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거실에 나서니 꽤 싸늘한 바람이 불더라고요.
2026년 10월의 편지

ep.20 행복선언문
아침에 일어나 거실에 나서니 꽤 싸늘한 바람이 불더라고요. 이제 진짜 가을이구나, 싶은 바람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10월의 첫날이기도 하네요. 두 달이나 미뤄왔던 편지를 오늘은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백하자면, 그간 좀 우울했습니다.

소양집 리모델링을 진행하느라 춘천을 오가고, 주문받은 가구들을 만들고, 틈틈이 신제품을 개발하고, 9월 연희팝업을 준비하면서- 바삐 지냈는데요. 그 과정에서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좀 지쳤던 것 같아요. 예전 같으면 일이 끊이지 않아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생각했을 텐데 이번 여름 막바지엔 그렇지 않았어요. 신나고 설레는 마음이 아니라 견뎌내는 마음이 돼버렸던 것 같아요. 하루이틀 힘들다거나 지친다는 감각은 있었어도 우울하다는 감정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건 살면서 거의 처음이었거든요? 그래서 적잖이 놀라고 당황했습니다.

어떻게 하지? 해결책이 뭐지?
이런 감정, 어떻게 하면 끝낼 수 있지?

저는 습한 공기를 뚫고 거리로 나가 한바탕 달리기도 하고, 폭식과 폭음을 해 보기도 했습니다. 책을 펼쳐 들기도 했고, 시간을 영끌해서 긴 잠을 자 보기도 했어요. 그 결과 조금 나아지기는 했는데요. 금세 다시 우울감이 찾아오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날 작은 노트를 펼치고 책상에 앉았습니다. 하고 싶은 것, 하고 싶지 않은 것, 생각보다 잘 해내고 있는 것, 그렇지 못한 것, 빨리 이뤄내고 싶은 것,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이루고 싶은 것, 성공이나 실패와 관계없이 내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찬찬히 적어 나갔어요. 그리고 그 일들에 적절히 시간을 쓰고 있는지를 기록해 봤습니다.

노트에 기록된 것은 예상과는 좀 달랐어요. 전 그냥 바빴다고 생각했는데요. 제가 스스로에게 행복을 주는 것들에 너무 박하게 굴고 있더라고요.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고, 반려묘를 돌보고, 자연을 접하고, 영감을 찾아 나서는 일에 말이죠. 반면 조금 시간을 덜 할애하고 타인에게 위임해야 할 일도 찾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와 회사를 위해 이제는 시간을 쓰지 않기로 결심해야 할 일들도 알게 되었고요.
연휴를 마치고, 여름 이불을 빨아 정리하고 도톰한 간절기 이불을 꺼냈습니다. 좋아하는 느낌의 잠옷을 입고 침대에 쏙 들어가 반려묘 소망이를 불렀어요. 뱃살 왕자 소망이가 제 몸에 기대어 누웠어요. 저는 잠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면서, 팝업에서 주문해 주신 가구들의 제작 순서를 떠올렸습니다. 12월에 선보일 신제품을 그려보기도 했어요. 푹 자고 일어난 아침, 이번 주말에는 가을을 맞으러 공원에 가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앞으로 한 조각의 평화와 행복을 잃지 않기 위해서 잘 자고, 좋은 음식을 적당히 먹고, 운동하고, 반려묘 소망이와 더 자주 놀고, 손이 가는 책을 읽고, 가끔은 일기를 쓰고, 영화관에도 가고, 가끔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긴 밤을 보내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초록으로 가득한 공간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기도 했습니다.

저는 머무는 사람, 사는 사람이 순간의 행복을 자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러자면 스스로 그런 삶을 알고 또 살아야겠죠. 만들면서도 자주 웃고, 즐거움을 상상하고, 행복을 체감하고요.

이것은 제 행복선언문(?) 같은 편지입니다. 소싯적 나누던 행운의 편지 아시죠?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로 시작하는 편지요. 받으면 무조건 몇 명에게 적어 퍼트려야 하는 편지잖아요. 이 편지도 그런 편지로 (제 맘대로) 정했어요.

오늘 10월의 첫날이니 나의 행복을 지켜줄 몇 가지를 정하고 누군가에게 전해 보면 어때요? 일단 저는 구독자님께 보냈습니다! 이 편지가 어디까지 닿을지 궁금해집니다.
N E W S 
2026년 10월
인어피스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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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의 공간을 함께 그려가는 순간이 무척 즐겁지만, 가끔 빠른 응대가 어려워 고객님들의 소중한 시간을 뺏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민 끝에 원하는 시간에, 자신만의 속도로, 하나 뿐인 가구를 만들어 주문하고픈 고객님들을 위해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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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작고 잦은 행복을 선언하며,
인어피스 박소연 드림.
한 조각의 평화, 인어피스 
so@inapiec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