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여성 #태국 #부양과돌봄
 Season 6  vol 45. 💡2026.3.27~4.2.

‘착한 딸들’이 처한 이중 굴레
아랑곳 않고 스토킹은 계속됐다
여자야구 꽃씨 심으러 갑니다

입주자님 안녕하세요! 플랫팀 김서영 기자입니다.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봄 기운이 찾아온 느낌이 납니다. 이번 주말부터는 지역 축제와 꽃 축제도 활발하게 열릴 예정이라고 해요. 얼어 있던 몸을 이제 완전히 깨워봐야겠습니다.


이번 플랫레터에는 [#아시아여성] 시리즈 마지막 태국편을 띄워드립니다. 하루 걸러 한 번씩 나오는 듯한 스토킹 범죄에 관한 긴급 진단도 담았어요. 그럼, 플랫레터 시작합니다.



“여성이 홀로 가족을 부양하거나 아이를 키우는 일은 흔해 보이죠. 하지만 이것은 사실 오랫동안 지속된 구조적 불평등과 폭력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얼핏 보면 태국은 성 불평등이 아주 심각한 나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성격차지수 순위도 148개국 중 66위로 한국(101위)보다 높고, 태국이라고 하면 성소수자를 떠올릴 만큼 개방적인 나라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또한 모계 중심이 강한 전통과 여성의 경제 활동이 활발하다는 점으로 인해 그 속의 성차별이 교묘하게 숨겨집니다.

지표 그 이면의 현실을 듣기 위해 플랫은 우사 렌드시순땃 태국 여성지위향상협회(APSW) 사무총장을 인터뷰했습니다. 그는 왜 홀로 아이를 양육하는 여성들의 문제가 구조적 성차별의 결과인지, 이런 문제가 왜 다음 세대에까지도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줬어요.

가장 큰 문제는 도농격차에서 드러납니다. 전체 빈곤층의 79%가 농촌에 거주하는 현실 속에서 “많은 여학생들이 9학년(중학교 과정)을 마치기 전에 학교를 중퇴하고 대도시에 가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고 렌드시순땃 사무총장은 밝혔습니다. 자발적으로 도시행을 택한 것 같아 보여도 구조적 맥락이 있는 것인데요. 식당 종업원이나 마사지사 등 비공식적 일자리나 성매매로 유입되는 젊은 여성 대부분이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미혼모이거나 고향에 있는 가족과 친척에게 송금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경우”라고 합니다.

경제적 책임과 더불어 돌봄과 가사노동까지 여성의 어깨에 놓입니다. 태국 여성이 하루에 집안일과 돌봄 등 무급 노동에 쓰는 시간은 약 2시간39분으로 남성(47분)의 3배가 넘습니다. 혼외 출산, 이혼 등의 경우에도 대부분 여성이 아이를 책임집니다. 렌드시순땃 사무총장은 “혼자 아이를 기르는 여성이 많다는 그 자체가 성차별적 구조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어요. 그러는 한편으로 조혼과 가정폭력의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고요.

태국 사례는 여성들이 처한 부양과 돌봄이라는 이중굴레를 보여줍니다. 이중굴레는 맥락을 보기 전까지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피상적인 현상만 보고 성평등 수준을 진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연일 보도되고 있는 스토킹 범죄 사건을 맞아 최근 2년간의 스토킹 사건 1심 판결문 56건을 분석한 기사입니다. 내용을 보면 가해자들은 전자발찌·스마트워치·접근금지 등 피해자 보호 조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난 플랫레터에서 🧵소개드린 바와 같이, 가해자의 행동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에 관한 고민이 깊어집니다.

56건 중 접근금지 명령을 어긴 사례는 41건이었는데요. ‘피해자에게 직접 또는 통신 매체를 이용해 접근하지 말라’는 명령을 무시한 사례들입니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잠정조치(스토킹)와 임시조치(가정폭력)는 사후에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만, 명령을 어기고 접근하는 스토커를 사전에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일이 터져야지만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한 남성은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서도 스토킹을 멈추지 않아 잠정조치 결정을 받았는데요. 그는 “절대 접근하지 않겠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구하고도 바로 다음 날 피해자 집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 차량에 위치추적장치를 설치한 사례도 12건 있었습니다. 주로 분실 방지용 위치 추적장치인 ‘태그’를 피해자 차량에 붙여 동선을 추적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전자발찌를 찬 채로 스토킹을 저지른 사건도 4건 있었습니다.

