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렇게 늙고 싶습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친한 동료 작가와 해방촌에서 북 팝업을 열었습니다. 그 위치에서 무언가를 해보라는 조언을 듣고 연 팝업이었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일주일 만에 연 팝업입니다.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열게 되었습니다. 팝업을 열기 일주일 전, 그 장소에서 에세이 멘토링을 진행했는데요. 진행 후 책방에 앉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다 “차라리 너무 더워지기 전에 하라”는 친구의 말에 덜컥 같이할 동료를 찾고 그대로 그다음 주에 진행하게 되었어요.

사실 저는 무언가를 진행할 때 상당히 신중한 타입입니다. 모든 조건이 완성되어야 진행을 시작하는 성향입니다. 그래서 결국 시작하지 못한 것들이 참 많습니다. 저는 그런 제가 참 밉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미워해도 저는 늘 그렇습니다. 완벽하게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우선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팝업을 열었습니다. 생각보다 판매는 많지 않았습니다. 커다란 캐리어에 책들을 가득 싣고 집을 나섰는데 거의 동일한 무게의 캐리어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캐리어에는 아주 작은 공간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에는 ‘경험’이라는 다른 무게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팝업 공간을 쓸고 테이블을 가지고 와 설치하고 부스를 세팅하고 또 지나가는 시선에 따라 배치를 바꾸고 이런저런 장식을 설치하고 책이 사람들 눈에 닿을 수 있도록 계속 생각하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빠더너스를 아시나요? 저는 빠더너스를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빠더너스의 문상훈이 좋아하는 것들은 다 제 취향이고 거기서 말하는 노래와 영화, 게스트까지 제 취향입니다. 빠더너스 문상훈의 시작을 아시나요? 문상훈은 인사동 가는 길거리에 앉아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면서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번에 해방촌 길거리에서 책 팝업을 열면서 그때의 문상훈을 생각했습니다. 그 친구도 참 막막했겠다 싶었습니다. 동시에 그때의 문상훈은 지금의 문상훈을 생각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의 이성혁은 지금의 이성혁을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조금 더 나아지고 싶습니다.

에세이, 소설, 영상 같은 것들로 저를 더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최종적인 목표는 제가 만드는 것들로 사람들이 위로받는 것입니다. 저는 다양한 것을 만들 것입니다. 나이가 스무 살보다 쉰 살이 더 가까운데 너무 낭만적인 이야기만 하나요? 저도 이런 제가 답답하지만 저는 그렇게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돈을 어떻게 벌까?”라는 생각은 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이 늘 그 질문을 앞서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늙고 싶습니다. 제가 만든 것들로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말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라는 고민을 하기보다는 우선 무언가 행동해보겠습니다. 팝업을 연 것처럼, 릴스를 무작정 찍어서 올리는 것처럼. 완벽한 성공을 고민하는 시간보다 행동해서 실패하고 얻는 경험을 쌓아보겠습니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 언젠가 저는 제가 원하던 제가 되어 있겠죠? 저는 저를 응원합니다. 당신도 저를 응원해주세요. 사실 당신이 저를 응원하지 않아도 이 글을 읽어주는 자체만으로도 응원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도 당신을 응원합니다. 진심입니다.

내일은 아주 오랜만에 북토크를 엽니다. 저는 제 이야기를 하는 것과 책 이야기를 하는 것을 사랑해요. 언젠가 솔직한 마음을 읽고 당신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여러분을 응원하며
성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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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1. 보내주시는 답장 모두 늘 감사합니다.
추신 2. 익명의 고민 상담을 진행 중입니다. 사연을 보내주시면 성혁의 생각을 보내 드려요.

이 여름밤에 우리
흩어진 꿈을 찾아
다시 한번 별빛 속을 달려보는 거야

전진희 - 여름밤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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