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소득의 얼만큼을 저금하고 투자하시나요? 전 투자에 영 소질이 없어서 저금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청년을 위해 만든 적금상품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어요. 올해 초까진 청년희망적금을 부었고, 만기가 되자마자 냉큼 청년도약계좌로 갈아탔습니다. 청년도약계좌에는 이런 조건이 달려있습니다. '기준 중위소득 250% 이하'. 어차피 속하겠거니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는데요, 다시 보니 묘합니다. 평균소득, 중위소득도 아닌 '기준 중위소득'이 뭘까요?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이 지난 7월 25일 발표됐어요. 그런데 평가가 극과 극입니다. 많은 매체는 '역대 최대 인상' '7만1000명 더 혜택'에 초점을 두고 "약자 복지 원칙이 지켜졌다"고 했습니다. 경향신문을 포함한 몇몇 매체는 "물가 상승 못 따라갔다" "빈곤 해결엔 역부족"이라고 했고요. 기준 중위소득이 뭔지, 왜 이렇게 의견이 갈렸는지 궁금했습니다. 이혜인 기자의 기사를 읽고 더 이야기 나눠요.

정부가 각종 복지사업의 기준이 되는 '기준 중위소득'을 내년 4인 가구 기준으로 6.42% 인상한 610만원으로 결정했다. 정부는 역대 최대 인상률을 내세웠지만, 시민단체들은 실제 가계소득과 물가가 상승한 만큼 지원 금액이 따라 올라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세수 부족을 이유로 '약자 복지'를 후퇴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를 열어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과 기초생활보장 급여별 선정기준 및 최저보장수준을 심의해 의결했다.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 609만7773원으로, 올해 572만9913원 대비 6.42% 오른다. 전체 수급가구의 약 74%를 차지하는 1인 가구는 7.34% 오른 239만2013원으로 결정됐다. 기준 중위소득 대비 일정 비율을 적용하는 내년도 급여별 선정기준은 올해와 동일하게 결정됐다. 생계급여는 기준 중위소득의 32%, 의료급여는 40%, 주거급여는 48%, 교육급여는 50% 이하가 지급 기준이다.

'기준 중위소득'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해 74개 복지제도의 기준이 되는 지표다. 총 가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있는 가구의 소득이 '중위소득'이다. 정부는 중위소득에 여러 경제지표를 반영해 보정해서 매년 '기준 중위소득'을 정한다. 중위소득은 생계급여, 의료급여 등 각종 복지 제도의 지원 금액과 대상을 결정짓는 기준이다.

정부는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이 역대 최대폭으로 인상돼 3년 연속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전년 대비 '기준 중위소득' 증가율은 2023년 5.47%, 2024년에 6.09%였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의 인상은 빈곤층의 생활 수준 향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등 복지 관련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실제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진 것을 반영하지 못하고 세수 부족을 이유로 '기준 중위소득'을 적게 올렸다고 평가했다. '기준 중위소득'은 '전년도 기준 중위소득'에 '기본증가율'과 '추가증가율'을 곱해서 산출하는데, 사실상 기본증가율이 중위 소득 인상률 결정을 좌우한다. 올해 중생보위 생계·자활급여에서 일부 위원은 기본증가율 6~7% 인상을 주장했다. 기본증가율 계산의 토대가 되는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가금복 조사)의 중위소득 최신 3년치(2020~2022년) 증가율 평균값이 7.81%로 나오는 등 실제 중위소득이 크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세수 부족을 내세우면서 최종적으로 기본증가율은 2.77%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기준 중위소득'이 뭔지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중위소득은 모든 가구를 소득순으로 일렬로 줄 세웠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말합니다.

