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차 다큐 피디의 이야기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오늘의 에디터 식스틴입니다.

작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 <한국인의 저주의 역사>는 이렇게 만들어졌어요. 6년 차 다큐 피디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  오늘의 에디터 : 식스틴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는 사람입니다.
오늘의 이야기
1. 다큐멘터리는 어떻게 시작될까?
2. 다큐멘터리는 아이디어만 가지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3. 다큐멘터리의 출연진, 인터뷰이 섭외하기
4. 악플, 현대사회 저주와도 같다

이제 한국 드라마, 영화를 이제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스트리밍 제작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은 저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다큐멘터리 콘텐츠 때문인데요.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장르의 다큐멘터리를 시청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나의 문어 선생님>, <타이거 킹>은 국내에서도 흥행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입니다.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국내 다큐멘터리 장르의 다양성이 확보되고,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관객층이 늘어났다는 측면에서 반가웠습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다큐멘터리 한 편을 소개하고,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 다큐멘터리는 어떻게 시작될까?

저는 6년 차 다큐멘터리 피디입니다. 작년 <한국인의 저주의 역사>라는 20여 분 가량의 단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됐는데요. 바로 미움입니다. 다큐멘터리는 미움이라는 인간의 감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는 지금까지 많이 있어왔죠. 사람들을 모아 놓고 실험을 해보는 방식도 있었고, 심리학 전공자들을 인터뷰하여 설명하는 방식의 다큐멘터리들이 있었습니다. 그럼 이 다큐멘터리는 어떤 방식을 통해 미움에 대해 다루고 있을까요?

다큐멘터리도 시청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콘텐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색다른 관점, 신선한 주제의식과 같이 이미 세상에 등장한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특별함이 존재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스트들은 우리가 쉽게 가볼 수 없는 곳을 탐험한다거나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한 집단 혹은 한 공간을 담기도 합니다. 

<한국인의 저주의 역사>는 미움이라는 인간의 감정이 한국이라는 지역 안에서 어떻게 실체화되어 왔는지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움이라는 감정을 실체화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그리고 있기도 하죠. 그럼 그 시작은 어디였을까요? 바로 저주입니다. 저주라는 키워드가 이 다큐멘터리의 시작점이 되었죠. 여느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다큐멘터리는 연출자의 고민과 궁금증에서부터 시작되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시의적인 사건일 수도 흥미로운 인물일 수도 혹은 지금 사회에 필요한 의제일 수도 있죠. 

그럼 왜 하필 저주에 대해 지금 다루어야 할까요? 시의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흥미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미움은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논의하고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의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생각은 이러했습니다. 논쟁적인 주제일 수 있는 미움을 옛이야기로 풀어 즉각적인 불편함을 유도하지 않고,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사건들을 통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문제를 보여주자.

다큐멘터리는 아이디어만 가지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연출자가 다큐멘터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 정해졌다고 해서 다큐멘터리 제작에 착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근거가 있는지를 살펴보아야겠죠. 대부분 이 단계에서 다큐멘터리 제작 여부가 결정되고는 합니다. 흥미로운 인물이라면 인물에 대한 조사와 사전 인터뷰가 진행되고 장소라면 답사를 다니고 장소에 거주하는 인물들을 통해 취재를 진행합니다. <한국인의 저주의 역사> 같은 경우 논문 사이트와 관련 서적을 통해 역사적으로 저주가 광범위하게 일어났는지를 확인하고, 얼마나 구체적이고 다양한 저주 사건들이 존재했는지를 찾아보았습니다. 

만약 역사적으로 저주사건이 별로 존재하지 않았거나 그것이 흥미롭지 않았다면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유승훈 작가의 <조선 궁궐 저주 사건>은 조선시대 궁궐에서 일어났던 8건의 저주사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유교사회였던 조선시대, 그 중심에 있던 궁궐을 중심으로 조선사회를 뒤흔든 저주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궁궐뿐 아니라 조선사회 이곳저곳에서 저주는 흔하게 일어났다는 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 다큐멘터리의 출연진, 인터뷰이 섭외하기

극영화를 예를 들면 시나리오 완성 단계 혹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배우의 윤곽이 드러난 상태에서 투자를 받고 크랭크인을 하게 됩니다. 다큐멘터리의 경우에도 출연진이 필요하죠. 바로 인터뷰이입니다. 다큐멘터리에 적합한 인터뷰이를 추리는 과정을 거치고 섭외에 들어갑니다. 내러티브, 줄거리에 맞는 인터뷰이를 등장시켜야겠죠. 여기서 극영화와는 다른 차이점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다큐멘터리의 경우 극영화와는 다르게 대사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된 이야기를 포착하기도 하고, 본래 하고자 했던 이야기에서 방향성이 어느 정도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한국인의 저주의 역사>에서는 저주의 구체적 방법에 대해 설명해줄 무속인들과 저주의 사회문화적 배경에 대해 이야기해 줄 종교학 교수들을 섭외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발견한 논문의 저자, 서적의 저자들을 컨택하여 인터뷰 일정을 잡습니다. 그렇게 사전조사를 통해 잡은 방향성을 바탕으로 인터뷰 질문지를 작성하고 적게는 1시간가량 길게는 2시간 정도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됩니다. 

👹 악플, 현대사회 저주와도 같다

인터뷰 일정이 마무리 되었다면 녹취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구성 단계에 들어가게 됩니다. 구성은 단순히 인터뷰를 나열하는 것이 아닌 이야기 구조를 짜는 과정입니다. 한 인터뷰이당 10장에서 15장 분량의 인터뷰에서 일부를 발췌하여 시청자들이 납득 가능하게 이야기를 논거 해 나가야 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흥미롭게 포장해야 하는 차례이기도 합니다. 이 단계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게 될 경우 시청자들이 납득하지 못하거나 흥미를 쉽게 잃게 됩니다. 

<한국인의 저주의 역사>는 저주를 입구 삼아 미움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마무리는 현대사회의 악플에 대한 문제제기로 끝맺습니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한승훈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저주의 특징은 타인이 인지하지 못하게 몰래하는 것이죠. 차라리 저주를 하세요. 온라인 상에 악플을 달고, 좌표를 찍어 한 명을 비난하고 괴롭히는 것보다 나을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기술이 발전하며 미움을 실현시키는 방식이 더 고도화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미움을 행하는 당사자는 익명 속에 숨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실제적인 해를 입힐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죠.

다큐멘터리는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마이너 한 장르입니다.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드라마의 비중은 높아지지만 다큐멘터리의 비중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하지만 언젠가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타이거 킹>, <나의 문어 선생님>과 같은 흥행하는 다큐멘터리가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닌 우리 속의 세계라는 깐부 할아버지의 말처럼 세계적인 한국 다큐멘터리가 등장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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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티탄>
에디터 ‹식스틴›의 코멘트
얼마 전 오랜만에 영화관에 향했습니다. 바로 기다리던 영화 <티탄>을 보기 위해서였는데요. 작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자신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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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Friday • 구운김 •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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