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번째 만화다반사 (202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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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만화편집부의 2025년 첫 신간 『에도의 장인들 : 간다 고쿠라초 이야기』와 두번째 신간 『해변의 스토브 오시로 고가니 단편집』의 공통점은 신인 작가의 독특한 ‘쪼’가 느껴지는 만화로, 작년과 재작년 일본 유수의 만화상에 선정된 작품들이란 사실입니다. 『에도의 장인들』은 제28회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신인상, 2024년 〈이 만화가 대단하다!〉 남자편 3위, 2024년 〈일본만화대상〉 3위를, 『해변의 스토브』는 2024년 〈이 만화가 대단하다!〉 여자편 1위를 차지했지요. 담당 편집자자이지만 사실 『해변의 스토브』가 1위에 이름을 올렸던 것을 보고 깜짝 놀랐었습니다. 〈이 만화가 대단하다!〉라는 만화 순위의 경향성이 전과 약간은 달라지지 않았나, 하고요. 이 상들이 어떤 상이고 또 어떻게 다르길래 이렇게 느꼈는지 만화클래식의 팟캐스트 ‘PDF’에서 각 타이틀의 담당편집자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만화대상 #이만화! #데즈카상 비교 분석

가장 크게 다른 것은 ‘선정 방식’인 것 같습니다. 〈만화대상〉은 업계인의 투표로 선정되는 순위제로 만화 애호가, 서점 직원, 평론가, 인플루언서 등에게 의견을 받아 순위를 발표합니다. 어떻게 보면 ‘업계픽’이랄까요? 단, 업계 사람들에서 ‘출판사 직원’은 제외입니다(ㅎㅎ). 출판사 다카라지마샤가 주관하는 〈이 만화가 대단하다!〉는 독자 앙케트로 선정되며 〈만화대상〉과 똑같이 순위제지만 남자편과 여자편으로 나뉩니다. 마지막으로 〈데즈카 문화상〉은 따로 정해진 선정 위원이 있으며 단순히 작품에만 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특별상’과 같은 부문도 있어서 만화 산업이나 업계에 공헌을 한 단체 등에도 수여해요. 예를 들어 작년에는 아마추어 만화 행사 ‘코미티아’를 운영해오고 있는 코미티아 실행위원회가 특별상을 받았답니다. 작가의 이름을 단 상이고, 선정 위원도 있어서 그럴까요? 보다 예술성과 기여도를 중시하는 듯하고 상금(!)을 주는 것이 앞의 두 랭킹과의 차이입니다.

Q. 실제로 이 상들이 발표되면 바로 찾아보시나요?

C편집자(『에도의 장인들』 담당) : 본 순위가 발표되기 전부터 1차·2차 후보작들이 미리 공개가 됩니다. 〈만화대상〉의 경우 1차 200개, 2차 10개의 작품이 공개가 되고, 마지막으로 1위부터 10위까지의 순위를 매기는 것으로 압니다. 1차까지는 찾아보지 않아도 2차는 확인하며 저희가 놓친 작품이 있는지, 또 우리 작품이 올랐는지는 체크합니다.

H편집자(『해변의 스토브』 담당) : 저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느끼기로 〈만화대상〉은 일본 현지 인기의 ‘평균 지표’라는 인상이에요. 업계 사람들이 뽑은 것이기에 작품성이면 작품성, 상업성이면 상업성 양면으로 뛰어난 작품들이 고르게 랭크된다는 느낌이랍니다. 반면 〈이 만화!〉는 ‘지금 당장’ 인기 있는 작품이랄까요. 그 해의 가장 인기 있었던 작품이 확실히 순위에 오르는구나 싶습니다.

 

Q. 어떤 상의 선정 작품들이 개인의 취향과 잘 맞던가요?

H편집자 : 〈이 만화!〉, 그중에서도 남자편입니다. 제가 순수하게 즐겨 보는 히트작의 소년만화들이 많이 랭크되거든요.

