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과 무관하게 홍보합니다.
마티가 처음으로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합니다! 부스 번호는 S-15!
신간을 무려 3종(가능하겠죠?) 준비하고 있어요. 각주와 SNS 계정 통해서 차차, 차근차근 소식 전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에세이를 밀어붙이자, 자기이론이 될 때까지

🌱죽순


‘나’를 주어로 삼는 글이 넘칩니다. 흔한 진단입니다. 말을 조금 바꿔보겠습니다. ‘나’를 주어로 삼는 글은 넘쳐야 합니다. ‘나’ 안에 고여 있지 말고, ‘나’ 밖으로요.


잠깐 눈을 돌려서, 앳 시리즈의 뒤쪽 책날개를 한번 펼쳐볼까요. 앳 시리즈에 대한 편집자 나름의 설명이 적혀 있죠.


앳 시리즈는, 정체성 탐구의 복판을 관통하는 질문 '이 세계에서 내 위치는 어디일까'에 답해가는 작업이다. 또한 개인의 몸과 감정을 통해 지배 구조를 재인식하고 비평하는 '자기이론'적 시도이다.


앳 시리즈의 at이라는 이름은 다음의 맥락에서 탄생했습니다.

✔︎ 에이드리언 리치의 위치의 정치학 → 장소 및 위치를 나타내는 전치사로서 at

✔︎ 매기 넬슨이 폭발시킨 자기이론적 실천 → AutoTheory의 머리글자 A와 T의 조합 


앳 시리즈는 탄생부터 '자기이론'에 빚을 지고, 아니 기대어 있고, 여기에서 ‘자기’는 세계 속의 자기, 관계 속의 자기입니다. 『자기이론』은 “단수가 복수로 이어지는 관문”(420쪽)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회고록, 에세이, 퍼포먼스, 비디오 아트 등에 관심을 두고 그것들의 상호주관성, 상호텍스트성을 꼼꼼히 들여다봅니다. 


매기 넬슨의 『아르고호의 선원들』(이예원 옮김, 플레이타임, 2024)은 물론이고, 난잡과 난해를 오가며 (특히 미국 바깥의) 독자들에겐 혼돈을 안겨주는 텍스트 크리스 크라우스의 『아이 러브 딕』(박아람 옮김, 책읽는수요일, 2019, 절판)에 대한 분석은 정말이지 탁월합니다. 


『아르고호의 선원들』의 가장자리에는 넬슨이 인용한 이론가들의 이름이 덜렁 적혀 있고, 그의 파트너 해리 도지의 이름 또한 ‘인용’과 ‘출처’의 자리를 차지합니다. 본문과 나란한 여백을 이런 식으로 채운 이유,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책을 읽으면서 여백에 표식을 남기는 실천은 종종 책을 펼치기 쉽도록 책등을 부러뜨리는 식으로 더 깊은 층위에서 일어나는 텍스트에 대한 가담을 보여준다. 표식이 생긴 가장자리는 책에 대한 물리적 참여를 드러낸다. 탐색 중인 생각과 관련된 중요한 구절 옆에 예술가나 작가는 화살표를 그리거나 메모를 추가한다. 마지널리아(marginalia)는 작가가 읽기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정교하게 만드는 수단, 혹은 작가가 미래에 다시 돌아가서 시작하고 싶어 할 중요한 구절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227쪽)


“자기이론은 가장자리와 흥미로운 관계를 맺고 있으며, 자기이론적으로 작업하는 작가와 예술가는 종종 개념적 방식으로 가장자리에 글쓰기, 주석 달기, 끄적거리기와 같은 장치를 확장한다.” (227쪽)


물론 단순히 이런 장치를 사용(또는 차용)하는 것만으로 '자기이론적 실천'이 될 수는 없습니다. 글 안에서만이 아니라 삶에서, 생애에서, 자신의 인식을 바꾸고 어지럽혔던 이론들과 사람들을 녹여낸 실천이 자기이론에 속할 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자기이론은 어떻게 쓰일지 궁금합니다.


