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그의 이 말은 사실 무한대한 순간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삶의 선분 위를 걸어감에 있어서 그 조그마한 점 하나하나를 차분하고 확실하게 찍고 가겠다는 나름대로의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보다 훨씬 앞서, 기독교의 걸출한 신앙인이었던 바울은 복음 전도자로서의 자신의 삶에 대해서 매우 의미심장한 말들을 남긴 바가 있다.
“내 몸을 쳐서 복종시킨다”(고린도전서 9:27)는 말이나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린도전서 15:31)는 말이 그렇다. 실제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매 순간들을 결코 가볍게 살아가지 않았다.
복음 전도자로서의 그의 삶은 누구보다도 값지고 무게 있는 것이었다.
이제 2023년을 마감하고 2024년을 새롭게 맞이하는 이 마당에 우리가 힘써야 할 것이 있다면, 철저하게 자신을 비우고 자신을 부정했던 바울처럼 우리도 자신의 묵은 땅에서 잡초와 돌멩이와 가시떨기 등을 치우고 새로운 땅으로 일구어 주님 원하시는 풍성한 열매를 맺음으로써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일이다.
그렇게 살아가기를 다짐하는 협동조합 회원들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과 은혜가 넘치는 2024년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아울러 한 해 동안 우리 협동조합이 섬기는 교회들과 지역 공동체들을 통하여 생명의 망이 더욱 튼튼해지고 생명의 기운이 한층 확장되는 복된 2024년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강성열(본 회 이사, 호남신대 구약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