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움의 KIJUN을 세우는 브랜드

BRAND ARCHIVE

vol.9

KIJUN

EDITOR'S LETTER

자유로움이 제 개성이 되던, 패션을 자아 표출 수단으로 삼아도 아무도 나무라지 않던 시대. 입고 싶은 대로 입으면, 그게 ‘쿨한 멋스러움’으로 인정되던. 90년대 패션이 지금 회고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누군가의 마음 속 한 켠에는 그 시절 자유분방한 감성이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 시절을 겪어 보지 못한 누군가라면, ‘동경’의 형태로 남았을 테고요.

개성을 드러내는 데 거침없었던, 그 시절 여성들. 그 여성들을 뮤즈로 삼아 옷차림을 낱낱이 파헤치고, 현대적인 모습으로 상상해보는 것을 넘어 직접 구현하는 브랜드가 있어요. 오늘 소개해 드릴 브랜드, KIJUN(기준)입니다. 컬렉션을 보면 분명하게 느껴질 거예요. 틀에 갇히지 않은 자유분방한 감성의 소유자라면, 누구나 KIJUN을 입을 준비가 됐다는 것을.

출처: 기준 인스타그램(@kijun_official)

아름다움의 기준

SADI(Samsung Art & Design Institute)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 ‘대한민국 패션대전’ 대통령상 수상, 프랑스 ‘이에르 페스티벌’ 최종 파이널리스트로 선정.

KIJUN의 수장인 ‘김현우 디자이너’는 그의 브랜드 ‘KIJUN’을 통해, 서울 80-90년대 무드를 기반으로 그 시대의 솔직하고 대담한 여성상을 반영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어요.

간결하면서, 동양적인 분위기가 묻어나는 브랜드명, ‘KIJUN’. KIJUN은 문자 그대로, STANDARD를 뜻하죠. 틀에 갇힌 관습적인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심미안으로 기준을 세워보자, 김현우 디자이너는 이렇게 말합니다.

80-90년대의 ‘레트로’적인 요소들을 KIJUN만의 위트로 재해석하여, ‘미’의 새로운 기준과 여성상을 제시하고 있어요.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레트로 요소들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아름다움의 기준을 다시 세워보겠다는 것. 그래서 80년대 특유의 자유로운 스타일링과 촌스러운 컬러 조합, 그리고 90년대 세기말 미니멀리즘과 퓨처리즘이 혼재된, 레트로한 디자인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어요.

한 편의 영화 같은 옷

브랜드의 가치관,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지만, KIJUN은 그 중에서도 ‘컬렉션’을 적극 활용합니다. 기준만의 강점이에요, 컬렉션에 담긴 컨셉트와 디테일,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스토리가 주는 흥미로움.

80-90년대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서 컬렉션을 전개합니다. 당당하고 솔직했던 어느 시대의 영화 속 인물과 접목해요. 뮤즈인 여성들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인 것처럼 컬렉션을 구상하곤 합니다. KIJUN의 컬렉션을 보면 영화 속 당대 여성들의 특징이 은은하게 드러나는 것을 보실 수 있어요. 필모그래피를 만들어가듯, 매 시즌 신선한 컬렉션을 선보여 결국은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담긴 아카이브를 만드는 것이 이현우 디자이너의 목표입니다.

그래서 이현우 디자이너가 말하길 ‘영화’는 우리가 살아보지 못했던 시대나 공간을 경험해볼 수 있는, 영감의 재료라고 말해요. 인상적인 영화를 찾았을 때는, 어떻게 컬렉션에 재미있게 풀어낼지 들뜨기도 한다고 해요. 일상에서도 문득 흥미를 끄는 소재가 있으면, 그와 관련된 영화사, 서적 등을 탐구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고 합니다.

'위트'는 포기할 수 없는 장치

KIJUN만의 멋은, 그 만이 부여할 수 있는 ‘위트’에 있어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이자 컨셉인 ‘레트로’ 코드에 기인합니다. 디자인이 전에 없이 독특하고, 과감해요.

다양한 소재를 조합, 개발하여 기존 복식을 재구성하거나, 80-90년대 레트로한 느낌을 넣기 위해 볼륨 있는 실루엣이나 다소 촌스럽게 여겨질 수 있는 컬러를 과감하게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죠. 그런데 마냥 촌스럽다고 느껴지지 않고, 그저 '위트'있게 보이도록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령 마음에 드는 소재가 없다면, 직접 개발해요. 물성을 바꾸거나, 원단 위에 비딩을 하는 거죠. 시즌 컨셉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에 맞는 스토리라인과 키워드를 설정하고, 다양한 드로잉과 패턴을 조합, 콜라주해서 프린트를 자체 개발하기도 합니다.

21 FW: 퍼펙트 게임

영화 '위대한 레보스키' 中

KIJUN은 어느 시대에서 대중들이 즐기던 영화나 방송에서 영감을 얻곤 합니다. 이번 FW컬렉션 영감의 원천은 1998년에 제작된, ‘조엘 코언 감동의 영화, <위대한 레보스키>.

삶의 목표도 없고, 별다른 직업도 없는 제프리 레보스키가 주인공. 볼링장에서 시간이나 죽이며, ‘화이트 러시안’이라는 칵테일을 늘 손에 들고 다니는 꽤나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이지만, 특유의 낙천적인 성향으로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주인공이기도 하죠.

영화의 주인공 제프리 레보스키가 넘나드는 공간인 ‘볼링장’을 배경으로, 빈티지와 뉴트로 무드로 재해석한 KIJUN의 FW컬렉션.

FW 룩북. 독특한 위치에 들어간 컷아웃 디테일, 그리고 KIJUN의 시그니처인 로프와 벨트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으실 거에요. 김현우 디자이너는 ‘로프’라는 아이템을 옷을 묶거나 조이는 식으로, 실루엣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는 면에서 흥미롭다고 말하죠. 똑같은 옷을 입어도, 로프로 변형을 주면 다채롭게 스타일링이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KIJUN의 시그니처 디자인인 플로럴, 체크 패턴, 그리고 볼륨감 있는 실루엣까지. 강렬한 컬러 블록은 영화의 주인공 레보스키가 입는 일상 룩을 떠올리게 해주네요. 서로 다른 소재를 과감하게 믹스매치하여 약간의 키치함도 느껴져요.

고전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브라운과 베이지 같은 색감들을 기본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포인트. 빈티지한 무드 기반의, 쿨하고 루스한 스타일링이 KIJUN만의 정체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레트로한 프린트의 세컨드 스킨 톱까지, 우리 눈을 즐겁게 해주는 이번 컬렉션입니다.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법