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를 설계하는 실험. 랩2050의 뉴스레터입니다. 
☕️ [편집주] 현재 랩레터는 격주 단위로 발행합니다. 

'탈희소성 여유사회'를 상상합니다

최영준 | 연세대학교 교수 · LAB2050 전 이사장


마블 대작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기억하시나요? 영웅들은 극강의 적 타노스를 상대로 처절한 싸움을 이어갑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타임 스톤을 통해 14,000,605개의 미래를 탐색하지만, 희망이 있는 미래는 단 하나뿐이었습니다. 0.00000007%. 그리고 그 미래는 토니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경로였습니다.


이 장면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뒤 우리의 미래를 떠올릴 때 낙관의 시나리오가 과연 얼마나 존재할까를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평화로운 지구, 탄소중립, 불평등 완화, 시민적 연대 강화, 민주주의의 재도약….


여러분이 스트레인지라면, 지금의 세계 조건에서 ‘희망의 시나리오’는 몇 %쯤 나온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데 타노스의 동기는 적어도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살리기 위한 비틀린 윤리’였습니다. 반면 우리가 만드는 기후위기는 그런 숭고함조차 없습니다. 2025년 영국 엑시터 대학 연구(Trust et al.)는 지구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2도 오를 경우, 2050년경 최대 40억 명이 생존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 다수는 아마도 저개발·개도국 시민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과만 보면 타노스 스냅과 다르지 않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무책임합니다.


전쟁, 기후변화, 지정학적 긴장, 사회 갈등…. 모두가 더 많이 가지기 위해 휘두른 칼이 결국 자기 가슴을 찌르는 풍경을 우리는 매일 목격합니다. 그 중에서도 AI는 ‘상수이자 변수’입니다. 더 똑똑하고 더 인간스러운 AI를 먼저 확보하려는 강대국의 경쟁은 기술적 진보이면서 동시에 위험의 증폭입니다.


우리는 묻게 됩니다. “AI가 인간보다 더 많은 영역을 점유하는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AI가 우리를 사용하는 시대가 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이런 비관적 질문을 던지면, “인간의 창의성·진화 가능성을 과소평가한다”는 꾸중을 듣곤 합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비관적 현실주의자들의 문제 제기가 낙관주의자들의 시나리오를 더 촘촘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거대한 전환에서 ‘토니 스타크 같은 누군가의 희생’ 없이도 가능한 길이 반드시 있다고 믿습니다.


바로 제도와 사회적 계약의 재구성, 그리고 여유(serenity)가 가능한 탈희소성 사회의 상상입니다.


탈희소성 여유사회는 저비용 사회 — 이미 가능한 미래

우리는 이미 필요한 만큼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생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누리기 위해 ‘화폐’를 얼마나 많이 지불해야 하느냐입니다. 월급은 통장을 스쳐 지나가고, 임금 상승은 갈수록 어렵습니다.


샘 올트먼(Sam Altman)의 ‘Moore’s Law for Everything’은 기술이 상품·서비스 가격을 근본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내구성 높은 로봇이 생산한 재화, AI 기반의 의료·돌봄·교육·교통 서비스가 값싸게 제공되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는 높은 소득을 추구하는 압력 자체가 감소합니다.
소득이 아니라 저비용 구조가 우리 삶의 품질을 결정하는 사회입니다.


그러나 저비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여유(serenity)가 필요합니다. 저비용·저소득이 ‘패배자의 삶’으로 간주되는 사회에서는 민주주의도 행복도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AI·기술이 만들어낸 생산성 이득을 모두의 여유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수적입니다.


  • 재분배와 복지국가의 체계적 강화

  • AI로 인한 불평등 확대를 방지하는 제도 설계

  • 기술 발전의 과실을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새로운 사회적 계약

  • 인구 변화·기후전환과 기술 도입을 병렬적으로 통합한 국가 전략


우리가 피해야 하는 미래가 있습니다. 경제학과 정치학에서 오래 논의된 개념인 ‘바닥을 향한 경주(Race to the Bottom)’입니다.


