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55 November 28, 2023
서울 한남동에 자리한 매거진 <B> 오피스 맞은편에는 오랜 시간 비어있던 이층집이 있었어요. 매일 아침 출근해 창문을 열면 바로 보이던 이 주택은 한동안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어떤 사연을 지녔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곤 했는데요. 조용했던 이웃집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올해 봄부터였습니다. 프랑스의 패션 브랜드 르메르 Lemaire가 이곳을 새롭게 단장해 해외에서 처음으로 플래그십 부티크를 선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졌죠.
예상치 못한 뜻밖의 이웃이 생겨 반가운 한편, 르메르가 이 집을 어떻게 활용할지 기대되더군요. 그들의 부티크는 옷과 마찬가지로 화려하기보다 고요하면서 힘 있는 공간으로 알려졌기 때문이죠. 몇 달 동안의 섬세한 조율 과정을 거쳐 드디어 지난주 문을 연 '르메르 한남 Lemaire Hannam'에 다녀왔어요. 브랜드의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한국적인 공간을 만들어낸 르메르의 새로운 부티크는 감각적이면서도 다정한 온기로 우리를 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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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BRAND
서울의 새로운 이웃, 르메르
📸 © Minhwa Maeng, Estelle Hanania

DISCOVER B
매거진 B 한남 X 글월
HI, BRAND
지난해 매거진 <B>가 90번째 이슈로 소개한 '르메르'가 서울에 해외 첫 플래그십 부티크 '르메르 한남'을 오픈했습니다. 전 세계 다양한 도시 중 이들은 왜 서울에 주목했을까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프 르메르와 사라 린 트란으로부터 우리의 새로운 이웃이 된 르메르의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 11길 8-3
프랑스 파리에 자리한 부티크에 이어 두 번째로 문을 연 플래그십 매장으로, 파리 외의 도시에 르메르가 부티크를 선보이는 것은 서울이 처음이다. 1970년대에 지어진 2층 규모의 주택을 개조해 탄생했으며, 집과 부티크의 경계를 허무는 특별한 공간으로 르메르의 컬렉션과 함께 한국의 전통적 공예 요소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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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르메르 Christophe Lemaire, 사라 린 트란 Sarah-Linh Tran
Co-creative directors of Lemaire
파리 외에 르메르의 단독 부티크가 문을 여는 것은 서울이 처음입니다. 평소 이 도시에 대해 어떤 인상을 지니고 있었나요? 서울에서 어떤 아름다움을 발견하곤 했는지 궁금합니다.
크리스토프 르메르 세월을 타지 않는 르메르의 디자인처럼 서울도 시대를 초월하는 고유한 능력을 지닌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대도시가 그렇듯이 역사적인 풍요로움과 현대적인 감성이 균질하게 섞여있죠. 급격한 현대화와 잔혹한 도시화가 이뤄졌지만 수백 년된 궁궐들은 여전히 현대의 고층 빌딩들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어요. 전통적인 '한옥 Hanok'과 서양식 '양옥 Yangok'도 아파트와 공존합니다. 서울에 르메르의 플래그십 부티크를 열기로 한 것은 세계의 패션 허브라는 이 도시의 위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해요. 서울의 에너지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봅니다.
사라 린 트란 실제로 방문하기 전까지 서울에 대한 인상은 영화에서 본 이미지가 대부분이었어요. 남산 타워의 실루엣 아래로 펼쳐진 음식점과 술집, 노래방처럼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밤 풍경이나 북촌과 인사동, 이태원 같은 동네를 살짝 들여다 본 게 전부였죠. 하지만 서울의 아름다움은 소박한 것들의 역동성에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적 건축물 안에 자리잡은 한적한 주택가와 정원 같은 존재에 매료됐죠. 이런 서울의 이중성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청계천을 따라 걷거나,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더라도 도시의 다채로운 측면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 서울이라고 생각합니다.
'르메르 한남'은 서울 한남동의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B>의 오피스와도 가까워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눈여겨 봐왔는데요. 부티크를 오픈하기 위해 여러 번 후보 지역을 방문하고 그곳에 오가는 사람들과 동네의 분위기를 탐색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르메르의 첫 번째 서울 플래그십 부티크로 한남동의 해당 주택을 선택하기까지 어떤 고민과 생각들이 있었나요?