[책 속에서]

자기이론은 개인적인 것과 개념적인 것, 이론적인 것과 자서전적인 것, 창조적인 것과 비판적인 것을 학제적이고 페미니스트적인 역사들과 조응하는 방식으로 통합하는 일련의 작업 양태들을 시사한다. (23쪽)


자기이론적인 작업은 이론과 철학 사이에서, 경험적인 것과 신체화된 것 사이에서 움직인다. 무엇이 이론을 구성하는지, 그리고 누가 이론가를 자처하는지를 묻는 질문은 분명 교차성 페미니즘의 질문이고, 이러한 질문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반식민적 렌즈를 사용해 접근했을 때 보다 복잡해진다. (30쪽)


자기이론은 “ 자서전과 이론적 성찰을 결합하고 억압과 저항의 역사들 안에 자기 자신을 편입시키길 고집하는 태도를 받아들인다”. (40쪽)


“자기이론 쓰기는 지식을 발전시키기 위해 신체 경험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43쪽)


자기이론은 자기에서 출현한 이론일 수는 있어도 자기에 대한 이론은 아니다. 자기와 정치이론, 언어학, 후기구조주의, 정동 이론, 퍼포먼스 이론, 미학, 젠더 등의 이론 사이를 오가는 자기이론가는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으로서의 직접적인 경험을 이론적 논증과 테제를 개발하고 연마하기 위한 토대로 사용한다. 자기이론은 이론과 철학의 담론들에 개입하는 페미니즘의 장소일 뿐 아니라 작가나 예술가의 삶의 소재들에 참여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실체화된 경험은 미학적, 사회적, 문화적, 도덕적 정치적 쟁점들을 통한 사유를 이끄는 또 다른 텍스트나 틀, 촉매제가 될 수 있다. (51쪽)


자기이론은 가부장적이고 식민지적인 맥락에 의해 억압되고 짓눌렸으며 지금도 그러한 상태에 있는 자기를 통해, 급진적인 자기-성찰, 신체화된 지식, 줄곧 이어져온 문학적 논픽션의 정치와 제휴한다. (55쪽) 

얼마 만의 나들이인가 ꃼ.̫ ꃼ
🕯️ 초초

각주*에 책 얘기뿐 아니라 마티 구성원들의 취미나 다른 출판인 인터뷰 등 다양한 내용이 실려 좋다는 피드백을 듣곤 했는데요.ᐟ 지난 4개월여 동안 많은 분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이 무너지고 여력이 없어 일상적인 이야기나 새로운 기획이 뜸했던 것 같아요. 저는 올해 보고 싶었던 전시를 얼마나 많이 놓쳤는지….👊 ᷇ᵕ ᷆ ) 그래도 4월 12일에는 ‘프라이머리 프랙티스’에서 열린 안초롱 작가의 개인전 「Flesh」(살)를 (전시 마지막 날, 문 닫기 48분 전에 도착해) 봤습니다.

미술가 안초롱은 사진 매체로 작업을 해왔어요. 노시내 번역가의 에세이 『작가 피정』 표지에 쓰인 사진이 그의 작업입니다. 안초롱 작가는 자신을 사로잡은 순간과 장면을 직관적으로 기록해왔고, 그렇게 쌓여온 수많은 이미지의 일부가 인화되어 전시되고 있었어요. 개개의 이미지 또는 이미지들의 연결이 담고 있을 법한 이야기와 정서를 상상하며, 『작가 피정』 실물을 처음 살피던 때의 기억도 떠올랐습니다. 마티 입사 전에 『작가 피정』 표지 정보를 보고 너무 의외의 조합이라 여겼는데, 책을 읽으면서 서로가 서로의 작업물에 새로운 정서와 이야기를 덧붙여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경험이 전시를 보는 동안 재연되는 듯했거든요.ᐟ

13일 일요일에는 ‘연극연습 프로젝트’가 기획·제작한 「29길」을 봤습니다. 제목은 “스물아홉 살이 되었어야 하는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이 걸었을 길이자, 스물아홉의 꿈을 품은 우리가 함께 걷는 길”을 뜻해요. ‘극단 907’과 중증 장애인 중심으로 창단한 ‘극단 애인’이 함께해 다양한 젠더 정체성과 장애를 지닌 배우들이 극을 이끌었습니다.


