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현자타임 좀 갖겠습니다! [풀칠 126호]

안녕하세요 풀칠러님.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금주의 에세이 당번 야망백수입니다.

풀칠 126호의 주제는 ‘현타’입니다. 왜, 일하다 보면 ‘현타’ 오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잖아요. 오늘 에세이는 ‘현타’에 대한 푸념입니다. 풀칠러님은 언제 ‘현타’를 겪으시나요? ‘현타’없이 살 순 없는 걸까요?

현자 타임. 줄여서 현타. 절정 후의 허무, 우울, 공허함을 이르는 말. 온몸을 휘감던 열정이 사그라지고 난 뒤 불현듯 찾아오는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는 인식. 그런데 우리는 왜 이 '현타'라는 말을 침대 보다 회사에서 더 자주 쓰는 걸까.

회사에서 현타오는 순간은 대강 다음과 같다. 일이 바빠서 밥도 못 챙겨 먹을 때. 야근하느라 가족의 연락이 피곤하게만 느껴질 때. 월급이 쥐꼬리일 때. 상사가 멍청한 소리를 할 때. 역류성 식도염과 디스크와 공황장애와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서 겨우겨우 어떤 일을 해냈는데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는 동료조차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모를 때. 의미 있다고 믿어왔던 일이 사실은 세상을 망치고 있는 일이라는 자각이 찾아올 때. 처음 일을 시작하게 만든 계기를 잃어버리게 됐을 때.

요컨대, 현타는 삶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일을 위해 살고 있었음을 깨달았을 때 온다. 돈을 벌든 자아를 실현하든 가족을 부양하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든 나름의 욕망을 위하며 주체적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세상에게 이용당하고 있었을 뿐인 80억 개체 중 한 마리일 뿐임을 깨달았을 때의 충격은 순식간에 우리의 정신을 안드로메다까지 날려보낸다. 그 먼 곳에서 바라본 나는 우주 먼지다. 비대한 자아와 먹여살려야 하는 몸을 가진 죄로 존재의 위기를 일상적으로 겪어야 하는, 날마다 믿었던 의미에 배신당하면서도 꾸역꾸역 아침이 되면 지하철에 몸을 싣고 출근해야만 하는 작고 귀여운 우주먼지……

만약 지구상의 모든 직장인들이 동시에 현자가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 그날은 문명(그래봤자 우주 먼지 덩어리일 뿐이지만)이 끝나는 날일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우주먼지들의 시스템은 모두가 동시에 현자가 되는 일이 없도록 나름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첫 번째 안전장치는 ‘성장’이다. 노력을 기울이면 반드시 이전보다 더 나은 상태가 된다는 믿음. 그러므로 계속해서 부산을 떨어야 한다는 사고방식. 이는 다분히 수학적인 세계관이다.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고, 결괏값을 x축과 y 축 사이에 찍어보면 우상향하는 그래프가 이어질 것이라는 달콤한 약속. 우리는 이 사고방식을 생물학적 성장기 내내 학습한다.(실제로 몸이 자라고 있으므로 성장이란 사고방식 또한 진실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성장을 철석같이 믿기에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과장된 자기소개서를 써대고, 면접을 보는 동안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서 헬스클럽에서 쇠를 들거나, 인공지능과 외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모두 성장에 대한 믿음을 지키기 위한 '리추얼'이다. 하지만 세상은 수학이 아니다. 사회에 발을 들이는 그 시기부터 성장은 본격적으로 배신을 하기 시작한다. 두 배 열심히 일하면 두 배가 되는 것은 연봉이 아니라 구내염의 개수다. 성장의 배신을 경험하지 못한 행운아들은 극히 소수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 힘을 쏟아붓고도 쓰디쓴 실패를 맛보게 된다.