남양주 스토킹 살인범 김훈은 위 세가지 유형에 모두 해당합니다. 전자발찌가 주요 스토킹 예방 수단으로 꼽히지만 가해자가 작정하고 나서거나 처벌을 각오하면 그를 막기가 쉽지 않습니다. 스토킹 자체가 강력 범죄로 처벌받지 않는 현실도 되짚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두근두근한 소식입니다. 오는 8월1일 미국여자야구프로리그(WPBL)가 72년 만에 부활하는 것, 알고 계신가요? 전세계 여자야구 선수들이 보스턴·뉴욕·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4개 팀으로 모이는데, 한국 선수도 4명이나 이 ‘꿈의 무대’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이중 포수 김현아 선수는 드래프트에서 전체 120명 중 4순위로 보스턴에 낙점되며 큰 화제를 낳았는데요. 포수로는 1순위였으며 4개팀 유일한 한국인 포수입니다. 

플랫이 김현아 선수를 만나 미국 진출을 앞둔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김현아 선수는 어릴 때 남동생을 따라 야구를 해본 것이 야구 인생의 시작이었다고 해요. 아시다시피 중고등학교에는 여자 야구팀이 없으니 혼자서 코치를 받거나 하는 식으로 야구를 지속했고, 이화여대에 진학해서 본격적으로 선수로 뛰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자야구 리그가 없기 때문에 야구를 ‘직업’으로는 할 수 없다는 점이었어요. 지도자가 되려고 해도 대부분 프로리그 출신이 지도자 코스를 밟기 때문에, 김현아 선수도 다른 친구들처럼 취업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때 미국의 문이 열렸고, 마침 포수로 전향한 터라 포지션의 강점도 있었어요.

김현아 선수는 “보면 볼수록 이번 리그가 굉장히 역사적인 이벤트라고 체감하고 있습니다. 두 달 간의 짧은 시즌이지만, ‘잘해야지’하는 두려움보다는 빨리 가서 해보고 싶습니다. 설레는 마음이 더 큽니다”라고 심정을 밝혔습니다. 

그에게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장애물이 오기 전까지는 즐겁게 하다가 장애물을 만나고도 놓지 않고 싶다, 힘들어도 계속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때 가서 조언을 구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 전까지는 그냥 재미있게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란 답이 돌아왔습니다. 

운동선수답게 건강한 대답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김현아 선수는 여성들에게 “야구뿐만 아니라 팀 스포츠에서는 배우는 점이 많거든요. 무엇이든 한번 무턱대고 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격려했습니다. 그동안 여고-여대를 나오면서 주변 여성들이 ‘못하는 나의 모습’을 싫어하는 것 같았다고요. 막상 해보면 다들 공 던지는 행위 자체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최근 예능프로그램 등의 영향으로 여자야구팀에 신입회원이 늘었다고 해요. 이렇게 점점 여자야구 저변이 넓어지는 것 아닐까요. 김현아 선수가 미국에서 첫 시즌을 무사히 마치길 응원합니다👏


이번 주 최민서 인턴기자가 영화와 전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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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 


“나는 고통을 깨달았고, 그 속에서 살아남았다. 이제 내가 거기에 목소리를 입히고, 쓸모 있게 공유해서 그 고통이 낭비되지 않게 하는 일만 남았다.” _ 오드리 로드(1992)


고통받는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낼 때 변화는 시작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 우리가 자각하지 못할 만큼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이번 레터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영화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1946년 이탈리아, 델리아는 집안일과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며 살아갑니다. 델리아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쉴 새 없이 일하지만, 그저 ‘아내’이자 ‘어머니’로만 존재할 뿐입니다. 그렇게 번 돈은 남편 주머니로 들어가고 폭력은 반복됩니다. 딸 마르첼라는 두 남동생보다 똑똑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세탁소에서 일합니다. 이 가족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마르첼라의 결혼. 부잣집 아들에게 시집을 간다며 기뻐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결혼이 신분 상승 수단으로 여겨지던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겠지요. 그럼에도 델리아는 사랑하는 딸이 자신과 다르게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델리아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합니다. 딸의 약혼식을 준비하던 델리아는 친구 마리사에게 비밀스러운 계획을 이야기하고, 가족들이 없는 틈을 타 조금씩 짐을 챙기기 시작합니다.