안내인, 건설 노동자, 송창식, 개구리, 노란 고래 조형물 등 다양한 존재들이 (급변하는 날씨 탓에 계획과 달리 4.16생명안전교육원 건물 안에서) 단원고등학교, 화정천 산책로, 4.16생명안전공원 건립 현장 등 안산시 단원구의 여러 곳을 산책하고 이동했는데요. 열두 명의 배우가 차례로 돌아가며 이 구절들을 외치는 장면에서 특히 크게 북받쳤어요. “휠체어 탄 사람에게 계단은 길이 아니에요.” “못 가는 길이라면 길이 아닌 거죠.” “휠체어 탄 사람도 낭만적인 길을.” “안전하게 구르고 싶다.” 그리고 내내 외쳐졌던 대사. “같이 가자,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중간에 관객들도 함께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을 낭독했어요. 눈으로 입으로 문장을 읽으며 전날 ‘세월호참사 11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에서 외쳤던 “기억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는 구호를 더 구체적으로 더 강력하게 새겼어요. 극우 세력의 준동이 한창 심각했던 때 옆 사람 가방에서 노란 리본을 발견하고 안심하거나, 극우 집회를 통과할 때 가방의 노란 리본 배지를 잠시 빼면서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들을 기억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이 작은 상징물이 어째서 이렇게 위험한(?) 것이 되었을까 답답했는데요. 이 연극을 보면서 조금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는 이 노란 리본에 ‘위협’을 느낄 만큼, 그래서 비록 모두가 이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지는 못하더라도, 노란 리본의 의미를 급진화하고 정치화할 수 있어야겠다고요.


“우리는 존엄과 안전을 위협하고 박탈하는 세력들에 맞서 노란 리본을 달고 촛불을 들겠다. 세월호의 아픔으로 시작한 이 싸움은, 모든 이들의 존엄을 해하는 그 어떤 장애물도 넘어설 것이다. 그리하여 함께 살고 함께 나누는 세상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중략]

우리는 존엄과 안전을 해치는 구조와 권력에 맞서 가려진 것을 들추어내고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 이 선언은 선언문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우리가 다시 말하고 외치고 행동하는 과정 속에서 완성되어갈 것이다. 함께 손을 잡자. 함께 행동하자.”

―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 중에서

에세이 영화와 에세이 책  
에세이 영화를 논해보는 자리 '플로모션 에피소드 08'에서 에세이 책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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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저 자신을 에세이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형태의 에세이 또는 에세이 형태의 소설을 만듭니다. 다만 글을 쓰는 대신 영화를 찍습니다." - 장뤽 고다르

개인적이고, 사사로우며, 소소하고, 사변적이며, 개별적인 것에 관한 기술(記述), 그 시도, 그 경험, 그 결과. 당신의 일기, 메모, 스케치, 쪽지, 끼적임, 단상에 가까운, 그 모든 것이자 그 모든 것에 관한 것이기도 한, 이것은 제약 없는 과정으로서의 쓰기(graphy).

쓰기의 방편, 도구로 펜과 키보드가 아닌 카메라를 든다면?
에세이 영화의 출발입니다.
자기로부터 출발하는 쓰기로서의 영화.

작가와 작품이 아주 가까이 붙어 있는 에세이는 바로 그러한 이유로 도발적이고 실험적이며, 바로 그러한 이유로 다루기 까다롭고 위태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개인의 이야기, 그런 방식과 형식, 그것을 유통하는 플랫폼이 그 어느 때보다도 흔해지고 그것에 익숙해진 시대입니다. 개인의 사사로운 서사가 공동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정치적 응집의 에너지가 되는, 그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얼마간의 과장을 무릅쓰고, 에세이의 시대라고 말해봅니다.

에세이를 쓴다는 것에 대하여 영화와 책이라는 두 가지 길을 통해 살펴봅니다.
1부에서는 제가 준비한 ‘에세이 영화의 역사, 가치, 그에 대한 입장과 쟁점’을 전합니다.
2부에서는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대니 샤피로, 2022), 『젊고 아픈 여자들』(미셸 렌트 허슈, 2022), 『우울: 공적 감정』(앤 츠베트코비치, 2025) 등 에세이 책을 만들어온 도서출판 마티의 서성진 편집자와 함께 에세이 쓰기와 에세이 책을 만드는 과정 등을 말합니다.

📍신청하기: https://shorturl.at/C2Yxz

* 일시: 2025년 4월 26일 토요일 오후 2~5시
* 장소: 서울시 마포구 신촌로20길 18 지하 1층, 서울살롱
* 진행 순서
1부 오후 2시~3시 30분 <에세이 영화: 개별적인 것이 역사가 되다> / 정지혜
2부 오후 3시 40분~5시 <에세이 출판: 에세이 쓰기와 에세이 책 만들기> / 정지혜, 도서출판 마티 편집자 서성진
* 모집 인원: 20명 (입금순 마감)
* 참가비: 3만 원
* 입금: 정지혜 / 하나은행 391-910044-90107
문의: 인스타그램 DM(@hwasile153)
이메일 (flowmotion153@gmail.com)

* 포스터 이미지 / 요나스 메카스 <Hans Richter>(1973)
도서출판 마티
matibook@naver.com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01, 2층 (04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