또 다른 안전장치는 ‘우정’이다. 성장과 현타는 모두 ‘나’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이다. 내가 점점 중요하고 대단한 무언가가 되어가는 감각은 성장, 보잘것없는 우주 먼지임을 깨닫는 순간은 현타. 스스로에 대해 골몰하는 한 성장과 현타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일한 출구는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타인에게 주의를 돌리는 것이다. 회사에서 나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느껴지더라도 같이 회사 욕을 할 동료가 있다면, 그 동료는 계속 그 회사를 다닐 이유가 되어줄 수 있다. 아무리 애써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서, 점심시간에 동료와 회사 욕을 하는 것을 일상을 떠받치는 레저활동으로 삼으면 큰 죄가 될까? 어느 연구소의 미친 프로그래머들이 전 세계 인구의 97%를 실업자로 만들 기술을 개발하기 전까지 우리에겐 우정을 즐길 시간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 모든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현타가 찾아오는 걸 막을 수 없는 날이 있다. 그럴 땐 아껴뒀던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꺼내야 한다. 그 카드의 이름은 연차다. 언젠가 도저히 현타를 참을 수 없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연차를 쓴 적 있다. 업무용 메신저를 끄고, 얼마 안 되는 여가시간을 쪼개고 쪼개 캘린더에 넣어뒀던 공부 시간을 지우고, 침대에 누워 짐승처럼 하루를 보냈다. 옷도 입지 않고 양치도 하지 않고 밥도 이불을 덮은 채 먹었다. 다음 날 회사로 돌아갔을 때, 나는 분명 반쯤은 현자였고 반쯤은 짐승이었건만 사무실에 반인반수가 출몰했다고 신고를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음번에 연차를 쓴다면 이런 생각을 좀 해보고 싶다. 현타를 겪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세상은 가능할까. 이 질문은 두 개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인간은 욕망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인간은 부조리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욕망이 거세된 우울한 현자로 살 것인가, 부조리에 고통받으며 현자와 짐승을 오가는 반인반수로 살 것인가. 행복은 어느 쪽에 놓여 있을까.

파주 : 요즘 저는 천문학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그래봐야 순도 100% 문과돌이인 제가 가진 흥미라는 건 십 분 남짓한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정도이긴 하지만요. 최근에 태양을 중심에 두고 쉴새없이 자전과 공전을 하는 지구의 영상을 보고 갑자기 감동이 밀려들어오더라고요. 뒤이어 지구와 마찬가지로 은하계를 규칙적으로 유영하는 태양의 모습이 나타났는데요. 그 순간 현타 비스무리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나는 우주의 먼지… 작지만 귀엽지는 않은 먼지…

지구가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지만(저, 지구평평론자 아닙니다) 새삼 그걸 목격하고 나니 뭐랄까. 지금 나를 둘러싼 모든 일들이 하잖게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요? 이 드넓은 우주에서 나는 왜 이까짓 사소한 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걸까 하고요. 한 일주일 즈음 현타를 느낀 뒤엔 이상한 해방감이 찾아오더군요. 이렇게 조막만한 우주에서 내가 하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내가 하는 실수 또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됐다고 해야 할까요. 세상에! 현타라는 것도 이이제이가 가능한가 봅니다.

아매오 : 현타를 느끼는 다양한 순간이 존재하지만 하나 같이 ‘내가 봐도 내 꼴이 우스워졌을 때’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내가 내 꼴을 우습게 느끼지 않는다면 남들이 내 꼴을 우습게 보건 말건 현타에 빠져들지 않죠. 차라리 부끄럽거나 화가 날 수는 있겠습니다만… 역시나 현타는 그것들과 조금 다른 감정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사람이 현타 한 번 느끼지 않고 살 수 있겠어요. 번아웃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보다는 낫지 않나 싶습니다. 그저 가끔씩 삶의 쉼표처럼 찍고 넘어갈 수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현타. 글쎄요. 안 느끼면 좋긴 하지만 나름대로 필요한 것 같기도 합니다. 면역을 높이는 예방주사 같은 거라고나 할까.

