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녁이었어요.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다큐멘터리 속 한 장면에 눈길이 갔어요. 화면에선 흰머리 성성한 나이 든 여성이 자신의 조그마한 다락방을 소개하고 있었어요. 살면서 처음 가져본 나만의 공간이었다면서 말이죠. 두툼한 쿠션을 무릎 위에 얹고 "이게 내 책상"이라고 말하는 얼굴에선 천진함이 묻어 나왔어요. 영상 속 주인공은 오랫동안 괴테를 연구해온 학자로, 지금은 서원과 정원을 가꾸며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고 해요. 갈 곳 없는 나무들을 뜰에 옮겨 심고 모든 생명은 살아있는 그 자체로 박수받아 마땅하다는 듯 격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에 제 마음도 뭉클해졌습니다. 영상을 보며 특히 감동한 부분이 있어요. 일흔둘의 노학자는 영상 말미에서 '올바른 목적에 이르는 길은 그 어느 구간에서든 바르다'라는 괴테의 문장을 소개하며 이렇게 덧붙여요. "바르게 살면 손해 볼 것 같죠? 살아봤더니 바르게 살아도 괜찮아요. 바르게 산다고 꼭 손해 보고 사는 거 아니에요." 저보다 수십 년 앞서 산 사람이 몸소 지켜낸 이 말을 의심 없이 믿으려고 해요. 일흔두 살의 저 역시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박수갈채를 보낼 수 있는 좋은 어른이 되어있기를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