사라 린 트란 부티크가 들어설 위치를 선정할 때는 다양한 요소를 살펴보는데요. 르메르의 미학과 주변 환경이 조화롭게 융합될 수 있는지를 신중하게 고려합니다. 서울의 여러 동네 중 한남동은 조용한 주거 지역이지만 대사관과 미술관, 개인 주택 및 레스토랑 등 다양한 공간이 존재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죠. 이처럼 지역의 분위기와 르메르의 기질이 조화를 이루는 지역에서 손님들에게 친밀하고 엄선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운명의 장난처럼 한남동은 <B>의 오피스가 자리한 동네이기도 하고요.(웃음) 르메르 한남이 <B>와 독자의 관계를 확장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크리스토프 르메르 다양한 동네를 직접 방문한 것은 르메르의 정체성과 각 지역의 성격이 조화로운지 살펴보고, 지역 사회와 공명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르메르의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로 선택된 이 2층짜리 한국식 주택은 브랜드의 가치를 구현하는 동시에 한국 문화에 대한 존중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1970년대에 지어진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것은 구조물의 고유한 매력을 유지하면서 르메르의 부티크로서 필요한 특성을 주입하는 세심한 과정의 연속이었죠. 집과 부티크의 경계를 허무는 동시에 르메르의 컬렉션과 조화를 이루며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공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매거진 <B> '르메르' 편에서 르메르 부티크의 핵심을 "'브랜드 부티크'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르메르 한남을 창조적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거나 소개하고 싶은 공간의 코너나 특징도 있을까요?
크리스토프 르메르 한국의 장인 정신과 전통 공예를 통해 르메르 한남만의 고유한 특성을 불어넣고자 했고, 이 과정에서 LTH 스튜디오의 임태희 소장과 협업하게 됐습니다. 이곳만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한지로 벽을 바르고, 누비 커튼으로 햇살을 걸러내거나, 옻칠한 가구로 빛을 반사하는 등 조명과 컬러 구성, 질감 등을 세심하게 큐레이션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디자인을 통해 우리의 철학과 공감하고 르메르에 몰입하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습니다.
사라 린 트란 르메르 한남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은 부티크를 둘러싼 정원이에요. 전통적인 리테일 숍의 관습에서 벗어난 공간이기 때문에 이곳을 탐험하길 추천합니다. 손님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르메르 한남을 방문한 사람들이 패션과 예술에 대한 감상을 나누면서 커뮤니티 감각을 고취시키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플랫폼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고 여겨요.
르메르 한남을 완성하기 위해 함께한 파트너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건넨 단어나, 파트너들에게 들었던 표현과 이미지 중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크리스토프 르메르 이번 프로젝트 내내 '무결성(integrity)'이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 결과 아바카 abaca 매트, 베즈매트 bejmat 타일, 프로이트 freud 카우치 등 여러 나라의 자재로 만들어진 인테리어 요소를 활용해 르메르 한남만의 디자인을 명료하게 구현할 수 있었어요. 특히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엔조 마리 Enzo Mari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구는 100년 이상된 한옥을 철거하면서 수집한 나무를 재활용한 것인데요. 신중하게 선별한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지면서 르메르 한남만의 독특하고 친밀한 분위기를 자아내죠.
사라 린 트란 여러 파트너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르메르의 본질을 물리적 공간으로 전환하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분명 필수적인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통 과정을 하나의 단어나 이미지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르메르 한남이 선사하는 모든 경험이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과 르메르의 컬렉션, 오브제 및 예술 작품에 의해 이곳은 언제나 진화할 운명이기 때문에 르메르 한남은 영원한 미완의 공간일 것입니다.
DISCOVER B
비미디어컴퍼니의 공간 '매거진 B 한남'이 엄선한 로컬 브랜드를 소개하는 팝업 프로젝트 DISCOVER B. 올해의 마지막 협업 주인공을 소개합니다.
편지와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안하며 편지의 가치와 정신을 전하는 브랜드
매거진 B 한남과 글월이 만나 특별한 협업 카드가 탄생했습니다. 반가운 소식을 상징하는 제비와 <B>의 스탬프 로고가 새겨진 이번 제품은 다가오는 연말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기에 안성맞춤인데요.
이번 협업 카드는 네이비와 화이트 컬러 중 선택할 수 있으며, 매거진 B 한남과 글월에서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레터 세트, 크리스마스 카드, 새해 캘린더 등 편지 쓰는 순간을 완성시키는 글월의 다양한 제품을 매거진 B 한남에서 만나보세요. 매거진 B 한남과 글월이 함께한 DISCOVER B는 내년 1월 중순까지 열릴 예정입니다.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 35 사운즈한남 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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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주에 발행되는
'RELEASE' 테마에서는
매거진 <F>의 새로운 이슈를 소개합니다.
© 2023 B MEDIA COMPANY

Magazine B
35 Daesagwan-Ro
Yongsan-Gu, Seoul, Korea, 0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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