마감도비 :

(편집자 야망백수 주 : 기사쓰는 기계 마감도비는 오늘도 회식에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마감도비 대신 챗GPT에게 현타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챗GPT : 현타는 자신의 과거 행동이나 말에 대해 후회와 반성을 느끼는 상황을 말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때로는 불편하고 부끄러운 경험으로 기억될 수 있지만, 그것은 우리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현타를 경험한 순간, 우리는 자신의 행동과 그 결과를 돌아보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거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따라서, 현타는 우리가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한 계기이며, 그것을 기회로 삼아 앞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현타가 성장의 밑거름이라...챗GPT는 아직 현타를 제대로 겪어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 크리에이티브

4년차 풀칠러, IT 플랫폼 마케터

파주 :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풀칠러 : 담당하는 프로덕트를 성장시키기 위한 이것저것을 하고 있다. 광고도 돌리고, 프로모션 기획도 하고, 콘텐츠도 만들고...

파주 : 어쩌다 그 일을 하게 됐나?
풀칠러 : 학생 때부터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만든 결과물에 사람들이 반응하고 수치가 달라지는 게 재밌어서 시작한 듯 하다 (ST...A...Y...)

파주 : 언제까지 그 일을 할 것 같나?
풀칠러 : 내가 재미를 느끼고, 잘 할 수 있다고 느낄 때까지. 요즘은 경험해보지 못한 산업군에서 새로운 일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다.

파주 : 이번 호 주제는 '현타'다. 일을 하다가 현타가 온 경험이 있는가.
풀칠러 : 엄청나게 공들인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그리고 지표가 좋아져도 이게 마케팅 덕분에 좋아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 내 역할에 대한 의구심과 마케팅이란 직무 자체에 대한 현타가 온다. 허허…

파주 : 일에서 현타가 찾아왔을 때, 어떻게 해결했나.
풀칠러 : 솔직히 그때그때마다 다른 것 같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보기도 하고 (저도 뉴스레터 합니닷)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읽기도 하고. 요즘 링크드인을 보면 세상에 열심히 사는 분들이 정말 많아서 자극 받는다. 물론 자극도 적당히 받아야 좋다는 걸 알기에 완급조절을 하려고 노력하는 중. 혹은 더 나아지는 모습이 조금이라도 보일 때 셀프 칭찬을 많이 해주려고 한다.

파주 : 풀칠의 모토는 ‘밥벌이 이상의 풀칠을 위하여’다. ‘돈 벌어야 해서’ 말고 다른 일하는 이유를 하나만 꼽는다면.
풀칠러 : 일상의 규칙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좋든 싫든 일은 내 삶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하는 시간이 지옥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소한 성취와 즐거움을 잘 찾는 직업인이 되고 싶다.

풀칠러A

감사합니다..! 취준중이라 풀칠이라 해봐야 알바생이지만요..!

아매오

취준 중이면 어떻고 알바생이면 어떻습니까! 솔직한 말로 저는 회사를 다닐 때도 머릿속 한구석에서는 늘 취준 중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그러다 보니 정규직과 계약직과 알바의 차이는 사실상 무의미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이랬다가도 저럴 수도 있는 게 요즘 시대의 밥벌이인 것 같습니다. 물론 순전히 제가 겪은 세상에서만 통용되는 말이겠지만… 결국 입에 풀칠하지 않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에서 감히 그렇다고 주장해 봅니다. 읽어주셔서 저희가 더 감사합니다.

풀칠러B

우연히 피로라는 단어에 이끌려 들어와 홀린듯이 뉴스레터를 읽었어요. 개운하게 기상한 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한 요즘이라 문장 하나하나에 공감과 알 수 없는 위안과 시도해볼만한 해결책을 얻어가네요.

피로에서 우울감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특히나요. 남과 비교하면 끝이 없는 걸 알지만, 남보다 그다지 바쁘게 살지 않는 것 같은데도 피로한 제 자신을 자책했거든요. 맘껏 피로해하고, 잘 피로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고 갑니다. 오늘도 피로해하느라 힘쓰셨어요!