이는 각 국가와 기업, 공동체가 생존을 위해 임금·환경·복지·규제 기준을 끊임없이 낮추며 경쟁하다가, 결국 모두가 더 취약하고 불안한 상태로 떨어지는 집단적 악순환을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기후위기, AI 경제, 인구 구조 변화가 맞물린 지금의 전환기에서도 이 논리는 똑같이 작동합니다.
각자가 비용을 낮추고 위험을 떠넘기며 스스로를 지키려 할수록, 사회 전체는 더 빠르게 공동의 기반을 잃어갑니다.


그래서 저는 기술의 이득이 특정 집단이 아니라 모두의 여유로 돌아오는 ‘탈희소성 여유사회’를 상상했습니다.


이 상상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바닥을 향한 경주’를 멈추고 우리가 서로를 지탱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계약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학술적·정책적 성찰에 기반해 있습니다.


저는 그 성찰 위에서 2050년의 하나의 가능성을 그려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이 타임 캡슐 속에 담고 싶은 2050년의 미래는 무엇입니까? 여러분의 상상이 모일 때, 미래는 확률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드는 선택이 됩니다.


그 상상을 함께 나누어주시길 기대합니다.

[Editor's Note] 탈희소성·저비용 여유사회, 함께 만드는 첫 걸음

LAB2050은 지난 7년 동안 디지털 전환·기후위기·인구구조 변화라는 삼중 전환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 실험과 공론화를 이어왔습니다. 자유안정성, 기본소득, 지역전환, 사회적 가치, 미래의 일, 공론장 네트워크 구축에 이르기까지—이 모든 축적은 결국 ‘탈희소성·저비용 여유사회’라는 더 큰 비전으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이 비전은 단순한 미래 전망이 아니라, 우리가 다르게 선택하고, 다르게 설계할 수 있는 사회적 계약의 문제입니다. 기술의 혜택을 어떻게 나누고, 불평등의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며, 시민 참여와 숙의의 힘을 어떻게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글은 그 논의를 여는 첫 번째 상상입니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합니다.


이 비전을 함께 다듬기 위해, 아래와 같은 첫 번째 의견 나눔 모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1차 전문가 라운드테이블 — 12월 30일(월)

이번 모임은 전문가 중심의 오프닝 세션으로, 칼럼에서 던진 여러 질문—‘탈희소성 사회는 가능한가?’, ‘AI 시대의 새로운 사회계약은 무엇인가?’, ‘Race to the Bottom을 어떻게 멈출 것인가?’—에 대해 함께 토론하며 향후 논의 구조를 설계하는 자리입니다.


참여를 원하시거나 관련하여 아이디어를 주실 분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랩2050의 의제는 여러분이 함께 만들어갈 때 유의미한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 SDGs를 넘어 IDGs로...시대를 이끄는 더 힙한 진보
— 정장환 랩2050 전략이사의 IDG 스톡홀름 서밋 체험기

✍️ [편집주] IDGs를 아시나요? 지속가능성을 말할 때 우리는 늘 제도·정책·기술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러나 세계는 지금 SDGs의 한계를 넘어,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사람의 내면’을 다시 중심에 놓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IDGs(Inner Development Goals) 입니다. 갈등과 양극화, 번아웃과 불신이 일상이 된 시대에, 무엇이 우리를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요? 스웨덴에서 열린 IDG 서밋 현장을 직접 경험한 랩2050 정장환 전략이사는 “사회 변화를 가능케 하는 진짜 인프라는 사람의 내면 역량”이라는 메시지를 가져왔습니다. 이번 콘텐츠는 그 체험기와 함께, 왜 지금 한국에서도 IDGs가 중요한 화두가 될 수밖에 없는지 살펴보는 작은 안내서입니다.


북유럽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오히려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질문을 만났습니다. 


"내면의 변화 없이 사회 변화는 가능한가?"


2025년 한국의 공공·사회혁신 생태계가 외면해 온 이 질문을, IDG 서밋은 치열하게 모색하고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 제가 스톡홀름에 간 이유 — SDGs를 넘어서는 질문


저는 정장환, 랩2050에서 신사업 개발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랩2050은 그동안 기본소득 연구, 참성장 지표 개발,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장기 실험 등을 이어왔습니다. 한국 사회의 문제를 풀기 위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변화도 꾸준히 추적해 왔고, 올해는 그 흐름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10월 스톡홀름 IDG 서밋에 참석했습니다.


