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친구들, 행복한 성탄절 보내셨습니까?

댕기자는 주말과 크리스마스가 겹쳐 조금은 아쉬운 생각도 들기도 했습니다만, 아주 멋진 선물을 받아서 기분이 무척 행복합니닷. 선물이 뭐냐굽쇼. 바로 친구들이 지난 2주간 애피의 ‘내 트리를 꾸며줘’에 달아주신 응원 메시지입니당.

25일 아침, 애피의 트리를 열어보니 친구들이 정성스레 보내온 말씀들이 꽤 많이 달려있었습죠.🎄😍 오늘 레터는 댕기자 혼자만 보기 아까운 친구들의 다정한 메시지 몇 개를 공유하며 시작합니닷.

👨 권수의사가 답합니다

먼저 댕댕이와 냥냥이가 어떻게 매일 같은 시간이 되면 밥을 달라고 요구하는지 설명하려면 동물의 기억에 대해 알아야 해요. 우리가 ‘너 시간이 흐르는 걸 알고 있니’라고 물어볼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동물들이 시간을 순차적 흐름대로 기억할 수 있는지 추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동물에게는 일화적 기억(Episodic Memory)이 없다는 주장이 우세했어요. 일화적 기억이란 어느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났던 과거의 개별적인 경험을 의미하는데요.

예를 들어 지난 크리스마스에 댕기자가 집사와 함께 굉장히 맛있는 식당을 방문한 기억이 일화적 기억입니다. 일화적 기억은 과거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시간과 공간의 맥락을 포함하기 때문에 시간이라는 개념이 있어야 가질 수 있거든요.

최근엔 동물도 이러한 일화적 기억을 갖고 있다는 단서들이 계속 나오고 있답니다. 2020년 프랑스 엑스 마르세유 대학 연구진은 쥐에게 러닝머신을 달리게 했더니 뇌의 ‘시간 세포’가 활성화 됐다는 논문을 발표했어요. 쥐에게 러닝머신을 시킨 뒤 매번 7초마다 맛있는 먹이로 보상을 했더니,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는 정확히 7초 만에 먹이에 다가갔다는 거였어요.

또 한 동물원의 수컷 침팬지는 관람객이 오기 전 매일 우리 안에 들어가 작은 돌들을 쌓아서 은밀한 장소를 만들고, 종종 관람객들을 향해 돌을 던지며 위협 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행동은 아마도 과거에 짖궂은 관람객에 의해 놀림을 당한 뒤 침팬지가 이를 피하기 위해 세운 전략이었을 거라고 추측돼요.

바로 과거의 경험을 통해 미래의 전략을 세우고, 특정 시간대에 대비를 한 것이죠. 침팬지처럼 일화적 기억을 활용해 과거의 특정 사건을 바탕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을 정신적 시간 여행(Mental Time Travel)이라고 불러요.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한 걸까요. 바로 시간과 공간, 거리에 대한 정보가 모두 뇌의 같은 영역인 해마에 저장되기 때문이예요. 사람의 해마는 학습과 기억에 관여하는데, 해마의 뇌파가 움직이면 일화적 기억이 재생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어요. 이런 파동은 사람뿐 아니라 쥐, 돌고래 등의 동물에게서도 나타납니다. 가뭄이 들면 수십 년 전 발견했던 물웅덩이를 찾을 정도로 공간 기억력이 뛰어난 코끼리도 해마가 인간과 굉장히 흡사하다고 하고요.

물론 동물들의 이런 행동이 단순히 정보만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시간과 공간까지 포함한 맥락을 기억하는 것인지 구별해 본다면 결국 동물들도 자신들의 방식으로 시간적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멍냥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밥 시간이 되어 식사를 기다리거나 놀이를 기대하는 행동은 정확한 시간을 안다기보다 특정 행동이나 변화에 대한 단서들을 기억한 뒤에 이 기억과 관련된 일련의 시간적 흐름을 인지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매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댕댕이에게 밥을 챙겨주면서 ‘맛나는 거 줄까?’🙋이라고 묻는다면, 개의 입장에서는 반려인이 잠에서 깨어 특정한 말을 한 뒤 밥을 준다는 순서를 익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멍냥들의 단서는 소리, 냄새, 밝기 등등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고 다양할 거예요.

또 평소에 규칙적으로 같은 시간대에 산책을 해왔다면 활발해진 운동신경이 뇌와 몸에 있는 시간 세포에 강한 신호를 전달하게 됩니다. 이 또한 시간의 흐름에 대한 기억을 강렬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이죠.

그럼 사람의 한 시간과 댕댕이의 한 시간은 같은 속도일까요? 그건 동물의 몸집이나 대사속도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답니다. 몸이 작고 대사가 빠른 동물은 상대적으로 시간이 느리게 느껴지고요. 크고 대사가 느린 동물은 그 반대가 됩니다. 같은 시간동안 몸이 작은 동물은 몸이 큰 동물보다 여러가지 행위를 할 수 있을테니까요. 몸이 작아지면 빨라지고, 커지면 느려지는 마블의 유명 캐릭터 ‘앤트맨’처럼 말예요.

동물과 사람은 다른 방식으로 진화해 왔잖아요. 인간이 지능을 선택했다면 개는 후각능력을, 고양이는 균형감각을 선택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화한 까닭에 인간이 다른 동물이 어떤지 속속들이 알기는 참 어렵습니다.

다만,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어려울뿐이지 우리는 이미 반려동물과 함께 살며 많은 것들을 알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밥 줄 시간, 산책 시간, 놀이 시간 조금 어겨도 모르겠지 하지 마시고, 매일의 약속 꼭 지켜주세요!

🐶댕기자: 작은 몸집의 댕댕이들에겐 일 년도 꽤 빠를 수 있다는 것이군요! 집사님들 부지런히 놀아주십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