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최민서 인턴기자가 영화와 전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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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
“나는 고통을 깨달았고, 그 속에서 살아남았다. 이제 내가 거기에 목소리를 입히고, 쓸모 있게 공유해서 그 고통이 낭비되지 않게 하는 일만 남았다.” _ 오드리 로드(1992)
고통받는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낼 때 변화는 시작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 우리가 자각하지 못할 만큼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이번 레터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영화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1946년 이탈리아, 델리아는 집안일과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며 살아갑니다. 델리아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쉴 새 없이 일하지만, 그저 ‘아내’이자 ‘어머니’로만 존재할 뿐입니다. 그렇게 번 돈은 남편 주머니로 들어가고 폭력은 반복됩니다. 딸 마르첼라는 두 남동생보다 똑똑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세탁소에서 일합니다. 이 가족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마르첼라의 결혼. 부잣집 아들에게 시집을 간다며 기뻐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결혼이 신분 상승 수단으로 여겨지던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겠지요. 그럼에도 델리아는 사랑하는 딸이 자신과 다르게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델리아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합니다. 딸의 약혼식을 준비하던 델리아는 친구 마리사에게 비밀스러운 계획을 이야기하고, 가족들이 없는 틈을 타 조금씩 짐을 챙기기 시작합니다.
결혼 승낙을 받은 약혼자 줄리오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변합니다. 델리아는 약혼자의 폭력에도 저항하지 못하는 딸을 그저 바라만 봅니다. 결혼한 마르첼라가 자신의 삶을 그대로 닮아갈까 두려웠던 걸까요. 그날 저녁, 델리아는 딸에게 “결혼은 멋진 일이지만 인생이 걸려 있어. 넌 아직 시간이 있어”라고 말합니다. 자신처럼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전한 말은 “엄마에게도 기회가 있어요”로 돌아오죠. 델리아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이어지는 글은 결말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델리아가 남편의 눈을 피해 달려간 곳은 기차역이 아닌 투표소였습니다. 고통을 직시한 델리아는 자신의 삶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길을 택합니다. 누군가의 엄마도, 아내도 아닌 ‘델리아’로 참여한 투표는 어쩌면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는 1946년 6월, 이탈리아 역사상 여성이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하게 된 날을 자연스럽게 그려냅니다.
주연 배우이자 감독인 파올라 코르텔레시는 딸에게 동화책(Nina e i diritti delle donne)을 읽어주다가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여성들이 오랫동안 차별받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딸의 모습을 보고 안도감이 들었지만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됐다고 말합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느껴지는 권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지 못하게 될까봐요. 감독은 ‘여자로 태어났다는 건, 언제나 고통받아 온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뜻’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요. 감독 자신의 할머니와 증조할머니의 증언을 영화에 담았습니다. 델리아라는 평범한 인물을 통해 권리를 쟁취해 온 여성들의 존재를 드러낸 거죠.
영화를 보고 나니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라는 제목이 더 와닿았습니다. ‘우리’라는 단어가 주는 연대의 감각이 더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델리아를 비롯한 이탈리아 여성들이 만들어낸 내일은 결국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내일이기도 하니까요.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세상의 모든 델리아를 응원합니다. 기울어진 세상이 전혀 바뀌지 않는 것 같다고 느껴진다면 델리아의 여정을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요? 레터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더 나은 내일을 꿈꾸게 될지도 모릅니다. 개봉 4주차라 상영관이 많진 않으니 영화관으로 얼른 달려가시길 바랍니다.
🦋전시 <위민 바이 위민>
따뜻해진 주말, 놓치면 아쉬울 전시회가 있어 함께 소개합니다. 여성이 스스로를 정의하는 시선과 목소리를 담은 ‘위민 바이 위민(Women by Women)’인데요. 지난해 3월 <보그>는 ‘여성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주제로 사진 공모전을 진행했습니다. 세계 각지의 여성들이 대상이 아닌 ‘화자’로, 타자가 아닌 ‘자기 서사의 주체’로서 각자만의 이야기를 펼쳤다고 합니다. 3월 28일(토)부터 29일(일)까지 레이어 스튜디오 20(서울시 용산구 원효로 236)에서 10시부터 18시까지 무료로 관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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