중위소득 개념이 왜 필요하냐면, '평균소득(모든 가구의 소득을 합한 후 가구 수로 나눈 값)'만으로는 보여주지 못하는 현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10명 중 8명의 소득이 2000만원, 2명의 소득이 1억원인 사회가 있다고 가정하면, 이 사회의 평균소득은 3600만원입니다. 이 사회의 '평균적'인 소득 수준이 3600만원이라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그 사회의 10명 중 8명의 소득이 그에 한참 못 미치는, '8 대 2'의 양극화 사회라는 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2022년 한국 임금근로자의 평균소득은 353만원, 중위소득은 267만원입니다. 임금근로자의 절반은 267만원에 못 미치는 월급을 받고 있는데, 평균소득은 353만원으로 나타난 거예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남녀 간, 산업 간 소득격차가 크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깁니다. 그래서 평균소득과 함께 중위소득도 살펴봐야 합니다.

현재 정부는 복지 사업 기준을 산정할 때 중위소득을 활용합니다. 2015년 '기준 중위소득' 개념을 도입했어요. 기준 중위소득은 현재 정부 13개 부처 74개 사업에서 선정 기준으로 쓰입니다.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32% 이하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40% 이하면 의료급여를 지원받습니다. 주거급여, 교육급여를 비롯해 한부모자녀 교육비, 행복주택, 청년도약계좌, 학교우유급식, 국가장학금, 노인 치매 검진 지원 등 대상자를 가릴 때 기준 중위소득이 잣대가 됩니다. 기준 중위소득은 중요한 '복지 기준선'인 셈입니다. 

그런데 왜 그냥 '중위소득'이 아닌 '기준 중위소득'이라고 부르냐면, 통계상의 중위소득을 그대로 기준으로 쓰는 게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매년 기준 중위소득을 따로 심의·의결해요. 이때 '기본증가율'과 '추가증가율'을 곱해 기준 중위소득을 산정합니다. 기본증가율은 최근 3년 통계상의 중위소득 증가율 평균값, 추가증가율은 물가상승 등을 고려한 값입니다. 실제 중위소득 증가분뿐만 아니라 물가상승분도 고려하라는 취지를 띱니다.

문제는 정부가 원칙과 다르게 증가율을 '유연하게' 적용한다는 점입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기본증가율이 최근 3년(2020~2022년) 중위소득 증가율 평균값인 7.81%였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2.77%를 적용했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10% 이상 올라야 했던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이 6~7%대에 그쳤다는 겁니다.

기본증가율, 왜 2.77%로 낮춘 걸까요? 정부는 "세수 부족"을 주장했어요. 이에 시민단체들은 "감세로 인한 재원부족의 책임은 저소득층에 전가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기준 중위소득 값을 낮추면 낮출수록 복지 사업 대상자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현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지난 정부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이유로 인상폭을 줄이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소득 통계에 드러난 현실을 복지 기준선인 기준 중위소득에 반영하는 일은 수많은 핑계 속에 번번이 미뤄져 왔어요.

세수 부족. 요즘 많이 들리는 말입니다. 지난해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56조원대 세수 결손을 겪었습니다. 올해는 그 지난해보다도 세금이 덜 걷히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정부와 국회는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증여세, 금융투자소득세 완화를 추진합니다. 복지 확대에는 세금이 부족하다며 손사래를 치면서 고소득층과 기업이 많이 내는 세금을 줄이는 데 골몰하는 모습이 모순적으로 느껴집니다.

역대 최대 인상이라는, 내년엔 7만1000명이 더 혜택을 받을 예정이라는 기준 중위소득 관련 정부 발표는 사실입니다. 다만 기준 중위소득을 원칙대로 올렸다면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약자 복지 원칙이 지켜졌다'는 일부 매체 평가와 정부 자화자찬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약자 복지를 유예하는 관성이 지켜졌다면 모를까요.

윤석열 대통령은 감세를 추진하며 '민생'과 '중산층'을 위한 결정이라고 했어요. 민생, 중산층의 삶은 상속세와 금투세 인하와 더 관련이 있는 걸까요? 아니면 기준 중위소득과 더 밀접할까요? 어쩐지 정부가 보고 말하는 중산층과 실제 '평균의 삶'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