으로 젖소가 될 암송아지의 출산을 촉진하지만, 그 사이에도 소 모녀가 함께 할 수 있도록 가능한 정성을 다하여 키우고 있다.

목장 확대와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소의 개체 수를 늘리는 목장이 많은 가운데, “행복한 소를 돌보려면 100마리가 한계”라고 팔머 부부는 기준을 세웠다. 64에이커에 이르는 풀밭에서 방목되는 소들은 “마음이 맞는 동료를 찾아내 육아를 즐기고 있다”고 캐시 씨는 이야기한다.

다른 목장에서 협조적이지 못한 성격으로 기를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 ‘유기소’를 인수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이런 ‘유기소’도 애정을 담아 길러 훌륭하게 자라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발신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하우나우 목장>과 같은 '윤리적인 생산자를 응원하고 싶다'는 공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우나우 목장>은 2리터짜리 우유(7.65호주달러=6500원)와 치즈(9.5~15호주달러=8000~13000원)를 판매하고 있다. 가장 인기있는 상품은 크리미하고 카망베르와 비슷한 워시치즈(15호주달러=약 13000원). 경영상 최적화 문제 등의 과제는 아직 남아 있지만 다음은 사워크림 생산에 도전한다고 한다.
콤버노트
동물복지 관련된 사례를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동물을 위하는 일이 사람을 위하는 일로 이어지는 걸까? 사람을 위하는 일로 이어지지 않고, 동물 자체를 위하는 일로 충분한 것일까? 같은 생각들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사회성과인센티브 지표인 SPC나 SDGs, ESG와 같은 지표들이 모두 사람중심에 있어 동물이슈를 포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동물을 위한 것이 사람을 위하는 거라고 말한다면 일반적으로 ‘먹거리 안전’과 ‘지속가능한 환경’ 정도인데, 정말 동물 자체를 위하는 일을 나타내는 지표가 하나쯤 나와도 좋을 것 같다. 이 지표의 탄생을 기다리는 사람이 지금도 하루하루 늘고 있다고 생각한다.

 

Mornin'
by Al Jarreau
양의 아주 아주 주관적인 감상
요즘 아침이 좀 어렵다. 물론 나는 항상 아침과 친하지 않은 올빼미 족에 속하긴 하지만 요즘 들어 초가을에 우기가 찾아오면서 아침이 유독 어려운 것 같다. 특히나 나 같은 게으른 인종은 햇살로 싸대기라도 맞아야 일어날 텐데 말이다. 어떻게 하면 아침에 벌떡 일어날 수 있을까. (정신력이 부족하다는 말 하려던 사람들은 조용히 스크롤 내려서 음악이나 들으쇼)

노래제목도 그렇고 이야기 주제가 이렇다 보니 문득 생각난 재미난 모임이 있다. 바로 이불개기 프로젝트.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이불개는 것만 사진으로 인증하면 되는 커뮤니티다. 이불개커들은 달마다 3만원의 디파짓을 걸고 매일 아침 이불을 갠 사진을 공유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매일 미션을 완수하면 전액 환불되는 간단한 제도. (물론 못하면 벌금이 있다. 하루 최대 1000)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가보시라. 꽤 재밌는 프로젝트다. (근데 나는 매일 천원내고 늦잠 잘 것 같아서 안 하려고 한다.) 사실 나는 나의 문제점을 잘 안다. 일찍 자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새벽에 글을 쓰는 게 좋은 걸힝구

너무 귀엽고 말랑한 사운드 아침이라는 제목도 너무 잘 어울린다. 이지리스닝 소프트락 AOR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말이 된다. 너무 너무 대중적이어서 누구나 들어도 기분좋아질 그런 노래. 기타 사운드가 이끌어가면서 Ep사운드가 몽글히 포인트를 잡아준다. 재지한 즉흥연주도 너무 예쁘다.

+귀엽고 몽글몽글한 그러면서 아주 경쾌한 이상우의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 1991년에 발표했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알 재로. 본명 알윈 로페즈 재로. 40년에 태어나 17년에 죽었다. 가족이 교회 집안이었고, 아버지가 목사였다. 어머니는 교회의 피아니스트. 그냥 음악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

우리나라에서 교회음악은 대중적이지 않지만, 미국에서의 교회 음악은 사정이 다르다. 대중음악의 한 분류로 리스너가 두터운 한 장르다. 미국의 CCM은 가사도 그렇고 정말 그냥 대중음악이라고 느껴지고, 우리가 어디선가 들어본 단어 가스펠도 아주 대중적으로 발전해 나가면서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흑인이 주를 이루는 교회에서 가스펠블랙가스펠로 분류되면서 지금 까지도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 흑인음악이라고 일컬어지는 소울뮤직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그 시장이 아주 크다.  