IDG(Inner Development Goals)는 UN SDGs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민간 섹터의 움직임입니다. “외적 목표는 내적 변화 없이는 도달할 수 없다”는 통찰에서 출발한 국제적 운동이죠.올해 서밋의 주제는 Bridging Polarity(양극화의 다리를 놓는 일). 전 세계의 정치·사회적 분열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시의적절할 수 없는 주제였습니다.


🔹 피터 센게(Peter Senge)와의 2박 3일 — ‘학습하는 조직’이 다시 살아나다


본 행사에 앞서 열린 IDG 마스터클래스는 ‘학습하는 조직’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피터 센게 교수가 직접 진행했습니다. 150명 참가자가 강의실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처럼 끊임없이 토론하고 발표했습니다.


현대 사회의 난제들은 결국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개인이 바뀌어야 조직이 바뀌고, 조직이 바뀌어야 사회가 달라집니다.

피터 센게

*센게 교수의 일관된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놀라웠던 점은 참가자의 구성이었습니다.기업 ESG 담당자, 조직문화 코치, 컨설턴트, 활동가, 연구자 등 사회의 ‘사람을 다루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90% 이상이 백인이었고 아시아인은 채 다섯 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국제 담론에서 동아시아의 참여가 얼마나 미약한지, 현장에서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 IDG 서밋 본 행사 — “행복을 경영 전략으로 삼을 수 있을까”


지난 10월 15일부터 17일까지 스톡홀름 시내 ‘시민의 집’에서 열린 본 행사에는 8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첫날 무대에는 사회적 기업가, 국제기구 리더, 예술단체 ITAC 등이 올라 다양한 정서·관계 기반 접근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베트남의 한 신발회사 CEO 발표가 인상적이었습니다.그는 ‘직원 행복’을 핵심 경영 전략으로 채택하기 위해 부탄의 행복 전문가를 정식 고문으로 초빙했다고 말했습니다.


경제적 효율을 넘어 ‘내면적 요인’을 조직 운영의 중심에 둔 사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큰 질문을 남겼습니다.


🔹 10월 16일 — 세 가지 주제, 하나의 공통된 질문


둘째 날은 △ 기후위기 △ 젊은 세대의 정신건강 △ 비영리 섹터의 웰빙 세 가지 트랙으로 나누어 진행됐습니다.


저는 비영리 섹터의 웰빙 세션을 택했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은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한다.'

이 문장은 한국의 활동가, 연구자, 공공 부문 모두에게 적용되는 문제의식이었습니다.

출처 입력


🔹 10월 17일 — ‘참여자가 만드는 컨퍼런스’의 힘


마지막 날은 프로그램이 없었습니다.대신 참가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자신의 세션을 등록하고 진행했습니다.호흡 명상, 기공, 기후행동 워크숍 등 수십 개의 소규모 모임이 자발적으로 열렸습니다.


저는 기공, 기후 운동 등 몇 가지 세션에 참여했는데, 이 날이 가장 만족스러웠습니다.


대규모 행사의 가장 큰 약점은 참여자의 수동성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날, 참여자들은 놀랍게도 스스로 이 서밋의 ‘공동 제작자’가 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다양한 사회 참여 행사, 또 공론장 논의에서도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아시아 참가자 5명’의 점심 모임 — 작은 만남의 의미


김다은 코치님 덕분에 아시아 참가자들이 모여 즉석 점심 자리를 가졌습니다.수백 명 속에서 서로를 스치듯 지나쳤던 이들이 처음으로 깊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김다은 코치님은 3년 연속 서밋에 참석한 사실상 유일한 한국 참가자였으며,IDG를 한국에 소개하고 확산시키는 역할을 꾸준히 해온 분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 우리가 잃어버린 논의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여러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북유럽은 왜 내면 성장을 이렇게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다루는가?반면 한국 사회는 왜 ‘내면·관계·정서’라는 요소를 공공 논의에서 철저히 배제해 왔는가?