C편집자 : 저는 〈데즈카 문화상〉이 랭킹을 떠나서 일본 만화 업계와 문화계에 파급력을 미치는 작품들의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상이라 흥미롭습니다. 심사위원이 따로 있는 만큼 선정 취지를 알 수 있는 점도 그렇고요. 이전에 『귀멸의 칼날』이 일본 사회에 미친 파급력을 인정받아 특별상에 선정됐다는 점이 그 일례라 할 수 있겠어요.

 

Q. 선정된 상들 중 기억나는 작품이 있나요?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요?

H편집자 : 일단 최근 3년 동안 선정된 작품들을 순위나 상에 관계없이 쭉 나열해볼게요. 『룩백』 『여학교의 별』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다윈사변』 『아카네 이야기』 『이거 그리고 죽어』 『정반대의 너와 나』 『천막의 자두가르』 『너와 우주를 걷기 위하여』 『황천의 츠가이』 『에도의 장인들』 『히카루가 죽은 여름』 『타코피의 원죄』 『안녕, 에리』 등등입니다. 거의 대부분이 국내에 출간이 되었고 아실 만한 인기 작품이에요.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만화들입니다.

C편집자 : 『너와 우주를 걷기 위하여』를 한번쯤 꼭 보셨으면 합니다. 이렇게 정면으로 장애, 저소득층 등 사회 주변부의 인물을 버디로 내세운 만화가 흔치 않다고 느꼈고,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주인공의 묘사가 무척 현실적이라서 현실의 사례들을 돌아볼 수밖에 없는 만화였습니다. 메시지가 분명하면서도 억지스럽지 않아 독자들에겐 감동과 의의를 주는 만화이자, 창작자로서도 ‘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며 읽으면 좋을 만화입니다.

H편집자 : 제가 추천하고 싶은 만화는 2024년 〈이 만화!〉 여성편 2위에 오른 『신경쓰이는 사람이 남자가 아니었다になっているじゃなかった〉라는 백합만화입니다. 백합이 순위에 드는 것은 조금 드문데, 이렇게 백합들도 하나씩 순위에 올라줘야(?) 앞으로 이 흐름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정말 정말 그림이 예쁘고 재밌습니다.

#달라지는_독자픽

앞서 나열한 작품들은 사실 〈이 만화!〉 남성편 순위에 오른 작품들이었는데요, 여성편으로 오면 이야기가 약간 달라집니다. 여성편에 선정된 최근 3년 동안의 작품을 마찬가지로 나열해보자면 『천막의 자두가르』 『진 브라이드』 『성실한 회사원まじめな会社員』 『해변의 스토브』 『신경쓰이는 사람이 남자가 아니었다』 『어허, 아타미군』 『타마키와 아마네』 『사랑이라든가 꿈이라든가 점점점とかとかてんてんてん』 『볼앤체인ボールアンドチェイン』입니다. 국내에 출간되지 않은 만화들이 남자편보다는 많습니다. 물론 ‘국내 정발’이 작품성이나 대중성을 증명하는 것만은 아니지만 남자편과 여자편 선정작들 사이의 차이가 점점 더 뚜렷해지는 것 같아요. 남자편은 확실한 인기작, 상업적이고 오락적인 이야기들이 오르는 듯한데 여성편은 높은 판매고나 유명 잡지에서 연재되는가 등과 크게 상관이 없어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H편집자 : 『해변의 스토브』가 1위에 오른 것을 보고 〈이 만화!〉의 흐름이 달라졌다고 결정적으로 느꼈네요. 단순 흥행과 인기만 백 퍼센트로 반영되는 상이 아니라고요. 〈이 만화!〉는 독자들이 뽑는 상이라서 더더욱요. ‘이 만화를 재밌게 봤어’라는 이유로 독자들이 직접 투표하는 상인데 『해변의 스토브』가 1위를 한 것을 보고 독자들이 찾는 만화의 경향이 변화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자극적이고, 생각지도 못한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의 일상을 다루면서도 내면에 와닿는 이야기들이 특히나 여성독자들에게 울림을 주지 않나 싶습니다. ‘날 위한 이야기’로 느껴지는 것들이요.

