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미라클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어느 멋진 순간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봄비가 촉촉이 내렸습니다. 건조했던 공기가 부드러워진 건 반가운 일인데 비 한 번에 우수수 떨어지는 벚꽃잎을 보고 있자니 너무 아쉽네요. 꽃이 진 자리에는 연녹색 잎이 돋아나고 있어요. 이러다 금세 녹음이 우거진 여름이 오겠다 싶습니다.
벚꽃 잎을 잔 위에 띄워 술이라도 한잔 해야겠어요. 지는 잎 하나에 너 한잔, 나 한잔 마시며 꽃이 나인지 내가 꽃인지 기분 좋게 어지러이 취해 봅시다. 주종은, 와인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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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미라클 (2008)
님은 와인 하면 어느 나라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혹시 프랑스? 저도 그렇습니다. 프랑스가 오랫동안 체계적으로 와인 생산을 관리해 온 덕인지 고급 와인은 프랑스산이라는 인식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각자 개성 넘치는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Napa Valley)도 그중 하나죠.
영화가 시작하면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이 스크린을 가득 채웁니다. 화면으로 보아도 눈이 부시게 쨍쨍한 태양과 드넓은 포도밭을 보고 있으면 나도 저 포도밭을 거닐면서 익어가는 포도알을 따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나파 밸리의 포도는 그곳 농부들의 사랑을 먹고 달게 익어가는 중입니다. 악착같이 농장을 가꾸는 짐(빌 풀먼)과 그런 아버지와는 정반대로 배짱이 같은 아들 보(크리스 파인), 뛰어난 와인 감별 능력을 가진 구스타보(프레디 로드리게스), 그리고 와인 제조 마스터를 꿈꾸는 샘(레이첼 테일러)의 사랑 말이지요.
인생 최고의 와인을 만들려 했건만 변변찮은 소득 없이 짐의 은행 빚만 늘어가던 어느 날, 프랑스에서 스페리에(앨런 릭먼)가 시음회에 사용할 와인을 구하러 나파 밸리를 찾아옵니다. 미국의 독립 20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와 캘리포니아 와인을 두고 블라인드 시음회를 열겠다네요. 프랑스 와인과 한판 붙는다니, 와인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 두근거릴 이벤트이지 않겠어요?
『와인 미라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하지만 배경이 되는 사건을 모르고 보아도 충분히 즐거워요.
감독 : 랜들 밀러
러닝타임 : 1시간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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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2017)
이번 영화도 언덕을 빼곡히 채운 포도밭을 비추며 시작합니다. 태양 아래서 성실히 익어가는 포도나무 군락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힘을 숨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의 오프닝만 보고 있어도 어딘지 치유받는 기분이 들거든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의 감독은 작정이라도 한 듯 포도밭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구석구석 비추며 영화 오프닝을 채웠습니다.
장(피오 마르마이)은 어릴 적 창문 밖으로 아버지의 포도밭을 보며 자랐습니다. 일 년 365일, 사계절 내내 포도밭은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죠.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이곳은 변화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는 곳이었어요. 친구들이 하나 둘 대학으로, 직장을 찾아 고향을 떠나는 걸 보며 장도 더 넓은 세상을 갈구하게 됩니다. 그렇게 십 년. 세상을 떠돌며 나이를 먹어가던 장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 부르고뉴로 돌아옵니다.
영화의 원제는 "Ce qui nous lie"로 "우리를 묶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장과 장의 두 동생, 줄리엣(아나 지라르도)과 제레미(프랑수와 시빌)이겠지요. 포스터에서 나란히 등장하는 세 명 말입니다. 장이 집을 떠난 동안 줄리엣과 제레미는 아버지의 포도농장을 이어받아 와인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십 년 만의 재회는 우선은 단란해 보입니다. 세월이 만들어 낸 어쩔 수 없는 간극이 그들을 힘들게 하지는 않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묶어 두는 것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감독 : 세드릭 클라피쉬
러닝타임 : 1시간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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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로 떠나봅시다. 이탈리아도 와인으로 무척 유명하잖아요. 고대 로마 제국 시절부터 와인을 마셨다니 그 역사가 무척 오래되기도 했고 세계 최대의 와인 생산국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15세기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와인이 등장하지는 당연한 일이겠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 시절 피렌체를 지배했던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총 세 시즌으로 제작되었는데 제가 소개드릴 시즌은 첫 번째 시즌이에요. 코시모 메디치가 청년에서 가문의 수장이 되는 과정을 그립니다. 시즌 2와 3은 그의 손자인 로렌초 메디치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네요.
드라마 첫 번째 장면이 나무에 매달린 포도와 그 포도를 따 먹는 한 노인의 손입니다. 노인은 탐스럽게 익은 포도 알을 씹으며 포도밭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고는 이렇게 말하죠. "아름답군." 앞에는 포도밭이 아주 멀리까지 펼쳐져 있고 그 끝에 피렌체 성벽이 있습니다. 멀리 종탑과 두오모도 보이네요. 그가 감탄한 건 포도밭이었을까요, 융성해가는 피렌체였을까요? 둘 다이거나 그 둘을 넘어서는 더 먼 무언가를 내다보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배경과 등장인물의 국적은 이탈리아인데 배우들은 영어를 써서 어색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요. 코시모 메디치 역을 리처드 매든이 맡았습니다. 왕좌의 게임에서 못 다 이룬 사랑을 여기서 이루는가 했는데 글쎄요... 전 코시모가 영 얄밉고 그의 부인 콘테시나에게 더 마음이 갔습니다.
감독 : 프랭크 스포트니츠, 니콜라스 메이어
러닝타임 : 8화 (회당 약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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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light (1980)
- Grover Washington Jr.
봄밤, 와인 한 잔을 글라스에 따라 두고 함께 들으면 좋을 음악을 골라 보았습니다. 재즈 색소폰 연주자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Grove Washington Jr.)의 1980년 앨범 『Winelight』입니다. 이렇게만 쓰면 조금 생소해 보이는데요, 굉장히 유명한 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빌 위더스가 보컬로 참여한 노래 " Just the two of us"죠. 첫 멜로디가 나오면 "아! 그 노래" 하실 거예요. 여러 가수가 리메이크했고 우리나라에는 어반자카파가 부른 버전이 유명한 것 같아요.
"Just the two of us" 말고도 그루브 넘치는 재즈 음악이 앨범 가득합니다. 1982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Best Jazz Fusion Performance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앨범 전체 길이도 40분 정도로 길지 않아서 꼭 한번 끝까지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턴테이블에 LP로 이 앨범을 걸어두고 와인까지 한잔 곁들이면 아, 말해 뭐하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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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떨어지는 벚꽃 잎을 안주 삼아 와인을 마셔야겠습니다. 님도 평안한 봄날 보내시길 바랄게요.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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