결혼 승낙을 받은 약혼자 줄리오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변합니다. 델리아는 약혼자의 폭력에도 저항하지 못하는 딸을 그저 바라만 봅니다. 결혼한 마르첼라가 자신의 삶을 그대로 닮아갈까 두려웠던 걸까요. 그날 저녁, 델리아는 딸에게 “결혼은 멋진 일이지만 인생이 걸려 있어. 넌 아직 시간이 있어”라고 말합니다. 자신처럼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전한 말은 “엄마에게도 기회가 있어요”로 돌아오죠. 델리아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이어지는 글은 결말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델리아가 남편의 눈을 피해 달려간 곳은 기차역이 아닌 투표소였습니다. 고통을 직시한 델리아는 자신의 삶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길을 택합니다. 누군가의 엄마도, 아내도 아닌 ‘델리아’로 참여한 투표는 어쩌면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는 1946년 6월, 이탈리아 역사상 여성이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하게 된 날을 자연스럽게 그려냅니다.


주연 배우이자 감독인 파올라 코르텔레시는 딸에게 동화책(Nina e i diritti delle donne)을 읽어주다가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여성들이 오랫동안 차별받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딸의 모습을 보고 안도감이 들었지만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됐다고 말합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느껴지는 권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지 못하게 될까봐요. 감독은 ‘여자로 태어났다는 건, 언제나 고통받아 온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뜻’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요. 감독 자신의 할머니와 증조할머니의 증언을 영화에 담았습니다. 델리아라는 평범한 인물을 통해 권리를 쟁취해 온 여성들의 존재를 드러낸 거죠.


영화를 보고 나니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라는 제목이 더 와닿았습니다. ‘우리’라는 단어가 주는 연대의 감각이 더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델리아를 비롯한 이탈리아 여성들이 만들어낸 내일은 결국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내일이기도 하니까요.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세상의 모든 델리아를 응원합니다. 기울어진 세상이 전혀 바뀌지 않는 것 같다고 느껴진다면 델리아의 여정을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요? 레터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더 나은 내일을 꿈꾸게 될지도 모릅니다. 개봉 4주차라 상영관이 많진 않으니 영화관으로 얼른 달려가시길 바랍니다.



🦋전시 <위민 바이 위민> 


따뜻해진 주말, 놓치면 아쉬울 전시회가 있어 함께 소개합니다. 여성이 스스로를 정의하는 시선과 목소리를 담은 ‘위민 바이 위민(Women by Women)’인데요. 지난해 3월 <보그>는 ‘여성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주제로 사진 공모전을 진행했습니다. 세계 각지의 여성들이 대상이 아닌 ‘화자’로, 타자가 아닌 ‘자기 서사의 주체’로서 각자만의 이야기를 펼쳤다고 합니다. 3월 28일(토)부터 29일(일)까지 레이어 스튜디오 20(서울시 용산구 원효로 236)에서 10시부터 18시까지 무료로 관람 가능합니다.



👤 성폭력의 피해자 다수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폭력이 나중에 해결해도 되는 사소한 일로 치부된다는 사실에 늘 분노를 참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텐데요. 여성을 시민으로 존중하지 않는, 소수자를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식하지 않는(혹은 그러지 않으려는) 태도가 소위 '중요한' 일을 해결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거죠. 모르고 있는 건지 알지만 바꾸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인지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가해자를 피해자의 일상에서 분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 너무 공감가네요 이렇게 당연하고 쉬운 일을 하지 못해서 지금 몇명이 죽어간걸까요..

  
👀 From.Flat 

📣 [#아시아여성] 시리즈가 4회차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어떤 나라의 어떤 현실을 선정할지를 두고 고민을 참 많이 했는데, 끝맺고 보니 여성이 처한 현실의 본질이라는 것이 국경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입주자님은 어떻게 보셨나요? 이번에 다루지 못한 아시아 국가들도 언젠가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본편에서 다뤄지지 않은, 하지만 더 생생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시아여성] 외전으로 찾아올 예정입니다😘💖 

📣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는 지난 [에프워드] '여성이여 야망을 가져라' 편을 본 입주자님이 플랫에 소개해주신 영화이기도 합니다. 좋은 콘텐츠를 서로 소개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먼저 보고 오신 분들의 감상도 궁금해요!  

🌹4월에도 플랫과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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