야망백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몸의 피로가 마음의 피로로 번지지 않는 하루 보내셨길 바라요. 저는 오늘 연차를 썼는데요, 뻥 안치고 잠을 논스톱으로 14시간이나 잤지 뭡니까. 피곤하단 생각은 딱히 안 하고 지냈는데, 너무 피로하면 피로한 줄도 모르나 봐요. 맘껏 피로해 할 배짱과 탈 나기 전에 빨리 빨리 풀어낼 여유가 늘 함께하길 바라겠습니다.

풀칠러C

올해 딱 만으로 서른이 되는 사람입니다. 게다가 작년 연말에 인생 첫 장염을 동반한 격한 번아웃을 겪었던지라, 마감도비님이 제 일상을 다 들여다보신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살짝 놀랐답니다.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버린 제 선택은 퇴사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는 지금도 밀린 메일과, 내 잘못이 아닌데 책임은 나에게 있는 업무들을 애써 외면하며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고 했는데, 아무 대책 없이 도망치기에만 급급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성인이 된 후 계속 제 기반이 되었던 서울을 떠나 잘 살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됩니다. 이런저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지금 제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점 하나는 명확한 것 같아, 과하게 생각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마감도비님 말씀대로 어떻게든 흔들다 보면 무언가 새로운 길이 보이겠죠?

파주

저는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부류의 인간인데요. 비슷한 처지인 마감도비님이 ‘더 이상 나아질 게 없다고 생각될 때마다 몸을 흔들어대거나’, 아매오님의 말버릇 중 하나가 ‘뭐라도 되겠지’인 것을 보면, 가만히 있는 것보다야 뭐라도 저지르는 게 아무래도 나아 보입니다. 가끔 보면 사는 게 꼭 아래로 흘러내리는 에스컬레이터와 같아서, 가만히 있는 게 사실은 멈춰있는 게 아니라 곤두박질치는 일이 되는 일도 있더라고요. 풀칠러님의 품앗이에 용기를 얻어 저도 오늘은 신명나게 흔들어 보겠습니다.

풀칠러D

"번아웃이 배터리 방전이라면 지금의 피로는 배터리의 용량 자체가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진짜 92년생 만 서른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공감이 가서 소리질렀어요. 뒤이은, 우울감이 되어가는 피로, 피로가 더 이상 나아질 것이 없다는 감각에서 기인한다는 점 너무너무 공감되어 오히려 묘하게 위로까지 받았네요. 가장 지치는 목요일이 풀칠 오는 날이어서 너무 좋습니다. 감사해요.

마감도비

처음 풀칠을 시작하면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가장 힘든 날은 언제일까를 머리 맞대고 고민해 보았는데요. 바로 한 주의 5부 능성을 넘어가는 수요일과 목요일 사이, 평일의 반환점이더라고요. 저희는 읽어주시는 풀칠러님 덕분에 매주 큰 위로를 받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풀칠러E

출근하면 업무 스위치를 켜고, 퇴근과 동시에 업무 스위치를 끄는 것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비결이라고 하던데 저는 그게 잘 되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주말에도 계속 업무 생각에 피곤하고.. 유일한 장점은 월요병이 없다는 것일까요? 단점은 그 외의 모든 것이지만요. ㅜㅜ 오늘도 해 뜨기 전에 출근하고 이 글을 봤는데 딱 제가 요즘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라서 공감이 갔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몸을 흔들면서 생각에 대한 스위치를 끄는 시간이라도 잠시나마 가져보아야겠어요..!

파주

저도 그렇습니다. 워커홀릭도 아니면서, 일의 스위치를 OFF로 쉬이 돌려놓지 못하는 종류의 인간인데요. 그렇다고 일을 할 때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도 아니랍니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죠. 쉬는 것도 일하는 것도 매사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애매한 인간이라며 스스로를 미워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후에 '모든 순간 적당히 사는 법을 익힌 게 아닐까'하는 쪽으로 생각이 옮겨가더라고요. 매순간 적당히 살다니. 어딘가 무협 작품 속 고수의 향기가 풍기지 않나요? 여전히 휴식도, 업무도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이런 것이야 말로 정신승리, 그야말로 완승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