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세우스는 아테네의 왕이자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한 영웅입니다. 그의 배는 크레타섬으로 가는 여정과 귀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테세우스의 배는 그의 승리를 기념하고 그가 사용했던 도구로서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아테네에서 보관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의 목제 부품이 썩거나 손상되었고, 아테네 사람들은 이 부품들을 새로운 것으로 교체했습니다. 결국 원래의 모든 부품이 교체됐습니다. 배의 모든 부품이 교체됐는데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라고 할 수 있을까요?

또 다른 흥미로운 질문이 있습니다. 기존의 테세우스의 배 A의 낡은 판자를 모아 배 B를 만들었다 칩시다. 이때 배 A와 B 중 무엇이 테세우스의 배일까요?

이 역설적인 이야기를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으로 생각해 봅시다.

아리스토텔레스 VS 플라톤

위 사진은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벽화 중 하나로,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입니다.

이 벽화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철학자들이 함께 토론하고 있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두 인물이 있는데, 왼쪽은 플라톤 오른쪽은 아리스토텔레스입니다. 플라톤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손바닥으로 지상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는 두 철학자의 이념의 특징과 대립을 의미합니다.

무언가를 이해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과 반대되는 것과 비교하기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이야기하기 전에 플라톤에 대해 알아봅시다.

플라톤은 세계를 이데아와 현상으로 구분했습니다. 이데아는 완전무결하고 고정불변한 세계라면, 현상은 불완전하고 변화무쌍한 세계로 보았습니다. 이데아는 이성으로만 파악될 수 있으며, 현상은 우리가 느끼는 사물들입니다.

플라톤은 이데아가 진짜고 사물들은 가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근거로 현실에서 완벽한 구를 만들기는 불가능한 사실을 지적합니다. 고대 그리스로부터 몇천 년이 지난 현재에도 완벽한 구를 만들 수 없습니다. 아주 미세한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완벽한 구는 언어로써 기술되고 상상할 수만 있을 뿐입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 앞에 놓인 사물들은 이데아를 흉내 낸 짝퉁입니다. 위 사진은 눈오리 집게와 집게로 만든 눈오리들인데, 집게가 이데아라면 눈오리들은 현상입니다.

이렇게 플라톤은 이성을 통해 파악되는 이데아와 감각을 통해 경험되는 현상을 구별했습니다. 이처럼 세계를 둘로 나누어 본다고 하여 이원론적 세계관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사물이 이데아를 품고 있다고 말이죠. 가령 나무 없이는 재목이 있을 수 없으며, 재목 없이는 의자나 책상이 있을 수 없듯이 말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사물들의 관계를 질료와 형상으로 설명했습니다. 쉬운 말로 바꾸자면 질료는 재료이며 형상은 구조입니다.

나무가 질료일 때 재목은 형상입니다. 또한 재목이 질료일 때 의자와 책상은 형상입니다.

나무가 있어야 재목이 있을 수 있으며, 재목이 있어야 의자나 책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질료가 형상이 되며, 형상이 질료가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물들은 변화하며 서로 위계적인 관계를 맺습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_5w1p3OsHwg)

자 더 나아가봅시다. 나무의 질료는 없을까요? 나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씨앗과 물 그리고 햇살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질료의 질료를 따져 나가다 보면 더 이상 나뉘지 않는 질료가 있을 겁니다. 그것을 순수 질료라고 합니다.

반대로 형상의 형상을 따져 볼 수도 있습니다. 형상의 형상을 따지며 나아가다 보면 형상 중의 형상 순수 형상에 다다르게 되며, 이는 플라톤의 이데아와 같은 개념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주가 가장 낮은 차원의 순수 질료로부터 궁극의 목적지인 순수 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이것이 세상의 모든 변화와 운동의 원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세계를 절대적인 목적성을 바탕으로 이해하는 사고방식을 목적론적 세계관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출처: Theseus - Modern echoes of classical myths – XI by Étienne-Jules Ramey (French). Marble Statue, 1826. Jardin de Tuileries. Credit: Egisto Sani licensed under CC BY-NC-SA 2.0.)

자, 다시 테세우스의 배의 역설을 떠올려봅시다.

“수리한 배 A 그리고 낡은 판자를 모아 다시 조립한 배 B. 무엇을 테세우스의 배라고 할 수 있는가?”

아마 아리스토텔레스는 둘 다 맞다고 할 것 같습니다. 그에게 있어 배의 부품이나 모양의 변화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닐 겁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그 배가 품은 궁극적인 목적과 방향성일 테죠. 만약 그 배를 본 사람들이 “테세우스의 용맹함"을 상기할 수 있다면 테세우스의 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목적과 굳건함

지금 우리에게 닥쳐오는 위기들이 있습니다. 지역 사회가 소멸하며 관계의 깊이가 얕아지고, 우리는 더욱 고립되고 있습니다. 무한한 경쟁 속에서 뒤처지거나 대체되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에 의해 편향적인 정보에 지속해서 노출되면서 혼돈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 혼돈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앞서 이야기한 '궁극적인 목적과 방향성'을 갖는 것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만의 궁극적 목적과 신념을 갖고, 그것을 나침반 삼아 끈기 있게 지켜나가는 태도 말입니다. 이러한 태도를 가진 사람에게 세상의 변화는 걱정거리가 아닐 겁니다. 그저 목적을 향한 과정일 뿐이겠지요. 거친 파도 속에서도 나아갈 방향을 잃지 않는 배처럼, 우리는 혼란 속에서도 굳건히 우리의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 당신이 어떤 사람이던 좋아요. 진실한 모습에 다가서는, 이태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