알 재로 아저씨의 노래는 아주 대중적이고 듣기 편한 소프트락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CCM 혹은 가스펠의 감성도 분명 존재한다. 가끔 가사를 뜯어보면 신앙심이 느껴진달까. 어쩌면 장르를 굳이 나눌 필요 없이 AOR이라는 큰 틀에서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느낌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앨범은 839. 이번에 소개한 곡이 빌보드 21R&B부분에서 6위 일부 차트에선 2위까지도 올랐다.

+7집에서 아주 큰 인기를 끌었던 노래 <We're In This Love Together> 뮤직비디오로 감상하시죠.
season & work

 

내가 어때섷ㅎㅎ

감독  정가영
출연  정가영, 백수장
개봉  2015
길이  13분
관람  왓챠
에이비의 감상 노트
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정말 좋아했다. 상업영화와 다르게 거침 없는 카메라 앵글과 무빙들, 배우의 대사들. 그 분위기를 너무나 좋아해서, 내 작품을 구상할 때도 많이 참고 했다. 하지만 전 국민을 놀라게 한 그 사건뒤로 일주일에 한 번씩 보았던 그의 영화를 더 이상 보지는 않는다. (나도 모르게 그의 모습들을 닮아 갈까봐 겁이 나서..) 그렇게 좋아했던 감독이라 안타깝지 않냐고? 전혀! 왜냐면 나에게는 정가영이라는 히든 카드가 있으니까!

“5, 8, 10년 이렇게 연애 했어요!”
? 그러면 나이가?”
제 나이 모르세요? 27살이에요!”

4살 때부터 연애를 했다는 이 대단한 짧은 치마의 여성, 가영. 그녀는 지금 바로 옆에 남자, 수장을 작정하고 꼬시려고 한다. 바로 친구의 남자친구를! 수장은 가영을 쉽게 단정 지으려고 한다. 가영이 연애를 잘했던 이유는 편하고 쉬워서라며 그녀를 깎아내린다. 그렇게 그와 그녀의 묘한 줄다리기 같은 대화가 오고 간다. (스포 때문에 여기까지!) 

보기와는 다르게 되게 자신감이 넘치시네요

이게 이 영화의 핵심이다. 내가 홍상수 감독에게 느꼈던 첫 감정은 뭘 믿고 저러지?’ 였다. 너무 성의 없어 보이는 카메라 앵글과 무빙, 연출 등등.. 하지만 어느 순간 그의 이야기에 휘말려서 그의 열렬한 팬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정가영의 작품,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그때 느낀 감정을 다시 느꼈다. 그녀의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자극적이어서 딴생각에 빠지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치 유쾌한 인스턴트 음식 같은?! ‘(성적 윤리관)’ 에는 안좋지만 (재미)’은 좋다.

내가 제일 처음에 소개한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부터 말했지만, 나는 정말 정가영 월드에 푹 빠져있다. 그렇다고 여자 홍상수라는 타이틀을 남들처럼 붙이고 싶지 않다. 왜냐면 곧 홍상수에게 남자 정가영이라는 타이틀이 붙을 테니까! (정가영 파이팅!)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카메라 하나에 종로에 있는 호텔 방 하나를 빌려서 원테이크로 촬영하면서 모든 대사를 애드립으로 채워버린 이 영화는 2015년 제 9회 대단한 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한 뒤, 큰 화제를 일으킨 작품이다. <혀의 미래>, <하트>도 그렇고 정가영 영화의 대부분이 가벼운 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시 인터뷰로 예산이 많이 부족해서 지금 할 수 있는 주제를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하는데.. 아주 우연치 않게 장르를 잘 잡으신 것 같다!

에이비

 

다음 연재할 단편 소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첫 연재: <카페, 커피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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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승

+작가소개: 작은 조약돌과 같은 글을 꿈꾸는 최현승입니다.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LIVE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01 - 이선호 과학커뮤니케이터 / 6.28(월)
"4차 산업혁명이 온다는데 온 거야 만거야"

02 - 김얀 작가 / 7.1(목)
"사회초년생! 오늘부터 '돈'독하게 모아보자!"

03 - 김찬호 교수 / 7.5(월)
"나는 왜 돈이 없다고 생각할까?"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01 - 유형곤(우리동네세탁소) / 7.8(목)

02 - 조수형(싸군마켓) / 7.12(월)
"파도가 칠 때는 업종변경을, 유통의 힘"

03 - 홍미선(땡스롤리) / 7.15(목)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면"

04 - 코보리모토무&최영미(시:시밥) / 7.19(월)
"두 사업자가 만나면"

05 - 장건희(육곳간) / 7.22(목)
"이 시국에 정육점에서 소세지집까지 사업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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