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롤러코스터 같다는 비유를 썼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더지 잡기 게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니까 내 기분 말이다. 저번 주 수요일, 병원에 가기 위해서 잠시 홍대에 다녀온 이후 나는 내내 집에 틀어박혀 있었다. 처음 며칠간은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다. 남편은 저저번주 월요일에 집을 떠났다. 헉 이렇게 쓰니 가정불화 같다.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이고, 개인 신념에 따라 군사 훈련 받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군복무 대신 3년간 교정시설에서 근무하는 대체역의 신분이 되었다. 아무튼 이게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고(이 이야기는 언젠가 나중에 좀 더 신중하게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나는 그를 배웅하면서 마치 스무 살에 실연당한 사람처럼 울었다. 영월 터미널 흡연실에 앉아 엉엉 울면서, 아이폰 메모장에 필사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적었다. 그 일들은 다음과 같다 - 분리수거 버리기, 음식물 쓰레기 제때 처리하기, 설거지 한 그릇 정리하기. 그리고 집에 돌아온 뒤 미리 우리 집에 와 있던 엄마와 설렁탕을 먹으며 또 꺼이꺼이 울었고, 울음이 잦아든 뒤에는 하루의 계획을 짤 수 있는 어플을 받아 아침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의 생활계획표를 적었다. 생활계획표 어플은 시간마다 내가 무슨 일을 수행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나는 그 후 1주일동안 생활계획표에 맞추어 살았다. 아주 잘 지켰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어플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되어 주었고, 내가 적어도 하루 중 두 끼를 챙겨먹게 만들었고, 밤 8시에는 집 안을 한바퀴 돌아보며 내가 신경써야 할 집안일이 없는지 살펴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집에서 나가지 않은지 1주일이 되었을때—나는 내 상태가 다시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일단 고양이가 너무 신경쓰여 견딜 수가 없었다. 고양이와 24시간, 7일 내내 한 공간에서 붙어있는 건 처음에는 슬픔을 견디는데 많은 도움이 됐지만 곧 내가 고양이에 대해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고 불안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마일드한 건강 염려증을 가지고 있다) 더이상 불안을 견딜 수 없었던 나는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씻지도 않고, 잠옷 위에 그대로 후리스를 걸친 다음 양말조차 신지 않은 채로 말이다. 밖으로 나와 외부의 공기를 마시자마자 우습게도 기분이 금세 환기되는 것을 느꼈다. 몇 주전 남편과 함께 걸었던 산책길의 공사 중이던 어린이 공원은 완공되어 어린이들이 즐겁게 놀고 있었고, 발 밑에서는 계속해서 바삭바삭하게 부서지는 낙엽의 소리가 들렸고, 조금 숨이 찰 정도로 빠르게 걷느라 몸에서는 땀이 났지만 그것도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산책하는 개들과 눈 인사를 건네며 나는 짧게 몇 킬로미터 정도를 걸었고, 집에 올 때는 일레클을 타고 돌아왔다. 집으로 가까워지자 잊고 있던 불안이 치밀기 시작했다. 고작 1시간 남짓한 외출이었는데 갑자기 고양이가 걱정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 1주일이나 붙어있었는데 내가 갑자기 나가서 고양이가 당황하거나 놀란 건 아닐까? (이걸 읽고 있는 여러분이 혀를 차고 있는게 느껴진다…) 하지만 당연히도 고양이는 소파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 그 후로 나는 핑곗거리를 만들어 매일 집에서 나가 밖에서 짧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디선가, ‘동거인이 집에 왔을 때 꼬리를 세우고 달려 나오는 고양이’보다 ‘침대에 누워 눈만 뜨고 바라보는 고양이’가 훨씬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라는 글을 본 이후, 나는 고양이가 나를 반기지 않는게 좋다. 물론 반길 때도 당연히 좋다(너무 귀엽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잘 지내고 있다. 한 살을 갓 넘긴 고양이는 요즘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겠다는듯 시도 때도 없이 달리고 싶어한다. 우리는 작은 거실을 몇 번이나 왕복하며 헥헥거린다. 그리고 나서 일찍 잠에 든다. 여전히 밤이 되면 슬픔과 불안이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불규칙하게 마음 속에서 고개를 든다. 어떤 날은 바보처럼 불이 꺼진 거실에 주저앉아 엉엉 울게 만든다. 하지만 나 역시, 끝없이 계획을 수정하고 비틀어가며 그 빌어먹을 게임기를 부숴버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