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옳은 소리 듣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듣는다는 겁니다.

"사랑했던 우리
나의 너, 너의 나, 나의 나, 너의 너
항상 그렇게 넷이서 만났지"
-동물원, '나는 나 너는 너'


소통은 쉽기도, 어렵기도 합니다
말하는 건 쉽지만, 말이 전달되고 효과를 내는 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나의 나가 한 말을, 너의 나가 했다고 너의 너가 듣기 때문이지요. 둘 사이 대화에도 네 개의 페르소나가 나오는데, 소통의 상대가 더 많아지면 어떨까요.


150명이면 한계일 거라고 합니다.
흔히 '던바의 숫자'라는, 사람이 관장할 수 있는 인원의 규모가 제한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 숫자가 늘어나면 복잡도가 제곱으로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인은 더 많을 수 있지만, 150명은 물리적 한계가 아니라 인지적 한계점으로 봐야 합니다. A가 B를 좋아하는데, B는 그 사실을 모르지만 B를 흠모하는 C는 알고, C는 그 고민을 D에게 말해, B는 D가 왜 그런 눈으로 보는지 이해가 안 가는 상황 같은 거요. 이 복잡한 심리상태를 우리는 단번에 이해하고 단서를 조합해 각자 마음을 모델링하지요.


150은커녕 한 명도 어렵습니다.
우린 사람 마음 알고 싶은 본능이 있어요. 별자리가 하던 일을 어느 지역에선 '사람의 영혼이 담긴' 혈액형으로 알고 싶어했어요. MBTI는 말해 무엇할까요. 자기 보고 방식이라 종종 맞지만, 항상 맞을 수는 없는 빈약한 표시조차도 믿고 싶어합니다. 사람을 더 잘 알고 싶으니까요.


소통의 비결은 하나입니다.
최대한 듣는 사람 입장에 서는 겁니다. 우리는 여러 이유로 소통의 자리에 앉으면서도 자기만 생각합니다. 이기적인 탓도 있겠지만, 두려운 까닭도 있습니다. 이 말을 어떻게 들을까, 이해해줄까, 거절하면 어떻게 하지 등. 듣는 사람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소통한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합니다.


"펀딩을 받고 싶으면 투자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라."
이건 제 스타트업 강의 3종 세트 중 하나인 '미리 쓰는 IR덱으로 사업전략 수립하기'에서 제일 강조하는 말입니다. 투자를 받고자 하는 스타트업 대표는 대개 이렇게 내용을 전개합니다.
'우리 제품이 얼마나 훌륭한지, 우리 팀이 얼마나 멋진지, 지금 투자 안 하시면 후회하실 걸요.'
하지만 경력 있는 투자자라면 이미 유사한 제품 여러 개 봤고, 훌륭한 팀도 수십 곳 알고 있습니다. 진짜 듣고 싶은 건 현장의 생생하고 투명한 이야기입니다. 이 시장의 매력과 숨은 함정은 뭔지, 우리 조직의 강점뿐 아니라 취약점이 어디인지, 이 제품의 최대 경쟁상대는 누구인지, 사업의 드러난 리스크와 숨은 위협은 뭔지, 이런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대표는 믿음이 가는 걸 넘어, 힘껏 돕고 같이 사업하고 싶어집니다. 알려진 리스크는 통제 가능하니까요. 즉 투자자가 진짜 궁금해하는 부분, 언제 어느 정도로 회수가 가능한지, 그 길에 장애물이 어떤 모습과 어느 정도 크기인지를 말해주는 IR 피치가 결국 성과를 냅니다.


다른 소통도 그래요.

제 책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의 핵심인 소통 4분면입니다. 일방향이든 쌍방향이든, 항상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커뮤니케이션이 효과를 냅니다.


'너는 요즘..'
으로 시작하면 편지도 술술 써집니다. 받는 사람은 마음이 따뜻해지고요. 한층 더 친밀해지고 싶으면, '우린 나중에..'로 풀어보아도 좋습니다. 김혜원 작가의 '생활 글쓰기'에 나오는 두 가지 편지 팁도 결국 상대를 생각하는 소통에서 문장을 풀어냅니다.


말이 안 통하는 건 마음이 안 통해서입니다.
말의 유창함과는 무관하지요. 그래서 신뢰 없는 피드백은 소음이고, 공감 없는 제안은 무력합니다. 제가 항상 느끼고 또 느끼는 부분이, 사람은 옳은 소리 듣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듣는다는 겁니다. 이렇게 유효한 소통 경험이 쌓여야 관계 경험을 통해 나를 확장할뿐더러, 다음 이야기들에서 다룰 사회적 경험에도 긴요한 바탕이 됩니다.


지금까지, 여섯 칸 경험의 지도 중 개인적 차원의 경험인 정체성과 향상, 대인 경험인 관계와 소통 경험을 말씀드렸습니다. 이미 경험을 축적하고 계신 부분도 있고, 생각보다 소홀했던 부분도 있으실 거예요. 어찌 도움이 되고 계신가요? 재미나게 읽고 계시다면, 이 편지가 도움 될 분에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여러분의 한 마디 언급과 추천이 또 다른 연결로 세상을 흥미롭게 만들 것 같아요. 항상 고맙습니다.

지난 편: 관계에는 역전 홈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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