랩2050은 과거 참성장 지표 개발 프로젝트에서 GDP 이외의 총체적 사회건전성을 측정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내적 성장’과 ‘공동체 회복력’은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습니다.


산업주의가 무너뜨린 공동체를 다시 세우는 일 —그것은 제도 이전에 사람의 문제다.


IDG는 그 빈자리를 메우는 하나의 실험적 모델일 수 있음을 저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 그래서, 랩2050은 무엇을 하려 하는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랩2050은 IDG를 한국에 소개하고, 한국형 Inner Development 모델 구축에 파트너로 참여할 계획입니다.


그 첫걸음으로12월 23일 ‘내면 성장과 사회 기여’ IDG 한국 송년 밋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구독자분들을 초대합니다.(공간 사정상 10명 이하로 소규모로 진행됩니다.)


📌 참가 신청 링크:https://forms.gle/cheoaWxQ2dE1pz4t9

[Editor's Note] 왜 이 시점에 IDGs에 주목해야 하는가?

한국 사회의 현실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지금 이 시점에 IDG(Inner Development Goals)가 가장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계엄 모의 사태 이후 고착된 극단적 진영 대립, 혐오와 가짜뉴스를 매개로 한 정치 동원, “이긴 쪽만 다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는 더 이상 새로운 현상이 아닙니다. 올해 IDG 서밋의 주제가 “Bridging Polarities(양극을 잇는 일)”이었듯, 한국 사회 역시 갈등을 단순히 조정하거나 중재하는 차원을 넘어, 서로 다른 가치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는 ‘내면의 기술’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상대를 설득하기 전에 내 안의 이분법을 자각하는 능력, 서로 다른 견해 사이에서 제3의 해법을 찾아내는 통합적 사고, 감정이 격한 상황에서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관계·정서 관리 역량—all 이것은 법과 제도가 바꿀 수 없는 영역입니다. 정치와 공론장의 문법을 전환시키는 일은 결국 사람의 내적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병목은 한국에서 반복되는 “정책은 훌륭한데 실행은 안 되는” 구조적 난맥입니다.


IDG가 제시하는 다섯 축—Being·Thinking·Relating·Collaborating·Acting—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 사회의 취약성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공직자·정치인·활동가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라는 기본적 성찰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고, 부처 간 칸막이와 시민–정부 간 불신은 협력을 어렵게 만듭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실행까지 밀어붙이는 용기와 회복탄력성 역시 조직 문화 속에서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합니다.


제도를 설계하는 것과 그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사람을 준비시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한국은 그 두 번째에 거의 투자를 하지 못한 상태이며, IDG는 바로 그 공백을 겨냥한 프레임입니다.


더욱이 한국은 OECD 최상위권의 자살률과 극심한 정신건강 위기, 청년 세대의 냉소와 불안, 돌봄·활동가·교사 집단의 만성적 번아웃이 겹치는 사회입니다. 그럼에도 ‘웰빙’은 여전히 개인의 사소한 문제처럼 취급되곤 합니다. IDG의 내면 성장 개념은 이러한 흐름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내면 성장은 심리적 위로나 사적 취미가 아니라, 기후·돌봄·불평등·주거 등 복잡한 사회문제와 장기적으로 싸우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지속가능한 참여 역량입니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이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감정·욕구·한계를 성찰하고, 서로를 지지하는 관계망을 갖추지 못하면 오래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한국에서 IDG를 논의한다는 것은 결국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내면과 웰빙을 정책 인프라로 인정하자”는 제안과 맞닿아 있습니다.


랩2050이 추진해온 참성장 지표 개발, 시민 연구자·피해자 네트워크와의 정책 실험, 공론장·시민학교 논의는 모두 제도와 시민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를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IDG는 이러한 시도에 다음과 같은 자원을 제공합니다.


