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풀어봤's UP/ 국제개발협력 일자리, 하나부터 열까지 싹 바꿔야 합니다
• 거기 어때?/ 우당탕탕 UNV 파견기(by 짠망), 외로움에 대하여(by 위스키)
• 국제개발협력 ON-AIR 

(출처: 우승훈 외, 2020, p.34)

한편, 최창용 외(2022b)의 연구는 MZ세대의 이직 의도에 여러 요인이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대표적인 개인 요인에는 공공봉사동기(가치 추구), 개인적 성장, 조직요인에는 인사관리 제도상의 한계와 개발협력 담당 부서의 주변화, 직무 요인에는 과업 중요성(사업관리 업무 주변화), 책임 소재 불분명(역할 과다), 사업관리 업무 포괄성, 그리고 맥락적 조건에서는 업무 비표준화, 성과•피드백 확인 불분명, 목표 갈등 등이 존재합니다.

이 연구 결과가 이해되는 이유는 공적개발원조(ODA)를 전담하는 기관(예: KOICA)을 제외한 기관은 국제개발협력 관련 업무를 부수적인 업무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ODA를 수행하기 위한 별도의 조직(본부, 센터)을 구축하고, 입찰 등을 통해 발주 기관(외교부, KOICA, 기타 정부 부처, 국제기구 등)으로부터 사업을 받아 수행합니다. 관련 부서 규모가 큰 조직은 담당 부서에서 관련 사업을 수행하지만, 대부분은 국제협력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타 부서의 인력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기관 입장에서는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부수적인 일에 힘을 쏟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마치 기업에서 사회공헌(CSR) 담당 부서는 동떨어진 ‘섬’처럼 느껴진다는 기업 담당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결국 국제개발협력 업계의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금, 조직 운영 체계, 개인의 신념과 철학, 직무에 대한 기대감 등 다양한 복잡하고 다면적인 요인을 분석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다음 기획기사에서는 국내 및 해외 국제개발협력 업계의 인력 문제, 인력 양성 관련 이슈를 심층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더 나은 국제개발협력 일자리를 위해 무엇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소개할게요.

세 줄 요약

3월 10일, 베트남 도착 6일 차. 베트남 새내기이다. 원래 파견 계약은 2월 1일부터 베트남 하노이 사무소에서 출근하는 것이었는데, 출발 약 2주 전에 UNV* 측에서 연락이 왔다. 출국 일자를 1주일만 미뤄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내가 수령해야 하는 출국 준비금의 지급 과정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지급하기 전에는 출국을 못 한단다. 그럼, 일주일 뒤에 출국할 수 있는 건 확실한가? 그것도 아니었다.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 모르겠다며, 서류 등 준비가 되었다면 티켓을 사비로 구입해서 출국하거나(??)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아니, 지급되지 않으면 출국할 수 없다며…

*UNV (United Nations Volunteer): UN Volunteer의 인력 및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UN 기구

베트남에서 UN은 꽤나 독특한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UN 산하기구는 “ONE UN(이하 원 유엔)”이라는 체계하에 협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유엔개발계획(UNDP)과 베트남이 맺은 양해각서(MoU)를 바탕으로 다양한 UN 기구가 활동하고 있다. 원 유엔 하우스에는 여러 UN 기구가 상주해 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현재 이 하우스가 반기문 사무총장 재임 시절 발족한 이니셔티브에 따라 지어진 ‘그린 빌딩(Green Building)’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현재는 “GREEN ONE UN HOUSE(이하 GOUNH)”라고 불린다. 흥미로운 점은 GOUNH에 상주하는 비용이 매우 많이 들어 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형편의 산하 기구는 개별적으로 사무소를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테이블(=한 자리)당 연 몇천 달러를 지불할 정도라고 하니…

“결혼 축하한다! 초대해줘서 정말 고마워. 근데 내가 도저히 날짜에 맞춰서 귀국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정말 미안해…”

“세상에 아기가 벌써 유치원에 갔어? 세월 참 빠르게 간다. 그동안에 얼굴도 한번 못 봤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을 시작한 지 10년, 어느새 한국에 있는 시간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년 단위로 한국을 떠나 생활하며 가족과 지인을 만나지 못하거나 경조사에 불참하는 횟수도 늘어만 갔고, 일 년에 한 번 잠시 휴가로 한국에 들어가 마치 밀린 과제를 해치우듯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하나의 관례처럼 굳었다. 예전에는 느슨한 하나의 시간성에서 나와 다른 이들이 위치와 속력만 다를 뿐 대체로 같은 방향을 향해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우리가 완전히 다른 좌표축에서 각자의 속력과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아마 앞으로 그 선이 겹칠 일은 어지간하면 없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처음 파견을 나갔을 때는 적응하며 하루하루 살아내기 바빠 정신이 없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 외로움이란 -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건, 어느 정도 내 생활과 일이 안정권으로 접어들 무렵부터였다. 애인이나 배우자가 필요하다는, 소위 말하는 옆구리가 시리다는 느낌은 전혀 아니었고, 그보다는 무인도에 고립됐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이에 더해 ‘나는 왜 여기서 이방인으로 살고 있을까,’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이곳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내가 한국에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와 같은 질문이 파도처럼 밀려와 나를 집어삼킬 때도 있었다. 어두운 생각이 문득 심하게 들던 어느 날, 이러다가는 내가 정말 좋지 못한 수렁에 빠질 수도 있겠다는 경각심이 일었다. 억지로라도 생각과 행동을 바꿔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