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 주가 정말 금방 갔네요. 이렇게 마흔 살 될 것 같아요. 저번 화에서 슬프다는 내용이 쇄도했어요. 쓸 때는 덤덤하게 썼는데 다들 슬프다는 반응이 또 재밌더라고요. 😂 이번 주에는 정말 잼있는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잼있는인생, 획기획, 제조도 이야기로 2주를 잡았었는데 약 3주간 잼있는인생 이야기 하나 끝냈네요. 정말 어마어마한 친구였습니다.  

지난 화에서도 언급했듯이 2014년 4월에 시작된 잼있는인생이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넘어가는 4년 차에 흔히 스타트 업계에서 'Death Valley'라고 불리우는 구간을 겪게 되죠. 잼있는인생을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당장 실현에 옮기지 못합니다. 2017년에도 수없이 질척이게 되죠. 
잼있는인생을 그만두겠다고 생각하고 나서,
시간이 지나고 뒤를 돌아보니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남아있지만 막상 그 시절에는 결정적인 순간들을 잘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잼있는인생을 그만두기로 한 큰 결심을 했을 때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극적인 전개가 펼쳐지기 마련인데 제 일상은 그냥 똑같기 때문입니다. 그만두기로 결심을 했을 뿐이지 저는 아침에 일어나 저에게 남겨진 카페 문을 열어야 하고요. 그 와중에 SK에서 지원해 주는 인턴 지원금이 남아 있어서 고민을 하다가 인턴을 2명 더 뽑았습니다. (그중 한 명이 광래라는 친구이고, 후에 다시 저희 회사로 한 번 더 돌아오게 됩니다.) 카페도 제조장도 정리를 할 때까지는 인원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잼있는인생 진짜 그만두려고 했는데. 잼을 다시는 안 만들겠노라고 호언장담 해놓고서는 원스토어 콜라보가 들어와서 열심히 잼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허언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소혜가 저희 잼을 들고 사진을 찍어줘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만 둘 때는 그만두더라도 시스템을 만들어서 부딪혀보고 끝내자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조장을 운영할 사람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잼있는인생 초창기에 생각해 보면 식품 제조장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힘들었는데 분명히 주변에 식품 제조장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만약 제조장을 인수하고 잼을 그대로 만드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분께 저희 잼을 납품받는 시스템을 만들어보려고 했습니다. 인턴 중 한 명이 마침 본인의 지인이 관심 있어 한다는 사람이 있다고 했고, 한 번 놀러 오겠다고 했습니다.  
카페에 있는데 어떤 분이 활짝 웃으며 걸어 들어오는데 그 분이 바로 배수정님이었습니다. 인연은 또 이렇게 우연히 또 갑자기 시작됩니다. 획기획의 시작을 같이 하고, 지금까지 함께 획기획을 쌓아온 디자이너 분인데요. 다행히도 아직까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형곤님이 떠나기 전 "걱정 마세요. 제가 나타났던 것처럼 분명히 좋은 사람이 나타날 거에요." 라고 말한 지 3개월 만의 일이었습니다. + 그리고 어제 뉴스레터에서 언급 되었던 형곤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 중에 "저한테 100년 가는 브랜드 만든다고 했잖아요."라고 이야기 했는데 사실 그 말도 명치 때리고 싶었어요. 형곤님 보고 계시죠? 뉴스레터 클릭한 거 다 보여요. 👊 😊

카페에 앉아 처음 만난 수정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제조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불현듯 "혹시 카페 해보실 생각 없으세요?" 라고 하자 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카페 하면서 디자인 작업 하는 게 로망이었다면서요. (로망은 로망일 때가 행복하죠? 수정님?) 수정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식품 제조는 수정님이 구체적으로 뜻이 있거나 생각해 본 일도 아니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잘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수정님을 의심한 것이 아니라 식품 제조가 정말 큰 뜻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렇다면 카페 물건도 그대로 드리고 시설비나 인수비용 하나도 안 받을테니까 월세만 따로 내시고 운영해보시라고 했습니다. 이름도 바꿔도 되고 인테리어도 바꿔도 되고 마음대로 하시라고요. 대신에 카페 한 켠에 제가 앉을 자리만 주시면 제가 제 자리 비용 월세 내겠다고요. 당시 카페 자리 월세가 40만원이었는데 제가 제 자릿세로 15만원 정도 드렸으니, 월 25만원에 카페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곧잘 카페 운영을 잘 했습니다. 일단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웃는 상이었고, 저와 달리 빠릿빠릿하셔서 서비스업에 제격이었습니다. 제가 운영할 때보다 단골손님도 많이 늘었습니다. 

그리고 종종 디자인 업무도 의뢰 드렸는데 디자인을 되게 잘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2016년 말에 잼있는인생과 더불어 기획 에이전시 획기획이라는 기획회사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는데 기회가 되면 같이 하자고 말을 해두었습니다. 