📍 공통 언어: 공직자·정치인·활동가·시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내면 역량의 개념틀

📍 실행 가능한 프레임: 교육·리더십·조직 문화 설계에 즉시 적용 가능한 23개 역량 리스트

📍 연결성: 글로벌 네트워크와 오픈소스 기반의 지식·프로그램 공유


그렇다면 한국에서 IDG를 논의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요? 편집진이 보기에는 다음 네 가지 제안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① 양극화·혐오 정치를 넘어서는 새로운 공공 리더십의 언어 도입

② 정책·제도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내면 역량에 대한 본격적 투자

③ 청년·활동가·돌봄 인력의 번아웃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참여 기반 구축

④ 한국의 공론장·시민학교 실험을 글로벌 내면 성장 운동과 연결


12월 23일 열리는 ‘내면 성장과 사회 기여’ IDG 한국 연말 밋업은 이 네 가지 질문을 한국적 맥락에서 번역해 보는 첫 작은 실험입니다. 스톡홀름에서 시작된 대화가, 이제 서울과 성수의 공론장에서 새롭게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정책은 자체로서 비전과 타당성, 전문성을 전제로 하지만, 폭넓은 대중의 이해와 공감 없이 구현될 수 없습니다. 정책연구집단과 대중을 연결하는 미디어와 함께 할 때 우리는 제대로 된 정책의 의사 결정과 구현의 길에 이를 수 있습니다. 랩2050은 정책 전문 미디어 어젠다뉴스와 긴밀하게 협업합니다. 격주로 발송하는 뉴스레터는 어젠다뉴스와 함께 여러분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 정보 가운데 핵심만을 잘 선별하여 전달할 것입니다. [아래는 지난 11월 25일부터 2주 간 어젠다뉴스가 뽑은 정책 의제]
🌏 계엄 1년, 구정치의 종언 신호 — 11월 말~12월 초, 한국 시스템의 균열 지도

1️⃣ 격주 흐름 요약

11월 24일부터 12월 5일까지의 어젠다는, 말 그대로 “한국 시스템 전체를 한꺼번에 흔드는 스트레스 테스트”에 가까웠습니다.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추경호 체포동의안 가결–영장 기각, 한덕수 전 총리 15년 구형, 외환유치죄 72년 만의 개정 논의,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중수청·공소청 논쟁으로 이어지는 사법·헌정 질서 재편, 더불어민주당 1인1표제 논쟁·보수정치 내부의 자기비판, 계엄 1년 여론조사와 한국일보의 ‘삭제 기사 352건’ 복원, 방미통위와 김종철 인선으로 드러난 정당·언론·미디어 구조 개편, 누리호 4차 발사와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결합, 쿠팡 3,370만 계정 유출로 상징되는 우주·핀테크·플랫폼 시대의 기회와 데이터 리스크, 그리고 하루 10명 이상이 홀로 죽는 고독사 통계가 보여준 관계망 붕괴까지—정치·사법·산업·사회가 동시에 변곡점을 맞고 있습니다.
이번 2주간의 뉴스는 네 가지 테마로 수렴됩니다.

  • 헌정·사법 재편 — 계엄 1년, 내란 수사·영장 기각·외환죄 개정·사법개혁 패키지가 뒤엉킨 사법 신뢰의 시험대.
  • 정당·공론·미디어 구조 변화 — 민주당 1인1표제, 보수정치의 자기모순, 계엄 1년 여론·전문가 진단, 검열 기사 복원과 방미통위 출범.
  • 디지털·플랫폼·우주·금융 질서 재편 — 누리호 4차 발사, 네이버–두나무 빅딜, 쿠팡 개인정보 유출이 보여준 산업·데이터 구조의 전환.
  • 사회안전망·관계망의 균열 — 고독사 5년 연속 증가로 드러난 ‘관계 기반 복지국가’의 경고등.

2️⃣ 어젠다뉴스가 pick한 핵심 이슈 트렌드

① 헌정·사법 : “계엄 1년, 법의 언어로 국가 위기를 다시 쓰는 중”

◼︎ 추경호 체포동의안 가결과 영장 기각 — 사법·정치 정면충돌
✔︎ 체포동의안은 재석 180·찬성 172로 통과, 국민의힘은 표결 불참.
✔︎ 혐의: 비상계엄 당시 국회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도주·증거인멸 우려 논란. ✔︎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며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는 법리·사실에서 다툼의 여지가 크고, 도주·증거인멸 우려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 민주당은 사법개혁 패키지(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 등)에 속도, 국민의힘은 ‘내란몰이 정치공작’ 프레임 강화.