 

Q. 이렇게 많은 상을 받거나 인정받은 만화를 편집할 때 부담이 되진 않나요?

C편집자 : 세 상에 모두 선정된 『에도의 장인들』은 도쿄의 ‘간다’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데요, 『효게모노』라는 작품을 편집할 때도 전국시대 배경에,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일본 역사 속 인물들이 많이 나와서 편집이 쉽지 않았거든요. 시대극이라는 장르에 진입 장벽이 있다는 점, ‘간다’ ‘장인’이라는 한국의 실상과는 떨어진 이국적 소재를 다루는 점에서 독자분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출간 전엔 다소 우려가 됐습니다. 그런데 『에도의 장인들』은 결국 직업만화, 즉 ‘먹고사니즘’에 대한 이야기가 베이스라 생각합니다. SNS에서 40대 50대 전문직 남성분들, 자기 직업에 전문성과 프라이드를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이 언급해주시더라고요. 약간의 어려움은 있지만 그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잘 소개하고 싶었던 작품입니다.

Q. 그러면 만화편집자로서는 이런 수상 이력이나 발표에 영향을 얼마나 받나요?

C편집자 : 이미 알려진 유명한 작가들 말고, 신인 작가들을 한국에 소개하는 데 있어서는 보증 수표처럼 제시할 수 있는 이력이 있다는 게 확실히 든든합니다.

H편집자 : 이제 한국 독자분들도 빠르게 일본에서 어떤 작품이 인기 있는지 파악하고 계시기에 수상 이력이 결정적인 구매의 요인이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출간한 책이 선정되었거나 혹은 편집중인 작품이 선정되면 ‘우리가 좋은 작품을 잘 계약해왔다’ 그런 생각은 당연히 합니다. 띠지에 들어갈 문구가 하나 생겨서(ㅎㅎ) 기쁘기도 해요.

 

Q. 이 만화는 왜 상을 못 받았지? 하고 생각한 타이틀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수상한 타이틀 중에서 편집해보고 싶은 타이틀이 있는지요.

H편집자 : 올해 여름에 출간 예정인 『오후의 광선午後光線』입니다. 함께 검토한 같은 팀 편집자님이 읽다가 우시고, 저도 끝까지 다 읽고 울었어요. ‘요도이’와 ‘무라타’라는 두 아웃사이더 중학생 소년이 깊고 깊은 우정을 나누며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라서 처음엔 BL로 재밌게 읽었는데, 끝까지 다 읽고 두 소년에게 약간 미안했습니다. 너무 아프고 슬픈 이야기더라고요. 상을 받거나 높은 순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의아했어요. 그럼에도 정말 재밌는 만화입니다. 일 년에 일본에서 출간되는 만화가 수만 작품일 텐데 이 랭킹에 오르지 못해도 좋은 작품이 얼마나 많은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C편집자 : 국내에 출간된 작품은 아닌데 『장미는 아수라장에서 태어난다薔薇はシュラバでまれる』라는 만화요. 『유리가면』 같은 소녀만화의 어시스턴트였던 분이 그린 에세이만화로, 그 당시 일본 순정만화 업계의 실정 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유리가면』을 제외하면은 한국에서의 인지도가 부족한 만화들이 많이 나오고 한국 독자분들이 으레 에세이라는 분야에 기대하는 날것 그대로의 감성보단, 좀 가벼운 에피소드 중심이라 검토 단계에서 그쳤습니다. 하지만 당대의 업계 사정 등 일본 순정만화사를 망라하는 사료와도 같은 만화라 이와 비슷한 만화를 한국에서 기획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만화클래식의 팟캐스트 ‘PDF’ 전체 듣기!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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