실제로 수정님을 만나기도 훨씬 전, 2016년에 쓴 획기획 브랜드 탄생기 읽으러 가기 
생각나면 다 써두어야 합니다. 인생 정말 어떻게 될지 몰라요.
그리고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열심히 해 보았습니다. 
카페도 수정님이 운영하게 되었고, 잼있는인생은 간혹 가끔씩 주문이 들어오고 저도 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사실 이 뉴스레터에 담기지 않은 사사롭고 사사건건한 일들이 아주 많습니다. 다 담지 못해서 아쉬울 정도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과거와 마주하고 생각하면서 굵직굵직한 알맹이들을 고르고, 과거에서 건져내는 느낌이라 정리도 되고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아이디어가 정말 많은 편이고 생각 나는 편인데 이번 생에 다 해보지 못하고 죽는 것이 이번 생 업보라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멋지게 불리고 있는데 당시에는 사람들이 '참 돈 안 되고 쓸데없는 짓' 잘한다고 명명했던 '쓸데없는 짓'을 해보기로 합니다. 아래의 모든 프로젝트들이 2017년 그리고 2018년 초에 모두 일어났던 일들입니다. 소소하고 짜치는 일들까지 합하면 더 많습니다.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알쓰신잔

저는 알쓰(알콜 쓰레기)입니다. 알쓰를 위한 재미있는 음주 잔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알쓰들도 아주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맛있는 술을 먹어보고 싶거나 술을 음미해보고 싶은데 마셔본 경험이 없으니 어떤 종류의 술을 어느 정도 마셔야 취하지 않고 맛있게 맛 볼 수 있는지 가이드와 알쓰전용술잔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펀딩까지는 가지 못하고, 기획과 디자인에서 끝나긴 했지만요. 재밌는 작업이었습니다. 
#노돈조합
잼있는인생 4년 동안 하면서 느낀 것이 왜 나는 노동을 하는 만큼 돈을 벌지 못하는가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잼있는인생을 하다 보니 주변에 비슷한 브랜드들을 만날 수 있었고 마침 반테이블 두 대표님과 겪어온 경험이 비슷하더라고요.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왜 우리는 노동을 하지만 노돈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담아보는 노돈조합이라는 팟캐스트도 진행해보았습니다. 
#시식회
한 번도 본 적 없는 학교 후배가 찾아온 적 있었습니다. 다른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다니는 회사의 서비스를 소개해 주었죠. 그 계기로 인연이 닿아, 회사를 퇴사하게 되면서 말레이시아로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취미로 시를 쓰고 있었다고 했죠. 시를 읽어보는데 너무 좋은 거에요. 말레이시아를 가기 전에 전시회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시(詩)식회라는 컨셉으로 접시에 시 엽서를 놓아 부페처럼 차린 후, 시를 읽어보며 음미해보는 전시를 진행해보았습니다. 제그 친구는 정말 실행력과 구현력을 가지고 있어서 멋지게 전시를 해내더라고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빠르게 준비했는데도, 기사도 났고 (기사 보러가기, 저희가 낸게 아니랍니다. 너무 신기했어요.) 블로그 포스팅도 올라왔죠. (보러가기) 그 이후로도 2회도 개최하고, 3회는 온라인으로 열었더라고요. 정말 멋있고 대견한 친구입니다. 
#계간지 촌
계간지 촌은 말 그대로 계간지나는 프로젝트로가 아니라 계절마다 한 부씩 발행하는 농촌 콘텐츠를 담은 계간지였습니다.  1달 동안 농부와 함께 생활하며 농사를 지은 후, 이야기도 들어보고 철학도 들어보고 인터뷰도 하면서 그 모습 그대로 잡지에 담고 농산물을 함께 배송해주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여름호와 가을호 딱 2호를 발행하고 잠정 휴간을 하게 되었는데요. 여름호에는 충청북도 청주 문의면에 있는 강호철 농부님과 추희 자두를 보내드렸고, 가을호에서는 제주 구좌읍 송당리 유도균 농부님과 함께 하며 제주당근을 배송했습니다. 이런 잡지를 만들고 발행하게 된 것은 잼있는인생을 하면서 농촌과 먹거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좀 더 농부분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가서 수확도 해보고 포장도 하면서 많이 배우고 재밌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후에 남양주 농업기술센터 등과 일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쿠키의사당
잼있는인생과 다른 디저트 브랜드들을 모아 가장 맛있는 브랜드의장을 뽑는 '쿠키의사당', 선거 컨셉으로 행사를 구성해봤습니다. 잼있는인생이 들어간 프로젝트인데 왜 사이드 프로젝트냐고 의아해 하실 분들도 계실 텐데요. 저는 사실 잼을 팔고자 하는 의지가 거의 없었거든요. 오로지 이 행사의 컨셉을 잡고 만드는 모든 것들이 재미있었습니다. 해당 컨셉으로 국제 핸드메이드 페어 행사에 참가하게 되었고 파이, 잼, 크림치즈, 쿠키, 아이스크림 등 다섯 곳의 브랜드가 모여 선거를 주최하고 구매하신 분들이 투표를 하면 가장 많이 나온 브랜드가 선물을 주는 이벤트였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주셨고, 즐거워해주셨습니다. 저는 역시 컨셉을 만들면서 즐거워하는 변태인가 봐요.

예지님. 전화가 왔어요. 📲 또 다른 시작.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신나게 사이드 프로젝트하고 있던 어느 날. 카페로 전화가 옵니다. 수정님이 몇 번이나 전화를 받았는데 상호가 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잼 주문인가 싶었습니다. 결국 전화 주신 곳에서 전화번호를 남기셨고 다시 전화 달라고 하셨다고 하고요. 다시 전화를 걸어봅니다. 

"안녕하세요. 메가푸드앤서비스인데요."
다음 화 예고 🏔

잼있는인생을 잠시 접어두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신나게 하던 중에 한 통의 전화로 다시 제 인생은 롤러코스터를 타게 됩니다. 🎢 획기획이 어떻게 시작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회사가 성장하게 되었는지 다음 화를 통해서 썰 풀어볼게요! 오늘도 재밌는 등산이었습니다. 모두 좋은 주말 되세요!
2월 22일 월요일부터 2주간
매일매일 보내드립니다. 주말에는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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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잼있는인생 / 획기획 대표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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