◼︎ 한덕수 전 총리 15년 구형 — ‘엘리트 공직자’의 민낯
✔︎ 내란 우두머리 방조,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위증,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4개 혐의로 징역 15년 구형.
✔︎ 행정부 2인자로서 내란적 상황을 막지 못하고, “기억이 없다·멘붕 상태였다”는 진술로 일관했다는 점이 사회적 충격.
✔︎ 특검은 “지위가 높을수록 변명은 용납될 수 없다”며, 과거 신군부 내란보다 국격 손상이 크다고 평가.

◼︎ 72년 만의 ‘외환유치죄’ 개정 논의
✔︎ 특검은 ‘북한 도발 유도’ 정황에도, 외국과의 통모 요건 때문에 외환유치죄를 적용하지 못하고 일반이적죄만 기소. 개정안:
✔︎ 통모 없이도 전쟁 위험을 고의로 유발한 경우 처벌.
✔︎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라는 표현으로 북한의 법적 지위 논란을 우회.
✔︎ 독일·영미권 입법례를 참고해, ‘위험 유발’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 현대형 외환죄 구상.

◼︎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중수청·공소청 — 사법체계 전면 재편
✔︎ 민주당은 연내 또는 연초 처리를 목표로 전담재판부 설치, 법왜곡죄 신설, 중대수사청·공소청 설치, 법원행정처 폐지 등을 밀어붙이는 중.
✔︎ 야권과 법조계는 “특정 사건을 겨냥한 처분입법, 판사의 재량을 형사처벌 위협 아래 두는 위헌 소지”를 지적.

👉 정책 시사점
► 검찰청 존치 여부를 넘어, 한국은 이제 “위기 상황에서 권력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를 법의 언어로 다시 쓰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 계엄·내란·외환·사법개혁 패키지를 관통하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정치가 사법을 어떻게 사용해 왔고, 앞으로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 특검·수사·재판·개정을 모두 ‘정쟁의 무기’로 쓰면, 사법 신뢰와 국가 신인도는 동시에 붕괴합니다. 수사·기소·재판·사법행정의 권한 배분을, 특정 정권이 아니라 장기적 민주주의 인프라 관점에서 재설계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② 정당·공론·미디어 : “정당 민주주의와 언론 구조, 동시에 수술대에 오르다”

◼︎ 민주당 1인1표제 논쟁 — 참여 vs 절차, 플랫폼정당의 딜레마
✔︎ 72년 대의원 중심 구조를 흔드는 ‘대의원 20: 권리당원 1 → 1:1’ 개정안 추진.
✔︎ 개정 취지: 당원 직접 참여 확대·플랫폼정당화.
✔︎ 현실: 의견수렴이 투표인지 여론조사인지 불명확, 중앙위 ‘날치기’ 의혹, 호남 과대대표·영남 과소대표 구조, ‘77만 유령당원’ 논란 재점화.
✔︎ 토론회는 “민주당에 민주 없다”, “정청래 사퇴하라” 등 당원 항의 집회 수준으로 변질.

◼︎ 보수정치의 자기모순 — 계엄 1년, “법치·원칙·상식”을 둘러싼 내홍
✔︎ 배현진 의원의 김건희 여사 공개 비판, “보수의 정수는 법치·원칙·상식” 발언은 단순 돌출이 아니라, 계엄·탄핵·사면을 둘러싼 ‘보수의 자기 부정’에 대한 내부 경고로 읽힘.
✔︎ 홍장원 배신자 발언, 탄핵 표결 보이콧 검토 등, 계엄 직후 국민의힘 내부의 실제 논의 흐름이 드러나며 ‘정당 책임’과 과거 단절의 미루기가 쟁점화.

◼︎ 계엄 1년 여론·전문가 진단 — “국민은 회복, 정치는 후퇴”
✔︎ 국민 77%가 정치 양극화 심화 인식.
✔︎ 책임 소재·대통령 권한 인식은 정파별로 완전히 반대.
✔︎ 전문가들은 “시민은 헌정을 지켰지만, 정당·정치는 더 극단화됐다”고 평가.

◼︎ 검열 기사 352건 복원 & 방미통위 김종철 카드
► 한국일보의 비상계엄 시기 삭제 기사 352건 복원은 ‘포고령 3항’의 실체—“무슨 일이 있었는지 국민이 모르게 만드는 체제”—를 보여줌.
► 방통위 해체 후 신설된 방송미디어통위 초대 위원장에 언론법·헌법학자 김종철 지명.
✔︎ 장점: 정치화된 미디어 거버넌스를 법치·헌법 논리로 정리할 수 있는 카드.
✔︎ 우려: 산업·디지털 정책 역량은 부위원장·상임위원 인선에 의존하는 구조.

👉 정책 시사점
✔︎ 정당 민주주의와 언론 구조는 “참여를 늘리느냐”보다 “절차·독립성을 어떻게 보장하느냐”가 핵심입니다.
✔︎ 민주당 1인1표제 논쟁은 플랫폼정당 실험이 절차적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역설을 드러냈고,
✔︎ 보수정치 내부의 계엄·탄핵 회고는 ‘보수의 법치성’이라는 정체성을 다시 묻고 있으며,
✔︎ 검열 기사 복원과 방미통위 출범은 “비상시 언론을 어떻게 보호·규제할 것인가”라는 구조적 질문을 던집니다.
✔︎ 정당·언론·플랫폼을 아우르는 공론장 설계— 참여(당원·시민) → 절차(제도·데이터) → 책임(정책·인사)로 이어지는 폐루프 없이는, 팬덤·극단화·불신이 함께 고착될 가능성이 큽니다.

③ 디지털·플랫폼·우주·금융 : “뉴스페이스·Web3·데이터 리스크가 한 장면에 겹치다”

◼︎ 누리호 4차 발사 — 기술 완성에서 ‘뉴스페이스 산업’으로
✔︎ 4차 발사 성공: 600km 태양동기궤도 진입, 13기 위성 동시 정밀 사출.
✔︎ 핵심 변화는 기술보다 거버넌스: 1~3차: 항우연(정부) 주도, 4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으로 제작·총조립·발사 준비 총괄
✔︎ 오로라·우주 바이오·우주쓰레기 제거·해양 감시 등 다양한 민간·연구 위성 탑재로, 우주데이터 산업의 토대 형성.

◼︎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결합 — “한국판 PayPal+Coinbase”의 출현
✔︎ 포괄적 주식교환: 네이버파이낸셜 : 두나무 = 1 : 2.54, 평가 기업가치 4.9조 vs 15.1조.
✔︎ 거래 완료 시,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 100% 자회사, 네이버가 결제–투자–지갑–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까지 아우르는 초대형 디지털머니 플랫폼 확보.
✔︎ 최대 리스크는 주요 FI의 반대매수권 행사(1.2조 초과 시 계약 해지 가능).
✔︎ 글로벌 관점에선 MiCA·미국 스테이블코인 규제·RWA 토큰화 흐름 속, 동아시아 최초의 빅테크–크립토 통합 모델로 주목.
◼︎ 쿠팡 3,370만 계정 유출 — ‘내부자 리스크’와 한국형 보안 체계의 공백
✔︎ 유출 의심자는 인증·접근제어 프로그램 담당 중국 국적 전직 직원, 퇴사 후에도 핵심 credential 유지.
✔︎ 정보보호 투자액은 늘었지만, IT 투자 대비 비중은 7.1%→4.6%로 하락, 업계 평균보다 낮음.
✔︎ 최근 5년간 개인정보 유출 1억 건, 평균 과징금 3,300원 수준 → 대형 플랫폼에는 사실상 ‘값싼 벌금’.

👉 정책 시사점
✔︎ 누리호–네이버–쿠팡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한국이 우주–핀테크–플랫폼 경제의 전면부로 진입하는 동시에, 데이터·보안·거버넌스 설계는 여전히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줍니다.
✔︎ 우주는 정부 R&D에서 민간 산업으로 넘어가는 뉴스페이스의 입구에 와 있고,
✔︎ Web2–Web3를 잇는 한국형 디지털머니 시스템 실험이 시작됐지만,
✔︎ 개인정보·내부자 리스크·과징금 구조는 아직 “속도에 맞는 안전장치”를 갖추지 못한 상태입니다.
✔︎ ① 우주·핀테크·데이터를 하나의 전략산업 축으로 묶는 정책 프레임과, ② 제로트러스트·내부자 리스크·징벌적 과징금을 포함한 디지털 거버넌스 설계를 병행 의제로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④ 사회안전망·관계망 : “하루 10명, 관계망 없이 죽는 사회”

◼︎ 고독사 5년 연속 증가 — ‘중장년 남성’이 구조적 위험층으로 굳어지는 중
✔︎ 2024년 고독사 사망자 3,924명(전년 대비 7.2%↑), 하루 10명 이상이 홀로 사망.
✔︎ 남성 81.7%, 50대 30.5%·60대 32.4% → 5060 중장년 남성이 절반 이상.
✔︎ 1인 가구 증가, 은퇴 후 소득·관계망 붕괴, 장기 빈곤·질병·고립이 결합된 구조.
✔︎ 청년층은 자살 중심, 중장년층은 질병·고립 중심이라는 ‘이중 위기’ 양상.

◼︎ 공공 시스템의 부재 — 컨트롤타워 없이 통계만 쌓이는 구조
✔︎ 고독사 업무는 복지부 내 소규모 인력에 집중, 전담 조직·차관급 컨트롤타워 부재.
✔︎ 대통령 공약이었던 ‘외로움 전담 차관’ 논의는 사실상 멈춘 상태.
✔︎ 모텔·고시원·원룸 등 임시주거에서의 고독사 비중 상승, 최초 발견자는 임대인·경비가 40%를 넘으며 가족 기반 안전망의 후퇴가 계량적으로 드러남.

👉 정책 시사점
✔︎ 고독사는 더 이상 ‘복지 사안’이 아니라 주거·노동·건강·관계망·지역공동체 설계 실패의 종합 지표입니다.
✔︎ 청년에게는 자살 예방·정신건강,
✔︎ 중장년에게는 고립 완화·일자리·건강관리,
✔︎ 고령층에게는 돌봄·주거·소득 안정이 패키지로 설계되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 누적됩니다.
✔︎ LAB2050 관점에서는, ‘관계 자본’을 정책 변수로 공식화하고, 지역 단위로 위험 가구를 조기 탐지·연결하는 디지털–로컬 복합 모델(마을복지관·데이터 기반 발굴·시민 네트워크)을 실험 의제로 삼을 수 있습니다.

3️⃣ 11월 말~12월 초 어젠다로 본 한국 사회의 문제 지형도
► 헌정·사법 축에서는 추경호 영장 기각, 한덕수 구형, 외환유치 개정,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중수청·공소청 논쟁 → “위기 상황에서 권력은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사법은 어떻게 정치와 거리를 유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수렴합니다.
► 정당·공론·미디어 축에서는 민주당 1인1표제, 보수정치의 자기모순, 계엄 1년 여론·전문가 진단, 검열 기사 복원, 방미통위 인선이 → “누가 정당과 공론장을 지배하며, 그 과정이 얼마나 민주적·투명한가”, → “언론과 플랫폼은 비상시에도 시민의 눈과 귀가 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 연결됩니다.
► 디지털·플랫폼·우주·금융 축에서는 누리호 4차 발사, 네이버–두나무 빅딜, 쿠팡 개인정보 유출이
→ “우주·핀테크·데이터 경제로의 진입을 뒷받침할 안전장치와 거버넌스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 사회안전망·관계망 축에서는 고독사 통계와 관계망 붕괴 지표들이
→ “성장·안보·산업 전략 속에서 ‘관계’와 ‘삶의 기반’을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는 과제를 남깁니다.
LAB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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